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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책'에 해당되는 글 96건

  1. 2016.06.04 5월
  2. 2016.04.12 교고쿠 나츠히코
  3. 2015.11.13 Career of Evil (Cormoran Strike #3) 스포일러 만발 4
  4. 2015.11.04 라디오 드라마 풍년
  5. 2015.10.10 BBC 라디오 아서 밀러 시즌
  6. 2015.08.24 피가로의 결혼
  7. 2015.07.06 마이 코리안 델리
  8. 2015.03.04 NT Live Frankenstein
  9. 2015.02.21 A Pair of Blue Eyes
  10. 2015.02.09 The Changeling

5월

연극+책 2016. 6. 4. 20:12 Posted by 바나나피쉬

셀마(2015)

보려고 예전부터 쟁여놨다가 이제야 끝냈다. 어쩌면 이리도 시기적절한 영화인지. 요즘 일어나는 사건과 딱 맞아 떨어진다. 이렇게 희생에 희생을 거듭해야만 문제가 제기되는구나. 시간이 걸릴지라도 결국은 해결까지 되리라 본다. 인식이 바뀌는 데 시간이 걸려서, 그렇지 일단 바뀌기 시작하면 문제는 많이 풀릴 거다. 우리나라는 미국 60년대를 답습하는 것 같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80년대는 되는 것 같았는데 이제는 60년대다. 그렇다고 미국이 문제가 없다는 건 물론 아니다.

 

아무튼 영화로 돌아가자면.

일단 다들 연기 잘 하고 실제 인물과도 비슷했다. 특히 말콤 X 역 맡은 배우보고 깜짝 놀랬다. 똑같이 생겼네. 중간에 자주 등장하던 앤드류 영 역할의 배우는 눈에 익다 했더니 The Knick에 나왔었구먼. 재미있는 점은 주연 배우 대부분이 영국 출신이라는거. 린든 존슨 역의 톰 윌킨슨도, 조지 월리스 역의 팀 로스도, 심지어 마틴 루터 킹 역의 데이빗 오예로오도. 돈이 덜 들어서 영국 배우 쓰나. 오예로오도 MLK랑 비슷한 느낌이다. MLK 측에서 오리지널 연설문 못 쓰게 해서 재창작했다고 들었는데 마지막 연설 멋있었다. 영국 출신이라 미국 흑인 특유의 느낌을 모를텐데 (이것도 편견인가) 어찌 저리 연설을 잘하는지, 역시 배우는 배우네. 린든 존슨을 부정적으로 그렸다고 말이 많았던 모양이다만 영화는 영화일 뿐 다큐가 아니기 때문에 내용 상 전혀 문제 없었다. MLK의 부정에 대해서도 언급을 해줘서 우상화를 다소 막았고. 여자 배우들이 너무 예뻐서, 거기다 너무 하얘서 좀 신경쓰이긴 했지만 20세기 초반의 사회 운동 이끈 흑인들이 다 백인 피 많이 섞인 혼혈인 걸 생각해 보면 딱히 걸고 넘어질 부분은 아닌 듯. 거기다 헐리우드 영화에서 꼭 등장하는, 백인 영웅이 마지막에 모두를 구하는 그런 결말이 아니라 좋았다. 사실 그런 식으로 끌어나갈 수도 없었지. 역사가 그렇지 않은데.

 

존 루이스 이름이 귀에 익다했는데, 나 루이스 자서전도 읽었었다... 대충 읽어서 기억이 안나나. 한 번 다시 찾아봐야겠다. 마지막 셀마에서 몽고메리로 가는 행진은 5일이 걸렸는데, 당연하게도 그만큼 많이 걸어 본 사람이 없었으니 다들 발에 물집 생겨서 힘들고, 쉬라고 농장 내 준 사람들은 나중에 공격당하고, 길가에는 남부연합 기 흔들고 욕하는 백인 천지. 진짜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목숨 걸고 운동을 할 수 있을까. 2번째 셀마 행진에는 MLK의 호소를 듣고 전국에서 몰려온 백인 종교인들이 참여하는데 이것도 감동적이고. 역시 진정한 종교인들은 이래야 하는구나 싶었다. 처음 보면서도 엉엉 울었는데, 다시 볼 때마다 운다. 아이고 슬퍼라. 날마다 암살 위험 속에서 사는 남편을 지켜봐야 했던 부인과 아이들의 기분은 어땠을까. 몇 년을 오늘일까 내일일까 조바심내면서 살다가 마침내 남편이 죽었을 때는 오히려 체념하게 됐을까. 모든 걸 내놓고라도 따를 수 있는 영웅이 있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나.

 

민중의 적

LG 아트센터 패키지 끊은 것 중 2번째. 토요일 3시라 귀찮아서 간신히, 그것도 지각할 뻔하면서 갔는데 재미있었다. 중간에는 좀 졸렸지만... 앞에서는 여러 명이 헤드뱅잉 하다가 깨서 웃다가 하고 있더라. 입센 또한 얼마나 시기적절하신지. 100년도 더 전에 쓰여진 극이 아직까지 어필할 수 있다는 건 정말 놀라우면서도, 인간사를 바꾸기가 얼마나 힘든지 알게 해 준다. 그래서 의미가 있는 건가. 샤우뷔네 극에서는 시의회에서 연설하는 대신 토론으로 바꿨는데, 요즘 처자들은 말도 어찌나 조리있게 잘 하는지, 이 나라의 미래가 밝구나... 또 새삼 느끼고. 그런데 이런 처자들의 능력을 개발해주기는 커녕 집에다 처박아놓고 밖으로 못 나오게 막는게 우리의 현실이겠지.

 

아무튼 집에 와서 민중의 적 오디오북이 있나 뒤졌더니 LATW에서 했더라. 졸면서 들었는데 원작은 나잇대가 훨씬 높고, 하나로 묶었던 여자 캐릭터가 사실 둘인데다, 결말이 완전히 달라서 비장미가 더하다. 샤우뷔네 극은 다들 젊은이라 무너져도 언제든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이 있고, 아직 젊기 때문에 방향을 바꿀 가능성도 있어보이는데 (배우들도 젊어서인지 요즘 세대라 그런지 원작의 결말에는 동의하지 못했다고), 원작은 중년을 지나 다른 일을 해서 돈을 벌기도 힘들고, 부양할 가족에 대한 부담도 더 크고, 거기다 신념이 바뀔 일도 없어 보여서 더 불쌍했다고나 할까.

 

입센은 인형의 집, 유령, 헤다 가블러, 로스메르 저택 (이것만 연극으로 봤다)에 민중의 적까지 끝냈으니, 이제 들오리랑 요한 가브리엘 보르크만에 도전해야겠다. 브랑이랑 사회의 기둥도 어딘가 쟁여 놓은 기억인데 과연...

