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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책'에 해당되는 글 96건

  1. 2018.11.01 The Shadow of a Doubt
  2. 2018.09.25 The Queen of the Tearling (스포일러)
  3. 2018.09.04 Pachinko (스포일러)
  4. 2018.08.14 The Alienist
  5. 2018.08.12 근황
  6. 2018.08.11 8월
  7. 2017.04.29 4월
  8. 2016.09.03 Travesties
  9. 2016.08.22 8월
  10. 2016.06.13 해밀턴 2

The Shadow of a Doubt

연극+책 2018. 11. 1. 22:49 Posted by 바나나피쉬

요즘도 가끔 BBC 라디오 듣는데, 이번엔 Drama on 3에서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이디스 워튼의 연극, The Shadow of a Doubt 를 해줬다. 2017년에서야 텍사스대 소장자료 중에서 발견되었다고. 이디스 워튼은 소설가로의 명성을 얻기 전에 극작가로 성공해보려 했던 모양이다. 1901년에 쓴 연극이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될 예정이었고 배우까지 정해졌는데 어떤 영문인지 취소되었다는 기록을 발견하고, 영문학자 두 명이 이를 추적해서 결국은 극본까지 찾았다고 한다. 텍사스는 보물창고인가 엄청난 게 마구 나온다. 돈이 많아서? 히치콕의 The Blind Man 각본도 텍사스 어드매에서 찾았다 하던데. 이런 걸 보면 문학과 역사는 한 끗 차이인게야. 다 추리의 과정이라고.

연극 공연이 취소된 이유가 assisted suicide를 다뤘기 때문이 아닌가 하던데, 시대상을 생각하면 충격적이라고 할 수 밖에. 뜬금없이 영국 배경이다. 주인공은 간호사 케이트로, 컴패니언으로 있었던 정치인의 딸 레이디 아그네스가 척추 부상으로 사망한 후, 그 남편과 결혼하여 상류사회에 진입한다. 둘이 원래부터 수상한 관계에 있었던 건 아니고, 케이트가 워낙 사람이 괜찮고 아그네스의 딸인 실비아에게도 극진해서 신분 차이에도 불구하고 결혼에 성공한 것. 그러나 케이트에게는 아그네스의 죽음과 관련된 비밀이 있었는데... 의심이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동시에 반전도 있어서 처음에는 딴짓하며 듣다가 점점, 헐... 하고 빠져들었다! 인터넷 뒤지다 보니 이디스 워튼 저널인지 뭔지에 원본이 다 실렸더라. 라디오 드라마 버전이랑은 약간 다르고. 1901년에 이런 글이라니, 대단하다! 로즈머스홈도 생각나던데 (내용은 잘 기억이... 이것도 전부인의 죽음에 대한 게 나왔었지), 입센의 영향을 많이 받았던 건가? 이디스 워튼 소설은 Ethan Frome 말고 읽은 게 없어서 할 말도 없고. The House of Mirth에 도전해야할까? 그러고 보니 나는 미국문학 수업을 안 들었었나?

The Queen of the Tearling (스포일러)

연극+책 2018. 9. 25. 01:00 Posted by 바나나피쉬

요새는 다들 3부작으로 찍어내나보다. 다시는 프랜차이즈 안 한다던 엠마 왓슨이 제작, 주연을 맡을 예정이라고 언젠가 기사에서 봤는데, 도서관 갔더니 신작코너에 있길래 들고 왔다. YA 소설이 다 그렇지 뭐, 했다만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내 비록 읽은 것은 얼마 없지만 <헝거 게임>까지는 아니라도 그 비슷한 정도? 장르가 좀 달라서 정확하게 비교는 안 된다. 작년인가 더 전인가 <Red Queen>도 처음에는 막 달리다 3권 킨들 질러놓고 바로 포기한지라 이것도 그냥 1권만 읽고 말겠거니 했는데 끝나자마자 2, 3권 킨들로 다 질렀다... 그리고 하루에 한 권씩 클리어. 2권 읽고 한 일주일 쉬긴 했다. 하루 종일 붙잡고 있을 수는 없으니. 역시 영어는 한글만큼 진도가 빨리 안 나가... 거기다 대충 읽는 버릇이 들어서 계속 앞뒤로 스와이프. 사실 3권은 아껴 보려고 했는데 궁금해서 그냥 오늘 끝냈다.  

다른 YA 소설과 마찬가지로 주인공은 아무것도 모르는 평범한 10대 소녀지만 갑자기 환경이 바뀌면서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휘말리게 된다. 처음 배경은 중세 비스무리한 삘로 시작한다. 부모 얼굴도 모른 채 자랐지만 나이가 차자 티어링(티얼링이 더 정확한 발음 아니냐)이라는 소국의 여왕으로 즉위하게 되는 19세의 켈시가 주인공. 미인으로 소문났던 어머니(오래전에 살해당한 선대여왕 - 현재는 외삼촌이 섭정으로 있다)와는 달리 얼굴 평범, 살집 있는 몸으로 여왕의 근위병에 둘러싸여 티어링의 수도로 향한다. 이 와중에 섭정과 기타 여러 사람으로부터 살해 위협에 시달리고, 일단 여왕이 되더라도 적국 모트의 레드 퀸으로부터 티어링을 지키는 임무를 맡아야 한다. 거기다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어린 시절부터 항상 몸에서 떼어놓지 않았던 사파이어 목걸이의 비밀도 무시할 수 없다. 주요 등장인물로는 여러 근위병(나이부터 성격까지 가지 각색이나 근위대장 메이스, 나중에 여왕의 밀착? 경호를 맡는 펜, 엘스턴, 먼, 코린 등), 미래를 보는 안달리와 그녀의 딸 아리사, 글리, 정체를 알 수 없는 펫치(Fetch) 등이 있고, 2권으로 가면 전혀 다른 장르가 펼쳐지며 새로운 인물이 쏟아져 나온다.  

