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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책'에 해당되는 글 96건

  1. 2021.08.16 상반기 오디오북
  2. 2020.10.11 Distress Signals
  3. 2020.05.28 5월의 오더블
  4. 2020.03.23 둠즈데이 북
  5. 2020.03.16 Angels in America
  6. 2019.12.08 리디 정리?
  7. 2019.10.09 9월의 유흥
  8. 2019.08.05 8월 첫 주의 책
  9. 2019.07.24 7월의 책
  10. 2019.02.07 설 연휴 책

상반기 오디오북

연극+책 2021. 8. 16. 13:55 Posted by 바나나피쉬

BL 드라마를 보고 잠시 충격을 받았다가 오디오북으로 넘어갔다. 오더블을 구독하고 있어서 한 달에 한 편은 골라야 하는데 그것도 쉽지 않더라는... 일단 오디오북의 최고봉인 미스터리와 스릴러를 열심히 들었다.

- 앤서니 호로위츠의 Magpie Murders (한국어로도 번역된 듯?), 그리고 시리즈의 두 번째 편인 Moonflower Murders 들었다. 출판사 편집장이 문제를 해결하는 탐정 역할로, 담당을 맡은 소설이 액자 형식으로 들어가 있다. 그런데 그 담당 소설이 또 푸아로같은 외국인 사립탐정(애티커스 푼트)을 주인공으로 하는 추리 소설이지. 한 권을 읽으면 두 편을 읽은 듯한! 효과를 볼 수 있으나 문제는... 들은 지 얼마 안 되었는데 내용이 생각나지 않는구나. 범인 누구였지? 일단 Magpie Murders 에는 책 속의 책에 다운증후군이 나오는데 배경이 50년대다. 구글해보니까 도대체 이 책 누가 편집했냐며, Down syndrome이 아니라 Down's syndrome이라고 쓰여 있다고 극대노한 독자의 코멘트가 돌아다니고 있더라. 근데... 영국에서는 Down's syndrome이여... 그나마 50년대는 mongolism 이었고. 60년대 이후에나 나름 PC하게 쓰게 된 거라 둘 다 틀려요 ㅠ_ㅠ 이거 지적한 사람 아무도 없었나? 더 찾아보기 귀찮아서 그만 뒀지만. 첫 번째 권은 사만사 본드, 두 번째 권은 레슬리 맨빌이 읽었는데 내 취향은 첫 번째. 아, 드라마로도 나온다고.

- 같은 작가의 다른 시리즈도 찾아봤다. 로리 키니어가 읽어준다고 하여 The Word Is Murder 시작했는데 이것도 괜춘. 홈즈와 왓슨을 모티브로 삼아서 현대로 옮겼다. 작가인 앤서니 호로위츠 본인이 주인공이다. 본인의 이야기를 죽~ 나열하다가 (스필버그의 <틴틴> 시나리오 쓴 이야기 포함 - 근데 틴틴은 왠지 어색... 땡땡 아녔나) , TV 드라마 작업 중 자문을 구했던 사립탐정으로부터 사건을 책으로 써 달라고 의뢰를 받은 후 둘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그려낸다. 이것도 두 번째 권이 나왔는데 로리 키니어의 여자 목소리가 너무 별로라는 리뷰가 있어서 포기.

- 알렉스 마이클리디스의 신작 The Maidens 들었다. 루이즈 브릴리가 읽어주더라는... The Silent Patient 도 읽었더라. 다 들었는데 생각도 못 했네... The Maidens도 재미있었다. 밤마다 동네를 배회하며 들었다. 심리 스릴러 뭐 이런 류로, The Silent Patient를 다시 듣고 싶게 만드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아무래도 첫 번째 책이 더 나았던 거 같긴 하다. 그건 상상도 못한 결말이었는데, The Maidens는 뭔가 흠... 뜬금없다고 해야 하나.

- 중간에 잠시 넷플릭스로 외도했다가 컴백하여 이것 저것 찾아봤는데 Anne Frasier의 시리즈가 있더라. The Body Reader, The Body Counter, The Body Keeper 이 순서인 듯. 캐릭터는 꽤 잘 잡았다. 배경은 미니애폴리스. 주인공 주드 폰테인은 강력계 형사였는데 어느 날 모종의 이유로 납치되어 3년 간 상자같은 독방에 갇혀 있다가 도망친다. 그 와중에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을 경험했지만 꿋꿋하게 극복(?)하고 다시 강력계로 돌아가 10대 여성들의 살인 사건을 수사한다. 파트너는 유라이아 애쉬비. 아직까지 부인이 자살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주드가 과연 강력계에서 일할만한 정신상태인지 의문을 품고 거리를 둔다. 제목인 Body Reader는 주드를 말하는데, 주드는 3년 간 납치범 외에는 그 누구와도 접촉이 없던 터라 납치범의 얼굴 모양, 표정 하나 하나를 관찰하다보니 다른 사람들, 심지어는 시신의 표정까지 읽을 수 있게 된다. 그런데 그다지 부각은 되지 않더라는. 별로 쓸모가 없어... 듣다보니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시리즈와 은근 비슷하더라. 거기서 영감을 받은 모양? 배후도 뭔가 비슷한 느낌이고. 미국이 배경인 소설이 나오면 뭔가 익숙한 느낌이라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만 캐릭터가 어떻게 성장할 지 궁금해서 계속 듣기로.

- 아, 오디오북은 아니지만 왓챠에 Flack 끝냈다. 애나 파퀸은 점점 클레어 데인즈와 비슷한 느낌이 되어 간다. 유명인 뒤치다꺼리를 해 주는 PR 회사 사람들 이야기인데 하나같이 미쳤다. 캐릭터는 괜찮다만 하나같이 정이 안 가고... 그나마 리디아 윌슨이 젤 나은데, 개중 정신은 멀쩡해서인듯. 이제 핸드메이즈 테일로...

- 왓챠 쓴 김에, 넷플릭스 섀도우 앤 본도 굉장하다. 이것도 소설 삼부작 읽고 싶긴 했는데 귀찮... 이미 세 권 말고 다른 시리즈에서도 차용했다고 한 기억이라 안 읽고 안 듣기로. 드라마는 잘 만들었다. 주인공 완전 신인인 거 같던데 꽤 잘 어울리고, 특히 벤 반스 캐릭터는 뭐. 나이 많고 멀끔한 남자한테 어린 여자가 넘어가는 게 다 저런 거 때문 아니겠나. 포착 진짜 잘함. 그래도 멋있더라... 얼빠의 운명이지. 다음 시즌도 계약한 거 같던데 기대 중.