 

Hollow Crown 시리즈 2

이것도 미뤄놨다 시작했는데, 아직 헨리 6세 파트 1밖에 못 끝냈다. 내용을 몰라... 장미 전쟁이 어찌됐는지 다 잊었어... 거기다 셰익스피어는 워낙 뻥을 많이 쳐놔서 이걸로는 따라갈 수가 없지. 그래서 마이크 워커의 플란타지넷을 들었다. 예전에 리처드 2세 보고 플란타지넷 시리즈로 들었더니 이해가 잘 되더라고. 하지만 이번에는 들어도 어떻게 되는 지 잘 모르겠다. 아무튼 리처드 3세를 기다리며 중간 단계를 잘 넘어서야 할텐데. 예전에 리처드 3세 봤을 때도 내용 하나도 모르는 채로 가서 도대체 이 인물들의 관계가 어떻게 되는가 끝까지 잘 이해가 안 됐는데 (거기다 케빈 스페이시가 리처드 3세로 나와서 나이가 좀...) 이번은 그보단 나으리라 믿는다.

 

헨리 6세 역을 맡은 톰 스터리지 연기 잘 하고. 우유부단의 극치를 달리고 나중에는 미쳐버리기까지 하는 왕 역에 꽤나 잘 어울린다. 기본적으로 소심하고 성정이 유약하나 왕은 왕인게지. 소피 오코네도도 괜찮고. 리처드 3세에는 거의 유령같은 인물로 나오던데 과연... 사무엘 웨스트가 오랜만에 정상적으로 나와서 좋았다. 연극이었으면 헨리 6세역 했을텐데 슬프다. 으흐흑. 그나저나 헨리 6세 2부와 리처드 3세는 언제 보나. 테넌트의 리처드 2세도 쟁여는 놨는데 언제쯤 볼 수 있을지. 우선 킨들로 텍스트를 다운받아야 할 것인가.

교고쿠 나츠히코

연극+책 2016. 4. 12. 00:24 Posted by 바나나피쉬

오래 전부터 읽어보고는 싶었는데 (한국에 번역되서 나올 무렵 츠츠미 신이치 나오는 영화를 봤거든... 근데 생각이 하나도 안나더라. 나 혹시 자막없이 봤었냐....) 책이 너무 두꺼워서, 거기다 많이도 나와서 엄두를 못 내다가 2주 전부터 도전했다. 일단 우부메의 여름부터. 양자역학 나와서 기뻤다. +_+ 역시 소설로 배우는구려. 아직도 잘 모르겠다만 전보다는 뭔가 배운 것 같은 느낌이다.

 

망량의 상자는 동네 도서관에 없어서 멀리서 지고 왔다. 할 일이 엄청나게 많음에도 불구하고 주말에 다 읽어버렸다. 중간 중간 대충 건너뛰기도 하고 전반적으로 슬슬 읽어서 뒤돌아서면 이미 내용이 가물가물할 정도지만 그래도 흥미 진진하네. 진짜 짜증나지만 뒤가 궁금해서 읽게 되는 책이다. 근데 나 이것도 영화로 봤었나... 개봉했던 건 기억이 나는데 과연...

 

광골의 꿈은 오늘 낮에 빌려서 정처없이 동네를 배회하며 다 읽었다. 미쳤지... 할 일이 많은데... 거기다 이런 속도로 읽어버리면 그냥 책장을 넘긴 건지 읽은 건지 나 자신도 알 수가... 이것도 재밌긴한데 너무 나갔네. 본격적인 사건 시작이 늦어져서 좀 그랬다. 그나 저나 이런 상식 및 지식은 도대체 어디서 얻는 것이냐. 이 작가도 엄청나게 다작하는 거 같은데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으면 이런 자투리 지식은 끼워넣기만 하면 되나... 그것도 아닐텐데. 아무튼 존경스럽다.

 

이제 세 편이 남았네.

철서의 우리

무당 거미의 이치

도불의 연회

이것도 2, 3권씩 되는 것이라 과연 조만간 읽을 수 있을까. 광골의 꿈 하 읽으면서 당분간은 손 안 대리라 결심했는데... 다음 주는 그래도 나름 여유있는 주니까 빌려 와?

Career of Evil (Cormoran Strike #3) 스포일러 만발

연극+책 2015. 11. 13. 14:41 Posted by 바나나피쉬

로버트 갤브레이스의 세번째 책이 나왔다. 다작한다 진짜. 어쩌면 이렇게 많이 쓰는지. 생각하고 있는게 너무 많은데 그거 다 못 쓰고 죽을까 봐 걱정이라더니, 줄줄 나온다. 첫번째 책은 어땠는지 생각이 안 나지만, 두번째는 자코비언/캐롤리니언 리벤지 플레이였고 이번에는 락밴드 가사다. 이거 누가 옆에 붙어서 자료 모아다 줘야지 혼자서는 못 쓸 듯.

 

아무튼. 줄거리는 대충. 코모란과 함께 일하는 로빈에게 어느 날 여자의 잘린 다리가 배달된다. 다리와 함께 글귀가 하나 들어 있었는데 그게 바로 블루 오이스터 컬트라는 밴드의 노래 가사. 하필이면 코모란 엄마의 몸에 문신되어 있던 곡의 가사란 말씀. 거기가 다리는 코모란이 폭발 사고로 잃은 것과 똑같은 부분. 로빈을 노리는 건지, 아니면 코모란을 노리는 건지 헷갈리는 마당에, 매스컴이 들이닥치고 스트라이크 탐정 사무소는 일을 점점 잃게 된다. 간신히 사업을 궤도에 올려놨나 싶었는데 이 사건으로 점점 망해가고 있고, 로빈한테 다리가 배달된 거 보니 잘못될까 불안하기도 하고, 로빈한테 끌리는 거 같기도 한데 로빈은 결혼날짜 잡고 준비하고 있고, 거기다 다리를 보냈을 거라 짚이는 놈이 셋이나 되고. 어차피 의뢰도 안 들어오는 거 코모란은 범인 잡기에 몰두한다. 로빈은 로빈 나름대로 매튜가 맨날 징징거리면서 코모란 질투하지, 코모란은 자기를 비서 이상으로는 안 보는 거 같지 (동등한 파트너로 대접해달라!), 월급은 쥐꼬리만큼 받지, 망할 놈이 다리는 보내서 걱정스럽지, 거기다 과거의 비밀이 자꾸 생각나지... 그래서 위태위태하다. 