내가 비록 YA 소설을 많이 읽진 않았지만! 트와일라이트 시리즈도 2권 읽다 Edward is so beautiful 의 반복에 지쳐 포기했지만! 내용 면에서 다른 소설보다 수위가 좀 높은 편이라고들 한다. 일단 나라가 썩다보니 범죄 및 퇴폐가 만연하고, 노예 무역이 핵심 사건 중의 하나이며, 여자 등장 인물이 많아서 이들이 겪게 되는 사건이 예상 가능하고... 성인의 문턱에 선 여자 캐릭터들이 (19세가 마지노 선인 듯) 다들 자주적인 성생활을 한다. 거기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고 있어서 (작가가 변호사였던 것도 한 몫 하는 듯) 10대 소녀 독자에게 도움이 되겠다. 뭐 그렇다고 엄청나게 수위가 높은 건 아니고, 딱히 러브스토리가 주가 되는 것도 아니다. 그치만 일단 팬픽 쓸 거리는 많을 듯. 내가 나이만 좀 어렸어도 어디 한 번 시도해 보겠다만 으흐흐흑. 켈시/펜 더 내놓으라고!!!

2권까지는 재미있게 잘 봤는데 3권이 많이 약하다. 뿌려놓은 떡밥 회수도 완전히 못했고 (켈시 친부는 그게 최선인가? 펫치랑 섭정이랑 그렇게 심각하게 이야기할 필요 있었어? 윌리엄 티어는 뭐하는 인간인고? 조나단은 왜 그렇게 만든거여? 안달리는 그냥 그걸로 끝?), 뭔가 새로운 장르를 창조하려고 했던건가 (3권부터는 본격적으로 <왕좌의 게임>이다. 그리고 레드 퀸 뭐야), 세계관 자체가 애매해서 그런가 웽???이 계속되며 결말은 완전 배신 수준이다. 일단 작가로서는 최선의 결말이긴 한데 - 복선도 깔았겠다 깔끔하게 끝을 낼 유일한 방법이기도 했겠지만 - 지금까지 따라온 독자들한테는 (이미 2권에서도 헐~ 하고 다시 습득해야 했다고) 김빠지는 내용일 수도. 허무해... 그런데 이상하게 팬픽은 별로 없으라... 왜 안 쓰는 거지 다들? 아무튼 <헝거 게임> 이후 오랜만에 달렸다. 코모란 스트라이크 Book 4도 질렀으니 다음 주부터는 이걸로. 다만, 책을 보면 인터넷을 덜 하겠지 했는데 둘 다 미친듯이 한다는 부작용이 있다...

Pachinko (스포일러)

연극+책 2018. 9. 4. 23:26 Posted by 바나나피쉬

그러고 보니 지난 번에 남들이 읽는 걸 보긴 했구나. 재미교포 작가 이민진의 신작으로 내셔널 북 어워드 후보에 올라서인지 록산 게이(가 그렇게 영향력이 있나...)의 최애 책이라 해서 그런지 아니면 마케팅을 겁나 잘했는지 꾸준히 인기가 있는 모양이다. 딱히 읽을 생각 없었는데 애플에서 드라마까지 만든다 해서 집어들었다. 아시아계 배우들한테는 매우 좋은 소식이고, 드라마 찍으면 때깔 좋게 잘 나올 거 같긴 하다.

소설 본문과 관련없는 맨 뒤, 맨 앞을 먼저 읽었는데 작가의 말에서는 책을 쓴 배경이 잘 나와서 흥미진진했고, 맨 앞에는 주일미국 대사가 책 소개를 재미있게 잘 해 놔서 기대를 갖고 시작했다. 그러나... 막상 열어보니 흠...

일단 잘 읽힌다. 그런데 문체 때문인지 아니면 한 단계 걸러서 전달되는 느낌을 주려고 했는지 뭔가 걸리는 부분이 많았다. 전혀 어렵지 않은 내용인데 읽다가 웽? 하기도 하고, 오타도 좀 있고. 주인공 순자의 둘째 아들 이름이 Mozasu 라고 나오는데, 이거 영어권 독자들을 위한 거겠지? 모세인데 Mose라고 쓰면 Moses랑 연결 안 될까봐? (지금 생각하니, 일본에서 태어났으니까 일본식 발음 쓴 건가 싶기도) 뭐 이름은 그렇다 치고. 순자 엄마 양진의 성이 김이라고. 설마 남편성을 따른 건가? 30년대는 그랬나? 일본 영향? 아니면 그냥 둘다 김씨?

