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도 가끔 BBC 라디오 듣는데, 이번엔 Drama on 3에서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이디스 워튼의 연극, The Shadow of a Doubt 를 해줬다. 2017년에서야 텍사스대 소장자료 중에서 발견되었다고. 이디스 워튼은 소설가로의 명성을 얻기 전에 극작가로 성공해보려 했던 모양이다. 1901년에 쓴 연극이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될 예정이었고 배우까지 정해졌는데 어떤 영문인지 취소되었다는 기록을 발견하고, 영문학자 두 명이 이를 추적해서 결국은 극본까지 찾았다고 한다. 텍사스는 보물창고인가 엄청난 게 마구 나온다. 돈이 많아서? 히치콕의 The Blind Man 각본도 텍사스 어드매에서 찾았다 하던데. 이런 걸 보면 문학과 역사는 한 끗 차이인게야. 다 추리의 과정이라고.
연극 공연이 취소된 이유가 assisted suicide를 다뤘기 때문이 아닌가 하던데, 시대상을 생각하면 충격적이라고 할 수 밖에. 뜬금없이 영국 배경이다. 주인공은 간호사 케이트로, 컴패니언으로 있었던 정치인의 딸 레이디 아그네스가 척추 부상으로 사망한 후, 그 남편과 결혼하여 상류사회에 진입한다. 둘이 원래부터 수상한 관계에 있었던 건 아니고, 케이트가 워낙 사람이 괜찮고 아그네스의 딸인 실비아에게도 극진해서 신분 차이에도 불구하고 결혼에 성공한 것. 그러나 케이트에게는 아그네스의 죽음과 관련된 비밀이 있었는데... 의심이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동시에 반전도 있어서 처음에는 딴짓하며 듣다가 점점, 헐... 하고 빠져들었다! 인터넷 뒤지다 보니 이디스 워튼 저널인지 뭔지에 원본이 다 실렸더라. 라디오 드라마 버전이랑은 약간 다르고. 1901년에 이런 글이라니, 대단하다! 로즈머스홈도 생각나던데 (내용은 잘 기억이... 이것도 전부인의 죽음에 대한 게 나왔었지), 입센의 영향을 많이 받았던 건가? 이디스 워튼 소설은 Ethan Frome 말고 읽은 게 없어서 할 말도 없고. The House of Mirth에 도전해야할까? 그러고 보니 나는 미국문학 수업을 안 들었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