  

J. K. 롤링의 장점은 묘사력이 아닐까 싶은데, 이번에도 어김없이 런던이며 스코틀랜드 작은 마을이며 매우 생생하게 그려낸다. 너무 생생해서인지 뭔지 현실같지 않다는 게 문제. 그리고 전작의 그림자가 여전히 따라다녀서 아무리 무섭고 gritty하게 그려내도 그다지 실감이 안난다. 나만 그런가.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예 새로운 아이덴티티로 소설을 쓴다는 건 좋은 생각인 듯 하다. 거기다 소재도 점점 넓혀나가고 있고. 첫번째 소설은 cosy mystery 분위기였는데 두번째부터는 쎄게 나가고 있다. 이번에는 등장인물도 많아지고, 사건도 더 심각해진다. 그래도 뭔가 거리감이 느껴져... 북유럽 작가들의 쎄~한 글과는 또 다른 분위기라 정통 스릴러나 미스테리를 원하는 독자라면 불만족스러울 수도 있겠다. 그나저나 소설 한꺼번에 다 쓰고 있나, 얼마 전에 실크 웜 오디오북 들으면서 잤는데 마침 거기 나왔던 게 3권으로 연결되더라. 스토리를 다 구상해 놓은 거여 뭐여.

 

J. K. 롤링은 몇 안 되는 슈퍼스타 여성 작가로서의 책임감이 있는지 여타 작가와는 약간 다른 부분이 있다. 그래서 마음에 든다. 사건은 제껴두고 사실 관심사는 코모란과 로빈이 될 것인가 안 될 것인가 인데, 다른 작가들 같으면 3권쯤 되서 붙여놓을 것이야... 둘 다 서로를 인정하고 끌리기도 하고 딱히 장애물도 없고 (로빈 약혼자가 문제지만) 탄탄대로거든. 3권에서 갈등이 폭발하긴 하는데, 로빈은 평범한 여자가 아니면서 또 가장 평범한 인물인지라 보통 사람들이 택할만한 길로 간다. 이 부분이 제일 현실적이라고 해야 하나. 로빈이 왜 대학을 졸업하지 못했는지, 왜 운전을 그렇게 잘 하는지, 왜 매튜랑 몇 년간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지, 왜 탐정사무소에서 일하고 싶어하는지, 이유가 밝혀지는데, 그 와중에 매튜의 비밀도 들통난다. 파혼감이긴 하지만, 거기다 매튜는 착하고 잘생기긴 했어도 뭔가 재미없는 부류지만, 로빈은 완전히 매튜를 놓을 수가 없다. 반쯤은 정이고, 반쯤은 진짜 사랑이고. 결혼하기로 다 정해놓고 날도 잡고 보증금 다 낸 상태고, 매튜가 옆에서 일 그만 두라고 달달 볶긴 해도 나쁜 애는 아니고, 그 동안 같이 보낸 세월을 단번에 잊을 수도 없고... 이래 저래 하다보면 마음이 바뀌기 마련인게지. 코모란 본인도 샬럿이랑 16년 동안 지지고 볶고 했으니 로빈 말리고 싶어도 못 하고. 그렇다고 아직 사랑은 아니니까 축복하면서 매튜한테 잘 보내줄 수 있겠지. 다음 권부터는 가정 생활과 직장 생활을 병행하는 로빈의 모습이 나오지 않을까 -_-; 이제는 정식 파트너로 인정해달라! 하면서. 이게 사실 직장 여성의 가장 큰 애환인거다. 사내 연애는 문제도 아니란 말이다! 로빈이 나중에 임신이라도 하면 또 그 쪽으로 사건 나오겠고. 둘이 사무소 한 30년 동안 잘~ 꾸려간 다음 은퇴하면서, 그 땐 당신 정말 좋아했었다고, 알고 있지 않았냐고, 고백나오면 재미있지 않을까. 롤링은 30년 정도는 더 쓸 수 있을 거야, 아무렴...

 

언제나 산으로 가는 리뷰(?)아닌 리뷰지만... 이번 권 재미있었다. 지난 번보다 덜 쎈데 진짜 있을 법한 내용이라 마냥 편하게 읽히지는 않았다는 게 문제인가. 이제 밀레니엄 후속작을 읽을 차례다. 평은 제법 좋던데 과연...

라디오 드라마 풍년

연극+책 2015. 11. 4. 00:31 Posted by 바나나피쉬

풍년이다~ 앉아서 듣기만 하면 되는데 그마저도 귀찮아서 못 듣는 인생 흑. 그래서 자기 전에 인터넷 라디오로 누워서 들었다는. 그러다가 잠을 못 잤다...

 

아서 밀러는 건너뛰고, 올 초에 방송했던 해롤드 핀터 스크린 플레이 찾아서 들었는데, Victory (이것도 조셉 콘라드였나?)는 좀 힘들었고 (아직 다 안 들었다. 마크 스트롱이 나쁜 놈으로 나오는데 앞으로 어떻게 될 건지 조마조마), The Dreaming Child는 재밌게 들었다. 단편을 스크린 플레이로 만든 거라 뒷부분에 단편 특유의 허거걱 하는 반전도 있고. 물론 내가 딴 짓 하면서 들어서 앞부분 단서를 다 놓치긴 했지만. 버티 카벨이 suffering husband 로 나온다. 축 쳐진 목소리지만 그 안에 뭔가 숨기고 있는 듯한 분위기가 느껴져서 괜찮았다. 내용도 뭐... 영화로 만들었으면 15세 이상은 됐겠더라... 이건 스크린 플레이라 나레이터가 등장해서 지문 설명해주고 어떻게 화면 바뀌는지도 알려준다.

 

세일즈 맨의 죽음도 들었다. 참 슬프지라... 라디오 드라마로만 한 세 종류 들었는데 이번 꺼 나쁘지 않았다. 데이빗 수셰야 뭐든 잘 하시고 (심지어 미국식 액센트도 잘 하지), 조이 워너메이커는 미국에서 자랐다고 들었던 것도 같고. 다 어색하지 않더라는. 아서 밀러 신파는 진짜 처절한 신파인데 요즘 들어도 뭔가 통하는 부분이 있다. A View from the Bridge는 언제 듣지...

 

오손 웰즈의 Heart of Darkenss는, 읽은 지 20여년이 되어가는 지라 내용을 다 까먹었다만, 이제 들으니 주인공 말로가 미국인이었지. 곧 제임스 맥어보이가 미국식 액센트 쓴다는 것이지... 잘 한다. 처음에는 목소리 못 알아들었다고. Kurtz 는 독일식 발음인지, 키얼츠 정도로 발음하는데, 내가 오손 웰즈를 잘 모르긴 하지만, <제인 에어>도 <로체스터!>로 만들어놨다는 걸 보면, 이것도 주인공은 완벽하게 Kurtz 다. 뭐, 아포칼립스 나우에서도 말론 브란도가 Kurtz 역이었지... 주인공 맞네. 다른 거 하면서 들은 거라 중간 부분 다 떼어먹고, Kurtz 왜 아픈 건지도 모르고, 아무튼 뒷부분이랑 intended 얘기만 기억난다. 언제 또 한 번 들어야지... 근데 내가 책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흑.