쉬워서 좋긴한데 문학적으로 뛰어난 건 아니다. Pachinko 읽으면서 이창래의 Native Speaker가 얼마나 잘 쓴 책인지 새삼 느꼈다오. 이건 그냥 죽~ 예측 가능한 내용이 이어져서 딱히 생각이 필요하지 않고, 그렇다고 재일의 갈등을 심도있게 그려냈다고 하기도 부족하다. 차라리 가네시로 가즈키의 Go가 더 깊이 있다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소설이기도 하지만). 특히 외국인 등록하러 가는 부분. 이건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모를 일인지도. 아, 성경에 대해서는 많이 배웠다 흐흐. 개인사에 초점을 맞춘 건 집중하기 위한 전략이었겠지만, 뒤로 갈수록 정치, 역사적 배경이 사라져 중심이 잡히지 않은 느낌도 든다. Universality를 살리기 위해서였나. 또 잘 나가다가 정사 장면은 뜬금없이 왜 나오는가. 아니, 있어야지, 중요한 부분이긴 한데 (전작에서도 꽤 나왔던 기억) vulgar로밖에는 설명할 수 없는 단어와 문장을 사용한다고... 정사란 원래 그런 것이다, 이걸 노렸나. 아름답게 예쁘게 묘사할 필요는 물론 없지만 그래도 매우 뜬금없다고!!!

그리고 주인공들도 별로 정이 안 가... 특히 한수. 책 앞 부분 주일미국대사의 소개글에서 한수를 로맨틱 히어로라고 했단 말이지. 히스클리프, 다시, 레트 버틀러까지 언급해가면서!!! 엄청 기대했다... 그런데 그냥 개쉬키였어! 이미 결혼해서 애도 셋이나 있는 놈이 자기 나이 반밖에 안 되는 순진한 여자애 꼬셔서 임신시키고, 그것도 모자라 정부로 만들려고까지! 전쟁통에 순자네 가족 구해주고 돌봐준건, 그래 레트 버틀러구먼! 싶은 장면도 있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나쁜 놈이고 전혀 매력없고. 거기다 30대부터 70대에 이르기까지 매번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라고 묘사되어 윙? 진짜? 다 필요없어, 그냥 불륜남이여!!! 순자도 강단있는 것처럼 그려놓더니 나중에는 자식만이 내 전부!하면서 이리 저리 흔들리고. 백이삭이 그나마 성장 가능성이 젤 높았는데 일찍 죽여버리고. 주인공 아닌 여자들도 하나같이 이상해서, 아 이 작가는 여자 캐릭터 못 그리나보다 싶더라. 그런데 캐릭터는 부실해도 가부장제 묘사가 너무나도 잘 되어 독자의 화를 돋군다.

Family saga 좋아하지만 (미들섹스 같은 거, 그리고 Pachinko보다는 Still Life With Rice가 훨씬 좋았다) 이 책은 좀... 의무감으로 끝까지 읽었다. 소수인종 작가가 성공하려면 자신이 속한 그룹의 이야기를 하는 게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방법인데, 이 책은 미국을 배제하고도 인기를 끌었다는 데 의의를 두어야 할 것 같다. 그래도 좀 더 훌륭한 책이었으면 싶었다고 ㅠ_ㅠ

The Alienist

연극+책 2018. 8. 14. 20:38 Posted by 바나나피쉬

일단 책은 끝내고 드라마를 보고 있다. 내용이 정확하게 일치하는 건 아닌데, 드라마도 꽤나 영리하게 잘 뽑은 것 같다. 읽으면서 뭔가 부족하다고 느꼈던 점을 잘 살렸고, 거기다 지나치게 장광설이 되지 않도록 시대 상황 설명도 캐릭터를 통해 잘 넣었다. 독자의 시점에서 출발했다고 해야할까.

케일럽 카의 소설은 한 10년 전에 한국에도 번역이 되었다고 한다. 이스트사이드의 남자라는 제목이었나. 그나 저나 내가 최근에서야 이 소설을 발견한 게 이상할 따름이다. 아마존 검색을 얼마나 했는데! 그것도 제목마저 alienist인데! 소설이라 그냥 넘어갔었나... 아무튼 읽으면서 여기 저기 접어놨을 정도로 써 먹을 데가 있다. 물론 1996년에 출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배경 때문인지, 아니면 20년 동안 너무나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글에 노출되어서인지, 읽으면서 시대를 탄다는 생각이 종종 들었다. 특히 농담 코드가 뭔가 구식이야. 케일럽 카 소설 중에는 셜록 홈즈와 왓슨을 주인공으로 하는 것도 있다 들었는데, The Alienist의 화자인 존 스카일러 무어는 왓슨 캐릭터 (물론 왓슨보다 아는 것도, 하는 것도 없다), 라슬로 크라이즐러는 그야말로 셜록이다. 주목할만한 서브 캐릭터는 새라 하워드인데, 책에서는 연애 자체를 배제해 놨지만 드라마에서는 역시나 그냥 넘어갈 수 없었는지 서브플롯을 부지런히 짜고 있다. 지금까지는 존 무어랑 엮으려는 모양인데, 존 무어 역을 맡은 루크 에반스(실제 나이보다도 어째 훨씬 더 들어보인다)와 다코타 패닝의 나이차가 너무 심해서 전혀 엮고 싶지 않다... 설정 상으로는 거의 비슷한 나이인거 같더만.

케일럽 카는 원래 논픽션 역사 작가였으나 역사는 반응이나 평이 많이 갈려서 뭘 쓸까 하다가 소설로 전향했다고. 에이전트와 편집자가 소설 쓴다면 반대할까봐 마치 실제 자료를 발견한 양 거짓말로 프로포절을 냈다고 한다. 주인공인 크라이즐러를 실존인물이라고 뻥치고 여기 저기 뒤져서 그럴듯한 사람 사진(작곡가 그리그) 찾아내 루즈벨트 사진과 합성하기까지! 요즘과 달리 합성하는 게 쉽지가 않아서 사진 복사해서 붙이고, 그거 다시 복사해서 그럴듯 하게 만들었다고. 합성한 결과물을 책에 추가했는데, 지금 봐서는 정말 허술하더라. 그래도 다들 속아넘어가서 결국은 책 내고, 소설가로 자리매김 했으니 다행이지.