Distress Signals

연극+책 2020. 10. 11. 12:46 Posted by 바나나피쉬

오더블 플러스를 찝쩍거리고 있는데, 생각보다 들을만한 게 많지는 않다. 내 계정이 미국 거랑 섞여서 그런지 어쩐지는 모르겠지만 included라고 해서 들어가 보면 위시리스트에 넣으라는 것만 달랑 뜨는 게 많고 (리처드 아미티지가 읽어주는 여러 가지가 그런 식이다...) 스릴러나 추리물도 마찬가지고. 그래도 나름 대박을 건졌으니, 캐서린 라이언 하워드의 데뷔 소설 Distress Signals다. 이거 말고 같은 작가의 The Liar’s Girl이 더 인기가 많은 듯한데 스트리밍이 안 된다는...

대충 내용은:

영화 극작가가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다 10여년 만에 드디어 할리우드에 각본을 팔게 된 아일랜드의 작가 아담은 오랫동안 사귄 새라와 함께 살고 있다. 아담은 이제 자리를 잡았으니 새라와 결혼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고, 그동안 묵묵히 뒷바라지해 준 새라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라가 바르셀로나로 출장을 떠나게 되면서 일이 시작되는데... 바르셀로나에 도착하자마자 연락이 두절된 새라, 거기다 새라가 바람을 피웠다는 친구의 말이 전해지고 (출장이 아니라 새로 생긴 연인과 여행), 돌아오기로 한 날 공항으로 마중을 나갔더니 예정된 시간이 훨씬 지나도 새라가 도착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그렇게 믿었던 여친이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에 분노했던 아담도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하고, 자기한테만 연락을 안 하면 다행인데 부모님과도 연락을 하지 않으니 이게 무슨 일? 경찰서에도 찾아가 보지만 성인 여성이 연락을 끊었다고 해서 바로 실종자로 간주하지는 않는다고 하여 아담은 미칠 노릇이다. 게다가 집으로는 프랑스 니스에서 새라의 여권과 미안하다는 쪽지가 도착하니, 다들 이기적인 아담에게 지친 나머지 새라가 떠나 버렸고, 안전 이별을 위해 연락을 끊은 것이라고 한다. 그래도 믿을 수 없던 아담은 우여곡절 끝에 온라인 상에도 새라에 대한 내용을 실어 추가 정보를 얻어보려 하고, 마침 새라와 똑같은 사람을 크루즈에서 보았다는 제보가 들어온다. 크루즈라니? 해당 크루즈에 대해 알아보던 아담은 크루즈 선에서 연간 실종되는 사람이 꽤 있으며, 범죄도 상당히 자주 일어나지만 쉬쉬하며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거기다 새라가 탔다는 크루즈 선에서 이미 과거에 실종된 여성이 몇 있었지만, 본격적인 수사는 없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아담은 검색을 통해 새라가 실종되기 1년 전 같은 크루즈에서 부인을 잃은(실종) 영국인 피터와 연락이 닿고, 이 둘은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크루즈에 몸을 싣는다.                             

이렇게 쓰니 무슨 어드벤쳐 같다만 그렇지는 않고... 이 외에도 두 명이 더 화자로 등장하는데 하나는 60대 정도 되는 나이가 지긋한 프랑스 여성으로 해당 크루즈의 직원, 다른 하나는 뜬금없이 프랑스 어느 지역에서 자란, 어릴 적부터 사이코패스로 이름을 날린 소년 살인마(?)이다. 화자에 맞춰 세 명이 읽어준다.                                                            

사실 짜임새는 그다지... 허를 찌르기 위한 구조인가 싶기도 하고, 이런 걸로? 싶기도 하고. 그런데 나름 재밌다. 거기다 뒷부분으로 가면 막 휘몰아쳐서 몇 번을 다시 들었는지 모르겠다 (누워서 듣다가 자 버려서...) 자기 전에 30분씩 맞춰두고 듣다 보니 보통 10-15분 들으면 자고, 다음 날 다시 돌려서 듣고 해서 듣던 데 또 듣고 또 듣고, 진도는 안 나가고, 했다만 모처럼 흥미진진한 스릴러였다. 지난 밤에 자는 시간 놓쳐서 Dawn Eastman의 Unnatural Causes도 시작. 이것도 괜찮은 거 같긴 하다만 앞에 한 시간 정도만 듣고 잠이 들어서... 제대로 들어 봐야지.

5월의 오더블

연극+책 2020. 5. 28. 00:23 Posted by 바나나피쉬

매달 구독은 하고 있지만 집중해서 듣지도 않고 몇 달에 걸쳐 하나씩 간신히 끝내고 있는 중이었는데 이번 달은 벌써! 끝장을 보았다. 제목은 Pretty Things. Jannelle Brown의 소설이다. 신간 중에서 고른 거였나, 스릴러에서 골랐나, 아무튼 별생각 없이 골랐는데 생각보다 금방 끝냈다. 일단 나레이터가 두 명으로 여자 주인공 둘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를 각각 맡아 엄~청 잘 읽어준다. 주인공 중 하나가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라 시기상으로도 업데이트 잘 되었고, 내용 자체도 뻔한 듯하면서 흥미롭다. 처음 들으면서는 계속 헨리 제임스의 The Wings of the Dove (안 읽고 영화만 봤다. 헬레나 본햄-카터에 빠져 있을 때)가 생각났는데 다른 독자들도 궁금해했던 듯.

