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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책'에 해당되는 글 96건

  1. 2015.01.01 2015년
  2. 2014.10.09 La finta Giardiniera
  3. 2014.08.10 The Cripple of Inishmaan
  4. 2014.08.09 Cabaret 2
  5. 2014.07.10 The Tempest
  6. 2014.06.21 잡동사니
  7. 2014.04.28 RSC 공연 클립
  8. 2014.04.24 Hamlet
  9. 2014.03.27 National Theatre 2014-15
  10. 2014.03.23 무사시

2015년

연극+책 2015. 1. 1. 20:19 Posted by 바나나피쉬

작년에는 제법 돌아다녔는데 올해는 그냥 짱박혀 있을 예정. 갈 곳이 하나 있긴 하지만... 벌써부터 귀찮다.

 

2015년의 NT Live로는 톰 스토파드의 The Hard Problem 과 버나드 쇼의 Man and Superman 이 있을테고. 완전 기대중 +_+ The Hard Problem 은 어떨까나.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캐스트인 듯 한데 톰 스토파드 이름으로 올킬이다. 작년에 The Coast of Utopia 까지는 간신히 클리어 했으니 이제 Rock 'n' Roll 도전해야지. 레이프 파인즈의 잭 터너는 또 어떨지. 전 막 다 공연하려나 모르겠네. 2월에는 국립극장에서 프랑켄슈타인 한다니 가야지. 동행을 물색하는 중인데 워호스 보고 떨어져나간 모양이 한여름 밤의 꿈 이후로 국립극장 보이콧에 나서서 다른 곳을 찔러봐야 한다. 혼자라도 가면 되니까 뭐. 이미 좋은 자리는 다 나가서 그냥 구석으로 잡았다. 배역 바꾸니까 두 번 봐야... 돈 들어갈 이유도 가지 가지구나.

 

Digital Theatre에서 리처드 아미티지 주연의 The Crucible 극장 표 판매에 나섰으니 5, 6월이면 다운로드 판매도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 크루서블은 워낙 좋아하기도 하고, 써먹을 데도 많고, 일단 연극 평이 무시무시하게 좋아서 꼭 볼 예정. 참 좋은 세상이라니까. 작년의 Private Lives 도 꽤 만족했는데 재생이 버벅거려서 노트북을 바꿔야하나 고민 중... 집 인터넷이 느려서 그런가 아이패드 앱으로 봐도 버벅.

 

LG 아트센터에서는 9월이랑 11월에 연극 내한하는 거 챙겨보고. Met Live in HD 도 보러 가야지. 피가로의 결혼 +_+ BBC 라디오 Opera on 3 에서 Met 피가로 방송해준다길래 신나서 기다렸는데 2번째 캐스팅이라 짜증이었다. 오늘 아침부터는 La Monnaie 의 x-rated 돈 지오반니 보고 있다. 뭐 오페라니까 x-rated 해 봤자 별 거 아닌데, 극적 장치에 음악이 희생되어 버렸다. 토피 레흐티푸는 이제 콜로라투라도 망하고... 아픈가. 내내 아팠는데 자기가 빠져버리면 그 역할 할 사람이 없으니 그냥 버텼나... 이건 뭐 돈나 안나 번쩍 번쩍 들어 옮겨야하고, 소파 2개 걸쳐서 앉아야 하고 (길어야 가능), 기어다니고 뛰어다니고 해야 하니 대타가 마땅히 없나... Dalla sua pace 랑 Il mio tesoro 일단 들었는데 조마조마해서 집중을 못하겠...

 

이건 새로 볼 거 생길 때마다 업데이트.

 

+) TV 쇼도 볼 게 많긴 하지.

Broadchurch 시리즈 2 시작했고. 시리즈 1보면서 엄청나게 우울했는데... 재미는 있었다는.

Jonathan Strange & Mr. Norrell 도 올해 안에는 방송할테고

Wolf Hall 도 있고 (마크 라이랜스가 codpiece 크기에 대해서 불만을 토로했다고 - PBS 탓이라고 했는데 PBS 측에서는 부인 ㅋ)

The Night Manager 도 톰 히들스턴과 휴 로리 주연으로 한다고. 존 르 카레 소설 원작이라는데 2015년 안에 방송은 하는게냐...

Indian Summer 도 괜찮을 듯. 톰 스토파드의 In the Native State 가 연상되겠지만서도.

그나저나 The Knick 도 보고 싶은데 무섭... 첫 회 잠깐 봤는데 아편굴 나와...

La finta Giardiniera

연극+책 2014. 10. 9. 22:58 Posted by 바나나피쉬

연극+책 카테고리인지는 모르겠다만 일단 공연은 공연이니까. 2012년에는 Cosi fan Tutte 에 꽂혀서 허덕거렸는데 올해는 La finta Giardiniera (가짜 여자 정원사)다. 모차르트가 18세에 완성한 오페라로, 이후 다 폰테와 합작한 오페라 및 마술피리에 나타나는 음악적 특성을 보이기 시작한 작품이라 한다. 잘은 모르지만 진짜 비슷한 부분이 없잖다. 토피 레흐티푸가 2010년, 2011년에 르네 야콥스 지휘 하에 콘티노 벨피오레 연기한 건 알고 있었는데 공연 클립 존재 안 해서 꽝. BBC 라디오에서 방송은 해줬다길래 과연 구할 길이 있을까 하고 제껴놓은 게 몇 년. 그러다가 모 블로그를 보고 용기를 얻어 인터넷 음원 파는 사이트에서 질렀다. 개인이 녹음한 거 파는 사이트인 듯. 내용을 전혀 모르기 때문에 위키피디아 열어놓고 들었는데, 일단 아리아를 전혀 알아들을 수 없으니 소용없... 거기다 내용이 정말 막장에 산으로 가서 이해 불능. 2달째 듣고 있는데 아직 100%는 모른다. 이거 이해하려고 르네 야콥스 판 2012년 CD도 질렀다는 -_-;

 

한국 드라마 막장 저리 가라 하는 내용. 리브레토 자체가 말이 안 되긴 해... 그래도 음악으로 모든 걸 덮는다!

등장 인물.