케일럽 카는 개인사도 엄청난데, 아버지가 무려 루시엔 카. 킬 유어 달링에서 데인 드한이 맡았던 역의 실존 인물이 아버지. The Alienist 내용과도 엮으려고 마음 먹으면 엮을 수 있는 거라, 어제 위키피디아 보면서 가족관계 파악하고 깜놀했다. 어릴 적에 부모가 이혼해서 큰 영향은 받지 않았다 해도 성장 과정이 참 험난했겠다 싶었다.

The Alienist 드라마 1시즌은 끝났고 이제 시즌 2 가능성을 타진하는 모양인데 마침 같은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하는 두 번째 책이 있으므로 드라마 제작 여부와는 관계없이 그걸 읽도록 하겠다. The Angel of Darkness. 첫 책이 남성의 섹슈얼리티를 다뤘다면 (그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면), 다음은 당연히 여성 정신병 원인 중 최고봉인 임신과 출산이어야지. 속편은 아기를 죽이는 muderess 이야기다. 드라마화에 힘입어 속편도 올해 새로 출판한 모양. 일단 지르긴 했는데 배송이 언제 될 지는 모르겠다. 그 동안 드라마나 마저 봐야지.

근황

연극+책 2018. 8. 12. 21:41 Posted by 바나나피쉬

나의 근황은 아니고...

토피 레흐티푸 님이 거의 4년 만에 오페라를 다시 하시는데, 그게 프랑켄슈타인이고 거기다 역할은... 당연하게도 The Creature라고. Eotvos였나, 예~전에 공연했던 The Tragedy of the Devil 오페라 트레일러가 아직 유튜브에 떠다니고 있는데 팬질 입문한지 얼마 안 됐을 때 그거 보고 광속으로 탈덕할 뻔. 이 분은 실험적인 요소를 즐기시는지 아니면 연기가 취미라 아무거나 시키면 다 하는 건지 알 수가 없고. 제목에서 나타나듯 아담과 이브가 유혹을 받는 내용인데, 아담 역이 테너 담당이었던 건지 뜬금없이 리얼하면서도 뭔가 허를 찌르는 모습이었다. 아마 프랑켄슈타인에서도 이렇게 나올 듯. 으흐흐흑. 이제 더 이상 young 하다고도 할 수 없는 나이인데, 더 예쁠 때  클래식한 오페라 좀 많이 서시지... 그나마 나오는 것도 프랑켄슈타인 creature 면 뭐여, 엉엉.

2014년에 개봉했던 Casanova Variations는 한 동안 DVD 출시가 안 돼서 포기하고 있었는데, 몇 달 전에 체크하니 아마존에 떴더라. 근데 한국에서 사는 것도 가격 차이가 크지 않아서 그냥 한국사이트에서 주문했다. 물론 다는 안 보고 토피 레흐티푸 나오는 부분만 열심히 찾아 봤는데 (아마도 통 틀어서 한 장면)... 뭐여 이거. 코지 판 투테의 결혼식 축하하는 장면 노래(아마 데스피나랑 돈 알폰소가 부르는)를 혼자 부르며 이상한 가발 쓰고 꽃 뿌리는 걸로 나온다 ㅠ_ㅠ 카사노바가 결혼하려는 상대가 친딸이라는 거 폭로하면서. 그나 저나 Giacomo Variations도 산 지가 몇 년 됐는데 아직 안 보고 있고, Casanova Variations이랑 같이 산 Le Nozze di Figaro는 뜯지도 않았네... 아, 사 놓고 안 읽은 책은 더 많으니 그러려니 해야하나.

근황 끝.

8월

연극+책 2018. 8. 11. 15:06 Posted by 바나나피쉬

여행은 귀찮다. 졸지에 이번에도 엄청난 일을 벌였지만, 그럭저럭 아무 사건 없이 끝나서 다행이다. 대신 내 정신이 나갔지. 추억이고 뭐고 그 당시를 견뎌내는 게 만만찮은 일이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가중되는데, 이미 4년 전부터 시작된 정신 상태 이상이 아직도 회복되지 않고 있다. 원래도 그런 성격이라 어쩔 수 없지만.

혼자 여행할 때는 끝을 내지 못해도 책을 항상 들고 다니는데, 이번의 동반자는 The Alienist 였다. 흥미진진한 책이다. 1990년대에 처음 출간되었고 (한글로도 번역된 듯), TNT에서 무려 다코타 패닝을 데려다 드라마로 만들었으며, 넷플릭스에서 판권사서 방송하는 듯. 드라마는 앞부분 3편인가, 4편까지 보고 멈추고 책을 먼저 끝내기로 했다. 이미 드라마와 책과는 내용이 달라지는 분위기다. 제목인 Alienist는 19세기 말, 20세기 초까지 정신과의사를 가리키는 말로, 당시 정신과의 위상이 어땠는지 잘 보여준다. 배경이 1890년대인만큼 당시 상황을 잘 반영했고, 실존 인물도 자연스럽게 끌어와 역사 공부에도 매우 도움이 된다. 문제는 주인공인 "나" (존 스카일러 무어, 신문사 기자)가 하는 일이 없다... 드라마에서는 일러스트레이터로 나오는데 과연 그 능력이 쓸모가 있을 지 잘 모르겠고 (이미 사진을 적극 활용하는 때라), 책에서도 신문사 기자 인맥이나 연줄을 조금 활용하는 것 빼고는 하는 게 없다. 홈즈의 왓슨보다도 하는 일이 없... 뒤로 가면 활약상이 나올 것인가... 100페이지도 안 남았는데 과연? 드라마에서는 루크 에반스가 존 무어 역을 맡았는데, 주름이... 원래도 나이가 좀 있어 보이는 얼굴이긴 하지만 다른 배우들에 비해서도 너무 나이들어 보인다. 다코타 패닝은 어릴 때의 그 깜찍함이 없어지고 평범 그 자체가 되었지만 연기는 젤 잘 하는 듯. 존 무어의 역할에 대한 불만 외에도, 단어 사용 같은 게 그다지 이질적이지 않은 것이, 과연 이 단어를 그 때도 썼나? 하는 생각을 하며 책을 읽고 있다. 이번 달 안으로 둘 다 끝내고야 말겠다.