사기꾼 엄마 밑에서 영재교육(?)을 받고 자란 니나가 일생일대의 사기를 꿈꾸며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이자 미국 "귀족" 집안 출신(가족 성이 잘나가는 "그룹"의 이름이고 백여 년 이상 대를 이어 부유하게 살아온 집안)인 바네사에게 접근하는 것으로 사건이 시작된다. 니나는 부잣집 아이들의 인스타그램을 뒤지며 사기를 칠 상대를 고르고, 이들에게 접근해 물건을 훔쳐내는 식으로 엄마의 암 치료비를 충당하고 있다. 남자 친구 역시 사기꾼으로 아일랜드 출신에 배우 지망생이었던 터라 온갖 종류의 연기에 능하다. 그러나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훔쳐낸 앤티크 가구를 팔아주던 장물아비와 연락이 끊기고, 엄마의 암이 재발하고, 급기야 경찰까지 집 앞을 기웃거리자 니나는 평생 걱정 없이 살 수 있도록 한 탕 크게 하고 이 세계를 뜨기로 한다. 마지막 제물이 된 상대는 바네사 리블링. 인스타그램에서 패션 스타일로 인플루언서가 되었지만, 원래부터 대대손손 부잣집 자손으로 유명했고 니나와는 과거에 스쳐 지나가듯 만난 적이 있다. 바네사의 남동생 베니가 니나의 10대 시절 남친이었던 것. 바네사는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파혼까지 당하자 어린 시절 지냈던 레이크 타호의 성으로 돌아가고, 그 성의 금고에 100만 달러가 들어있다는 사실을 베니에게 들은 적이 있는 니나는 돈을 훔치기 위해 이름을 바꾸고 사기꾼 남자 친구와 함께 바네사에게 접근한다. 여기까지도 니나와 바네사가 왔다 갔다 이야기를 들려주고, 이후에도 같은 사건을 다른 시점으로 전달해서 재미있었다. 이것만 보면 딱 The Wings of the Dove. 헨리 제임스 소설도 미국 졸부집 딸에게 영국인 커플이 접근하는 내용이었던 기억인데, 소설에서는 남자가 너무도 순수하고 병약한 미국인 졸부 딸에게 빠져버리고 말았던 듯. 그래서 헐... 혹시 같은 내용? 했는데... 사건이 팡팡 터지지요.

내용이 참신하진 않지만 (거기다 이게 그렇게 오랫동안 마음에 담을 일인가... 싶은 부분이 많았다) 구성이 잘 되어있고, 무엇보다 끝까지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가 진행된다. 비밀도 생각보다 빨리 밝혀지는 등, 고구마 구간 없고. 그리고 나레이터의 퍼포먼스가 좋다. 물론 남친의 아일랜드 액센트는 흠... 했지만, 미국에서 오래 살아서 액센트가 거의 안 남아 있다는 설정이니 그러려니 싶기도. 니콜 키드먼이 아마존 프라임 드라마로 제작도 한다는 듯? 한국에는 아직 출간이 안 된 것 같던데 이것도 나오면 꽤나 인기 끌지 않을까 싶다.

둠즈데이 북

연극+책 2020. 3. 23. 09:51 Posted by 바나나피쉬

코니 윌리스의 1992년 작이었던가? 네네에 소개 글 뜬 거 읽고 꽂혀서 킨들 질렀다. 예전 킨들 기계가 잘 돌아가서 편하게 잘 읽었네. 이건 나를 위한 -_-; 책인데 왜 지금에서야 발견했을까? 그러고 보면 옥타비아 버틀러의 Kindred와도 일맥상통하는군. 다만 둠즈데이 북은 개인적 특이성보다는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시스템 자체가 마련된 2050년대가 배경이라는 게 차이랄까. 왜 지금 다시 소개되는지 알 수 있는 책이다. 시기적절하고, 1990년대나, 2050년대나 (작가의 상상력 속 세계이지만), 2020년대나 다를 건 하나도 없다는 게 절실히 느껴진다.

2050년대가 되면 역사학자가 연구하는 시대로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네트가 구성되고 각각의 시기는 1-10까지 등급이 매겨져 시간여행 가부를 결정하게 된다 (전쟁, 역병의 시대는 10이라 원칙적으로 못 간다). 시간여행의 패러독스로 인해 과거나 현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가 생기면 네트가 열리지 않아 이동이 불가능하게 되는 합리적인 시스템이다. 시간여행을 가게 된 사람의 경우 미리 랑데뷰 날짜를 정해 떨어진 장소(같은 수식을 사용해서 연 네트는 같은 장소에만 다시 열린다)에서 기다리면 네트가 픽업한다. 그러니 랑데뷰 날에 무조건 도착한 장소와 같은 곳에 있어야 하는데, 문제는 과거의 모습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워 도착 장소가 매우 뜬금없을 수 있다는 것 (숲 한가운데랄까, 폐쇄지역이랄까). 주인공인 키브린은 중세를 연구하는 역사학도로 새내기 때부터 시간여행만을 위해 살아온다. 그리고 마침내 크리스마스 무렵에 1320년으로 가게 되는데! 대학 내의 답답~함이 느껴지는 교수 간의 알력 다툼과 준비 부족과 근거 없는 통계자료 오용 등 복장 터지게 만드는 일이 벌어지던 와중에 네트가 열리고 키브린의 시간여행이 시작된다. 그러나 통계적으로 볼 때 제 때, 제대로 이루어질 것이라 믿었던 모든 것이 틀어지고, 키브린의 중세 여행과 맞물려 현대에서는 갑자기 전염병이 돌아 대학의 모든 시스템이 마비되고 만다. 현대에서 키브린을 지도했던 교수들이 전염병과 싸우며 키브린을 구하기 위해 애쓰고, 과거로 간 키브린은 자신이 떨어진 세상이 1320년이 아니라 무려 28년이나 차이나는 1348년, 즉 흑사병이 창궐하는 시기임을 알게 된다 (이것까지도 책 소개에 나왔던 기억).