귀족 여인네 비올란테 (후에 산드리나 라는 가명을 쓴다)

비올란테의 연인, 벨피오레 백작

비올란테의 하인, 로베르토 (후에 나르도 라는 가명을 쓴다/ 세르페타를 좋아함)

시장, 포데스타 (산드리나를 좋아함)

포데스타의 조카딸, 아르민다 (벨피오레와 약혼)

아르민다의 전남친, 라미로 (바지 역 - 메조 소프라노 - 원래는 카스트라토 역)

포데스타의 하녀, 세르페타 (포데스타를 사모함) 

 

단촐하게 7명 뿐인데 사건이 꼬이고 꼬였다. 비올란테와 벨피오레는 연인인데, 벨피오레가 질투심에 불탔는지 원래 DV 자질을 타고 났는지, 비올란테와 싸우다 그녀를 칼로 찌르고 도망간다. 죽은 줄 알았던 비올란테는 간신히 목숨을 건지고, 그녀의 하인 로베르토와 도망쳐 포데스타의 정원사로 들어간다. 둘 다 가명을 써서 산드리나와 나르도라는 사촌지간으로 위장한다. 포데스타에게는 조카딸인 아르민다가 있는데, 이 여인네도 보통이 아니라 남자들을 후리고 다닌다. 전남친 라미로는 그녀를 잊지 못해 깨진 후에도 졸졸 따라다니는 상태. 포데스타의 하녀 세르페타는 신분상승을 노리는지 포데스타와 진도를 나가보고자 하지만, 포데스타는 정원사인 산드리나를 사모한다. 나르도는 세르페타에게 반했으나 줄기차게 거절만 당한다. 나름 평온했던 포데스타의 집에 폭풍우가 몰아치는 건 벨피오레가 아르민다에게 구혼하러 나타나면서부터. 아르민다는 본성을 드러내 자신을 배신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다짐을 시키지만 벨피오레는 줏대 없는 남자. 거기다 전 여친 비올란테와 똑같이 생긴 산드리나를 보고 엄청난 충격에 빠진다. 산드리나는 왜 비올란테를 죽였냐며 벨피오레를 책망하면서도, 본인은 비올란테가 아니고 비슷하게 생긴 그녀의 하녀일 뿐이라며 시치미를 뗀다. 자기에게 구혼을 하러 왔으면서도 딴 여자를 생각하는 벨피오레를 보며 아르민다는 분노에 휩싸이고, 다른 남자에게 눈 돌리는 전여친을 보면서 라미로는 침울해진다. 포데스타는 영문을 모르고 어리둥절. 나르도는 영어, 프랑스어 다 동원해서 세르페타를 꼬시느라 여념이 없다. 이 와중에 라미로가 밀라노에서 온 편지를 한 통 들고 나타난다. 벨피오레를 비올란테의 살인죄로 체포하라는 내용. 포데스타는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아르민다와 벨피오레를 절대로 결혼시킬 수 없다며 길길이 뛰고, 벨피오레는 충격을 너무 받아서인지 원래 좀 모자라서인지 유도심문에 넘어가 자신이 비올란테를 죽였다고 시인한다. 그리고 그런 벨피오레를 구하기 위해, 산드리나가 본인이 사실은 비올란테며 죽지 않았다고 밝힌다. 벨피오레는 이런 저런 충격을 견뎌내지 못하고 서서히 미쳐간다. 그리고 비올란테는 괴한에게 납치되어 한적한 숲에 버려진다 (배후가 세르페타였나). 비올란테를 찾아 나르도, 벨피오레, 세르페타, 포데스타, 아르민다가 숲으로 오지만 너무 어두워 목소리만으로 서로를 찾아야 하는 상태. 나르도만이 주인인 산드리나를 제대로 찾고, 벨피오레는 세르페타를, 포데스타는 아르민다를 부여잡게 된다. 이 혼돈 속에 라미로가 불을 들고 등장. 엉뚱한 상대와 끌어안고 있던 걸 깨달은 네 명은 창피함에 어쩔 줄 모르고, 이 와중에 벨피오레와 산드리나는 완전히 미쳐 버려 서로가 신화에 나오는 주인공이라 착각하며 노래하고 춤추기에 여념이 없다. 어떻게 인지는 알수 없지만 다시 정상으로 돌아 온 두 주인공은 밀당 시작. 너 싫음 저리 가삼 다신 안 볼 거임, 하고 산드리나가 운을 띄우니 정 싫다면 갈께, 라고 벨피오레가 가는 척 -_-; 속으로는, 저래도 사실 맘 바뀔거임 장담하시고... 결국 둘은 서로에게 돌아가고, 아르민다는 라미로와, 세르페타는 나르도와 엮인다. 홀로 남은 포데스타가 한탄하고 모두 합창하는 걸로 끝. 복잡하다 -_-; 막장 요소는 다 있네. 출생의 비밀 빼고.

 

음악이 진짜 좋다. 모차르트 천재. 10여년 후 작품과 별로 다르지 않다. 많이 복원했다는데, 르네 야콥스 능력인가. 라미로 역을 카운터 테너가 해도 괜찮았을 듯. 촹촹촹촹 울리는 부분이... 카스트라티 역 막판 쯤이었나... 이 때는 아직 모차르트가 리브레티스트를 휘어잡고 닦달하기 전이라 드라마적 요소가 부족했다고 하는데, 내용에는 구멍이 있어도 캐릭터가 살아 있다. 지금 보면 벨피오레는 진짜 나쁜 놈이지만 시대 상황 생각하면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고. 남자 중심으로 돌아가는 사회에다, 이태리 사람들은 훗날에도 crime of passion 으로 유명하니, 질투에 눈이 멀어 DV를 행하는 건 특별한 일이 아니었을 지도 모르지. 근데 나쁜 놈인 건 확실. 거기다 약간 모지라... 산드리나도 그냥 수동적이기만 한 캐릭터는 아니다. 사랑이 뭔지, 계속 벨피오레를 피하려고 하지만 결국 그에게 돌아가게 된다. 둘이 잘 살았으려나 몰러. 아르민다가 압권인데, 아리아 내용 보면, 나 배신하면 너 죽일거임! 이런 거라 헉. 악녀 캐릭터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신여성"일세. 당한만큼 갚아준다! 배신하면 가만 안 둔다! 여자라 무시하지 말아라! 거기다 결국 라미로랑 이어지는 걸 봐도 루저는 아니다. 세르페타도 신분상승을 꾀하는 당당한 여자고. 계산할 거 다 하고 결국은 나르도를 택한다. 나르도 캐릭터도 재미있다. 특히 2막에서 영어, 프랑스어로 노래부르는 게 나오는데, 당시 음악인들의 외국어 구사가 어느 정도였는지 매우 궁금하다. 프랑스 오페라 뜨고 있었고, 헨델도 이미 영국에서 인지도를 쌓고 있던 때라, 영어 프랑스어가 생소하지는 않았을 거고, 일단 이태리어는 의사소통 될 정도로 했을 테고. 그래도 이런 국제적(?) 음악을 듣다보면 당시 생활상이 궁금해진다. 나야 뭐, 정신이상 나오면 +_+ 그러게 17, 18세기에는 정신병 이야기가 흔하게 나왔단 말이 맞나벼... 왜 미쳤는지, 어떻게 정상으로 돌아왔는지는 모르겠다만. 이제 가사집 보면서 다시 들어야지.