 

그리고 대망의 The Blind Man. 이거 영화로 만들었음 재밌었을텐데. 물론 영화였으면 휴 로리는 주연 못하지. 나이도 안 맞고 얼굴도 (여기서는 매우 미남) 안 맞... 거기다 뒷부분에 하와이 활화산 폭발, 뭐 이런게 나와서 영화 제작했으면 그 영화사 망했을지도. 아닌가, 그 때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했었던 그림으로 배경 만들기, 뭐 이런 거 있었으려나. 휴 로리는 하우스 끝나고 많이 쉬었나, 액센트가 애매하다... 싶었는데 뒤로 갈수록 잘 하시지요. 그저 라디오 드라마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가. 원래 목소리도 깊이가 없는 편인데 여기서는 새된 목소리가 자꾸 나오는 듯한 느낌이... 목 안쪽에서 내는 목소리인가... 눈 먼 재즈 음악가로 나와서 중간에 직접 노래도 하신다. 블루스 음반을 낸 경력도 있긴 하지, 근데 재즈는... 음은 맞는데 고음 불가야 ㅠ_ㅠ 그래도 멋져요 ㅠ_ㅠ 내용은 뭐. 재즈 음악가지만 눈이 안 보이는 주인공이 눈 이식 수술을 받는데, 눈 주인이 죽임을 당하기 직전에 본 영상이 계속 떠오르자, 의협심과 모험심에 가득 차 직접 진실을 찾아 나선다는 내용. 주인공은 엄청난 재력가에 (인기 많음) 잘 생기기도 했고 여자 꼬시는 능력도 탁월하며 불의를 참지 못하고 유머 감각까지 뛰어나다. 휴 로리 팬이면 그냥 넋놓고 목소리만 들어도 재미있을 듯. 피터 세라피노위츠가 히치콕 목소리로 나레이터까지 한다.

 

그런데, 제일 재미있었던 건 BBC 4 extra에서 해 준 엑소시스트 -_-; 할로윈 낀 주말이라 무려 엑소시스트를 방송해줬더라. 이게 젤 괜찮더군. 난 엑소시스트 본 적도 없고, 당연히 내용도 잘 모르는데 (라디오 내용 제대로 이해했는지도 모르겠다) 넋 놓고 듣기엔 딱이다. 다들 연기 잘하고. 원래는 2014년에 방송했는데 이번에 다시 틀어줬다. 대부분 영국 배우지만 미국식 액센트 다들 잘한다. 리디아 윌슨이 레이건 역이고 (12살 소녀 역 괜찮았다), 로버트 글레니스터가 카라스 신부. 테레사 갤러거가 레이건 엄마 역. 목소리 엄청 오랜만에 듣는다. 여전히 예뻐 +_+ 그리고 미국식 액센트 진짜 잘하는 브라이언 딕이 카라스 쫓아다니는 어린 신부 역 -_-; 이거 언제 소설인데 무려 게이 신부가 등장해... 70년대인가. 잘못 들은 줄 알고 돌려 들었네. 음원 따야 하는데 귀찮... 과연 할 수 있을까. 이거 말고도 로몰라 게리 나오는 The Stone Tape (이건 3D 사운드라 소리 막 울리고...)도 들었는데 무슨 내용인지 몰... 위키피디아 찾아봐도 사실 잘...

 

이제 당분간 잠잠하다가 다시 쏟아져 나오겠지. 해리엇 월터가 큐레이트하는 뭔가도 있던데. 해롤드 핀터 더블 빌이었나... 아무튼 찾아 듣기도 힘들다 진짜 ㅠ_ㅠ 아, 넋 놓고 있던 사이 브로드웨이에서는 연극 쏟아지고... BAM에서는 내년에 루퍼트 에버렛 The Judas Kiss 공연한다고. 제길!

BBC 라디오 아서 밀러 시즌

연극+책 2015. 10. 10. 19:36 Posted by 바나나피쉬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BBC 라디오에서 특집 방송한다. 이번 주는 세일즈맨의 죽음, 다음 주는 A View from the Bridge, 그리고 아서 밀러의 전기 비슷하게 4부작 드라마 방송하고. 나레이터가 무려 에드 해리스. BBC는 종종 미국 쪽이랑도 합작해서 (마틴 자비스 회사가 그런 거 하나...) 이번도 세일즈맨의 죽음 말고는 대부분 미국 쪽 배우 쓰는 듯. 아무튼 기대 중 +_+ A View from the Bridge는 책으로만 읽었는데 (으흐흑, 스칼렛 요한슨 연극할 때 갔어야 했는데!) 라디오 드라마로는 어떨 지. 그나 저나 이것도 예전에 LATW에서 한 번 공연했던 기억인데 내가 들었나... 아서 밀러 연극 라디오 버전 꽤 가지고 있었는데 지금 생각나는 건 세일즈맨의 죽음이랑 All My Sons 밖에 없네. NT Live 버전도 궁금은 한데 나는 귀찮고 게으른 인간이니까 과연... 해롤드 핀터, 아서 밀러, 오손 웰즈 등등의 unmade screenplays 를 라디오 드라마로 방송할 예정이라는데, 해롤드 핀터 꺼는 뭘로 하려고 그러나.

 

10월 11일 BBC radio 3 9:00 pm

아서 밀러 Death of a Salesman

데이빗 수셰가 윌리 로먼 역. 조이 워너메이커가 부인인 린다.

 

10월 17일 BBC radio 4 2:30 pm

아서 밀러의 스크린플레이 The Hook - 나중에 이걸로 A View from the Bridge 썼나봄.

에이드리언 노블이 감독한다.

 

10월 18일 BBC radio 3 9:00 pm

아서 밀러 A View from the Bridge

알프리드 몰리나가 에디 역.

 

10월 24일 BBC radio 4 2:30 pm

오손 웰스 버전의 Heart of Darkness

제임스 맥어보이가  Marlow 역할이다. +_+ 이거 재밌겠네. 무섭지만...

 

산책이라도 해야 진득하게 들을텐데 요새는 밖에 잘 나가지도 않을 뿐더러 들어봐야 주로 음악이라... 억지로라도 나가보도록 해야겠다.

피가로의 결혼

연극+책 2015. 8. 24. 01:10 Posted by 바나나피쉬

2015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중계. 8월 9일 메가박스에서 챙겨봤다. 잘츠부르크에 또 가 볼 날이 있으려나...