지루하다는 평이 많았는데 그 이유는 아마도 앞부분에 벌어지는 일 때문에 연속으로 복장이 터져서가 아닐까. 그런데 실제 현실이 그렇지 않나? 이건 오히려 하이퍼리얼리즘이여. 시간여행 네트를 열고 이를 관리하던 엔지니어가 병으로 쓰러져서 생사를 넘나 드느라 키브린이 어떻게 되었는지 정확하게 알려줄 수 없게 되고, 전염병에 뜬금없이 인도(India)가 붙는 바람에 병 옮기는 사람들 몰아내라고 (이주 반대) 밖에서는 데모하고, 시간여행의 네트를 통해 바이러스가 넘어왔을 것이라고 믿는 관리자와 일반인으로 인해 네트가 닫히기도 하고, 병원에서는 환자의 안정을 위한다며 정보를 완전 차단해서 오히려 해결이 안 되게 만들고. 거기다 뭔가 중요한 내용을 전달하려고만 하면 끊기는 바람에 읽는 사람이 짜증 난다. 그냥 말을 해! 붙잡고 물어보라고! 버티고 있어! 하면서. 중세로 간 키브린도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이라, 각종 예방 접종을 다 하고 갔는데도 뜬금없이 도착하자마자 아파, 거기다 아파서 거의 기절한 바람에 생각도 안 했던 마을로 끌려가서 도착 장소가 어딘지 몰라, 현대 영어를 중세 영어로 자동으로 번역해준다던 번역기는 비교 자료를 축적하는데 시간이 걸려 먹통되고, 준비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다 틀어져서 옷이며 신분까지 제대로 먹히는 게 없고! 그래도 끝까지 따라가면 보상을 얻게 될 것이다.

2050년대라고 해봐야 오늘날과 크게 차이가 없는데, 가장 큰 오류?라면... 휴대전화가 없어! 화상통화는 하는데 휴대전화는 아무도 들고 다니지 않는다. 이게 의사소통을 막아 독자의 답답 지수를 올리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하지. 전화를 안 하면 메시지라도 해야 하는데 그것도 없네... 작가가 생각을 못 했나, 아니면 2050년쯤 되면 오히려 사소한 연락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나? 이걸 제외하고는 그냥 오늘날이라고 생각해도 될 만큼 거리감 없는 글이다. 거기다 역사학자의 시간여행이라니! 안 갈 사람 아무도 없을 듯 ㅎㅎ. 책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다 요즘과 너무나도 유사해서 역시 인간사 별 다를 게 없구나 싶었다. 옥스포드 시간여행 시리즈가 두어 권 있다고 읽은 기억인데 한 번 찾아볼까나? 아니면 힐러리 만텔 책이나 살까? (BBC 라디오에서 읽어주긴 하더라만...)

Angels in America

연극+책 2020. 3. 16. 01:35 Posted by 바나나피쉬

오더블로 들었다. 2018년 브로드웨이 버전. 앤드류 가필드가 프라이어 역. 웨스트엔드에서는 조 피트를 러셀 토비가 했다고 들은 기억이고, 그러면 그 때 루이스는 누구였나? 브로드웨이에서는 제임스 맥아들(McArdle - 한글로 적으니 웃기구나)이 루이스였고 하퍼 역은 드니스 고프. 리 페이스가 조 피트 역. 몇 달 전에 심지어 프리-오더로 사 놓고는 띄엄띄엄 듣다 요 며칠 몰아 들어서 끝냈다. 이미 자면서는 한 번 이상 끝냈지만... HBO 드라마도 봤고, 2011년인가 퍼블릭에서 한 연극도 다 봤고 (브로드웨이 트랜스퍼는 안 됐던 듯). 그러나 책은 안 읽은... 그래서 그런가 내용이 하나도 기억 안 나더라. 가서 봤을 때는 딱히 이해하기 힘들지 않았던 것 같은데. 퍼블릭은 극장이 매우 작아서 한 줄에 20-30명 정도 앉았었나... 극장에 200명 정도 들어갔었나. 아무튼 나는 혼자 터덜터덜 갔었는데 나를 빼고 양 옆, 앞 뒤가 다 남남 커플 일색이어서 완전 충격이었... <남남 남남 남여 남남 나 남남 남남 남남 남여> 뭐 이런 분위기. 원래 재커리 퀸토와 크리스찬 볼이 주연이었는데, 이 둘 빠지고 나서 연장된 공연에는 아담 드라이버와 마이클 유리가 주연을 맡았었다. 넋 놓고 있다가 처음 라운드 놓치고 두 번째로 한 비싼 공연 (흑), 그것도 1, 2부 따로 봐야 하는! 연극이라 갈까 말까 망설이다 질렀었는데. 가길 잘 했지... 생각은 안 나도. 천사 등장하는 장면이 궁금해서 갔었는데 그냥 줄 묶어서 천장에서 내려 줬던 것 같다. 거기다 주연들이 다들 "진짜" 벗고 나오셔서 쩝. 극장 안이 고요~ 아직도 이건 생각난다 ㅎㅎ

아무튼 이 장광설은 오더블을 다 끝낸 기념으로 푸는 것이고. 들으면서도 내내 아이고 잘 한다, 발음 좋다, 액센트 훌륭하다 했는데 배우들 거의 다 영국 사람. 헐. 앤드류 가필드야 어릴 때 미국에서 살았다쳐도 (부모가 다 미국인이고 본인도 미국 태생이었나?), 제임스 맥아들은 완전 깜놀. 다 듣고 나서야 검색해 봤는데 Mary, Queen of Scots에서 메리 오빠였어? 그런데 미국 액센트 이렇게 잘 한다고? 전혀 몰랐다 +_+ 이것 말고도 루이스 버벅거리는게 원래 극에 써 있었던 건지가 급 궁금해져서 책 사야 하나 생각 중. 루이스가 젤 잘하더만! 리 페이스의 조 피트는 목소리 엄청 좋은데 너무 천천히 말해서 의도가 무엇인지 좀 궁금했으나, 중간에 프라이어 선조로 나와 영국식 액센트 하는게 맘에 들어 궁금한 걸 잊었슈. 드니스 고프도 목소리 진짜 좋다. 하퍼는 HBO의 메리 루이즈 파커 이미지가 강해서 계속 이 비주얼과 목소리를 연결지었는데 실물과는 차이가 좀 있더라. 그러나 또 미국 액센트 너무 잘해서 깜놀. 아일랜드 출신이라며! 이렇게 잘 하냐... 하나도 안 거슬렸다 (좀 막귀이긴 하다). 벨리즈 역도 영국 배우더라고 헐. 영국 사는 흑인도 그런 액센트 쓰나? 그렇진 않을테고. HBO 버전의 벨리즈가 연상되는 연기인데 그래도 괜찮았다. 네이선 레인은 뭐 말할 필요도 없는 거고.