 

나는 토피 레흐티푸 위주로 테너 아리아 및 합창을 주로 듣고 있다. 공연 사진 보니 양복 빼 입고 나오고 (1920, 30년 대 분위기) 공연 내의 재주는 혼자 다 부린다는데 호흡 안 흔들리고 잘 부르네. 아무래도 고음은 좀 딸린다만 항상 그렇고... 흑. YouTube에 다른 공연 클립은 꽤 있다. 근데 영어 자막이 없슈. 지금까지 프로덕션 4편 정도는 본 듯. DVD 출시도 많이 되진 않았더라. 이번에 글라인드본에서 새 프로덕션 공연했는데 이건 BBC 라디오 Opera on 3에서 몇 주 더 들을 수 있다. 주로 테너에 초점을 맞춰서 듣고 본다만, 글쎄... 잘 모르겠다. 아직 사랑-_-;에 눈과 귀가 멀어서. 다들 잘하는데 글라인드본 공연은 좀 별로인 것도 같고. 벨칸토 부르는 테너들도 벨피오레 역을 많이 하드만, 내 귀에는 너무 느끼하다고 해야하나. 르네 야콥스의 2012년 CD 리코딩에서는 바리톤이 테너 역인 포데스타를 불러서 신기하다 -_- 하고 있었는데, 이 역이 보통 테너역보다 음역대가 낮긴 한 듯 하다만 다른 이유가 있는지 궁금. 찾아도 안 나오던데 말이쥐. 그리고 왜 르네 야콥스는 공연은 토피 레흐티푸 데리고 하고 녹음은 다른 가수 시킴? 토피 레흐티푸의 성공은 진짜 얼굴과 키 빨인 것임? 노래는 녹음 용이 아니라는 거임? 마술 피리도 그렇고, La finta Giardiniera 도 그렇고, 왜 공연에서 굴려놓고 CD는 안 내주는 것이냐!!! 이것도 궁금. 누구 설명해 줄 사람 없나? 앞으로 한 달만 더 듣고 그만 들어야겠다. 요즘 이거 땜에 라디오 드라마를 못 들어 ㅠ_ㅠ 영어 공부해야는데...

The Cripple of Inishmaan

연극+책 2014. 8. 10. 01:12 Posted by 바나나피쉬

5월 14일. 8시 공연.

By Martin McDonagh.

역시나 안 들리고 ㅠㅠ 그래도 이거 재밌네. 비극 속에서 희극을 찾는다고 했던가. 왜 이렇게 난리 난리 리뷰가 떴는지 왜 브로드웨이로 트랜스퍼 됐는지 조금은 알겠다. 배경이 아일랜드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도 충분히 먹힐만한 얘기라. 거기다 미국이라는 이상향이 배경이 되기도 하고.


Eponymous cripple을 연기함에도 불구하고 대니얼 래드클리프는 확실히 weakest link였다. 하지만 역할 자체가 밋밋해서 어쩌면 그 연기가 최선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딴 배우가 했어도 많이 달랐을 거 같진 않다. 신체적인 면에서는 눈에 띄지만 그 외에는 꽤나 전형적인 캐릭터라. 래드클리프는 연극 배우라기엔 목소리가 좀 약한데 그래도 열심히 하는 걸 보니 뭔가 되도 크게 될 놈이라는 생각이 팍팍든다. 이 역할도 육체적으로 정말 힘들었을텐데 소화를 잘 했다. 그러나 다른 배우들이 다들 너무 잘해서 래드클리프가 빛이 안 나 ㅠㅠ 앞에서 세번째 줄에 앉았는데도 목소리는 그다지 분명하게 들리지 않았다고. 액센트야 뭐...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자. 헬렌 역의 사라 그린은 에이단 터너의 여친으로 어그로를 끌었던 모양. 래드클리프도 팔아서 욕을 먹었나 보다만 사실 제일 눈에 띄기도 했고 연기도 잘했다. 극 중에서는 10대 정도라 완전 귀엽고 매력 철철 넘치고. 영국에서는 래드클리프에 가려서 인정 못 받았지만 브로드웨이에서는 달랐다는 말이 틀리지 않을 듯 하다. 시선이 가는 건 확실히 헬렌 역이었고, 브로드웨이는 스타탄생에 민감하니까

 

New York Times 사진

1930년대 아일랜드의 작은 섬마을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뤘다. 한쪽 다리를 못 쓰는데다 손까지 마비가 된 (아마도 뇌성마비) 동네 절름발이 빌리와 고아인 그를 돌봐주는 가짜 이모들. 매일같이 이모들의 가게에 와서 미제 과자를 찾는 버클리와 달걀 투척 말괄량이 (깡패에 가깝다) 누나 헬렌. 가쉽의 제왕과 배비바비에 의사까지. 절름발이 빌리(빙신 빌리가 더 가까울 수도)라고 놀리곤 하지만 다들 빌리를 마을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평화로운 날들을 보낸다. 문제는 이 작은 마을에 헐리우드 영화 제작팀이 방문하면서 시작된다. 부모가 배를 타고 미국으로 향하다 물에 빠져 죽는 바람에 고아가 된 빌리는 미국에 대한 아련한 동경을 품고 있고 작은 마을을 떠나 좀 더 큰 세계에서 살아보고 싶다고 생각한다. 부모의 죽음 때문에 물에 대한 공포가 있음에도 빌리는 결핵으로 삼개월밖에는 못 산다는 뻥을 쳐서 배비바비의 배를 얻어타고 촬영장소로 향한다. 그리고 그 곳에서 빌리는 영화 제작자에게 발탁되어 스크린 테스트를 받기 위해 진짜 헐리우드로 간다. 과연 빌리는 성공할 수 있을까? 빌리가 떠난 마을은 어떻게 될까?

 

이 극은 거짓된 희망과 그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희망을 품는 게 언제나 바람직한 것은 아니겠다만, 모두들 거짓말을 해서라도 서로 서로의 희망을 지켜주려고 한다. 언제 무너질 지 모르는 거짓의 벽을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지켜내려는 사람들과, 실낱같은 희망에 모든 것을 걸고 거짓말을 해서라도 그 희망의 끈을 잡아보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물론 안 들려서 -_-; 다시금 좌절하며 나왔지만 하루 종일 돌아다녀서 피곤했음에도 불구하고 집중해서 볼 수 있었다. 졸까봐 걱정했는데 다행이였어 ㅠ_ㅠ

 

이 연극으로 미흡하나마 "coda"가 되었다. 2008년에 래드클리프의 에쿠스로 브로드웨이 연극 관람을 시작하고 2014년에 그의 또 다른 연극으로 끝을 맺었다 (나중에 라이온 킹을 또 보긴 했지만 일단 그렇다 치자). 앞으로 얼마나 기회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서는 만족할만한 끝이다.

 

... 라고 몇 달 전에 써놨는데 사실 이번 10월이야 말로 대박 공연들이 줄을 잇는다. 페터 마테이가 알마비바 백작으로 나오는, 리처드 에어의 피가로의 결혼 뉴 프로덕션에, 사이먼 래틀의 베를린 필이 마태수난곡 링컨센터에서 공연하고 (토피 레흐티푸 나온단 말이다 흑. 근데 5월 9일인가 10일, 내가 딴 거 보며 놀고 있을 때 카네기 홀에서 뭔가 공연했던 듯 엉엉엉), 유안 맥그리거/매기 질렌홀(거기다 신시아 닉슨이다. 브로드웨이 초연 때는 헨리의 딸 데비 역할이었는데 이번에는 헨리의 부인 샬럿 역)의 The Real Thing. 거기다 잘 맞추면 톰 스토파드의 또 다른 극 Indian Ink 까지 한 방에 해치울 수 있는데 문제는 내가 거기 없슈... 시간도 돈도 (? 과연) 있긴 한데 여유가 없을 거임 ㅠ_ㅠ 슬프다.