 

관람 목적은 루카 피사로니(피자로니인 것 같기도)의 백작님이 우선이었으나, 몇 년 전 몽펠리에 프로덕션 백작이었던 아담 플라쳇카(ㅊ 보다는 ㅅ 에 가까운 듯도 하지만)의 피가로--거기서 검정 see-through 블라우스 입고 나온 겁나 섹시한 백작님이었슈--도 궁금하고, 야닉 네제-세갱의 후궁탈출에서 페드릴로 (스패니쉬면 페드리요 인가)를 공연한 폴 슈바이네스터의 바질리오도 궁금해서 기대하며 갔는데!

프로덕션은 한 마디로 cluttered. 엄청 산만했다. 뭔가 연극적인 요소도 있고 기존에 소홀하게 다뤘던 캐릭터에 의미를 부여하려고 발악(은 심하지만)했는데 결국은 그저 산만. 구트 프로덕션도 사소한데 의미 부여는 했지만 오페라 본연에 충실했다는 느낌인데 여기선 그냥 연극 만들어 놨다. 프로덕션 자체에 몰입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더라. 무대를 4분할, 6분할 해놔서 직접 가서 보지 않은 이상 한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말이지. 카메라 동선은 다 짜놓았겠지만 라이브니까 생각지 못했던 변화도 있었을 터라 내용이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았다.

내 생각에 이 프로덕션에서 제일 공들인 캐릭터는 돈 바질리오. 보통 바질리오는 하나 있는 아리아도 잘리기 일쑤인 코믹 캐릭터라 존재감이 없는데 (지금까지 본 피가로 프로덕션에서는 대부분 나이 지긋한 남자 마담뚜 - 돈 바질리오가 아리아 부르는 프로덕션은 그 중 단 하나) 왜 젊고 멀쩡한 폴 슈바이네스터를 캐스팅했나 했더니 역시나 동성애 넣어줬다. 이건 괜찮아 충분히 이해해. 바지 캐릭터를 좋아하는 남자라니 이건 gender-bending plus something else. 그래 감독이 욕심 생길만한 캐릭터지 아무렴. 케루비노도 아직 어리니까 성적 호기심이 여자로만 향하진 않을게야 그럼 그럼. 케루비노가 그린 남자 (여자였나?) 그림 모델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바질리오와 뭔가 있었을껴. 그래서인지 뭔지 바질리오는 처음부터 끝까지 무대에 거의 항상 나온다. 완전 혼자 주인공함. 근데 그럼 뭐해 ㅠㅜ 아리아도 잘라 놓고! 끝까지 밀고 나가야지 중간에 흐지부지 없어져 버렸다. 아니 레치타티보도 안 자르고 다 넣어놓고 왜 아리아 자름? 그럴거면 뭐하러 바질리오 캐릭터 바꿈? 폴 슈바이네스터는 부려먹을 만큼 부려먹고 왜!!! 절대 작은 편이 아닌데 루카 피사로니와 아담 플라쳇카 사이에 끼어 있으니 완전 어린애로 보일만큼 갸냘프더라 아이고 불쌍해.

그리고 이상하게 피가로가 매력이 없다. 어떤 프로덕션을 봐도 피가로가 무게 중심이 되는데 (일 콘테가 아무리 멋져도 역시 피가로) 여기선 3막까지 존재감이 없으라... 아담 플라쳇카는 작년 코지 판 투테만 해도 그닥 뚱뚱하지 않던데, 여기서는 엄청 불어서 나온다. 안 그래도 덩치 어마어마하게 크더만. 루카 피사로니만큼 키 큰 가수 얼마 없는데 플라쳇카는 더 크다. 검은 머리까지 쫙 넘겨서 Despicable Me의 Gru 가 되었다 으흐흑. 목소리는 잘 나오더라.  

 

캐릭터 하나 독 먹여서 죽이는 코지 판 투테 (취리히에서 초연, 잘츠부르크에서 리바이벌) 감독이라 그런지 분위기가 매우 심각했다. 수잔나-피가로보다 백작부부 캐릭터가 훨씬 어려서 뭔가 위태로운 느낌이 들더라. 2막에서 백작이 옷장 문 열라고 난리치니까 백작 부인이 그러지 말라고 남편 사냥총 빼앗아서 딱 겨누는데 총 쏘는 줄 알았다는 -_-; 마지막에도 백작 부인이 하도 처연해서 숨겨둔 권총--배경은 정확히 모르겠으나 전쟁이 임박하거나 끝난 지 얼마 안 되서 위태로운 상태인 듯. 20년대는 지난 거 같고, 정세가 안정되지 못해서 귀족 사회가 엎어지기 직전인 듯도 하다. 총은 기본으로 등장--빼들고 자살이라도 하는 줄 알고 조마조마. 코지 판 투테 생각하면 이러고도 남을 거 같던데. 아무리 화해를 했다해도 이 백작놈이 난봉질을 그만 둘 리는 없고, 부인은 평생 옆에서 남편 난리치는 거 보면서 살아야 하는데 이 결혼이 얼마나 가겠음? 하지만 그렇게 하면 너무 나가겠지.

 

노래는 다 잘 하고 가수들도 다들 미인이라 볼만했다. 요즘은 오페라 가수도 얼굴이며 몸매 안 되면 살아남기 힘들겠다. 영상으로 이렇게들 찍어대니 아무리 오페라는 목소리라고 해도 오래 오래 가려면 외모 관리가 필수겠네. 이번 프로덕션은 앞으로 계속 리바이벌 될 터이니 이런 저런 가수들 데려와서 공연시키는 거 기다리기만 하면 되겠군 흠.  

 

아, 참고로. 몽펠리에 프로덕션은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데 이거 꽤 괜찮다. 의상 담당이 무려 장 폴 고티에. 거기다 가수들 진짜 다 미인 +_+ 몸매 훌륭 +_+ 노래도 잘 해 +_+

마이 코리안 델리

연극+책 2015. 7. 6. 01:20 Posted by 바나나피쉬

언젠가 들어 본 기억도 나는데, 아무튼 이제서야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었다. 이거 물건일세. 약간의 학벌주의가 있는 관계로, 거기다 파리 리뷰의 편집자라는 뽀대나는 직업도 있는 작가라 기대했는데, 기대에 부응해 주는구나. 한글로 읽어도 이렇게 청산유수인데 영어로는 얼마나 잘 썼을까 감동 받아서 바로 오디오 북도 질렀다. 번역된 거 읽다보니, 이게 이것이 아닌 거 같은데 번역이 왜...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읽느니 듣자는 정신으로. 안 그래도 요즘 자기 전에 맨날 이것 저것 들으니까.  

