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ase of the silk stocking + Unconditional Love

Rupert Everett 2012. 10. 7. 11:32 Posted by 바나나피쉬

몇 년 전에 보긴 했는데 갑자기 생각나서 또 봤다. 루퍼트 에버렛이 셜록 홈즈. 이안 하트가 닥터 왓슨. 그리고 마이클 패스벤더가 샤방샤방하게, 상어 이빨 드러내며 등장한다. 코난 도일 작품은 아니고 배경을 1905년으로 옮긴 BBC 오리지널이라고. 처음 봤을 때도 꽤나 재미있게 봤고, 루퍼트 에버렛의 셜록도 전혀 위화감 없었다. 키가 일단 크니까 양복 입혀 놓으면 완전 폼나고 (나이 들어서 살도 많이 붙었고) 말투 및 억양도 괜찮고. 거기다 퀸 중의 퀸이긴 하지만 스트레이트도 잘 하니까. 홈즈 역할에는 왠지 그런 분위기도 어울린다. 난 어차피 진짜 싫어!는 있어도 진짜 좋아!는 별로 없는 인간이라, 요즘은 자비로운 무드라 뭘 봐도 재밌지. 그런데 진짜 눈 성형을 막 했던 건지 얼굴이 꽤 달라졌다. 눈 커지고 눈썹이랑 더 붙었어 ㅠ_ㅠ 으흐흐흑. 분위기도 음침하니 비오는 날 불 끄고 앉아서 보기 꽤 좋다. 마이클 패스벤더는 여기서 처음 봤던 기억인데 당시에는 알려지지 않았을 때라 그냥 넘어갔다. 그래도 눈 엄청 예쁘네 했던 기억이 희미하게...

 

뭔가 눈이 이상해.. 하면서 그 전(TV 드라마는 2004년 작)에 나온 영화 뒤지다가 Unconditional Love 발견. 미저리의 캐시 베이츠와 공동 주연한 영화다. 극장 개봉 안하고 바로 DVD 출시 됐다고. 루퍼트 에버렛은 본인 최고의 영화라 했다더만. 여기서도 게이로 나온다. 그나 저나 조나단 프라이스가 크루너인 빅터 폭스 역을 맡아 노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는. 미스 사이공에서 공연한 건 알고 있었다만 이렇게 노래 잘 하는 지는 몰랐네 그려. 완전 프랭크 시나트라야 +_+ 루퍼트 에버렛이 연기한 더크 심슨은 빅터 폭스가 어느 날 갑자기 살해 당하는 바람에 모든 것을 잃을 위기에 빠진 연인으로, 빅터 폭스의 팬인 그레이스 비즐리(캐시 베이츠)와 합심하여 살인범을 찾아 나선다. 실제 나이보다 거의 10살 어린 역할 맡았는데도 꽤 괜찮았다. 눈 왜 한겨 도대체!!! 이 영화는 장르가 막 섞여서 왔다 갔다 한다만 그래도 은근 재밌더라. 크리스마스 무렵에 보면 더 재미있을 영화다. 거기다 줄리 앤드류스가 본인으로 등장하여 완전 뒤집어지는 장면을 보여주기도 하고. 원래 성격은 그렇지 않겠지만 너무 잘 어울렸다. 난 괜히 북받쳐서 훌쩍거리면서 봤다는.  

 

겸사겸사 예전에 중고로 산 루퍼트 에버렛의 자서전 Red Carpets and Other Banana Skins 또 뒤져봤다. 왠지 사 놓고 안 읽게 된다. 중간 중간 궁금했던 부분만 훑어봤는데 그 이상은 읽기 싫다. 사실 자서전이나 전기 꽤 좋아하긴 한다만 요새는 뭐든 다 읽기 싫어서... 아, 루퍼트 에버렛 두 번째 자서전 냈다. Vanishing Years. 이걸 무려 BBC radio book of the week 에서 "본인"이 읽어주기까지 했다는! 역시 이건 프로모션 용 방송이었던 것이다. 꺅꺅거리면서 처음 화는 들었고 나머지는 아껴 듣기 위해 일단 쟁였다. 침 삼키는 소리도 숨 쉬는 소리도 없이 진짜 너무 잘 읽더라는. 숨 아예 안 쉬는 건가 걱정하면서 들었다.

 

지금 보고 싶은 건 Hysteria 인데 손이 안 가는구먼. 한 7년 전에 The Technology of Orgasm 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요즘 히스테리/바이브레이터 관련은 다 이 책에 바탕을 두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듯. 그래도 무슨 역할 맡은 건지 꽤 궁금하다. 휴 댄시와 조나단 프라이스도 나온다고 했던 거 같은데. 근데 왜 보고 싶은 영화는 정작 손이 안 가고 다른 잡다한 것만 붙잡고 있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