Cabaret

연극+책 2014. 8. 9. 00:35 Posted by 바나나피쉬

이제서야 정리하는 5월의 만행. 

5월 14일. 마티네로 봤다. 앨런 커밍이 안 나와서 언더스터디가 했는데 (언더스터디가 웬말이야 흑. 돈이 얼만데!) 나중에 사진으로 보니 이미지가 상당히 비슷했다. 키는 더 컸나. 원래 어떤지 모르니 잘 한 건지 아닌지도 잘 모르지만 꽤 마음에 들었다. 노래도 잘하고 연기도 괜찮고. 이름은 찾아보기 귀찮. 그래도 엠씨는 닳고 닳은 중년이어야 할 것 같은 느낌. 앨런 커밍이 돈마 프로덕션 출연했을 때는 1998년이라 절대 중년 아니었겠다만. 캬바레 클립은 YouTube에도 몇 개 올라와 있는데 올해 공연이랑 무대와 안무가 동일하다. 이번 공연은 리바이벌의 리바이벌이라 토니상 후보에도 못 올랐다고 한다. 미셸 윌리엄스가 브로드웨이 데뷔를 한다고 해서 또 말이 많았는데, 아쉽게도 못 해... 열심히는 하는데 못 해. 노래도 별로고 발성도 노력은 하지만 별로고 액센트 뭐여. 영국인 캐릭터인데 이건 뭐 미국 남부인가요. 거기다 노래할 때는 라이자 미넬리 목소리다 (굳이 따지자면 라이자 미넬리 모창하는 사람들과 비슷?). 미셸 윌리엄스가 원래도 허스키였나? 생각보다 훨씬 잘하긴 하는데 성량이 풍부한 게 아니라 고음으로 올라가면 좀 부담스러웠다. 그래도 예쁘긴 했어 ㅠ_ㅠ 옆 좌석 커플 중 아저씨는 미셸 윌리암스 나올 때마다 사진찍고 계시더라는 -_-;; 미국서도 이런 사람이 있구나... 클리프 역은 빌 헥이 맡았다. Angels in America 에서 말보로 맨, 조 핏 역할을 했었고... full frontal 나왔지...  클리프는 노래가 몇 곡 없어서 별로 인상에 남지는 않았는데 그래도 목소리 좋고 몸도 좋고. 공연은 Studio 54에서 했다. 전에 공연한 것도 마찬가지로 극장을 극 중 캬바레 장소인 킷 캣 클럽처럼 꾸며서 오케스트라와 메자닌 앞쪽은 테이블 석, 메자닌 뒷쪽은 일반 좌석으로 만들었다. 표 엄청 비싸게 팔았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다 매진되었다. 요새 브로드웨이 장사 잘 해. 예전에는 돈이 별로 없어도 접근성이 나쁘진 않았는데 요즘은 너무 비싸서 감히 보러갈 엄두도 안 나겠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도 그 정도 가격이면 오케스트라 앞쪽에 (사이드로 치우치긴 하지만) 앉을 수 있다고! 


배경은 1930년대 중반 정도. 나치가 세력을 키우던 독일을 배경으로 이러 저러 사건이 벌어진다. 정치적인 이유로 시달리는 사람도 있고 유대인이기 때문에 삶의 터전을 버려야만 하는 사람도, 그리고 데카당스한 인생 속에서도 하루 하루 고민이 끊이지 않는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도 있다. 킷 캣 클럽의 엠씨가 나레이터 역할을 하고, 캬바레의 한물 간 영국 출신 가수 샐리와 펜실베니아 출신의 소설가로 베를린에 오게 된 클리프의 만남, 그들이 살게 되는 하숙집의 주인과 다른 하숙생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엠씨의 캐릭터가 꽤 독특해서 흥미를 끈다. 과연 엠씨의 정체는 무엇일까? 


캬바레는 70년 대에 영화로도 만들어졌고 음악도 꽤 친숙한데 정작 나는 영화를 본 적이 없어서 캐릭터 비교는 못하겠다. 다만 라이자 미넬리의 다소 부담스러운 목소리를 미셸 윌리엄스가 참고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은 했다 (클립을 보니 생각보다 라이자 미넬리 훨씬 훌륭하더라. 선입견이란...). 영화는 이미 오래되서 지금 봐도 엠씨가 가지는 shock value는 없을 듯 하다. 영화에선 엠씨가 탑햇 쓰고 나와서 인형같은 얼굴로 공연했던 거 같은데. 그래서 creepy 라고들 하나? 앨런 커밍이 브로드웨이에서 리바이벌 시작했고 - 돈마 웨어하우스 프로덕션이 브로드웨이로 트랜스퍼 - 그 뒤를 이어 라울 에스퍼자, 마이클 홀, 아담 파스칼, 닐 패트릭 해리스 (순서는 모름) 가 엠씨 역을 맡았다. 돈마 웨어하우스 공연은 영국에서 티비로 방송도 해 준 모양이다. 앨런 커밍 엉덩이는 보여주면서 동성 키스는 자르냐고 댓글난이 시끌시끌. 그 때는 제인 호록스가 샐리 역을 맡았고, 클리프 역할의 애덤 고들리가 연기 잘한다. 앨런 커밍은 너무 젊어서 좀 무서웠어... 앨런 커밍, 나타샤 리처슨이 1998년에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한 건 cd로도 있더라. 타샤 리처슨은 라이자 미넬리와는 다르게 (vibratoless 라고) 무덤덤하고 약간은 건조한 샐리였는데 나한테는 이게 훨씬 낫다. 노래를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샐리는 극 중에서도 그저 그런 캬바레 가수니까. 기교가 부족할 뿐 발성이나 호흡은 매우 좋고. 지금 생각해도 미셸 윌리엄스는 너무 부담스러웠어. 약간 덜떨어진 느낌이 -_-; 거기다 영국식 액센트 어쩔거여. 엄청 비교된다. 역시 연극 무대는 다른가. 제시카 채스테인도 말아먹더니 흑. 1998년 공연의 앨런 커밍은 연기 잘 하고 노래 되고. 좀 무섭기도 하고. 전의 엠씨와는 매우 다른 해석이라는데 뭘 알아야 동의를 하든 반박을 하든 하지. 이번에 브로드웨이에서 못 본 게 조금 아쉽다. 어차피 나는 발코니에 앉아 있어서 대강의 형태만 보였지 눈코입까지 보인 건 아니라 앨런 커밍 나왔어도 긴가 민가 했을 터. 2012년에 맥베스는 봤으니 퉁 치자. 


졸지에 미셸 윌리엄스 까는 포스트가 되어버렸지만 잘했다는 평도 엄청 많다. 다만 내가 자연스러운 걸 좋아해서인지 너무 과장되어서 부담스러웠을 뿐. 도슨스 크릭 동문인 케이티 홈즈도 브로드웨이 데뷰에서는 모든 대사를 italicize 한다고 씹혔는데 (진짜 사실. italicize 뿐만 아니라 그냥 다 느낌표 찍었지) 역시 매개체가 달라서 그런가. 그래도 한참 잘 나가는데 그냥 연극도 아니고 뮤지컬에 도전하다니 그거야 말로 높이 살만하다. 거기다 춤은 잘 췄으. 캬바레 보고 나서 대니얼 래드클리프의 The Cripple of Inishmaan 봤다. 몇 달 전이라 생각도 잘 안나지만 이게 캬바레 보다 훨씬 재미있었던 듯. 그저 레퍼토리 늘리는 데 의의를 둬야하는 건가. 

