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책 카테고리인지는 모르겠다만 일단 공연은 공연이니까. 2012년에는 Cosi fan Tutte 에 꽂혀서 허덕거렸는데 올해는 La finta Giardiniera (가짜 여자 정원사)다. 모차르트가 18세에 완성한 오페라로, 이후 다 폰테와 합작한 오페라 및 마술피리에 나타나는 음악적 특성을 보이기 시작한 작품이라 한다. 잘은 모르지만 진짜 비슷한 부분이 없잖다. 토피 레흐티푸가 2010년, 2011년에 르네 야콥스 지휘 하에 콘티노 벨피오레 연기한 건 알고 있었는데 공연 클립 존재 안 해서 꽝. BBC 라디오에서 방송은 해줬다길래 과연 구할 길이 있을까 하고 제껴놓은 게 몇 년. 그러다가 모 블로그를 보고 용기를 얻어 인터넷 음원 파는 사이트에서 질렀다. 개인이 녹음한 거 파는 사이트인 듯. 내용을 전혀 모르기 때문에 위키피디아 열어놓고 들었는데, 일단 아리아를 전혀 알아들을 수 없으니 소용없... 거기다 내용이 정말 막장에 산으로 가서 이해 불능. 2달째 듣고 있는데 아직 100%는 모른다. 이거 이해하려고 르네 야콥스 판 2012년 CD도 질렀다는 -_-;
한국 드라마 막장 저리 가라 하는 내용. 리브레토 자체가 말이 안 되긴 해... 그래도 음악으로 모든 걸 덮는다!
등장 인물.
귀족 여인네 비올란테 (후에 산드리나 라는 가명을 쓴다)
비올란테의 연인, 벨피오레 백작
비올란테의 하인, 로베르토 (후에 나르도 라는 가명을 쓴다/ 세르페타를 좋아함)
시장, 포데스타 (산드리나를 좋아함)
포데스타의 조카딸, 아르민다 (벨피오레와 약혼)
아르민다의 전남친, 라미로 (바지 역 - 메조 소프라노 - 원래는 카스트라토 역)
포데스타의 하녀, 세르페타 (포데스타를 사모함)
단촐하게 7명 뿐인데 사건이 꼬이고 꼬였다. 비올란테와 벨피오레는 연인인데, 벨피오레가 질투심에 불탔는지 원래 DV 자질을 타고 났는지, 비올란테와 싸우다 그녀를 칼로 찌르고 도망간다. 죽은 줄 알았던 비올란테는 간신히 목숨을 건지고, 그녀의 하인 로베르토와 도망쳐 포데스타의 정원사로 들어간다. 둘 다 가명을 써서 산드리나와 나르도라는 사촌지간으로 위장한다. 포데스타에게는 조카딸인 아르민다가 있는데, 이 여인네도 보통이 아니라 남자들을 후리고 다닌다. 전남친 라미로는 그녀를 잊지 못해 깨진 후에도 졸졸 따라다니는 상태. 포데스타의 하녀 세르페타는 신분상승을 노리는지 포데스타와 진도를 나가보고자 하지만, 포데스타는 정원사인 산드리나를 사모한다. 나르도는 세르페타에게 반했으나 줄기차게 거절만 당한다. 나름 평온했던 포데스타의 집에 폭풍우가 몰아치는 건 벨피오레가 아르민다에게 구혼하러 나타나면서부터. 아르민다는 본성을 드러내 자신을 배신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다짐을 시키지만 벨피오레는 줏대 없는 남자. 거기다 전 여친 비올란테와 똑같이 생긴 산드리나를 보고 엄청난 충격에 빠진다. 산드리나는 왜 비올란테를 죽였냐며 벨피오레를 책망하면서도, 본인은 비올란테가 아니고 비슷하게 생긴 그녀의 하녀일 뿐이라며 시치미를 뗀다. 자기에게 구혼을 하러 왔으면서도 딴 여자를 생각하는 벨피오레를 보며 아르민다는 분노에 휩싸이고, 다른 남자에게 눈 돌리는 전여친을 보면서 라미로는 침울해진다. 포데스타는 영문을 모르고 어리둥절. 나르도는 영어, 프랑스어 다 동원해서 세르페타를 꼬시느라 여념이 없다. 이 와중에 라미로가 밀라노에서 온 편지를 한 통 들고 나타난다. 벨피오레를 비올란테의 살인죄로 체포하라는 내용. 포데스타는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아르민다와 벨피오레를 절대로 결혼시킬 수 없다며 길길이 뛰고, 벨피오레는 충격을 너무 받아서인지 원래 좀 모자라서인지 유도심문에 넘어가 자신이 비올란테를 죽였다고 시인한다. 그리고 그런 벨피오레를 구하기 위해, 산드리나가 본인이 사실은 비올란테며 죽지 않았다고 밝힌다. 벨피오레는 이런 저런 충격을 견뎌내지 못하고 서서히 미쳐간다. 그리고 비올란테는 괴한에게 납치되어 한적한 숲에 버려진다 (배후가 세르페타였나). 비올란테를 찾아 나르도, 벨피오레, 세르페타, 포데스타, 아르민다가 숲으로 오지만 너무 어두워 목소리만으로 서로를 찾아야 하는 상태. 나르도만이 주인인 산드리나를 제대로 찾고, 벨피오레는 세르페타를, 포데스타는 아르민다를 부여잡게 된다. 이 혼돈 속에 라미로가 불을 들고 등장. 엉뚱한 상대와 끌어안고 있던 걸 깨달은 네 명은 창피함에 어쩔 줄 모르고, 이 와중에 벨피오레와 산드리나는 완전히 미쳐 버려 서로가 신화에 나오는 주인공이라 착각하며 노래하고 춤추기에 여념이 없다. 어떻게 인지는 알수 없지만 다시 정상으로 돌아 온 두 주인공은 밀당 시작. 너 싫음 저리 가삼 다신 안 볼 거임, 하고 산드리나가 운을 띄우니 정 싫다면 갈께, 라고 벨피오레가 가는 척 -_-; 속으로는, 저래도 사실 맘 바뀔거임 장담하시고... 결국 둘은 서로에게 돌아가고, 아르민다는 라미로와, 세르페타는 나르도와 엮인다. 홀로 남은 포데스타가 한탄하고 모두 합창하는 걸로 끝. 복잡하다 -_-; 막장 요소는 다 있네. 출생의 비밀 빼고.
