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euth (1972)

소일거리 2011. 6. 27. 21:20 Posted by 바나나피쉬
몇 년 전에 주드 로와 마이클 케인 주연의 리메이크를 봤다. 케네스 브래너 감독에 해롤드 핀터 각본. 해롤드 핀터의 유작이라고 들었던 거 같기도 하고. 아무 생각 없이 봤는데 대사도 그렇고 내용도 꽤 재미있어서 정신없이 빠져들었던 기억이. 그러나 놀랄 거리는 또 있었으니. 원작은 마이클 케인과 로렌스 올리비에 주연이라고! 로렌스 올리비에 나온 영화는 거의 본 게 없는데, 아마 예전 EBS에서 셰익스피어 원작 흑백 영화 방송해 줬을 때 몇 번 봤을 지도 모르겠다. 아는 거라곤 셰익스피어 전문 배우 및 감독에, 기사 작위를 받았고, 비비안 리와 결혼했다는 것 뿐 (나중에는 이혼 - 비비안 리의 정신병이 깊어져서). 마이클 케인은 1960년 대에 당시의 계급 및 시대상을 반영한 kitchen-sink 영화에 자주 등장하여 주연배우의 입지를 굳혔다고 한다. 주드 로가 주연한 Alfie의 원작도 마이클 케인이 주인공. 따지고 보면 1972년의 Sleuth도 그 맥락을 잇는 작품이겠다.
 
일단 30년 이상 차이나는 영화라, 리메이크 판이 좀 더 세련되고 첨단 과학의 이기를 엿볼 수 있는 세트라면, 72년 작품은 뭔가 아기자기한 연극 무대의 분위기이다. 원래 연극으로 시작한 작품이기도 하고. 두 배우의 연기 면에서도 원작이 좀 더 친밀하고 관계의 진전이 빠르다. 그리고 로렌스 올리비에의 연기는 뭐랄까 너무 능청스러워서 마이클 케인의 약간 신경질적인 연기와 대비가 된다고 해야할까. 연극배우 출신답게 과장된 연기가 눈에 띄기도 하지만 아집있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제대로 드러난다. 마이클 케인의 마일로는 극중에서 말하듯 신분 상승의 의지가 분명하고 자신의 우월함을 과시하고 싶어하는, 아직은 젊고 패기 넘치는 청년의 모습이고. 신기하게도 젊은 시절의 마이클 케인은 주드 로와 꽤 비슷하다.
 

유투브에 전편이 올라와 있다. DVD도 발매가 안 되서 어떻게 보나 싶었는데 역시 유투브에는 없는 게 없다. 2007년판은 엄청나게 까였는데, 리메이크도 원작도 나름의 미덕이 있으니 둘 다 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35년 후에 같은 영화를 찍은 마이클 케인의 기분은 어땠을까나.

Vexed

Toby Stephens 2011. 6. 16. 05:13 Posted by 바나나피쉬
Toby Stephens, Lucy Punch 주연.
2010년 BBC. 3부작.

IMDB 구경하다 보니 토비 스티븐스가 vexed 라는 TV 드라마를 찍었길래 여기 저기 뒤져서 찾아냈다. 처음에 설명을 봤을 때는, 아니 심각한 불륜 형사 드라마냐, 싶었는데 완전 코미디라고. 토비 스티븐스가 맡은 역할은 DI Jack Armstrong으로 일은 대충대충, 괜찮은 여자만 발견하면 눈돌리고, 인종차별, 성차별적인 발언도 아무렇지 않게 하는 마초. 그러나 뭘 하든 어설프다는 게 단점이다. 루시 펀치는 DI Kate Bishop. 브리스톨에서 전근해 왔고, 남편과 약간의 문제가 있다. Jack Armstrong이 하는 짓을 보면서 매번 경악하다 결국은 적응해서 정든다. 기본적으로 로맨틱 코미디의 라인을 따라가는 지라 둘이 투닥투닥하면서 노는 게 사건 해결 보는 것보다 더 재미있다.