The Tempest

연극+책 2014. 7. 10. 01:03 Posted by 바나나피쉬

콜린 모건 팬이라면 엄청 재미있게 볼 수 있겠다. 2013년 Shakespeare's Globe 프로덕션을 DVD로 출시했다. 영국 아마존에서 한 3주 전에 pre-order 했는데 어제 왔나... 지역 코드 ALL이라 그냥 질렀다. 미국 아마존은 가격은 좀 더 싸겠지만 출시되는 데 시간이 좀 걸릴테고. 콜린 모건과 로저 알럼 조합으로 엄청 인기몰이 했던 걸로 아는데, 여기서 콜린 모건은 에리얼 역. 눈 찡긋찡긋하고 말투 이상하게 나온다만 노래 부르고 춤도 추고 무대를 날라다니는 등 팬들에게는 그야말로 종합선물세트다 (난 딱히 팬 아님... 멀린도 보다 말았음). 엄청 말라서 비실비실한 줄 알았는데 아주 펄펄 날더라고. 근데 말투는 Mojo 에서도 비슷했던 걸로 보니... 원래 그런가. 아님 목소리가 약간 할아버지 삘이라 그런가 (허스키이긴 한데 제법 가늘고... 늙어도 안 변할 목소리). 나의 관람 포인트는 물론 로저 알럼 ^_^ 어디서 웃겨야 하는지 너무 잘 안다. 강약 조절 좋고, 움직임도 좋고, 목소리야 뭐 말할 필요 없고. 프로스페로 치고는 좀 평범한, 마법같은 거 쓸 거 같지 않은 발랄한 아저씨지만 진지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변할 수 있는 캐릭터. 그래서 10년 넘게 미란다에게 비밀을 지킬 수 있었던 건가. 

 

사실 작년 LG 아트센터의 The Tempest 임팩트가 너무 커서 이 프로덕션은 밀린다. Shakespeare's Globe 무대 특성상 변화시킬 수 있는 부분이 제한되어 있으니 무대 활용도 underlings 있는 쪽, 아니면 2층이나 무대 뒷편 정도에 지나지 않고. 거기다 대중적인 취향이라 웃음 주는 데 꽤 비중을 두어 흐름이 약간 끊긴다는 단점이 있다. 스테파노와 트린큘로 나올 때도 은근 지루했다. 게다가 칼리반과 프로스페로의 관계가 그다지 잘 나타나지 않아서 좀 그랬고. 처음부터 끝까지 (끝부분 한 장면 정도 제외하고) 둘 사이가 너무나 적대적이었다. 에리얼만큼이나 칼리반과도 끈끈한 정이 있었을 터인데. 

 

가장 큰 단점은. 안 들려 ㅠ_ㅠ 캡션 켜고 봤네 젠장.

 

미란다 역의 제시 벅클리는 이번 치체스터의 아마데우스에 콘스탄체 역으로 나온다고. 곱슬머리 한 가득에 엄청 귀엽던데. 이번주 토요일인가 일요일에 프레스 나이트라니 리뷰 쏟아져 나오겠구먼 (덤으로 사진도).

잡동사니

연극+책 2014. 6. 21. 21:54 Posted by 바나나피쉬

요즘 정혜윤의 책을 읽고있다. 예스24에 연재할 때부터 읽고는 싶었지만, 칼럼 자체도 읽다보면 자괴감에 시달리게 되는지라 - 왜 나는 이 책을 모르는가로 시작해서, 어떻게 저걸 다 기억하냐까지 - 거기다 컴퓨터 화면으로 보기엔 힘드니까 안 (못) 읽었지... 그런데 얼마 전 동네 도서관을 개척하면서 드디어 읽게 되었다는 말씀. 역시나 훌륭하네. 나도 책은 좀 읽었다 싶었는데 여기 나오는 책은 뭔지 모르는게 많아. 흑. 그렇다고 다른 류의 책을 많이 읽은 것도 아니고. 책은 둘째치고 이 모든 것을 다 연결시켜 글로 뽑아내는 능력이야말로 대단하다. 나도 글써서 먹고 살아야 하는 입장이긴 한데, 과연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엄습한다... 뭐 장르가 달라서 괜찮다고 자기 위안이나 해볼까나 - 그런데 못 하는 건 못 하는 거 ㅠ_ㅠ 거기다 난 감수성이... 없지 -_-;

 

박효신의 모차르트를 예매했다. 박효신은 데뷔때부터 나름 팬이었으나 콘서트 한 번 못 가봤다. 지금이야 흥청망청, 혼자서도 보러간다! 주의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꼭 봐야지. 피터 셰퍼의 아마데우스를 좋아하는지라 이 틀을 벗어난 모차르트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지도 모르겠다. 거기다 요즘은 어떤 공연을 봐도 시들하다. 흑. 

 

피가로의 결혼에 다시 꽂혀서 digital theatre 버전으로 질렀다. 몇년 전부터 살까 말까 망설이다가 지름. 책과 DVD에 쓰는 돈은 아깝지 않다! 했던 내가 요즘은 책 한권 사는 데도 벌벌 떨고 있다. 그렇지만 이미 외서 구입 신청해 놓은 것이 4권... 쿨럭. Invisible Man과 Love in the time of cholera 읽으려고 했는데 언제... 아무튼 이번에 지른 피가로의 결혼은 2006년인가 ROH에서 데이빗 맥비카가 올린 버전으로 어윈 슈롯, 미아 페르손, 제럴드 핀리, 도로테아 로쉬만이 등장한다. Youtube 에서 구하긴 했는데 이왕이면 화질 좋은 걸로 마르고 닳도록 보고 들으려고. 작년인가 제작년에 공부하면서 듣겠다고 틀어놨다가 넋을 놓고 그것만 보고 있던 게 한 두 번이 아니었지. 제럴드 핀리는 Met 에서도 봤으나 생각이 하나도 안난다. 역시 모든 것은 예습이 필요한 거였다. ROH 프로덕션을 일데브란도 다칸젤로, 페터 마테이, 바바라 프리톨리 등이 공연한 것도 있는데 아쉽게도 오디오밖에 구할 수가 없어 요즘 자면서 듣고 있다. 페터 마테이의 백작은 올해 10월로 +_+ Met 에서 DVD 나오겠지? 드디어! 이왕 지르는 거 Private Lives 도 질렀다. 그리고 로저 알럼과 콜린 모건 주연의 The Tempest 도 영국 아마존에서 DVD로 지르고. 6월 30일인가부터 배송시작이라는데 그냥 지르고 봤다. 다음 달에 미국 아마존에서 더 싸게 풀리겠지 흑. 근데 보지도 않을 거면서 왜 이리 쟁이는 건가. 차이코프스키의 예브게니 오네긴도 꼭 한번 듣고는 싶은데 귀찮...