음악이 진짜 좋다. 모차르트 천재. 10여년 후 작품과 별로 다르지 않다. 많이 복원했다는데, 르네 야콥스 능력인가. 라미로 역을 카운터 테너가 해도 괜찮았을 듯. 촹촹촹촹 울리는 부분이... 카스트라티 역 막판 쯤이었나... 이 때는 아직 모차르트가 리브레티스트를 휘어잡고 닦달하기 전이라 드라마적 요소가 부족했다고 하는데, 내용에는 구멍이 있어도 캐릭터가 살아 있다. 지금 보면 벨피오레는 진짜 나쁜 놈이지만 시대 상황 생각하면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고. 남자 중심으로 돌아가는 사회에다, 이태리 사람들은 훗날에도 crime of passion 으로 유명하니, 질투에 눈이 멀어 DV를 행하는 건 특별한 일이 아니었을 지도 모르지. 근데 나쁜 놈인 건 확실. 거기다 약간 모지라... 산드리나도 그냥 수동적이기만 한 캐릭터는 아니다. 사랑이 뭔지, 계속 벨피오레를 피하려고 하지만 결국 그에게 돌아가게 된다. 둘이 잘 살았으려나 몰러. 아르민다가 압권인데, 아리아 내용 보면, 나 배신하면 너 죽일거임! 이런 거라 헉. 악녀 캐릭터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신여성"일세. 당한만큼 갚아준다! 배신하면 가만 안 둔다! 여자라 무시하지 말아라! 거기다 결국 라미로랑 이어지는 걸 봐도 루저는 아니다. 세르페타도 신분상승을 꾀하는 당당한 여자고. 계산할 거 다 하고 결국은 나르도를 택한다. 나르도 캐릭터도 재미있다. 특히 2막에서 영어, 프랑스어로 노래부르는 게 나오는데, 당시 음악인들의 외국어 구사가 어느 정도였는지 매우 궁금하다. 프랑스 오페라 뜨고 있었고, 헨델도 이미 영국에서 인지도를 쌓고 있던 때라, 영어 프랑스어가 생소하지는 않았을 거고, 일단 이태리어는 의사소통 될 정도로 했을 테고. 그래도 이런 국제적(?) 음악을 듣다보면 당시 생활상이 궁금해진다. 나야 뭐, 정신이상 나오면 +_+ 그러게 17, 18세기에는 정신병 이야기가 흔하게 나왔단 말이 맞나벼... 왜 미쳤는지, 어떻게 정상으로 돌아왔는지는 모르겠다만. 이제 가사집 보면서 다시 들어야지.
나는 토피 레흐티푸 위주로 테너 아리아 및 합창을 주로 듣고 있다. 공연 사진 보니 양복 빼 입고 나오고 (1920, 30년 대 분위기) 공연 내의 재주는 혼자 다 부린다는데 호흡 안 흔들리고 잘 부르네. 아무래도 고음은 좀 딸린다만 항상 그렇고... 흑. YouTube에 다른 공연 클립은 꽤 있다. 근데 영어 자막이 없슈. 지금까지 프로덕션 4편 정도는 본 듯. DVD 출시도 많이 되진 않았더라. 이번에 글라인드본에서 새 프로덕션 공연했는데 이건 BBC 라디오 Opera on 3에서 몇 주 더 들을 수 있다. 주로 테너에 초점을 맞춰서 듣고 본다만, 글쎄... 잘 모르겠다. 아직 사랑-_-;에 눈과 귀가 멀어서. 다들 잘하는데 글라인드본 공연은 좀 별로인 것도 같고. 벨칸토 부르는 테너들도 벨피오레 역을 많이 하드만, 내 귀에는 너무 느끼하다고 해야하나. 르네 야콥스의 2012년 CD 리코딩에서는 바리톤이 테너 역인 포데스타를 불러서 신기하다 -_- 하고 있었는데, 이 역이 보통 테너역보다 음역대가 낮긴 한 듯 하다만 다른 이유가 있는지 궁금. 찾아도 안 나오던데 말이쥐. 그리고 왜 르네 야콥스는 공연은 토피 레흐티푸 데리고 하고 녹음은 다른 가수 시킴? 토피 레흐티푸의 성공은 진짜 얼굴과 키 빨인 것임? 노래는 녹음 용이 아니라는 거임? 마술 피리도 그렇고, La finta Giardiniera 도 그렇고, 왜 공연에서 굴려놓고 CD는 안 내주는 것이냐!!! 이것도 궁금. 누구 설명해 줄 사람 없나? 앞으로 한 달만 더 듣고 그만 들어야겠다. 요즘 이거 땜에 라디오 드라마를 못 들어 ㅠ_ㅠ 영어 공부해야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