외국 나가니까 같은 계정이라도 넷플릭스 드라마/영화 선택 폭이 넓어지더라. 신비한 동물사전 같은 나름 최신 영화도 있었고, 드라마도 종류가 더 다양했던 듯. 열심히 본 건 "김씨네 편의점." 전에 인터넷 서핑하다 캐나다 드라마라고 보긴 했는데, 이 정도로 본격적인 드라마일 줄은 몰랐다. 아들이랑 아들 친구를 제외하고 주요 배역이 다 한국계인데 다들 2세인가 한국어는 거의 못하는 듯. 교회 생활이며 세대 갈등이며 매우 그럴 듯 하지만, 단점이라고 한다면 이민 1세 부모들이 영어를 너무 잘 해. 거기다 요즘 자식하고 영어로만 대화하는 1세 부모가 있나? 예전이야 애들이 빨리 영어 배워야 한다고 다 같이 영어만 썼을 수도 있지만, 요즘도? 부모들은 다 한국어 쓰고, 애들은 보통 영어로 대답하는 패턴 아닌가? 그래도 다양한 주제로 이민자 가족이라면 다들 공감할 내용을 다루고 있다. 연기도 좋고. 한 이틀 내내 보다가 말았는데 뒷부분은 언제나 다시 볼 수 있을까.

아, "하우스 오브 카드"도 시작했다. 다들 극찬이기도 하고, 레퍼런스로도 많이 나와서. 시즌 3 중간까지 봤나... 재미없어. 내 취향은 아닌가 보다. 너무 큰 그림이라 따라가기도 벅차. 로빈 라이트가 너무 멋져서 케빈 스페이시가 묻힌다. 이미 묻혔지만.

새로운 동네에 가면 공연도 챙겨보려고 하는데 (물론 영어권 한정), 이번에는 Book of Mormon (드디어!)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를 보았다. 역시 오페라 하우스는 메트만큼 큰 곳이 없구나. 일반 극장도 브로드웨이가 훨 크네. 각각 앞쪽과 오케스트라석(여기는 Stalls) 구석에서 봤는데도 무대가 한 눈에 다 들어왔다! 아니 이럴 수가. 오페라 극장 가서는 좌석 앞에 자막이 없어서 헐... 플레이빌도 양면 인쇄된 종이 한 장이 전부라 헐... 아, 가방 검사는 메트도 했구나. 거기다 티켓 가격이 엄청 싸! Book of Mormon은 가운데에 딱 한 자리 남았던 거라 그런가 브로드웨이 10년 전 메자닌 가격 정도였고, 오페라도 메트였으면 천장에 매달려서 봤어야 할 좌석 가격인데 무대 엄청 잘 보여! 물론 들리기도 잘 들렸다. Book of Mormon은 엄청 인기라 표 구하기 힘들다는 것만 알고 있었는데 우간다로 선교가는 게 주요 내용이었... 인종차별적이라는 비판도 많고 이해도 된다만, 그래도 브로드웨이에서 라이언 킹 빼고 (이제는 해밀턴도 포함) 유색인종이 이만큼 나오는 공연이 어딨겠나 싶더라. 여기서도 동양인은 제외지만. 람메르무어의 루치아는 루치아 빼고 다 그냥 저냥. 가운데에 자막 띄워주는데 다들 비극임에도 불구하고 피식피식 웃더라... I Puritani랑 비슷한 느낌.

4월

연극+책 2017. 4. 29. 20:42 Posted by 바나나피쉬

떠나기 전 날인가 드디어 오네긴 예매했다. 너무 비싸 ㅠ_ㅠ 2013년에 못 봤던 -_-; 파르지팔 표보다 2배 정도 높은 가격이었다. 왜 이렇게 오른 것이냐. 거기다 토요일 오전은 Live HD 공연인지라 표가 거의 다 매진되었더라. 그래서 할 수 없이 화요일 표로 샀다. 호텔에 생각보다 늦게 들어가서 낮잠 잘 시간이 별로 없었고, 거기다 알람도 잘못 맞춰서 하마터면 못 볼 뻔 했지만 그럭 저럭 시간 맞췄다. 저녁은 요거트로 대충 해결하고 주변을 좀 걸었는데 남의 동네라 그런지 별로 변한 게 없어 보였다. 링컨 센터 근처도 엄청 돌아다녔었지... 흑. 이래서 계속 가던 곳에 가게 되는 건가. 