 

BBC 라디오는 여전히 챙겨듣기 힘들다. 그래도 이메일 subscription 해놓은 게 있어서 종종 소식이 들어온다. 이번엔 빌 나이가 돌아온다. 찰스 패리스 미스터리 새로 시작. 에피소드 4편 방송이다. 6월 25일 오전 11시 30 분 (영국 시간으로): Corporate Bodies. 나머지는 뭐 하는 지도 안 올라와 있고 ㅠ_ㅠ 디스토피아 주제로 필립 K. 딕이라든가 래이 브래드베리 작품을 드라마화 해서 방송하는데 오늘 The Illustrated Man 간신히 들었다. 제미이 파커 +_+ 패트릭 케네디. 미국 액센트 잘하네. 키아란 하인즈는 Book at bedtime 읽어 주고, 사무엘 웨스트도 다음주부터 뭔가 읽어준다고. 데이빗 테넌트도 월터 스콧의 뭔가에 나온다든데. 역시나 Scotsman 이구나.

 

이 외에는 인터넷 서핑만 하면서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다. 정신 좀 차려야... 지난 달에 본 공연도 정리를 하고 싶긴 한데 이미 너무 시간이 지나서 생각이 안 난다. 그렇지 뭐.

RSC 공연 클립

연극+책 2014. 4. 28. 12:56 Posted by 바나나피쉬

로저 알럼 뒤지다가 발견. RSC와는 상관없지만 -_-; 글로브에서 2013년에 공연한 템페스트는 DVD 출시가 될 거라고 한다. 그 전에 헨리 4세 2부나 자세히 좀 봐야... 마크 라이랜스의 십이야도 이미 나왔고. 그나 저나 리처드 3세는 안 나오나... 책은 읽지도 않고 DVD 사도 안 보면서 쟁일 욕심만 있다. RSC는 딱히 DVD를 많이 내는 건 아니지만 1년에 한 편 정도는 나오는 것 같기도. 햄릿이랑 리어왕 나왔고 As You Like It 나왔고. 이거 말고는 다 몇십 년 된 거. 아, 바비칸에서 한 테넌트의 리처드 2세도 DVD 나온다고. 

 

연극도 트레일러 상영을 꽤 하는데 RSC는 요즘 영화처럼 트레일러 만들더라. 거기다 공연 클립도 하나 정도는 만들어 주고. 어제 찾은 건 피파 닉슨이 로절린드로 나오는 As You Like It과 리사 딜런, 데이빗 케이브즈 주연의 The Taming of the Shrew. 둘 다 좋아하는데 Taming은 무대 공연을 본 적이 없어서 아쉽다. 글로브에서 최근에 DVD 나오긴 했다만 그건 언제 보나. 아무튼 이 두 공연 클립 보고 완전 감동했다. 현대적으로 업그레이드 했는데 이게 또 잘 어울린단 말이지. 

참으로 그럴듯한 남장이다. 약간 노는 애같은 올랜도와는 대조적으로 퍼블릭 스쿨 다니는 범생이 타입인 로절린드. 자신만만하게 내가 상사병 고쳐주겠다! 하니까 올랜도도 처음엔 반신반의하다 넘어간다. 피파 닉슨이 꽤 호평을 받은 걸로 아는데 진짜 그럴듯하다. 원래도 적극적이고 독립적인 캐릭터이지만 여기서는 그 부분이 더 부각된 듯. 그러고 보니 나 As You Like It 두 번이나 봤구나... RSC랑 Public Theater -_-; 제법 문화인같다.

 

이거 DVD로 내주면 당장 살 거다 +_+ 2012년 공연인데 아직까지도 소식 없는 걸 보면 안 나오겠다만. 리사 딜런의 케이트는 알콜 중독에 줄담배에 타투까지 새긴 문제아다. 페트루키오도 사회에서 소외된 인물이니 둘이 만나자마자 불꽃 퐉 튀는 건 당연하고. 이런 케이트라면 페트루키오의 잔인한 길들이기에 굴하지 않고 오히려 자기 페이스대로 조종할 수 있을터. 마지막 장면이 어떻게 그려졌는지 궁금하다. British Theatre 어쩌고 아카이브에는 보관되어 있다. 스트랫포드-어폰-에이븐까지 가야한다는 게 문제지만 -_-; 

 

이 외에도 All's Well That Ends Well이랑 조나단 슬링어의 Hamlet도 클립 올라와 있다. 그런데 난 녹화 공연은 집중을 못하지 흑. RSC도 레퍼토리 극단 식인가 조나단 슬링어랑 존조 오닐은 몇 년째 RSC에서 공연하는 중. 존조 오닐은 As You Like It에서 괜찮았던 거 같기도 하고... 이제 생각도 안난다. 그냥 벽에 집어 던져서 누군가 피를 흘렸다는 것만 기억이... 언젠가 한 번은 영국으로 RSC 공연 보러가고 싶은데 과연 가능할지...  

Hamlet

연극+책 2014. 4. 24. 21:15 Posted by 바나나피쉬

http://www.theguardian.com/stage/gallery/2014/apr/23/45-hamlets-shakespeares-450th-birthday-in-pictures

가디언에 이런 게 떴더라고. 셰익스피어 탄생 450주년을 맞아 45명의 햄릿 갤러리를 만들었다. 한참 전에, 데이빗 테넌트가 햄릿 공연할 무렵 (아마도 2009년) 텔레그라프의 찰스 스펜서가 지금까지 본 햄릿을 분석한 기사가 있었는데 거기에도 여기 등장하는 대부분의 햄릿 배우가 나온다. 한 40명 공연 봤다고 했나. 50-60년대 이전과 2010년 이후는 없었지만. 찰스 스펜서 평가에서는 사이먼 러셀 빌이 1등 먹었지. NT Live 50 에서도 햄릿 일부 했는데 나는 차마 볼 수가 없었어...

 

사무엘 웨스트, 벤 휘쇼, 토비 스티븐스 사진은 처음 보는 것들이다. 알렉스 제닝스는 수트 쫙 입은게 사업가로 나왔던가. NT Live "The Magistrate" 에서 조슈아 맥과이어 보고 관심이 좀 있었는데 글로브에서 햄릿을 했다니! 글로브는 실험적인 캐스팅을 많이 하는지, 아니면 투어까지 염두에 두고 오랫동안 똑같은 역할할 수 있는 (상대적으로 여유있는) 배우를 선택하는지? 조슈아 맥과이어는 드라마 스쿨 졸업한게 2010년인 듯 하니 엄청 어렸을 때 햄릿 맡았구나. 그 이전까지는 벤 휘쇼의 2004년 햄릿이 제일 어렸던 게 아닌가 싶고. 마지막에는 또 베네딕트 컴버배치 넣어주시고 -_-; 맥신 픽의 햄릿도 꽤 재미있을 거 같다. Jeremy Northam도 햄릿 한 걸로 아는데 안 나왔네.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혼비백산해서 뛰쳐나간 후에 언더스터디로 배역 물려받았다고 했는데. 에드 스토파드도 햄릿 공연했었다고 찰스 스펜서 기사에 나왔지. 스티븐 딜레인의 햄릿도 괜찮았을 듯. "존 아담스"에서 엄청 멋진 토마스 제퍼슨으로 나왔다 +_+ "The Real Thing" 가서 봐야하나...

