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유흥

연극+책 2019. 10. 9. 22:03 Posted by 바나나피쉬

아직 10월이지만.. 올해의 음악(특히 9월의) Natasha, Pierre, and the Great Comet of 1812 이다. 으흐흑. 2017년에 가서 봤어야 했다!!! 당일 티켓도 있었던 기억인데 왜 나는 선셋 블루바드 같은, 글렌 클로즈가 노래도 못하는!! 그런 뮤지컬을 봤던 걸까... 그러나 후회해봐야 아무 소용 없는 것. 아마존 뮤직에서 지른 후, 매주 4번 정도 전곡을 다 듣고 있다. 통근에 시간이 많이 걸려서 어쩔 수 없기도 하지만. 그래서 중간에 뭉텅이로 기억이 없는 부분이 있다. 항상 자거든... 특히 나타샤가 아나톨이랑 사랑의 도피를 계획하다 소냐한테 들켜서 싸우는 부분. 조쉬 그로반은 언제나 그렇듯 노래 잘 하고, 뮤지컬이라 노래를 다르게 해야 했다는데 별로 차이는 모르겠다. 피에르가 극 중에서도 몸 거대하고 살이 점점 붙어가는 (와인을 하도 마셔서) 인물이라 (퍼레이즈 엔드의 크리스토퍼가 연상되는) 살을 일부러 찌웠는지 아니면 배에 뭘 넣었는지 거구로 나온다. 하지만 얼굴은 여전하고. 나타샤 역의 드네 벤튼은 목소리가 어찌나 예쁜지 흑. 듣는 것만도 좋다. 그리고 주인공 중 하나인 아나톨난 루카스 스틸 목소리가 별로라 (거기다 캐릭터도 그닥) 그냥 저냥인데 인기는 엄청났던 모양이다. 음악도 음악이지만 (작곡가 천재임) 다들 전달력이 좋아서 가사가 너무나 잘 들린다. 물론 들린다고 알아듣는 건 아니지만. 거기다 가사가 주인공의 대사나 생각을 전달하는 것 외에도 나레이션 역할을 해서 엄청 웃기다. 예를 들면, 피에르가 아나톨한테 화나서 자신의 big, big hands로 때리려고 하는 거랑, 나타샤와 대화한 후, 긴장해서 (설레어서?) 모피 코트 입으려다 소매 못 찾고 (넓은 가슴 언급은 덤), 화씨 10도의 눈 속에서 썰매 타고 가는 거, 이게 다 본인이 부르는 노래 가사다. 어서 <전쟁과 평화>를 읽어야 하는데, 할 게 너무 많아 손을 못 대겠다. 거기다 도서관에서 대출하면 2주 안에 읽어야 하는데 과연 내가? 그렇다고 끝내지도 못할 거 책 사기도 싫고, 사려면 이북인데 눈은 침침하고.. 딜레마네.

이것만 듣기는 좀 그렇고, 오더블 구독할 것도 골라야 해서 올해의 북 이벤트, 마가렛 앳우드의 신작 The Testaments를 질렀다. 그런데 사고 나니 BBC 라디오에서 15부작으로 읽어주더라. 둘을 동시에 들었는데 이해하는 데는 BBC 라디오가 낫고, 원작의 묘미를 감상하려면 역시 축약 안된 게 훨씬 낫고. 라디오에서 워낙 축약을 잘했는지 (배우도 다 괜찮다) 듣다 보면 엄청 헷갈리는 부분이 있었다. 이번 화 안 들었는데 왜 내용이 다 생각나지? 했더니 오더블로 들은 거더라고. 드라마를 못 봐서 몰랐는데 오더블 읽어주는 배우들은 실제 드라마에 같은 역으로 출연했던 것 같더라. 이번 책은 재미있었으나 아무래도 <시녀이야기>만큼의 충격은 없었다. 주인공 나잇대가 어려서인가 YA 소설 느낌이 많았고. <시녀이야기>도 라디오 드라마로만 듣다가 얼마 전에 드디어 책 뒷부분 읽었는데 문체가 매우 훌륭. 신작은 이 정도는 아닌 거 같다. 내용을 마무리 지으려다 보니 깊이가 다소 부족했던 느낌이다. , <시녀이야기>도 오더블 들어야는데 졸려서 못 듣고 있다   

여전히 로설 보고 있지만 수는 대폭 줄였고, 이제 패디먼의 신작이 도착했으니 그걸 읽어야지. 천재야 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