 

이번 공연으로 마테이와 (이미 돈 지오반니 때 보긴 했지만 인지를 못 했던 상태라) 네트렙코를 봐서 좋았다. 마테이 오네긴은 공연 실황 라디오 방송도 놓쳤는지 관심이 없었는지 못 들었는데 실제로 보니 훌륭... 아 멋져라. 역시 공연에서는 무대 장악력이 중요한 것이지. 일단 키 크고, 수염 길렀는데 잘 어울리고 옷도 잘 입고 나오고. 정장 바지가 딱 떨어지는 거라 그런지 엄청 늘씬하게 나왔다. 연기도 뭐 언제나 그렇듯이 잘 하고. 플레이 빌에 마테이 인터뷰 실렸는데, 오네긴은 연기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그래... 50대가 2막에서도 여전히 20대인 인물을 제대로 연기하긴 어렵겠지. 리브레토에도 나이가 나오는데 순간 움찔했다. 아무리 봐도 20대는 아니잖아... 내가 팬이라도 그건 아니지. 아무튼. 타티아나의 연정을 거절하는 장면에서 옵셔널 하이 F 불러주시고, 그 다음에는 장난식으로 입에 키스하고 사과 베어 물며 떠나는데 2막에서 고스란히 돌려받는다. 멋있었어 ㅠ_ㅠ 네트렙코는 이제 원숙한 러시아 아줌마가 되셨고... 목소리는 더 좋아졌다는데 나는 잘 모르겠슈.

 

장미의 기사도 보고 싶었는데 저녁 먹느라 못 갔다. 저녁 안 먹었어도 못 갔을 지도. 왜 요즘 뉴욕 공연은 이렇게 비싼 것이냐... 내가 10여년 전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땐 이 정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어쨌든 연극도 봐야하니 TKTS에 줄 서서 유리 동물원과 선셋 블루바드 표 샀다. 유리 동물원은 흠... 샘 골드는 뉴욕에서 나름 각광받는 감독인 거 같은데 뭔가 조금씩 안 맞는 부분이 있다. 이번에는 로라 역에 눈에 보이는 장애가 있는 배우를 고용했는데 그 자체로도 참 의미가 있지만, 일각에서는 학대라는 비판이 있었나 보더라. 사실 보는 나도 가끔 움찔할 때가 있었다. 그 동안 노출되지 않았던 부분을 처음 접하게 된 충격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구경거리로 만들었다는 생각이 있어서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유리 동물원은 마지막으로 읽은 게 거의 20년 전이라 생각도 안 난다만, 이 공연에서는 왜 제목이 유리 동물원인지도 잘 안 나타나고, 샐리 필즈의 아만다도 너무 아줌마스러워서 좀 아쉬웠다. 선셋 블루바드는 흠... 글렌 클로즈가 나온다는 거 빼고는 재미도 없고 -_-; 주연 배우도 노래 잘 하는지 전혀 모르겠고... 뮤지컬 전문 배우가 아니라는 한계가 이런 건가 싶었다. 거기다 생각나는 넘버도 없고. 관객들은 열광적이라 글렌 클로즈 나올 때마다 난리가 났다만 나는 졸려서 괴로웠다. 다른 공연 볼 걸 그랬다. 흑. 하지만 보고 싶었던 공연은 다 미친듯이 비싸고 표도 없어서 포기. 세계화의 부작용인가... 이제 공연도 그만 볼 때가 된 거 같다. NT Live나 챙겨보든가.

 

와서는 코지 판 투테 콘서트 표 끊었다. 갈까 말까 망설였는데... 코지 판 투테 진짜 좋아하지만 지난 번에 공연 보면서 내내 잤고, 이번 역시 시차 적응도 안 된 상태라 눈 뜨고 있을 자신이 없었다. 그래도 내가 언제 르네 야콥스를 보겠냐며 꾸역 꾸역 갔다만, 결국 졸았다. 롯데 콘서트홀은 음향이 원래 그런가 아니면 내가 앉은 자리가 안 좋은 데인가 가수들이 구석으로만 가면 소리가 어찌나 울리는지 집중해서 듣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정면 자리 앉아야 하는 건가... 콘서트 공연이지만 가수들이 열심히 연기하셔서 재미는 있었다. 다만 이번에도 거의 모든 곡을 빨리 연주해서 가수들 숨 막히고, 노래 집중할 정신도 없고 ㅠ_ㅠ CD로 나온 건 이 정도 아니었던 기억인데. 오나먼테이션도 엄청 많더라. 내 취향은 심플한 정석(?) 연주인가 보다. 뒷부분 갈수록 정신을 잃은데다, 정신이 멀쩡할 때는 옆의 아저씨가 중얼 중얼에 핸드폰을 열심히 확인하셔서 (옆의 부인은 도대체 왜 아무 말도 안 하는 거지? 그래서 둘이 부부인가?) 완전 짜증.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다시 2006년 글라인드본 코지로 돌아가야지.

 

4월의 공연 생활 끝. 5월에는 일을 좀 해야 ㅠ_ㅠ 노동의 달이 다가오는구나.

Travesties

연극+책 2016. 9. 3. 21:06 Posted by 바나나피쉬

20여년 만에 런던에서 리바이벌한다고. 표는 이미 매진이란다. 메니어 초콜릿 팩토리는 웨스트 엔드가 아닌가? 어디론가 트랜스퍼할 예정인가 보던데... 헨리 카 역에 톰 홀랜더고 프레디 폭스가 짜라 역. 패트릭 마버 감독에 톰 스토파드가 리허설 룸에 앉아 있다고. 악!!! 보러 가고 싶다. 재미있을 듯. 2012년인가 동네 (내 동네 말고) 공연으로 올린 적 있는데 멀어서 안 갔었지. 갈 것을 흑. 극은 이미 15년 전 쯤부터 읽고 있었지만 아무리 읽어도 이해가 잘 안 간다. 역시 희곡 그 자체로는 무지한 중생을 구원할 수 없는건가. 눈 앞에서 구현이 되야하는 건가! 단순히 내가 이해를 못 하는 거겠지. 흑. The Importance of Being Earnest가 메인 플롯과 얽히고 제임스 조이스에 레닌까지 나온다. 이걸 계기로 한 번 더 읽어야겠군. Travesties 는 라디오 방송도 안 했나...