 

제이미 파커가 얼마 전에 BBC Radio에서 햄릿했는데, 이건 대사를 제법 많이 잘라냈더라. 그래도 3시간 넘지. 케네스 브래너의 햄릿 라디오 버전도 있다만 그건 언제 들어보려는지... 뭐 햄릿이 남자배우들의 로망이긴 하겠지만, 이것도 다 때와 장소와 감독을 잘 만나야 하는 거고. 어느 정도 레벨이 되려면 30대나 되서야 햄릿 역을 맡을테고. 19세기에는 여자 배우도 베네핏 공연에서 햄릿 연기 많이 했고, 당대 내노라하는 남자 배우와도 당당히 겨뤘다 하니, 딱히 햄릿을 공연한다고 해서 그 배우의 위상이 증명되는 것은 아닐터. 그냥, 여기 저기 돌아다니다 보니,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햄릿 공연하는게 원탑으로써 인정받았다는 증거다 뭐 이런 글이 있길래, 꼭 그렇지는 않을거란 반박-_-;이랄까.

National Theatre 2014-15

연극+책 2014. 3. 27. 16:41 Posted by 바나나피쉬

2015년에 톰 스토파드 님 새로운 극 올리신다고. 국립극장의 니콜라스 하이트너가 임기 마치기 전에 마지막으로 올리는 극이다. 10여 년 동안 들들 볶아서 마침내 받아냈다고. 내용은 아직 공개가 안 되었지만 과학과 역사에 대한 극이라고 한다. 가디언에 기사 났는데 - 그래서 특집으로 스토파드 연극 갤러리로 만들어줬지 - 댓글 중에 Arcadia 반 만큼만 되어도 2015년 최고의 이벤트가 될 거라 했다. 백번 동의. 문제는 표가 일반 관객에게 풀리기도 전에 공연 관계자들에게 다 갈거라고. 예매 전쟁은 지난 1월에 한 걸로도 충분하다!!! 그래도 보고는 싶다. National Theatre 면 NT Live 로 해 줄 가능성도 있겠다만 직접 보는 거랑 스크린으로 보는 거랑은 다르니까. 오페라는 오히려 나은 듯 하다만, 연극은 스크린으로 옮기면 친밀감이 떨어져서인지 집중이 힘들다. 나만 그런가. 그나 저나 누가 나오려나. 댄 스티븐스도 그 동안 톰 스토파드 연극 2편은 했고, 루퍼스 시웰도 나름 단골 배우고, 펠리시티 켄달이랑도 아직 공연하나? 스티븐 딜레인도 종종 나오는 듯 하던데. 가디언 기사만 읽으면서 안타까워하는 거 아닐지 엉엉. 왜 이런 건 나이가 들어야만 깨닫는 건지 참.  

 

NT 2014-15 시즌에 레이프 파인즈도 공연한다고. 버나드 쇼의 Man and Superman에서 John Tanner 역이다. 그런데 존 태너 하기엔 나이가 좀 많지 않나. 이미 20년 쯤 전에 BBC 라디오에서 주디 덴치와 Man and Superman 공연했는데... 흠. 태너는 비록 과년한 처자의 가디언이긴 하지만 그래도 젊은데 - 버나드 쇼가 나이는 명시 안 해줬나 - 레이프 파인즈는 이미 50대 아닌가. 아무리 잘한다 해도 좀. 그래도 라디오 공연은 멋있었다. 돈 지오바니 음악도 많이 나오고 +_+ 내용은 하나도 생각 안난다. 이건 2월부터 시작이니, 2월 중순 쯤 런던가면 톰 스토파드와 버나드 쇼를 한 방에 해치울 수 있는 건가? Man and Superman은 다섯 시간 넘을 텐데... 집에 책은 굴러다니니 어디 한 번 읽어나 볼까 -> 찾아보니 역시나 이미 읽었군. 밑줄도 막 쳐져 있고, 하이라이트도 해 놨는데 읽은 거 기억이 안난다. 난 이미 퇴보의 길에 들어선 건가 흑.    

 

데이빗 헤어 극도 올리는데, 이건 각색이고 배경도 인도인듯 하다. 인도 출신 배우들 많이 쓰려나. The Judas Kiss 는 영국에서 투어도 한 것 같은데 브로드웨이로는 안 가나 모르겠네. 루퍼트 에버렛이 이제는 뉴욕 싫다고, 거기서는 안 살 거라고 하긴 했다... Blithe Spirit 이 마지막이 된 건가. 2015년에는 바비칸에서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햄릿도 올린다는데. 난리나겠구먼.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이제 영국에서 (아니면 가디언에서) 우상화-_-;를 시작했는지 소식 나오자 마자 베네딕트 컴버배치 연극 공연 사진이 갤러리에 주르륵. 어이, 아직 30대인데 무슨 회고전마냥 해놓냐!

무사시

연극+책 2014. 3. 23. 01:17 Posted by 바나나피쉬

니나가와 유키오 연출.

2010년에 링컨 센터에서 하는 거 뉴욕 타임즈에서 보고 알았는데 막공 전날인가 리뷰 기사가 뜨는 바람에 알면서도 보러가진 못했다. 그 때는 사실 별로 관심도 없었고. 그러다가 LG 아트센터에서 이번에 무사시 내한공연 한다길래 덥썩 잡았다. 작년의 템페스트가 예상외로 좋아서 내한공연 하면 뭐든 꼭 가야지 했거든. 거기다 LG 아트센터는 집에서 몇 정거장 안되니까 왔다 갔다 하기도 좋고.

 

혼자 공연보러 다니다 보니 옆에 누가 있으면 엄청 신경쓰인다. 그래서 오늘도 과연 재미가 있으려나 괜히 신경부터 쓰느라 처음에는 별 재미를 못 느꼈다. 니나가와 유키오는 3분내에 관객을 사로잡겠다! 뭐 이런 철학이 있나본데, 3분 지나도 재미 없던걸... 일단 쓸데없이(?) 대사가 너무 길어서. 거기다 음악은 왜 저리 청승이냐 싶었다. 무대는 멋지긴 했지만 아주 특별하다는 느낌은 없었고. 언어가 다르다 보니 아무리 자막을 넣어줘도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한지라 처음에는 웃는 타이밍 잡기도 힘들었다. 무사시는 왠지 심각한 연극일거라는 선입견이 있어서, 웃을 만한 대사이긴 한데 - 모든 연극은 관객들을 위한 큐가 있기 마련이지. 전혀 생각 못한 데서 웃기도 하지만 - 진짜 웃어도 되나... 싶기도 했고. 