 

역시나 번역의 길은 멀고도 험한 지라 빼먹은 부분도 꽤 있고 (대조해서 읽은 건 얼마 안 되지만 그 중에서도 빠진 부분이 다섯 손가락 넘는다), 번역이 잘못된 부분도 있고, 하다 못해 심한 의역도 있더라 아이고. 요즘은 영화 자막 아닌 이상, 한국 실정에 맞추는 의역은 잘 안 하지 않나? 물론 이해를 시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해도, 프리지데어랑 다른 미국 브랜드를 지펠, 디오스로 바꿔놓고 (난 미국에서 지펠이랑 디오스도 파나 해서 벙~쪘는데 아녀!), 이거 말고도 생각나지 않는 자잘한 이름을 바꿔놨더라고. 왜! 딱히 이해 잘 되지 않는다고. 한국 상품이 이렇게 잘 알려졌나 싶어서 검색 들어가게 된다고요! 그냥 역주 달아서 설명해 주시오! 사실 번역 상의 문제가 있더라도 오디오북까지 살 생각은 없었는데 마지막 작가의 말에 민평갑 책이 나와서 질렀다. 앞으로 써먹을 데가 있겠다 싶어서.

 

오디오 북은 Bronson Pinchot 가 읽어주는데, 출연 영화를 보면 기억이 날 지 모르겠다만 그냥 사진만 봐서는 잘 모르겠다. 오디오 북 용의 딱히 튀지도, 특이하지도 않은 만만한 목소리다. 이거 꽤 가격이 있드만 마이너한 회사인가, 녹음 연결부분이 좀 튀어서 거슬린다. 사람이 읽는 거니까 한 자리에서 끝까지 읽을 수는 없을 거고, 씹는 부분도 틀리는 부분도 발음 확인해야 하는 부분도 있을 거고. 그래서 잘은 모르지만 아마 나눠 읽고 여러 번 읽고 편집해서 연결하는 거 같은데, 그 연결 부분이 티나! 목소리가 갑자기 약간 바뀐다거나 (앞문장 목소리와 바로 뒷문장 목소리 굵기가 다르다), 연결이 매끄럽지 않다거나. 나 이래뵈도 오디오 북 꽤 들은 사람인데, 이런 건 처음이다. 딱히 불만은 아니고, 그렇다고 그냥. 내용이 내용인만큼 다양한 인종이 등장하는데, 이 사람들 배경에 맞춰서 액센트도 바꿔야 한다. 주변에 한국 사람이 없었는지, 한국인들이 영어할 때의 액센트는 그저 그렇고 (쓰여진 그대로 읽는 느낌), 인도식 액센트는 진짜 잘하더라. 완전 감탄 ㅋㅋㅋ 흑인 액센트도 그닥 잘 하는 지는 모르겠다만 8시간 반짜리 2/3는 졸면서 들어서 두고 봐야겠다. 그나저나 자면서 듣다가 Hart-Celler 를 하트-켈러라 읽어서 허거걱. 난 셀러가 맞다고 확신하는데 (내 주변의 모든 사람도 셀러라고 읽은 듯) 켈러가 뭐여...  

 

내용은. 뉴잉글랜드의 뼈대있는 집안 출신, 정통 미국인 벤과 한국인 이민 2세 (1.5세?) 부인 개브, 장모 케이의 좌충우돌 델리 운영기라고. 미국식 객관성이 잘 보인다. 한국 문화에 대해서도, 본인의 미국 문화에 대해서도 객관적인 태도를 잘 유지한다. 물론 본인이 가지고 있는 한국 문화에 대한 지식은 대부분 부인과 장모에게서 온 걸테고, 이들의 이민생활이 20년이 넘었다는 걸 감안하면, 저자의 지식이란 건 지금의 한국 상황과 꽤 다르다. 그렇다고 몰이해인 건 전혀 아니다. 미국 문화를 비판하기도 하나, 그 대상이 되는 건 주로 본인이라 이 부분도 딱히 거슬리지 않다. 검색해보니 생각보다 재미가 없었다는 글이 꽤 있는데 아마도 스스로를 가열차게 까는 미국식 유머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게 잘 읽으면 의외로 재밌다고. 괄호를 사용해서 부연 설명을 하는데 오디오 북으로 들으면 괄호 부분인지 아닌지 잘 모르니까 문맥이 약간 꼬이거나 끊기는 게 있긴 하다. 극과 극이라고 할 수 있을 만한 두 문화와 두 배경이 만나서 우여곡절 끝에 서로의 길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재미있다.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꽤 있어서 울컥하기도 하고. 뭐 결론은, 어찌됐든 니들이 잘나서 이렇게도 해 보는 거 아니냐, 가 될 수도 있겠다만 감동이나 메시지를 떠나서 글 자체로도 꽤 읽을 만한 책이다. 사건 연결이 매끄럽지 않고, 델리 운영과 편집자인 본업을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작위적인 느낌도 없지 않다만 그래도 괜찮수.  

NT Live Frankenstein

연극+책 2015. 3. 4. 01:18 Posted by 바나나피쉬

두 배역 다 보고 왔다.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더 잘하는 듯. 역할에 더 맞는 것 같다. 참 슬픈 것이, 몬스터도 더 잘 하고, 프랑켄슈타인 역도 더 잘하는 거 같어 ㅠ_ㅠ 조니 리 밀러도 절대 밀리는 건 아니지만, 둘이 해석이 달라서 그렇게 보이는 것인지도. 거기다 BC의 긴 얼굴이 몬스터 역에 더 어울리기도 하고 -_-; JM 머리는 깎아놓은 밤톨이라... BC의 몬스터는 약간 느리고 pause 가 많다면, JM은 대사를 엄청 빨리 치고 상대 배우들도 반응이 빨라서 극도 약간 일찍  끝난 듯 ㅋ

 

