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st Treasures of Egypt

소일거리 2022. 3. 17. 17:16 Posted by 바나나피쉬

디즈니플러스에 왕가의 계곡 나오는 다큐가 있어서 보기 시작했다. 시즌이 두 개나 된다. 배경 음악처럼 틀어 놓고 딴 짓 하다가 재미있어 보이는 부분이 나오면 보는데,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쇼맨쉽이 뛰어나진 않아서 상황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물론 시선을 끄는 사람들이 있긴 하다. 말을 너무 너무 잘하거나 아니면 말투가 독특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희한하게 하고 다니거나. 이 셋에 다 해당되는 게 아마 시즌 1 중간 쯤부터 나오는 이집트학 학자 부부일텐데 처음에는 부인 말투가 좀 거슬려서 신경이 쓰였고, 그 다음에는 복장이 특이해서 눈이 갔다. 나일강의 죽음을 봐서 그런가 1920년대 이집트 관광하는 영국인 부부 같은 느낌. 남편은 나비 넥타이, 파나마 햇(?) 갖추고 부인은 완벽한 20년대 단발머리에 파라솔, 빈티지 옷, 구두를 하고 나와서 흠... 코스프레(?) 제대로 하네 싶었다. 요즘은 검색도 귀찮아서 안 하니까 그냥 그런가 보다 하다가, 도대체 이 사람들 어디 교수인겨 하고 찾아봤더니... 예일에서 이미 2013년에 한 차례 돌풍(?)을 일으킨 커플이더라고. 교수가 학생이랑 바람난 걸로 부족해서 학생 고용할 때도 개입하고 둘이 예일에서 교수하다가 문제가 불거지는 바람에 남자는 정직, 여자는 학교 옮긴 모양이더라. 둘이 결국 결혼했고. 인터넷에서는 꿈꾸던 삶을 실제로 사는 빈티지 이집트학자라고 엄청 띄워주는 것 같은데, 옷 입는 걸로 이래저래 말도 나오는 듯. 어떻게 보면 이거 완전 인종주의 아니냐... 1920년대에 발굴한다고 이집트 가서 보물 다 긁어다가 영국에 실어 나른 사람들 복장을 21세기에 똑같이 하고 나타나 상형문자 해독 실력을 자랑하는 거, 이거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는 건가? 작년에 비판하는 글을 리트윗한 고고학자도 있던데 원글은 삭제되어 없더라고. 그 학자는 남자 교수 밑에서 지금은 부인이 된 학생과 같이 공부했고, 그 당시에도 남자 교수가 자기처럼 옷 입으라고 푸쉬했다고. 요지경 속이다. 

지금은 이집트 정부에서 관리를 엄청나게 하는 모양이다. 허가증 발급해서 명시된 기간에만 발굴할 수 있고, 발굴한 물품 일체는 정부에 귀속되고, 감시하는 사람들도 붙고. 거기다 사막지대라 날이 좋지 않아서 모래바람 불면 발굴 현장 사라지고, 비 오면 발굴해 놓은 곳 물로 다 차고. 사람들 쓰는 것도 돈이니까 작업 가능할 때 최대한 일 많이 해 두려고 하고. 발굴 책임자는 대부분 유럽 출신 백인인데 일하는 사람들은 다 이집트 현지인이고. 자기 가족 같은 사람들이라고 말은 하지만 진짜 그런가 싶더라. 그나마 이집트 정부에서 관리를 하니 일단은 발굴할 때도 숙이고 들어가는 듯. 허가증 안 내 주면 끝이니까. 발굴 작업이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걸 보면 신기하다가도 제국주의의 영향은 어디까지인가를 생각하면 좀 착잡하다. 그래도 재미는 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