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첫 주의 책

연극+책 2019. 8. 5. 16:00 Posted by 바나나피쉬

카페에 앉아서 멍하니 사람들 쳐다볼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신기한 건 사람들 손 쓰는 법. 서양 쪽만 손놀림이 화려한 줄 알았는데 우리나라도 만만치 않다. 처음에는 수화를 쓰나 했을 정도였는데 (카페에는 수화 사용자가 많다) 그냥 말할 때 버릇인 듯. 의외로 다들 손동작이 너무나 커서 가끔 깜짝깜짝 놀란다. 나이 성별 상관없이 꽤 많은데 왜 그럴까나. Expressive hands인가... 아니면 다들 듣는 데 집중을 안 해서? 쓸데없는 잡생각은 여기서 끝.

지난주의 책은 <한자와 나오키> 1, 2, <The Silent Patient>, <당신의 손길이 닿기 전에>. 미야베 미유키의 신작도 읽긴 했는데 시리즈가 너무 열심히 나오다 보니 무슨 내용이었는지 까먹기 일쑤여서 그저 단편집이려니 하고 있다.

<한자와 나오키>는 드라마가 워낙 유명해서 책이 벌써 나온 줄 알았는데 올해에야 번역된 모양? 도서관에 예약 걸어서 후딱 받아왔다. 내용은 이미 가물가물한데, 중간에 소름 돋을 정도로 긴장하면서 읽은 부분은 생각난다. 후, 이런 장면이 드라마에서 계속 나왔으면 시청률이 이해되는구나. 은행원이 아니라 탐정일세. 일본이고 한국이고 기업문화는 하나도 모르지만 뭔가 이해가 퐉퐉되는 분위기긴 했다. 그러나 정작 드라마를 보기 시작하니 이렇게 지루할 수가... 오이카와 미츠히로가 주연급이라 기대했다만 매너리즘 여전하시군요. 그래도 안 늙네. 평생 벳시 같은 역만 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다양한 배역도 잘 맡고. 사카이 마사토는 얼굴이 왜 이리 빵빵한가... 딱히 쳐질 나이는 아니었지만. 계속 보다 보면 더 재미있어지려나?

<The Silent Patient>는 오더블로 들었다. 오더블은 스릴러가 제일이다! 하면서 골랐는데 (이전에 책 끝을 접다인가에서 소개글 본 듯 – 나름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이기도) 괜춘. 남편을 총으로 쏴 살해한 화가의 이야기로 시작하는데, 이 화가는 그 후 장장 6년간 한 마디도 말을 하지 않는다. 그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심리치료사가 치료 방법을 모색하는 한편 개인적 일상사를 풀어내는 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뭔가 작위적인 느낌이 계속 들어서 아, 이 작가 첫 번째 작품이라 능력이 부족한 건가, 했더니 다 이유가 있었다. 끝부분 갈수록 허거걱! 앞 몇 시간은 그냥 흠... 재미는 있네... 심리 치료며 그리스 희극이며 공부 좀 했구먼... 하면서 듣다가 갑자기 막 몰아쳐서 소름이 확 돋았을 정도다. 화자에 따라 남녀 배우 두 명이 읽는데 심리치료사 역 잭 호킨스 목소리 좋더라. 오더블에서 듣지 못했던 특이하면서도 좋은 목소리였다. 심심할 때 다시 한번 들어도 괜찮을 책.

<당신의 손길이 닿기 전에>는 원제가 <Before We Were Yours>다. 원제가 내용에 더 들어맞는 제목인데 한글 버전도 나쁘지는 않다. 오더블에서 계속 추천 뜨는데 들을까 말까 결정을 못 내리던 중, 도서관에서 제목 보고 한글로 번역된 걸 알았다. 상호대차로 어제 받아 오늘 반납. 내용은 그야말로 흥미진진하다. 대공황기 미국 남부, 부모의 동의 없이 아이들을 데려다가 고아로 속여 아이를 원하는 양부모에게 팔아넘겼던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배경으로 깔았다. 제목대로 이 아이들이 양부모의 것이 되기 전 이야기가 나오는데, 재미는 둘째치고 안 읽혔다... 후다다닥 넘겨서 흥미진진한 부분만 막 읽고…. 왜일까. 번역이 안 맞나? 그보다도 구성이 식상한게 이유였을지도. <The Silent Patient>도 비슷하긴 하지만, 화자가 왔다 갔다 하고 시간을 교차하는 구성이 이제는 너무 많다. 거기다 매력적이지만 약혼한, 혹은 결혼한 여자 주인공이 사건의 진상을 밝히던 와중 멋진 “새” 남자를 만난다는 것도 좀... (스포일러지만 너무 뻔해서...) 소설보다는 20세기 중반 미국 내 입양을 다룬 역사서를 읽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그나저나 그런 연구 있나? 요 몇 년 새에 나왔으려나?

그리고 여전히 리디를 끊지 못하고... 리디 19금 로판 읽은 거나 정리해볼까 싶다가도 감히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양이 많아졌고 감상이라 해봐야 괜찮다 일색이라 의미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