Private Lives

Toby Stephens 2014. 7. 10. 14:37 Posted by 바나나피쉬

2014. 6. 22.

영국 기반인 Digital Theatre는 독자적인 기술로 -_-;; 공연 영상을 녹화하여 판매하고 있는 회사. 요즘 들어서는 극장 상영까지 해가면서 레퍼토리를 늘리고 있다. 테넌트+테이트 커플의 헛소동 찾아보다 우연히 발견해서 종종 들르는데 올 초에는 Private Lives (2013 년 공연 영상) 판매를 시작했더라. 2012년에 치체스터 페스티벌 공연했을 때 가려고 표까지 샀으나 실패하고, 작년에는 시간이며 돈도 있었는데 마음의 여유가 없어 포기. 그래도 이렇게 영상 내 주니 어디냐. 토비 스티븐스 연극 영상은 클립 몇 개 말고는 나온 게 거의 없으니 말이다. Private Lives 는 이미 너무 많이 들었다. 거기다 브로드웨이 연극도 한 번 보긴 했고.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시대에 뒤쳐진다는 느낌이 퐉퐉 왔다. 관객들 반응도 왠지 시원찮았고. 관객석은 보여주지도 않았지만 나이드신 분들이 엄청 많이 왔을 것 같은 분위기였다. 예전에 Blithe Spirit 봤을 때처럼.


내용이야 뭐. 이혼한 지 5년 지난 부부가 각자 다른 사람과 결혼해서 신혼여행을 갔는데 하필이면 나란히 붙은 스위트에 머물게 되고, 다시 만난 순간 그 동안 줄곧 서로를 사랑했다는 것을 깨닫자 사랑의 도피를 감행한다는 이야기. 워낙 성정이 불같은지라 도피해서도 줄곧 싸움이고, 설상가상으로 그들의 뒤를 쫓아온 버림받은 배우자들 때문에 일이 점점 커진다. 토비 스티븐스와 애나 챈슬러가 주인공인 엘리엇과 아만다 역. 토비 스티븐스의 실제 부인인 애나-루이즈 플로우먼이 시빌, 앤소니 캐프가 빅터 역. 주된 감상 포인트는 토비 스티븐스, 쿨럭. 나이도 있고 Black Sails 찍느라 몸을 만들었는지 목도 엄청 굵어져서 이제 젊음은 갔구나 싶은데, 가끔씩 깜짝 놀랄만큼 어려 보인다. 그래서 소년같다는 말이 나오는 거 같다. 시니컬한 표정(sneer 는 별로 없었지만)을 얼굴에 장착하고 나오는데다 끊이지 않고 줄줄 나오는 대사로 귀가 따가울 정도지만 가끔 클로즈업 해 줄때면 어머나 잘생김 내지는 멋짐 +_+ 이 절로 나오더라는. 이건 내가 눈이 멀어서가 아니라 객관적으로도 그렇다고 우겨보자. 연기야 뭐 TV/영화나 연극이나 변함없이 약간은 오버액팅. 그래도 charming 이란 말이 정말로 잘 어울리는 연기자다. 극 중 엘리엇도 막무가내에 싸가지 없고 손찌검까지 종종하며 술, 담배 좋아하는 한량이지만 기본적으로는 매력이 있는 사람이니까. 이런 엘리엇이라면 왜 아만다가 한없이 끌리는지 충분히 이해가 간다.

 

토비 스티븐스의 공연이 화제가 된 이유 중 하나는, 부모인 매기 스미스와 로버트 스티븐스가 전에 부부로 Private Lives 공연을 한 적이 있기 때문. 사진도 들고 왔다.

http://www.standard.co.uk/goingout/theatre/private-lives-and-family-ties-toby-taps-into-coward-classic-by-asking-his-mother-8471289.html

애나 챈슬러도 덩치(?)와 얼굴에 걸맞지 않게 매력적이다. 챈슬러의 아만다는 제멋대로에 힘으로는 남자 못지않고 구속없이 젊음을 만끽하는 신여성이지만 절대 밉지 않다. 애나-루이즈 플로우먼도 괜찮긴 했다만 시종일관 히스테리컬해서 약간 거슬렸고 (캐릭터의 발전이 없다) 앤소니 캐프는 그다지 할 일이 없... 다들 몸싸움을 어느 정도 해야 해서 합이 잘 맞아야 하는데 연습 엄청 했는지 척척 되더라. 토비 스티븐스 많이 맞았다는 기사가 어디선가 나온 것도 같은데. 사소한 불만이라면 여자 배우들이 다 남자 배우보다 커서 밸런스가 약간 맞지 않는다는 것. 이상하진 않았다만.  


그런데 극 자체가 구식이다. 스테이징 때문인가 "모던"하지가 않다. 뭐 어차피 캐릭터 중심이니까 배경은 별 상관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현대적으로 어필하는 부분이 없수. 왜일까. 말투도 딱히 노엘 카워드의 clipped accent (뭔진 잘 모르지만 -_-;) 쓰지 않았고 배우들 연기도 흠잡을 데는 별로 없는데, 왜? 끊기는 영상을 봐서 그런건가? 중간에 쉬엄 쉬엄 봐서? 아니면 캐릭터 자체가 더이상 어필할 수 없는 건가? 30년대 극이긴 해도 그 시대보다는 제법 급진적이었는데 말이지. 그것도 아니면 우리의 private lives는 이미 신비함을 잃어서인가. 노엘 카워드의 극이 앞으로도 계속 생명력을 가지게 될 지는 잘 모르겠다. 21세기 들어 갑자기 부흥하게 된 감이 없지 않은데, 과연 시간의 부침을 견딜 수 있을까. 따지고 보면 중산층의 소소한 갈등과 한심한 사랑싸움을 그려낸 것에 지나지 않는데 - 얼마나 현실적이든지 간에 - 정치적인 메시지가 중요한 사회에서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터.  

 

기술적인 문제를 들자면. 노트북 사양의 문제인지 Digital Theatre가 애플 기기에 최적화된 사이트인지 버벅거려서 보기가 힘들었다. 스트리밍이 차라리 낫더라는. 아이폰 앱으로는 그나마 멀쩡하게 나오는데 노트북으로는 화면 끊김, 소리 버벅이 있다. 이거 어떻게 개선 안 되나. 헛소동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욕심내서 HD 샀더니 망한 건가. 결론은 토비 스티븐스 다음 연극 언제 하나요 ㅠ_ㅠ 그 때는 기필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