토비 스티븐스는 언제나 너무 심각한 역할만 했던 기억이 있는데 - 십이야에서 올시노 공작 역은 그다지 진지하거나 심각하지 않았지만 로체스터나 개츠비나 뭐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심각하고. Possession에서는 망나니였으니 - 여기서는 완전 개그를 펼친다. 덤으로 올누드까지 선보이시고. 이런 거 처음봐서 적응이 안 돼!!! Youtube에서 로빈 후드 존 왕으로 나온 거 잠깐 봤는데 거기서도 완전 웃기긴 했다만 (Long Live ME라고 -_-;; 거기다 가이 드 기즈본에게 do you love me? 작렬) 그건 나름 시대극이니까. 너무 오버한다고 리뷰가 났던데 안 그러던 배우가 껄렁거리고 나오니, 이것이 연기 변신인지 오버인지 헷갈릴 정도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극본이 너무 썰렁하다. 정말 썰렁하다. 개그 자체도 그다지 재미가 없고 그저 주인공 둘이 만담하는 거 보여주려는 목적으로 찍은 드라마 같다. 그런데 정이 든다는 게 더 문제. 주인공 둘이 꽤 잘 어울린다. IMDB 리뷰 별점이 높은 이유도 둘 다시 붙여서 드라마 찍으라고 그러는 거 같다. 에피소드 1은 노처녀 연속 살인 사건. 2는 자산가 살인위협 사건. 3은 아이돌 가수 유괴 사건. 두번째가 제일 별로였던 듯. 에피소드 1이 꽤 재미있었다. 3은 영국 드라마답게 잔인한 것도 수렴 안 하고 보여줘서 눈 돌리고 있느라 힘들었고. 아직까지도 시즌 2 소식이 없는 걸 보니 이건 3회로 끝을 맺나보다. 이거 보고 나서 다시 토비 스티븐스에 꽂혀서 오디오북 찾아 보고 있다. King Solomon's Mines이랑 레이몬드 챈들러 소설을 BBC에서 라디오극으로 만든 거에 목소리를 바쳐주셨는데... 레이몬드 챈들러 국적이 어디야? 배경은 캘리포니아더만. 읽어주는 거 프리뷰 한 1분 들었는데, 그거 설마 미국 액센트야? 정말??

Life on Mars

소일거리 2011. 6. 13. 10:48 Posted by 바나나피쉬
예전에 미국 리메이크 한 편 보고 아 내 취향이 아니다 싶어 접었는데 요즘 존 심 드라마 찾아보다 꽂혔다. 미국판 말고 영국판. 2006년 작. 2부는 2007년에 제작된 듯. 존 심이 연기한 샘 타일러, 귀엽다. 밤톨같아! 거기다 똘똘해! 문제는 맨체스터 액센트. 알아먹기 힘들다. 절반은 알아 들었나. 특히 진 헌트는 소리 지르고 말이 빨라서 더 힘들었다. 한글 자막은 과연 번역을 잘했나 싶어 하나 받아봤는데 한 편 내에서도 질이 뒤죽박죽이라. 그래도 그 정성과 시간을 들여 번역을 하는 것 자체에 점수를 줘야겠지.

오즈의 마법사에 대한 언급이 꽤 많이 나온다. 오죽했으면 난 샘 타일러가 "집에 가고 싶어" 라고 하면 (그러면서 신발 뒷굽을 톡톡하면 -_-;;) 현재로 돌아가는게 결말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했다. 물론 아니었다만. 도로시는 오즈의 마법사 주인공이기도 하지만 게이 남자를 지칭하는 말이기도 한 듯. 찾아보니 Friends of Dorothy가 게이들 사이에서 서로의 정체성을 알려주는 암호 식으로 쓰였다나. Sissy랑 운율을 맞추려는 의도인지는 모르겠다만 nancy, dorothy, gladis 등등 진 헌트는 현란한 언어의 마법사 -_-;;였다.  

70년대면 free love의 세대 아닌가? 여성운동과 학생운동과 우드스탁의 여파는 73년도 영국까지 아직 미치지 않은 거였나? 그러고 보면 70년대도 50년대처럼 뭔가 붕 뜨는 때였던 것 같다. 그래도 Gay liberation의 여파가 꽤 컸는지 게이를 지칭하는 단어가 무수히 나온다. 그리고 진 헌트의 명언: Listen, you're not the one who's going to have to knit himself a new arse after 25 years of aggressive male affection in prison showers! 흠... 70년대에도 그랬군. 다시 들으면서 엄청 웃었다. 진 헌트 너무 웃겨. 음악이 좋다고들 하는데 나는 잘 모르겠고 - 데이빗 보위의 Life on Mars는 좋았다만 - 당시 사회 배경이 나오는 게 재미있었다. 인종차별, 성차별, 70년대의 희망적이면서도 암울한 분위기 (딱 경제위기 맞물리고), 의상도 귀여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