다 듣고 궁금해서 배우 인터뷰 찾아봤는데, 1, 2부 다 3시간 넘고, 일주일에 한 두번은 두 편 연속으로 공연해서 스트레스가 상당했던 것 같다. 드니스 고프가 1부만 계속 공연하다보면 끝이 안 나서 정신적으로 힘들었다고, 2부의 night flight 대사를 해야 끝이 난 것 같았다는 식으로 인터뷰 했고. 진짜 그럴 듯. 사실 보는 사람도 벼르고 가야만 할 정도라 공연하는 배우들은 오죽했을고. 런던 공연 끝나고 브로드웨이 제안 받았을 때도 이거 또 6개월 어떻게 하냐고, 못 한다고 했는데, 그래도 브로드웨이! 하면서 갔다고 한다. 그렇지 브로드웨이잖아. 뉴욕이잖아. 베데스다 분수가 있잖아. 으흐흑. 베데스다 분수 찍어 놓은 사진이 어디인가 있을 텐데 찾을 수는 있으려나 모르겠네. 2018년 공연은 어차피 가지도 못했고 갈 생각도 없었지만, 오더블로라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HBO 드라마를 다시 볼까. 근데 이상하게 손이 안 간다. 밀려 있던 오더블을 하나씩 해치우는 중인데, 아무래도 오더블로 듣기에는 스릴러가 최고고 그 다음은 연극이나 라디오 드라마, 그 다음이 인기 소설이나 자서전 류이고, 마지막이 역사서인 듯. 지른 역사서가 몇 권이냐... 끝낸 건 한 권도 없... 아 Code Girls 하나 다 끝냈나... 생각이 안 나.

리디 정리?

연극+책 2019. 12. 8. 13:41 Posted by 바나나피쉬

리디 로맨스 끊으려고 했는데 아직도 못 끊는 중. 이것이야말로 중독이구나. 게임 중독은 일도 아녀!

읽은 거 정리나 해보려고 했는데 이미 내 서재에는 4000권이 넘어가고요 (만화는 한 회가 짧으니께... 그것도 다 권으로 치는 거 같더라. 무료 회차 엄청 봤는데)... 마음은 썩어가고요. My mind is in the gutter (이거 최근에 어디서 들었는데 어디었더라...). 돈은 뭐. 이 정도 캐쉬도 못 지르면 일은 뭐하러 하나(라기 보단, 그래 식비를 줄이는 계기로 삼아야지). 거기다 BL은 2x년 전 야오이 시절에 보고 손도 안 댔었는데 어제는... 망가졌. 이런 거 그리고 쓰시는 분들은 일상생활 가능하신가? 어차피 그리고 쓰느라 바쁘셔서 일상생활 못 하시겠다만.

지난 겨울에는 연재에 빠져 날마다 손꼽아 기다리던 게 있었는데 그 후에 단행본으로 눈을 돌렸고 곧 만화를 집적거리다가 이제 국내 순정으로 넘어와서... 또르륵. 이번 생은 망했네. 스트레스 받는 걸 해소하는 부분도 적잖게 있지만. <상수리 나무 아래> 2부 보다가 현생을 살려고 그만 뒀고 <까마귀는 반짝이는 것을 좋아해>도 엄청 열심히 챙겨보다 마지막은 그냥... 중간에 한 번 끊으면 궁금하지도 않아서 안 보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제목도 미묘한 <폐하의 밤>에 꽂혀서. 이것은 사회화의 문제... PC한 인생은 힘들고나. 진짜 썩었는데 재밌어... 길티 플레져다. 그러나 연재 중이고, 그나마 월-금이라 다행이지만 연재 따라가다 보면 왠지 재미가 없어진다고나 할까. 쌓아두고 봐야는데 언제? 이번 달 말이나? 하지만 난 또 열심히 캐쉬 충전하여 날마다 보고 있겠지... 다른 연재는 <그림자 없는 밤> 이것도 거의 밤새워 달렸다. 연재는 손 대면 안 되는데 으흐흑. 끝을 향해 가는 것 같기는 하다만 계속 따라갈 수 있을까 싶다. 나 일해야 하는데. 아무튼 이 두 편 추천.

최근 진짜 재미있게 본 건 서사희의 <숨자취를 더듬은 적 없다>. 이왕 볼 거면 19금인데 이건 평이 너무 좋아서 19금 아니라도 달렸네. 글 잘 쓰시고요 내용 알차고요, 철학 전공자이신가 사유가 깊으십니다... 내용은 진짜 너무나 피폐. 하지만 주인공이 다들 입체적이라 좋았다. 넷플릭스의 더 크라운이 생각나더라는. 왕관이란 이렇게 한 없이 무거운 것이라오. 소설이든 영화든 한 작품 좋으면 같은 작가, 감독으로 죽 달리는지라 <일어나지 않은 것들에 관하여>도 봤지. 작가님 상상력이 대단하셔서 회귀는 회귀인데 말도 안 되는 방향으로 치닿는다. 이 전에 한 동안 리디에 안 들어갔었는데 물꼬를 텃어요 아주...

