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 Protestant Cemetery

여행인가 고행인가 2014. 2. 17. 14:11 Posted by 바나나피쉬

2014. 02. 04. 예전에 친구가 로마 가서 묘지 구경-_-; 이 재미있었다 하길래 문득 생각이 났다. 그래서 검색. 가져간 여행책자에는 안 나와 있었다. 론리 플래닛 같은 데 나오나? 그나 저나 로마에 키츠와 셸리 무덤이 있는 줄은 몰랐네 그려. 이태리는 카톨릭 국가였으니 카톨릭 아닌 신교도들이 묻힐 공간이 따로 있었던 것. 결국 로마에 거주하던 외국인들(상당수가 영국인)이 묻히는 묘지가 되었다고. 살아서도 죽어서도 종교는 이렇게 중요한 것이었구나. 구글에서 찾으니 의외로 엄청 좋았다, 고양이들이 많다, 키츠/셸리 팬에게는 필수! 라길래 그럼 가자!가 되었다. 근데 난 키츠/셸리 팬 아니지... 팬이라 치면 메리 셸리 쪽. Piramide (진짜 피라미드가 있어서 그렇다는데) 역에서 걸어서 한 5분 정도 가면 있는 조그만 공간. 입장료는 따로 없지만 3유로 기부금을 내달라는 쪽지가 붙어있다. 겨울에는 9시에서 4시 반인가 5시까지 공개한다고.  

바로 옆에 이렇게 피라미드가 떡하니. 여행책자에도 안 나왔던데, 지금은 일단 공사 중이다. 공사 안 할 때는 안에도 들어갈 수 있나 보더라. 입구가 있거든.

묘지 입구에 주요 무덤-_-; 표시가 되어 있긴 한데 그래도 찾기가 쉽지는 않았다. 키츠 무덤은 메인 공간이 아니라 왼편으로 난 작은 문을 지나 쭉 걸어가야 있다. 이름도 없이 그저 Young English Poet 이라고만 되어 있더라. 모조까지 보고 난 후라 그런지 벤 휘쇼의 Bright Star 가 생각나는 것이. 그나 저나 키츠 시 읽은 게 뭐가 있나...

옆의 무덤은 키츠를 돌봐줬던(?) 화가 친구 조셉 세버린의 무덤. 죽어서도 함께 있고 싶소! 라는 요지의 묘비 -_-;; 이런 거 보면 의심을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는데, 그 당시만 해도 자연스러운 일이었겠지.  

묘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있는 기념비. 겨울이라 그런 것도 있겠지만, 사람들은 거의 없는 장소였는데 그래도 종종 찾아오는 이가 있는 지.

셸리 무덤. 동행에게 셸리 부인이 프랑켄슈타인 쓴 사람이야! 라고 알려줬더니, 가장 궁금한게, 그럼 부인은 어디 묻힌거야? 였다. 그러게... 왜 셸리만 이렇게 따로? 로마에서 죽었으니 시신을 영국까지 운구하기는 힘들었겠지만서도. 묘비 밑 부분에 Nothing of him that doth fade. But doth suffer a sea-change into something rich and strange. 는 The Tempest 에 나오는 대사라고 했던가. 셸리가 익사했기 때문에 더욱 어울리는 구절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이 외에도 괴테 큰 아들의 묘라든가 안토니오 그람시의 묘가 있다고. 그람시 묘는 반대 방향이라 못 찾고 그냥 나왔다. 파리의 페르 라셰즈(여긴 너무 커... 거기다 오래된 데라)에 비하면 규모가 작아서 돌아다니기는 쉬웠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할 때라 조금은 음산했지만 외국의 공동묘지는 흥미로운 장소다. 미국은 좀 덜하지만... (Marilyn Yalom 의 The American Resting Place 를 보면 미국 공동묘지도 유사한 기능을 수행한다는 걸 알 수 있을 지도) 어쨌든 다 공개된 장소에 있고 왁자지껄 떠들 분위기는 아니라도 잠시 가서 앉아 있다 올 수 있는 곳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