앞부분 인터뷰 해석이 좀 잘못된 것 같은데... 조니 리 밀러가 역할 설명할 때 my 2-year old 라고 한 건 2살짜리 자기 애 보면서 프랑켄슈타인의 몬스터가 어떻게 성장을 해 나가는지 연구했다는 건데, 자막은 2살일 때의 자기 모습을 투영했다는 식이라 (기억은 나더냐) 벙~ 오죽했음 내가 찾아봤잖냐. JM 아들내미 2008년에 태어났다고. 2010-11년에 공연했으니 그 때 2살이네. 아무튼. 이게 사실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몬스터는 인간의 모습을 했지만 기본적인 지식이 전무하게 스스로 일어서는 느낌이 강한데 조니 리 밀러의 몬스터는 어떻게 생겼든, 어떻게 창조가 되었든간에, 인간이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아기가 성장해 나가듯이 모든 걸 흡수하고 마침내는 진정한 "man"이 된다 (자기 애 크는 거 보면서 연기에 써먹은 게 아닌 가 싶다). 그래서 엘리자베스와의 장면도 JM이 몬스터로 나올 때는 BC때보다 성적 긴장감이 더 높다. BC의 몬스터는 전적으로 복수를 위해, 빅터에게 상처를 주기 위해 엘리자베스를 이용하는 거지만, JM의 몬스터는 그만의 이브를 원했던 욕망이 빅터에 의해 처참하게 망가지자 엘리자베스를 통해 인간보다는 남자가 되고자 했다는 느낌? 앞부분에 몬스터가 인간세계에 편입되는 과정도 BC는 무에서 시작하는 반면 (첫 장면이랑 그 뒤에 손 사용하는 방법 같은 건 모델이 전혀 없이 혼자 사용 방법을 습득하는 걸로 보인다) JM은 인간 아기가 자라나는 모습을 반영한다. 인간 아기처럼 단계를 건너 뛰면서 자라날 수도 있는 게지. 숟가락도 보면 어떻게 사용하는 지 대충 이해할 수 있고. 기본적으로 인간의 잔해에서 만들어진 존재니까 잔상이 남아있는 걸지도. 이렇게 설명은 해 보지만, 아무래도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잘 하긴 하더라고 으흐흐흑.

 

연출이며 연기며 다 좋긴했는데 불만이라면. 대사가 구려... 이건 평론가들마다 했던 이야기이기도 하지... 내가 비록 프랑켄슈타인을 마지막으로 읽은 게 15년 전이지만 프랑켄슈타인의 피조물 대사가 그렇게 조악하지는 않았던 기억이다 (그랬나... 원전에서 그냥 가져온 건가). 발음이 어눌할 지언정, 이미 상당한 수준의 지적 능력을 자랑하는데, 어째 대사는 그냥 아기 수준이여... 차라리 구어체와는 동떨어진 단어와 문장을 사용했으면 더 설득력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엘리자베스 연기가. 나오미 해리스는 연극 한 적이 없나 지나치게 연극적이라 별로였다. 아버지 역할도 좀 그렇고. 왜 이렇게 떠는 것이냐! 컬러 블라인드 캐스팅은 NT에서 많이 굳어진 추세라 그렇다 치고. 극 내내 일정하게 긴장감을 유지시켜야 하는데 제네바 호수 씬부터 빅터와 피조물이 같이 나오기 시작하면 이상하게 긴장감이 떨어져서 졸리기도 했다. 가디언 리뷰에서 나왔듯이 stunning, stunning, stunning, boring briefly, stunning again 이 진짜 딱 맞더라.

 

다음 시즌 국립극장에서는 뭘 해 줄까나... 어떤 걸 해도 괜찮겠지만 레이프 파인즈 주연의 Man and Superman 이랑 톰 스토파드의 새 극 The Hard Problem (까였지 많이) 보고 싶다!!!

A Pair of Blue Eyes

연극+책 2015. 2. 21. 02:38 Posted by 바나나피쉬

토머스 하디의 작품. 처음 출판된 게 1873년이라고. 당시 생각하면 좀 앞서나간 소설인지도 모르겠다. BBC에서 꽤 오래 전에 3부작으로 녹음한 듯. 작년에 재방송 해 줬다. 제레미 아이언스에 마이클 멀로니가 20-30대 역할 맡고, 지금 60세이신 재닛 모(Janet Maw)가 갓 스물 된 아가씨 역을 한 걸 보면 아마 녹음한 지 30년은 된 게 아닐까 싶다 -_-; BBC 라디오는 녹음한 테이프 재활용 한다고 덧씌우고 또 녹음하는 짓을 워낙 많이 한지라 예전꺼는 보관 자료 없어서 청취자가 개인적으로 녹음한 거 빌려 쓰곤 한다던데 -_-; 이건 그보단 나중인가.

 

처음에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들었는데 이건 뭐. 나이값에 얼굴값하면서 잘 살고 있는 똘똘하고 예쁘고 집안 좋은 아가씨인 엘프리드는 누구하고도 선을 넘은 적은 없지만 워낙 순진한 금사빠라 남들이 보기엔 좀 그런 일을 한 번 저지른다 (남친 스티븐이랑 결혼하자며 단 둘이 런던에 기차타고 갔다 땅꺼지게 후회하고 기차 시간 놓쳐서 다음 날 새벽에 돌아오는 짓 - 당시는 이런 일 있음 결혼해야 함... 근데 전혀! 아무 일도 없었으나 이 사실 아는 유일한 사람이 이 아가씨를 항상 원망하는 전 남친 - 남친도 아니고 그냥 지 혼자 좋아하다 죽음. 상사병도 아닌 듯 그냥 우연히 죽은 듯 - 의 엄마). 재수도 없지. 스티븐이랑은 편지로만 마치 결혼한 양 사랑을 주고 받고, 집안이 보잘 것 없는 이 남친은 영국을 떠나 어디론가 - 아마도 돈 벌러 인도로.. - 간다.

 

남친의 빈 자리에 들어온 것이 스티븐의 멘토이자 나이도 적당히 많은 출판사 편집장 비스무리인 헨리 나이트 (제레미 아이언스 역할). 처음에는 이 아가씨 너무 어리다고 그냥 예쁘다 예쁘다 하다 사랑에 빠진다. 심지어는 자기가 처음으로 사랑한 여자라고 고백하기까지. 겁나 쿨한 척은 혼자 다 하다가 엘프리드가 자기도 사랑한 적이 있다고 하니 불같이 화를 내고 -_-; 엘프리드는 스티븐의 부재를 견디기가 힘든 마당에 (남친은 게다가 1살 연하), 이 나이 좀 많은 아저씨와 심도있는 대화도 나누고 산책하면서 죽을 고비도 넘기다가 사랑에 푹 빠지고 만다. 결국 둘은 약혼. 스티븐은 이 사실을 전혀 모른다. 스티븐이 영국에 돌아온 후 삼자대면할 기회도 있었지만 나이만 많지 철없는 헨리가 아무 것도 모르고 둘이 약혼했다고 스티븐에게 자랑을 늘어지게 하는데다 스티븐과 엘프리드를 막 소개까지 시켜주려고 하는 바람에 진실은 묻히고. 