그리고 만화... 1x년 전에는 온라인으로 만화 볼 수 있는 데가 미스터 블루인가 밖에 없었지만 그때도 정액 충전해서 달리곤 했지. 특히 방학 때. 요즘은 많아져서 좋구나. 19금은 일본 순정만 있는 줄 알았는데 국내 작가님들도 많이 그리시더라는. 몇 년 전인가 통근버스에서 어떤 분이 (같은 데서 일하시므로 누군지 몰라도 배경은 짐작 - 품위 유지가 어느 정도는 요구되는 쪽이라) 스마트 폰으로 뭔가를 보시는데 그게 성인만화라 벙찐 적이 있었다. 내가 대각선으로 뒤쪽에 앉아 있던 차에, 그분이 기지개를 켜시는지 스마트 폰 쥔 손을 올리는데 마침 화면이 딱 보였거든. 완전 허거걱했다. 그 후로도 그분 마주치면 그때 스마트 폰 화면이 생각나면서 헐. 굳이 그걸 밖에서, 그것도 통근버스에서 볼 일이냐! 왠지 성인물에 대한 편견이 생겼었다만, 집에서 혼자 보는 거야 뭐. 요즘 작가님들은 참 잘 그리시네... 수위도 엄청나고. 2x년 전 야오이도 그랬었나. 그때 제일 유명했던 게 브론즈였나 절 뭐시기였나. 난 약한 것만 봤던 터라. 리디에서 본 건 <배덕의 밤> 쿨럭. 너무 빨리 끝나서 좀 벙 쪘고, 그 다음에는 <바보개와 아가씨>, 그리고 <하지점>... 하지만 19금도 아닌 <브링 더 러브>를 보고 완전 꽂혔고, 제스트쿄의 다른 책 찾다가 BL임에도 연작(?) 비스무리한 <흑견의 노예왕자>를 읽으며 대충격을 받았다는 맥락 없는 전개이다. 흠흠. 근데 수위가... 수위가... 좀 괴로웠다. 아무튼 다 추천. BL까지 손을 대면 이번 생은 그만 살아야 하므로 멀리하고 있었는데! 거기다 요즘엔 GL까지 나와서 (몇 년 전까진 그냥 백합 아니었더냐? 용어도 못 따라간다 이제)... 이런 거 다 챙겨보시는 분들은 일상생활이 가능하신가? 일상과 취미의 구분이 확실이 되는가? 난 한 번 꽂히면 그냥 주야장천 몇 시간이든 보는 쪽이라 조절이 안 되는데. 아무튼 GL로는 <여고생과 편의점> (19금 아님)을 보았으며 이것이 매우 재미있었다는 것. 아이고 귀여워라 ㅠ_ㅠ 그리고 또 괜찮았던 만화는 일본 순정, 니시카타 마이의 <Game~슈트의 틈새~> 아이고 이건 그림도 너무 예쁘고, 캐릭터도 좋고. 하다 하다 내가 구글까지 해서 뒷부분 찾아봤다는 거 아니냐. 페이스북에 누군가가 영어로 번역해서 올려놨더라는. 내용 진전은 전혀 없지만.

이것은 새발의 피. 거기다 댓글까지 읽어가며 시간을 버리고 있는데 하다 하다 댓글도 재밌으면 어쩌라고. 리디도 다른 포털처럼 아이디 누르면 댓글 쓴 거 다 나오는 기능이 있었으면 좋겠다. 추천해 주는 거 다 찾아 읽게 ㅎㅎㅎ. 세상에는 어찌 이렇게 능력자들이 많은 것이냐 으흐흐흑. 하지만 난 비루한 현생을 살아야 하지... 사실 로맨스 소설이나 만화는 읽으면서도 학습된 죄책감을 완전히 떨쳐버리기가 힘든데 뭐 어떠냐, 재미있으면 됐지. 그런데 내 삶은... 현생은... 워쪄 ㅠ_ㅠ 그래도 틈틈이 정리나 해봐야지. 이번 정리 대충 끝. 이제 19금 단행본으로... 과연...

9월의 유흥

연극+책 2019. 10. 9. 22:03 Posted by 바나나피쉬

아직 10월이지만.. 올해의 음악(특히 9월의) Natasha, Pierre, and the Great Comet of 1812 이다. 으흐흑. 2017년에 가서 봤어야 했다!!! 당일 티켓도 있었던 기억인데 왜 나는 선셋 블루바드 같은, 글렌 클로즈가 노래도 못하는!! 그런 뮤지컬을 봤던 걸까... 그러나 후회해봐야 아무 소용 없는 것. 아마존 뮤직에서 지른 후, 매주 4번 정도 전곡을 다 듣고 있다. 통근에 시간이 많이 걸려서 어쩔 수 없기도 하지만. 그래서 중간에 뭉텅이로 기억이 없는 부분이 있다. 항상 자거든... 특히 나타샤가 아나톨이랑 사랑의 도피를 계획하다 소냐한테 들켜서 싸우는 부분. 조쉬 그로반은 언제나 그렇듯 노래 잘 하고, 뮤지컬이라 노래를 다르게 해야 했다는데 별로 차이는 모르겠다. 피에르가 극 중에서도 몸 거대하고 살이 점점 붙어가는 (와인을 하도 마셔서) 인물이라 (퍼레이즈 엔드의 크리스토퍼가 연상되는) 살을 일부러 찌웠는지 아니면 배에 뭘 넣었는지 거구로 나온다. 하지만 얼굴은 여전하고. 나타샤 역의 드네 벤튼은 목소리가 어찌나 예쁜지 흑. 듣는 것만도 좋다. 그리고 주인공 중 하나인 아나톨난 루카스 스틸 목소리가 별로라 (거기다 캐릭터도 그닥) 그냥 저냥인데 인기는 엄청났던 모양이다. 음악도 음악이지만 (작곡가 천재임) 다들 전달력이 좋아서 가사가 너무나 잘 들린다. 물론 들린다고 알아듣는 건 아니지만. 거기다 가사가 주인공의 대사나 생각을 전달하는 것 외에도 나레이션 역할을 해서 엄청 웃기다. 예를 들면, 피에르가 아나톨한테 화나서 자신의 big, big hands로 때리려고 하는 거랑, 나타샤와 대화한 후, 긴장해서 (설레어서?) 모피 코트 입으려다 소매 못 찾고 (넓은 가슴 언급은 덤), 화씨 10도의 눈 속에서 썰매 타고 가는 거, 이게 다 본인이 부르는 노래 가사다. 어서 <전쟁과 평화>를 읽어야 하는데, 할 게 너무 많아 손을 못 대겠다. 거기다 도서관에서 대출하면 2주 안에 읽어야 하는데 과연 내가? 그렇다고 끝내지도 못할 거 책 사기도 싫고, 사려면 이북인데 눈은 침침하고.. 딜레마네.

이것만 듣기는 좀 그렇고, 오더블 구독할 것도 골라야 해서 올해의 북 이벤트, 마가렛 앳우드의 신작 The Testaments를 질렀다. 그런데 사고 나니 BBC 라디오에서 15부작으로 읽어주더라. 둘을 동시에 들었는데 이해하는 데는 BBC 라디오가 낫고, 원작의 묘미를 감상하려면 역시 축약 안된 게 훨씬 낫고. 라디오에서 워낙 축약을 잘했는지 (배우도 다 괜찮다) 듣다 보면 엄청 헷갈리는 부분이 있었다. 이번 화 안 들었는데 왜 내용이 다 생각나지? 했더니 오더블로 들은 거더라고. 드라마를 못 봐서 몰랐는데 오더블 읽어주는 배우들은 실제 드라마에 같은 역으로 출연했던 것 같더라. 이번 책은 재미있었으나 아무래도 <시녀이야기>만큼의 충격은 없었다. 주인공 나잇대가 어려서인가 YA 소설 느낌이 많았고. <시녀이야기>도 라디오 드라마로만 듣다가 얼마 전에 드디어 책 뒷부분 읽었는데 문체가 매우 훌륭. 신작은 이 정도는 아닌 거 같다. 내용을 마무리 지으려다 보니 깊이가 다소 부족했던 느낌이다. , <시녀이야기>도 오더블 들어야는데 졸려서 못 듣고 있다   

여전히 로설 보고 있지만 수는 대폭 줄였고, 이제 패디먼의 신작이 도착했으니 그걸 읽어야지. 천재야 천재.