케네스 브래너가 감독하는 로미오와 줄리엣이 평은 안 좋아도 인기 폭발이라 들었는데 7월 말부터 프레디 폭스가 리처드 매든 대타한 모양. 악! 몰랐네. 알았어도 못 봤겠지만. 리처드 매든이 뛰다가 발목 다쳐서 연기하기가 힘들어졌고 하필이면 언더스터디까지 다리를 다치는 바람에 프레디 폭스가 대역으로 들어갔다고. 처음 기사 봤을 때는 언더스터디가 하면 될텐데 왜... 오페라 공연도 아니고 연극에서 왜... 했는데 언더스터디도 다쳤구나 -_-; 금요일에 연락와서 토요일부터 공연하라 했다고. 타협 봐서 그 다음 주 화요일로 바꿨다고 한다. 이전에 셰필드 크루서블에서 로미오 한 적이 있어서 자기한테 연락한 모양인데 판본이 다른 거라 첫째 날엔 고생 좀 했다고. 참 대단하지. 아무리 했던 거라도 시간이 꽤 지났는데 다 기억이 나나...

프레디 폭스는 몇 년 전에 한 여름 밤의 꿈 라디오 버전에서 퍽 역 했던 걸로 처음 알게 됐는데 생긴 것부터 목소리까지 마초 마초가 아니라서 쎈 leading man 하기엔 좀 무리가 있을 듯 하다. 로미오는 뭐 19세기부터 여자 배우들 단골 배역(베네핏 공연 한정이지만)이었으니 잘 어울린다 해야 하나. 3대인가 4대째 배우 집안이고 엄마, 누나에 친척들도 다 배우라 네포티즘이니 뭐니 난리긴 하지만 연극 꾸준히 하고 딱히 주연만 탐하는 것도 아니라 어떤 식으로든 오래 가지 않을까 싶다. 이제 20대 후반을 향하는데도 나이 들어 보이지 않고 말이지.

이번 가을에 런던에 가면 No man's land와 Travesties와 Kushner 연극 클리어하고 올 수 있을 텐데 과연. 시간은 있다만 귀찮아서 갈 수 있을까... 이제 노쇠하여 하루 1공연도 불가능할게야. 2년 전에 하루 2공연 이틀인가 (물론 토/수여서 텀이 좀 있었지만) 뛰고 죽는 줄 알았는데 지금은 더 힘들겠지. 거기다 티켓을 살 수 있으리란 보장도 없고. 이 나이에 밤 새고 줄을 설 수도 없는 거고 (딱 한 번 낮에 줄 선 적 있는데 그 날 저녁 공연 내내 자다 왔다). 런던이야 원래 좀 그렇다 들었는데 뉴욕도 (아마도) Book of Mormons 무렵부터 더 난리더니 이젠 상상 초월. 해밀턴은 오리지널 캐스트 물러나기 전에 녹화한다고 했으니 언젠가 PBS에서 방송하고 DVD 나오겠지.

8월

연극+책 2016. 8. 22. 17:40 Posted by 바나나피쉬

Harry Potter and the Cursed Child
연극은 프리뷰부터 몽땅 매진되서 표를 구할 수도 없고 서푼짜리 오페라나 볼까 했는데 계획이 틀어져서 아무것도 안 했다. 책도 못 사와서 - 어차피 들고 다니지도 못했겠지만 - 예스24로 주문했다. 이거 저거 합하니 오히려 더 싸네. ​​연극 대본이라 빈틈이 많아서 그렇지 재미있었다. 대본의 묘미는 지문이 어떻게 구현되는가를 상상하는 데 있지. 가서 보면 훨씬 재미있겠더라. 제이미 파커가 해리 포터 역할이라 맘에 들었다. Queerbaiting이라고 난리난 모양인데 이런 식의 플롯은 너무도 전형적인 것 아닌가? 딱히 분노할 부분은 없는 듯 하다만 나는 팬픽을 쓰는 사람도 아니고 커플링에 집중하는 것도 아니고 씨퀄에 대한 의견이 있는 것도 아니니 여기서 그만. 코모란 스트라이크 다음 소설을 기다려야지. 내년 초 쯤 되면 나오려나.

랑야방 소설 끝
2편까지는 열심히 읽었지만 3편부터는 좀 늘어지더라. 마지막 부분은 드라마가 훨씬 구현을 잘했다. 폭풍처럼 몰아쳐서 따라가기도 힘들 정도였는데 책으로는 그냥 그랬다. 그래도 참 대단하다. 이런 내용을 짜내다니! 여기에 온 힘을 쏟았는지 후속작이 없어서 좀 아쉽다. 작가 말로는 프리퀄도 씨퀄도 자기 손에서는 안 나올거라고. 그다지 궁금하지도 않다.

