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 드라마

소일거리 2021. 4. 27. 01:23 Posted by 바나나피쉬

아이고야 BL 드라마도 있다니 ㅠ_ㅠ 왓챠에서 얼마 전에 <지저귀는 새는 날지 않는다> 보고 성우 극한 직업! 했는데 BL 만화를 실사 드라마로 만든 것도 있더라. 우울하던 차에 보기 시작했는데 앉은자리에서 1부 다 끝내고 2부도 막 시작해 버렸다는. 배우 극한 직업이다. 나는 보기만 하면서 소리 지르고 있었는데, 연기도 다들 잘하고 무엇보다 미인이네. 제목은 <포르노그래퍼>와 <인디고의 기분>. 둘이 연작 형식이다. 왓챠에서는 첫 번째 제목을 계속 써서 1, 2로 되어있다. 뭐 전형적인 BL 만화가 원작인 듯하고, 만화가 언제 나왔는지는 모르지만 약간 시대를 탄 느낌이기도 한데, 그러니까 드라마로도 만들었겠지. 

주연은 타케자이 테루노스케(키지마), 이즈카 켄타(쿠즈미), 요시다 무네히로(키도). 세 명이 두 편에서 다 등장한다. A-B가 예전에 사귀었는데, B가 다른 사람 찾아 떠나고, 혼자 남게 된 A가 새로운 등장인물 C와 사랑에 빠지며, C는 A 곁을 아직도 맴도는 B에게 질투를 느끼는 그런 식? 일드 꽤나 봤다고 생각했는데 셋 다 처음 보는 배우였다. 타케자이 테루노스케는 연기가 좀... 뭔가 자연스럽지는 않은데 얼굴이 다 했고 (이미지와 딱 맞는 역인 듯), 이즈카 켄타는 역할보다 실제 나이는 좀 더 있는 것 같지만 풋풋한 대학생 잘 어울리고... 요시다 무네히로는 지인(?)과 비슷해서 정(?)이 가는 얼굴. 키가 꽤 큰 편인데 얼굴도 같이 큰 편이고... 일본 드라마는 메이크업 진하게 안 하나 아니면 커버가 안 되나 잡티가 눈에 띄는데 그래도 괜찮더라고. 직업을 바꾸면 비슷한 스토리로 여러 편 나올 것 같은 내용이지만, 나름 작가의 정신을 잘 살려서 분위기 있는 드라마가 되었다. 중간중간 19금 BL 장면이 나오면 화들짝 하면서도 (사실 흐뭇하게 봤지만), 연기 잘하는 배우들 보면서 감동했다. 극한 직업 극한 직업. 많이 버소서. 

어중간한 드라마보다 훨씬 재미있고 짜임새도 좋다. 불만이었던 점이라면 대필하는 쿠즈미가 망상이 잦다는 것이고 (저렇게 빨리 불러주는데 어떻게 다 받아쓰냐... 거기다 넋 놓고 '안 쓰고' 있어서 내가 다 불안), 키도가 키지마를 너무 세게 밀친다는 것 (자기도 전에 뼈 나가겠소...). 좀 제대로 쓰라고!!! 그만 밀어!!!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였다. 

이렇게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는 군. BL이 이제 주류인가. 리뷰에 누가 판타지라고 적었던데 진짜 판타지이긴 하다. 그런데 이런 드라마가 자꾸 나오면 안 그래도 설 자리 없는 여배우들은 더 자리 잃는 거 아닌지 살짝 걱정이 되기도 한다. 잘은 모르지만 압도적으로 BL 파이가 큰 것 같아서. <어제 뭐 먹었어?>도 드라마 나왔던데 봐야 하나... 몇 년 관심을 끊었더니 세상은 발전하고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