 

엉클 바냐에서도 그랬지만, 이것도 뚜껑 열어보니 완전 코미디였다. 어찌나 웃었는지 공연 보러가서 이렇게 웃었던 적이 있기나 했나 싶을 정도. 매사에 왕진지, 냉소적인 무사시와 허세 및 변명으로 점철된 삶을 사는 코지로. 6년 전 대결에서 무사시의 칼에 쓰러진 코지로는 치료와 훈련을 거친 후 무사시와의 마지막 대결을 위해 가마쿠라의 절로 그를 쫓아온다. 그 곳에는 엄숙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장난끼 가득한 승려들, 툭하면 노 공연을 일삼는 쇼군의 스승, 가마쿠라의 절에 공양을 바친 전직 무용수 출신의 과부와 몇년 전에 아버지를 잃은 필방의 여주인이 참선을 하고 있다. 이들이 보는 앞에서 코지로는 무사시에게 끝도 없이 쓰여진 길다란 도전장을 던진다. 결투는 사흘 후. 최고가 되기 위해 싸워 온 무사시와 코지로의 마음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절에 모인 이들은 결투를 뜯어말리는 데 혈안이 되어있다. 본인들의 이야기를 죽 나누긴 하지만, 언제나 결론은 싸우지 말라는 것. 결투를 기다리며 날을 헤아리던 무사시와 코지로도 이들의 이야기를 피할 수는 없다.

 

미타니 코키 류의 언어유희가 슬랩스틱 코미디와 잘 어우러져 재미있는 장면을 많이 만들어냈다. 틈만 나면 부딪히는 무사시와 코지로의 싸움을 막기 위해 2인 3각으로 발을 묶어 잠을 자고, 복수를 꾀하는 오토메와 일당들에게 검술을 가르쳐 주다가 졸지에 가부키 춤을 추게 되고, 말도 안 되는 문어의 유령 이야기나, 아버지를 죽인 토끼에게 복수하려는 너구리 이야기 (이건 정말 일본어라 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 우사기를 반으로 자르니 "우"와 "사기" (둘 다 새)가 되어 날아가 버렸다고)가 시도 때도 없이 나온다. 복수란 부질없는 짓이구나, 원한의 사슬을 끊으면 다들 편해지는구나, 그리고 복수를 해 봐야 결국 상대방을 이기는 것은 아니리라. 작가인 이노우에 히사시가 평화주의자에 사회주의자였다더니, 극 내내 평화의 메시지를 분명하게 준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 했던가. 엉클 바냐도 떠올랐다. 어찌됐든 우리는 살아야 한다. 아무리 원통하고 슬픈 일이 있더라도 목숨을 함부로 버리면 안된다. 나라를 위해서든 가문을 위해서든, 귀한 목숨 버리지 말고 소중히 할 줄 알아야 한다. 감동이었네. 중간에 I'm your father 식의 뜬금없는 상황이 발생해서 벙~ 찌고 있었는데 - 각본에 구멍난 거 아님? - 이게 또 내용을 전개해 나가는 도구로 쓰였더라. 따지고 보면 새로울 것은 별로 없는 연극적 상황이다. The Illusion 에서처럼 사실 모든 게 연극이었소~ 하는 결말. 거기다 일본의 전통적인 요소를 결부시켜, 한을 품고 성불하지 못한 귀신들을 위해 졸지에 결투를 그만두게 만들었고. 하지만 극의 첫부분과 마지막이 원을 그리며 끝나도록 매듭을 훌륭하게 지었고, 진부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잘 끌어갔다. 

 

연기는 다들 괜찮았다. 발성 좋다는 글을 읽고 가서 그런지, 아니면 내가 앞쪽에 앉아서 그런지 목소리 분명하고 발음 정확하게 잘 들리더라. 특히나 스즈키 안 다시봤다. 스즈키 안은 삼나무에 내리는 눈에서 처음 보고 아니 저리 이쁜 애가!! 하다가 하나와 앨리스에서도 나와서 반가웠었지. 난 앨리스보다 하나가 더 좋았다고!!! 아무튼 지금은 역변의 대명사처럼 되어버려 씁쓸하지만, 연기는 정말 잘하더라. 발성 제일 좋은 듯. 목소리 자체도 예쁘지만서도 얼마나 부드럽고 크게 소리가 잘 나오는지. 그에 반해 두 주인공은 소리를 너무 질러서인가 삑싸리가 종종. 후지와라 타츠야는 소리 지를 때마다 얼굴이 너무 빨개져서 아픈게 아닌가 걱정될 정도였고, 미조바타 준페이 - 아이고야, 눈 진짜 크고 완전 예쁘더라. 키는 후지와라가 더 크더만 - 는 생각보다 연기 잘 하고 발성도 괜찮았지만 아직 소리에 힘이 너무 들어간 느낌. 나머지 배우들도 좋았다. 베테랑이니 뭐. 연기 스타일이 조금 달라서 적응이 필요한데, 그래도 대사 전달이며 무대 장악력이며 다들 훌륭했다. 일본어는 반의 반도 못 알아 들었네 흑. 자막이 있어서 다행이야. 자막 읽는 속도가 빠르니 대사 끝나기도 전에 웃어버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거야 뭐 언어가 다르면 어디든 그렇고 (오페라에서도, 아직 재미있는 대사 안 나왔는데 관객들이 웃으면 흥이 깬다고도 했지). 배우들이 신경 안 쓰고 진행할 수만 있으면 별 문제는 없다고 본다. 일본인들도 꽤나 눈에 띄더라. LG 아트센터는 표값도 딱히 비싸지 않고 매진도 잘 안되는 듯 하니 일본에서 놓쳤으면 여기서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던 걸. 미조바타 준페이 팬들이 2층에 많이 앉아있었나 커튼 콜 하는데 눈물 그렁그렁 해가며 2층에다 엄청 손 흔들더라. 링컨 센터/ 바비칸에서는 카츠지 료가 코지로 했다고 읽었다만... 미조바타 준페이는 요즘 안 나오는 데가 없는 걸로 아는데 - 이미 2, 3년전부터 엄청 나왔었지 - 어찌 연극을 할 생각을 다 했는지 장하다. 1층 센터 왼편에 앉았는데 그 쪽으로 배우들이 많이 왔다 갔다 해서 얼굴 구경은 제법 했다 ^_^ 이렇게 star-struck에 shallow해서는 안 되는데 어쩔수가 없구나 쿨럭. 

 

열심히 살아서 공연보러 다녀야지. 어제 HBO에서 2008년에 방송했던 존 아담스 드라마 봤는데, 거기서 나왔다. 농부였던 존 아담스가 그러지. 나는 그림도 오페라도 잘 모르지만, 우리 자식들이 예술을, 철학을 즐길 수 있도록, 독립을 위해 싸우는 거라고. 먹고 사느라 정신없을 때는 예술이고 뭐고 알게  뭔가. 그래도 보고 즐길 수 있다는 건 그 동안 내가 그럭저럭 풍요로운 삶을 살았다는 반증일 것이고, 이를 통해 아름다움을 깨달아 더 풍요로운 미래를 꿈꿀 수 있다면 좋겠지. 다만 이런 것들이 세습이 된다는 게 문제일테고. 보고 싶다는 생각조차 할 기회가 없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 것인가 말야. 실컷 웃기는 했지만 그래도 일말의 깨달음을 얻었다. 실천을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한 번 더 보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는데 이미 판매 종료니 며칠 동안 내용이나 곱씹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