Roots
원작 드라마는 본 적이 없고 책을 읽은 적도 없지만 <뿌리>는 엄청 유명하니까. 쿤타 킨테도 어릴 적 다들 한 번 쯤 들어봤을테고. 리메이크작 보고 있는데 묘사가 쎄다. 무섭네. 역사적 정확성에 초점을 맞췄다는데 역시나 무섭다. Middle passage며 독립전쟁 - 그것도 영국 편에서 싸운다. 둘 다 나쁘지만 lesser evil을 선택한 건가 - 에 남북전쟁까지 나온다고. 배우들은 다들 미인에 몸매 훌륭하고 연기도 좋고. 백인 역할은 좋을 게 하나도 없는데 나름 이름 있는 배우들로 잘 채웠다. 거의 다 영국 출신이던데 노렸나... 3편 중간쯤 보다 말았는데 과연 끝을 낼 수 있을 것인가. 77년에 오리지널이 방송되었다고 알고 있는데 시기가 딱 맞아 떨어졌던 건지 어떻게 미국에서 그 시대에 그 정도의 인기를 끌 수 있었는지 신기하다.

이제 평이 매우 좋은 <중쇄를 찍자>를 봐야겠다. 주인공이 평범한 듯 하니 귀엽구려. 오다기리 조는 어떻게 나오려나 궁금하다.

밖에 나가면 뭐라도 배운다더니 내 인간성의 밑바닥을 보았다. 어떤 기준으로 봐도 적은 나이가 아닌데, 그리고 나는 나를 꽤나 객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잘못 알았네 그려. 피는 속일 수가 없는지 내가 비난하던 모든 것들이 나에게도 똑같이 있었다. 이미 던져서 상쳐 낸 말들이야 어쩔 수 없지만 앞으로라도 조심해야지. 그리고 나에 대해 좀 더 생각해야겠다. 너무 생각해서 문젠가...

해밀턴

연극+책 2016. 6. 13. 00:23 Posted by 바나나피쉬

해밀턴 뮤지컬 얘기는 많이 들었는데 토니 시즌이 되니 더 난리다. 노미네이션을 16개 받았다고... 카테고리 하나에 해밀턴 캐스트 3명씩 들어가 있고 -_-; 프리미엄 티켓은 거의 900불에 육박할 거라 한다. 필립 시무어 호프먼이 세일즈맨의 죽음 했을 때도 400달러 선이었는데. 거기다 오리지널 캐스트가 곧 쇼를 떠날 예정이라 그 전에 다들 보려고 하는 모양. 2017년에는 웨스트엔드에서도 공연 예정이다. 근데 영국에서 이게 팔릴까... 독립 전쟁인데. 해밀턴이라고. 그나저나 벤자민 프랭클린이 안 나오는군. 우리나라에서도 팔리기 쉽지 않을 듯. 일단 해밀턴을 아는 사람들이 몇이나 되겠냐고. 거기다 랩 라임은 어떻게 맞출거야... 

 

뮤지컬 못 본 사람들도 음악은 많이 듣길래 나도 한 번 사봤다. 사고 나니 유튜브에도 있더라만, 아마존에서 사면 가사도 노래방 스타일로 잘 나오니까. 랩이 워낙 많아서 가사 없으면 못 알아듣는다. 2/3 듣다가 졸려서 기절했는데 (지루해서는 아니고 그냥 피곤해서...), 어찌됐든 린-마누엘 미랜다 천재네. 인 더 하이츠도 난리였는데 해밀턴은 아주 전율이 쫙~ 아는만큼 들린다고 이것 저것 재미있는 부분이 많더라. 스카일러 자매와 해밀턴이 그런 사이인지는 몰랐고, 나중에 결투해서 죽는다는 것도 깜빡 잊고 있었다. Founding Brothers 책 어디다 쳐박아놨더라... 거기다 아예 캐스팅 할 때부터 조지 3세 빼고는 다 유색인종으로 정해놔서 색다른 극이 되었다 - 아하, 여기서 또 목소리가 나오는군. 목소리로는 티 안난다. 미국사 학자들 중에는 유색인종에게 극을 맡기는 바람에 당시 사회가 얼마나 백인 남자 중심으로 돌아갔는지 감춰진다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해밀턴 자체도 초엘리티스트에 보수주의라 지금 분위기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고. 역사를 제대로 모르고 극부터 본다면 잘못 이해할 가능성이 없지 않겠지. 거기다 브로드웨이 관객 다수가 중상류층 백인이라는 걸 고려한다면 더. 비유럽 국가로 트랜스퍼되면 인종 문제는 어쩔거여...

 

해밀턴 북은 퓰리처 상도 받았다고 한다. 계속 듣다보면 엔터테인먼트 밸류보다는 히스토리 크래쉬 코스 같은 느낌이 있는데 라이브로 보면 또 다르겠지. 때가 때인만큼 이런 극이 인기인건가. 아니면 요즘 뮤지컬 중에 순전히 음악으로 관객을 끌어당길 수 있는 극이 없었나. 들으면서 Bloody Bloody Andrew Jackson 생각나더라. 공연했을 때 상당히 호평받은 걸로 기억한다. 갈까 하다가 앤드류 잭슨이라.. 흠... 이것도 유튜브에 올라와 있어서 대충 듣고 있는데 13곡 밖에 안 되서 해밀턴보다는 듣기 편하다. Ten Little Indians, Corrupt Bargain 나오고, 레이첼도 등장하고. 벤자민 워커가 앤드류 잭슨 역인데 노래 잘 부른다. 진짜 재능이 넘쳐 흐르는구먼. 지난 몇 달 동안 해밀턴이고 잭슨이고 많이 읽었는데 생각이 하나도 안나 ㅠ_ㅠ 당분간은 열심히 해밀턴을 들으면서 영어 공부를 좀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