8월 첫 주의 책

연극+책 2019. 8. 5. 16:00 Posted by 바나나피쉬

카페에 앉아서 멍하니 사람들 쳐다볼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신기한 건 사람들 손 쓰는 법. 서양 쪽만 손놀림이 화려한 줄 알았는데 우리나라도 만만치 않다. 처음에는 수화를 쓰나 했을 정도였는데 (카페에는 수화 사용자가 많다) 그냥 말할 때 버릇인 듯. 의외로 다들 손동작이 너무나 커서 가끔 깜짝깜짝 놀란다. 나이 성별 상관없이 꽤 많은데 왜 그럴까나. Expressive hands인가... 아니면 다들 듣는 데 집중을 안 해서? 쓸데없는 잡생각은 여기서 끝.

지난주의 책은 <한자와 나오키> 1, 2, <The Silent Patient>, <당신의 손길이 닿기 전에>. 미야베 미유키의 신작도 읽긴 했는데 시리즈가 너무 열심히 나오다 보니 무슨 내용이었는지 까먹기 일쑤여서 그저 단편집이려니 하고 있다.

<한자와 나오키>는 드라마가 워낙 유명해서 책이 벌써 나온 줄 알았는데 올해에야 번역된 모양? 도서관에 예약 걸어서 후딱 받아왔다. 내용은 이미 가물가물한데, 중간에 소름 돋을 정도로 긴장하면서 읽은 부분은 생각난다. 후, 이런 장면이 드라마에서 계속 나왔으면 시청률이 이해되는구나. 은행원이 아니라 탐정일세. 일본이고 한국이고 기업문화는 하나도 모르지만 뭔가 이해가 퐉퐉되는 분위기긴 했다. 그러나 정작 드라마를 보기 시작하니 이렇게 지루할 수가... 오이카와 미츠히로가 주연급이라 기대했다만 매너리즘 여전하시군요. 그래도 안 늙네. 평생 벳시 같은 역만 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다양한 배역도 잘 맡고. 사카이 마사토는 얼굴이 왜 이리 빵빵한가... 딱히 쳐질 나이는 아니었지만. 계속 보다 보면 더 재미있어지려나?

<The Silent Patient>는 오더블로 들었다. 오더블은 스릴러가 제일이다! 하면서 골랐는데 (이전에 책 끝을 접다인가에서 소개글 본 듯 – 나름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이기도) 괜춘. 남편을 총으로 쏴 살해한 화가의 이야기로 시작하는데, 이 화가는 그 후 장장 6년간 한 마디도 말을 하지 않는다. 그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심리치료사가 치료 방법을 모색하는 한편 개인적 일상사를 풀어내는 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뭔가 작위적인 느낌이 계속 들어서 아, 이 작가 첫 번째 작품이라 능력이 부족한 건가, 했더니 다 이유가 있었다. 끝부분 갈수록 허거걱! 앞 몇 시간은 그냥 흠... 재미는 있네... 심리 치료며 그리스 희극이며 공부 좀 했구먼... 하면서 듣다가 갑자기 막 몰아쳐서 소름이 확 돋았을 정도다. 화자에 따라 남녀 배우 두 명이 읽는데 심리치료사 역 잭 호킨스 목소리 좋더라. 오더블에서 듣지 못했던 특이하면서도 좋은 목소리였다. 심심할 때 다시 한번 들어도 괜찮을 책.

<당신의 손길이 닿기 전에>는 원제가 <Before We Were Yours>다. 원제가 내용에 더 들어맞는 제목인데 한글 버전도 나쁘지는 않다. 오더블에서 계속 추천 뜨는데 들을까 말까 결정을 못 내리던 중, 도서관에서 제목 보고 한글로 번역된 걸 알았다. 상호대차로 어제 받아 오늘 반납. 내용은 그야말로 흥미진진하다. 대공황기 미국 남부, 부모의 동의 없이 아이들을 데려다가 고아로 속여 아이를 원하는 양부모에게 팔아넘겼던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배경으로 깔았다. 제목대로 이 아이들이 양부모의 것이 되기 전 이야기가 나오는데, 재미는 둘째치고 안 읽혔다... 후다다닥 넘겨서 흥미진진한 부분만 막 읽고…. 왜일까. 번역이 안 맞나? 그보다도 구성이 식상한게 이유였을지도. <The Silent Patient>도 비슷하긴 하지만, 화자가 왔다 갔다 하고 시간을 교차하는 구성이 이제는 너무 많다. 거기다 매력적이지만 약혼한, 혹은 결혼한 여자 주인공이 사건의 진상을 밝히던 와중 멋진 “새” 남자를 만난다는 것도 좀... (스포일러지만 너무 뻔해서...) 소설보다는 20세기 중반 미국 내 입양을 다룬 역사서를 읽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그나저나 그런 연구 있나? 요 몇 년 새에 나왔으려나?

그리고 여전히 리디를 끊지 못하고... 리디 19금 로판 읽은 거나 정리해볼까 싶다가도 감히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양이 많아졌고 감상이라 해봐야 괜찮다 일색이라 의미 없음.

7월의 책

연극+책 2019. 7. 24. 16:17 Posted by 바나나피쉬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서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사실은 리디 로맨스 소설과 만화를 끊기 위해서인데 둘 다 봤다는 게 함정. 진짜 그만 봐야지. 이건 중독이다.