 

어느날 전남친의 엄마가 심하게 다친 것을 스티븐과 헨리가 우연히 발견하여 집까지 데려가는데, 이 엄마가 죽기 전 (오지랖도 넓지) 헨리에게 엘프리드가 어떤 남자와 깊은 관계에 있었다는 편지를 보낸 것이라. 거기다 자기 아들도 죽게 만들었다 하고. 분노에 사로잡힌 헨리는 엘프리드를 추궁해서 진실을 밝혀내고 (상대가 스티븐이라는 것까진 모른다) 파혼한다. 이전까지는 순수하다고 좋아했던 여자를 경멸하고 증오하면서 (요즘에야 별소리 다했겠지만 이건 빅토리안 소설이니까 매우 점잖다). 엘프리드는 그래도 좋다고 평판이 땅에 떨어질 것을 감수하면서 헨리를 쫓아가기까지 하는데, 헨리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마음은 가지만 머리로는 절대 싫다! 이거지. 얼마 쯤 시간이 지난 후, 스티븐과 헨리는 우연히 만나 엘프리드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기가 항상 어린아이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스티븐이 엘프리드의 상대였던 것을 알게 된 헨리는 이 둘의 관계가 그저 풋사랑 정도였다는 것을 깨닫고 스티븐과 함께 엘프리드를 만나러 간다. 자기를 기다릴 엘프리드를.

 

근데 무슨 일이 일어났게? 뻔하게도 장례식 준비 행렬을 만난 두 사람은 엘프리드가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데... 자신들을 생각하며 다른 누구도 사랑하지 않고 수절하다 죽은 줄 알았던 엘프리드가 결혼을 했네! 그것도 둘째 부인이긴 해도 젊고 잘생긴 귀족이랑! (첫째 부인은 사망했음). 거기다 죽은 이유가 유산했기 때문이네! 헐~ 엘프리드가 배신한 걸까? 절대 아니지. 이건 그저 순리에 따른 것일 뿐. 이 둘만 괜히 자존심 세워가며 난리치다 사랑하는 여자 놓치고 평생 후회하는게지. 500 days of summer 가 살짝 떠오르면서. 그래도 이 둘은 이성이 있는지라 엘프리드를 원망하지 않는다. 엘프리드 곁을 지키며 오열하는 남편을 보면서 자신들의 처지를 깨닫고 오히려 엘프리드를 알았기 때문에 인생이 더 풍요로워졌다고 믿는다. 이게 19세기 소설 수준이구먼. 아니고야. 토머스 하디 아닌 거 같어. 아, 토머스 하디는 이걸, 여자는 이런 요물일세! 하고 쓴 건가? 현대 버전으로 바꿔도 되겠다. 진짜 소설은 어떤 지 모르겠지만, 이 라디오 버전에서는 두 남정네가 진짜 찌질이로 나와서 엘프리드의 캐릭터가 부각되는데, 이게 원래 의도한 바라 하긴 하는 듯. 제레미 아이언스가 짜증내는 역할을 어찌나 잘하는지 욕이 절로 나오더라. 근데 매너리즘인지 뭔지 왜 발음을 뭉게나... 그나저나 새 라디오 드라마는 (잘 못 들어서 내용에 빈틈이 많지만) 재밌네 +_+

The Changeling

연극+책 2015. 2. 9. 16:48 Posted by 바나나피쉬

토머스 미들턴과 윌리엄 로울리의 The Changeling 을 들었다. 듣는답시고 맨날 틀고 자버려서 무슨 내용인지 전혀 파악이 안됐는데 이번에는 그냥 산책하면서 듣기로. 한 50퍼센트 알아 먹었나... 그래도 완전 무섭더라는. 역시 자코비언 드라마는 권선징악이 확실하다니까. 인터넷 뒤져보니 1993년에 사이먼 커티스 감독이 엘리자베스 맥가번과 휴 그랜트 (Alsemero 역) 주연으로 TV 극 만들었다고. 구할 길은 묘연하구나... Alsemero는 나름 주연인데 연인한테 배신(?) 당하는 역이라 휴 그랜트 같은 이미지가 제격인가보다. 톰 히들스턴도 Alsemero 를 한 적이 있다고. 셰익스피어 글로브에서 지금 공연 중이라길래 리뷰 읽다가 asylum 이 나온다고! 허걱해서 듣기 시작했다.

 

내용은 뭐... 전부 다 sex and betrayal 이지라. 주인공은 귀족 영애 비어트리스-조아나와 집사장 쯤 되는 드 플로레스. 번듯한 집 자제인 알제메로는 비어트리스-조아나와 눈이 맞는데, 비어트리스-조아나에게는 정혼자가 있다. 정혼자가 마음에 들지도 않고, 알제메로한테 푹 빠져버린 그녀는 평소 자신을 흠모하던 드 플로레스를 꼬드겨 충분한 댓가를 치룰테니 정혼자를 죽여달라고 한다. 드 플로레스는 당연히 비어트리스-조아나와의 하룻밤을 꿈꾸고 있었지라... 이번 라디오 드라마는 배경을 1920년으로 옮겨서 그런지 좀 쎘다. 산책 좀 하고 과자 사러 슈퍼갔는데 신음 소리가 작렬해서 허거걱... -_-; 무서. 거기다 다른 자코비언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사정 없이 사람들이 죽어 나간다. 그래도 존 포드나 웹스터에 비하면 한참 덜 죽었지. 서브플롯으로는 정신병원(asylum 이 뭐냐)이 나온다. 여기 담당자 (당시에는 감옥과 별 차이 없지)한테는 예쁘고 젊은 부인이 있는데 자기 몰래 바람 피울까봐 부인을 정신병원에 가둔다. 그 병원에는 미쳤다고 뻥치고, 이 부인이랑 진도 좀 나가보려는 젊은이 둘이 잠입하고... -_-; Virginity test 도 나오더라는 헉. The Changeling의 의미는 마지막에야 나온다. 다들 정욕에 눈이 멀어 변한 것이라. 그리고 깨달음을 얻어 다시 착한 사람으로 변하기 위해 노력하고. sexual innuendo 가 나온다 하더만 그 부분 들을때는 넋을 놓았나 기억이 안난다. archive.org 에서 책 파일로 받아놓기는 했는데 아마도 안 읽을 듯. 그나 저나 드 플로레스는 완전 나쁜 놈인데 왜 얘가 주인공인게냐. 일단 벌을 받기는 하니 괜찮다는 건가? 아니면 어차피 죽을 거니까 앞 뒤 안가리고 자기의 목적을 관철하는 캐릭터가 주인공 감이었나.

 

그래도 막장 복수극의 최고봉은 'Tis pity she's a whore 다! Duchess of Malfi 가 그 뒤. 그런데 난 들은 게 아직 4편 뿐이지... 라디오 드라마는 제법 많이 구해놨는데... 이제 하나씩 독파(득파?)해야겠다. The Changeling 은 방송 안 해주나? Duchess of Malfi BBC 방송 엄청 재미있게 봤는데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