1. 루스 웨어, 인 어 다크 다크 우드
<우먼 인 캐빈 10>을 매우 흥미진진하게 “들어서” 다른 책도 읽어 보기로. 같은 장르이며 훨씬 더 유명한 <나를 찾아줘>도 읽고 싶긴 한데 (아 물론 작가는 다르다) 꽤 긴 듯하여 영화만 보고 책은 포기했다만 이건 그나마 읽을만한 길이라 선택. 뭐 그냥 저냥 재미있었다. 여자라 겪을만한 일이 줄줄이 나오고 나름 짜임새가 있으나 <우먼 인 캐빈 10>과 유사한 구조였다. 그러나 나는 뒷부분까지 범인이 누군지 짐작도 못했지 흠.

2. 로버트 브린자, 얼음에 갇힌 여자/ 나이트 스토커
여성 작가가 쓰는 장르소설이 뜨면서 남자 작가들이 여자 이름 써서 책 낸다는 기사를 읽고 헐... 했는데 이 책은 작가 이름이 대놓고 로버트라 안심 반 걱정 반. 남자 작가치고는 특이하게 주인공이 여자 경감이다. 거기다 슬로바키아 출신이고. 물론 영국인과 결혼해서 시민이긴 하겠다만 나름 신선했다. LGBT 비중이 높다 했더니 작가가 게이였네. 그래서 여자 주인공을 내세웠다고 하면 이거야말로 편견이겠지. 아무튼. 한국에는 시리즈 중 두 권만 번역되었는데, 이 외에도 세 권 정도 더 출간된 듯. 이것도 아무 생각없이 읽기 좋다. 밀레니엄 시리즈도 생각나는데 영국은 영국이지 북유럽과는 뭔가 분위기가 다르다. 범인의 나레이션이 앞부분부터 나온다는게 특징이랄까.

3. 안경원숭이, 황제와 여기사
19금만 내리 읽다가 평이 좋아서 사버렸다. 밤 11시쯤 시작해서 새벽 4시까지 쉬지도 않고 읽었는데 뒷부분에 로맨스가 진행되면서는 뭔가 시들해져서 읽는 둥 마는 둥. 페미니즘 요소 매우 많고 잘 녹아들어 있어 정말 좋다. 그런데 아무 생각 없이 읽기는 좀 힘들고 재미가 없... 유머도 좋은데 작명이 심해 ㅠㅠ 거기다 이런 남주는 현실에 없어 아예 없어. 배경이 아니라 남주가 판타지다. 물풀 작가의 <혼수는 검 한 자루>와 비슷한 맥락이고, 너무 너무 좋은 내용이지만 나의 교육 환경이 발목을 잡는다... PC하지 않은 걸 읽으며 까는 맛이 있어야 스트레스 해소용 독서인 것인가. 너무 대충 읽어서 더 그런가. 아무튼 이걸 끝으로 리디에서 발을 빼겠다. 이미 많이 읽었어. 일상 생활 불가능할 정도로. 정신을 차리고 정말 읽어야만 하는 책을 읽자. 엉엉.

설 연휴 책

연극+책 2019. 2. 7. 21:29 Posted by 바나나피쉬

인터넷하다 우연히 리디북스 광고 보고 김수지의 로판 <상수리나무 아래>를 시작했다. 그리고 사이트 가입 후부터 5일 순삭 -_-;; 내가 이렇게 미친듯이 캐쉬를 충전했던 적이 과연 있었던가. 그래도 시름을 덜 수 있었어... 덕분에 뭘 해도 심난한 마음을 달랬다. 일단 책이 정말 정말 재미있었다. 전형성이고 클리셰고 뭐고 떠나서 재미가 최고지. 글발도 엄청 좋고 역사/판타지 섞은 것도 자연스러웠다. 1부 하룻밤에 다 끝내고 외전은 아마도 다음날 다 해치웠나... 그러다가 다른 책에도 손을 대서 이후 사흘 밤을 19금 로설 읽기로 불태웠다, 으흐흐흑. 그나저나 <상수리나무 아래> 2부는 언제 나오나. 이거 말고 <남극에 사는 기린>도 참 재미있었는데... 다른 책은 별로 생각나는 것이 없... 아무튼 세상에는 훌륭하신 능력자 분들이 참 많아. 정신이 나가서 다른 연재작 2편에도 손을 대버렸으나 이제 끊기로 했다. 아니면 일상 생활을 할 수가 없을게야... 거기다 난 읽어야 할 책이 이미 산더미야. 얘네들은 잘 읽히지도 않는다고. 

동시에 읽고 있는 책이 유발 하라리의 <사피언스>. 원서 질렀는데 읽기 싫어서 밍기적거리다 일주일 쯤 전에야 시작했다. 요즘은 도통 책을 통째로 읽지 않아서 이것도 여기 저기 찔러만 봤는데 명성대로 전체 다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 물론 딱히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일단 글발이 좋고 예도 쉽고 이것 저것 연결하는 솜씨도 뛰어나서 열심히 읽게 된다. <총, 균, 쇠>도 콜럼버스 나오는 부분만 대충 보고 말았는데 다시 읽어야할까 싶기도. 요새 중세 시기도 뒤적거리는 중이라 <Warriors of God> - 3차 십자군 전쟁 중 사자왕 리처드와 살라딘에 대한 책 - 도 책장 구석에서 꺼내왔고, 예전에 수업 들었던 자료는 꺼내야지 마음만 먹다 한 달이 지났다. 중세 시대하면 신성 로마 제국에서 오토와 헨리(영어로 수업 들어서 이름이 이 모양이다)가 주구장창 반복되던 거랑 성모 마리아밖에 생각나는 게 없는데 (한국어로 들은 중세 독일사?는 전~혀 생각이 안 난다. 뭔가 영어 책을 열심히 읽었다만) 책 좀 읽어야겠다. 그래서 <마르탱 게르의 귀환> 원서를 질렀으며, 이걸 어디 다른 데에 써먹을 수 있을까 생각 중이다. 근데 언제 읽어? <고양이 대학살>도 안 읽었는데... 이거 프랑스 혁명 배경이었나? 자꾸 먼나라 이웃나라만 생각이 나는 것이, 역시 조기 교육이 중요하구나 싶다. 그리고... 나 대학 때 교수님들 실력이 정말 좋으셨구나... 무지한 내가 내용을 기억하지 못할 뿐. 나보고 가르치라 하면 절대 이 정도로 못할 듯, 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