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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일거리'에 해당되는 글 116건

  1. 2021.01.08 1월
  2. 2020.12.25 12월
  3. 2020.10.02 9월의 소일거리
  4. 2020.07.12 7월의 BBC 라디오
  5. 2020.05.19 5월
  6. 2020.04.18 4월
  7. 2020.03.03 3월
  8. 2020.02.18 2월 중순
  9. 2020.01.31 1월 결산
  10. 2020.01.05 1월의 유흥

1월

소일거리 2021. 1. 8. 00:03 Posted by 바나나피쉬

벌써 1월이 이렇게 지나다니 ㅠ_ㅠ 새해를 맞이하여 왓챠까지 질렀다. <킬링 이브> 시즌 3(보는 중. 지루), <베리 잉글리시 스캔들>(그냥 그랬다... 휴 그랜트 주름이 많네 흑), <나이브스 아웃> 봤다. 나이브스 아웃 재밌다.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다. 원작 소설이 있는 줄 알고 찾아봤는데 없다고. 시리즈 물로 나오려나? 이제 <빅토리아> 시즌 3 기대 중. 

넷플릭스에서는 <브리저튼> 봤다. 줄리 앤드류스가 목소리 출연하길래, 거기다 리전시 복장의 흑인 배우까지 섞어놔서 이거 코미딘가? 했더니 줄리아 퀸의 로맨스 소설 원작이었구나. 읽은 적은 없는데 줄리아 퀸은 알고 있지. 줄리 앤드류스가 혹시 실제로 출연도 하나? 해서 보기 시작했는데 재미있다. 하루에 세네 편 거뜬히 끝낼 수 있었다. PC의 정점을 찍었지만 묘하게 잘 어울린다. 처음에는 리전시 드라마에 흑인? 동양인 배우도 제법 많이 썼다! 하면서 화들짝 놀랬다가 안될 것도 없지... 에서 제법 괜찮네... 로 옮겨갔다. 역사 고증도 아니고 어차피 드라마인데 내용에만 맞으면 인종이 무슨 상관이랴. 성별 바꾸는 것도 상관없겠고. 안 그래도 오래전부터 시대극 붐이 일면서 다 백인 일색이라 유색인 배우는 설 자리가 없다는 불만이 많았는데 이렇게 찍으면 일자리도 창출하고 시야도 넓히고 재미도 있고 일석 삼조는 되겠다. 넷플릭스라 가능한겨! 거기다 묘하게 맞아떨어지는 부분도 있다. 사이먼의 아버지가 그리도 집착하던 대를 잇는 것이 흑인으로 차별받다가 가까스로 주류 사회에 편입되면서 겪은 고난 때문이었다거나(딱히 그런 건 아니지만), 여전히 계급의 차이가 인종의 차이로 치환되고 있다거나(컬러리즘도 좀 있지). 물론 '사랑'으로 인종갈등을 넘어섰다는 건 too lame.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던졌지만 사실 드라마 자체는 그저 미인들의 연기를 즐기라고 있는 것이다! 주인공 다들 미인이고 +_+ 어째 사이먼 역 배우 눈에 익다 했더니 (연기는 흠...) <루츠>의 치킨 조지였다. 그때도 완전 미인 +_+ 했는데 여전히 잘 생겼구먼. 중반을 넘어서면 로맨스 소설의 전형적인 공식이 나오는데 눈이 편해서 좋네 ㅎㅎ 아직도 로판을 못 끊었는데 이거 한국 로판에 대입하면 마차 한 대 부서졌지... 아무렴. 그래도 못지않더라. 내용 자체는 구식이다만 방법이 그동안 미디어에서 별로 안 나온(?) 거라 왜 꾸금인지 알겠다는... 어쨌든 이거 보고 엘로이즈에게 꽂혀서 엘로이즈가 등장하는 소설을 질렀는데 상대역이 Sir Philip이라고. 두장 째 읽는데 부인 이름이 나와서 헉!!! 그게 걔였어??? 급 읽기 싫어짐. 평은 엄청 좋더라만... 

<브리저튼> 보기 전에는 BBC 라디오 Drama on 3에서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천 마리 학>을 들었다. 내 그동안 라디오 드라마를 그리 많이 들은 것은 아니지만 <필로우 북>만 봐도 일본인 캐릭터 전부 다 백인 배우가 (흑인은 없었던 기억) 했거든? 그런데 이 드라마에서는 전부 다! 일본인 혹은 일본계 영국인 배우가 맡았다. 이것이 시대의 진전인가! 엄청 놀랬다. 거기다 발음 완벽 +_+ (발음에 약한 속물이다). 주인공은 후루하타 니노가 맡았는데 예전에 LG아트센터에서 <해변의 카프카> 공연했을 때 주연했던 배우였다! 요즘은 영국에서 많이 활동하는 모양? 다른 배우들도 대부분 일본 이름 그대로인데 영국에 베이스를 두고 있는 듯. 이런 거 보면 미국보다 영국이 더 잘하는 거 같다. <프렌즈>에서 유색인 배우 비중이 1퍼센트 정도였을 때, 영국에서는 이미 드라마에 토큰으로라도 유색인 배우(주로 인도나 파키스탄계) 제법 심어놨었지.. 일자리 창출이라는 점에서도 엄청난 발전이지만, 일본어 액센트를 많이 살린 걸로 봐서는 (배우 풀이 부족했나?) 뭔가 이국적인 느낌을 주려고 그런 것인가 싶기도 하다. 중간중간 일본어도 나오고. 어차피 영어로 다 바꿨는데 굳이? 물론 라디오극에서 '분위기'를 살리려면 여러 장치가 필요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타자라는 느낌이 가시지 않는다. 양날의 검이네. 드라마는 꽤 재미있었다. <인간실격> 분위기도 나고. 

아무 생각 없이 샀다가 어린이 책 치고 무시무시하게 길어서 던져놓은 <어린 여우를 위한 무서운 이야기>도 끝냈다. 어린이 책 아니잖아! 저자가 여우를 직접 관찰했던지 공부를 어마 했던지 문외한인 나도 여우의 습성을 이해할 수 있을만큼 디테일이 엄청나다. 내용 자체도 재미있어서 책 좋아하는 아이들은 하루 종일이라도 붙잡고 있겠더라. 부럽네 어린이들. 그리고 이 전에는 살까 말까 갈등하다 마침내 질러버린 오승호의 <스완>도 끝냈다. 이거 진짜 재밌다. 처음에는 집중이 안 돼서 딴짓하며 읽었는데 중반부터 휘몰아치더니 끝까지 완벽. 오랜만에 흥미진진했다. 이제는 <Sir Philip, With Love>를 시도라도 해 봐야 하나... 

12월

소일거리 2020. 12. 25. 21:13 Posted by 바나나피쉬

12월이다 벌써. 올 한 해는 도대체 무엇을 한 것인가... 일은 점점 귀찮아지고 그렇다고 다른 생산적인 활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그렇다. 12월 하면 홍차와 케이크 (혹은 맛있는 빵) 벌려 놓고 코지 판 투테를 넋 놓고 보던 기억이 지배적이다. 특히 크리스마스 무렵에. 그래서 오늘은 오랜만에 밖에 나가서 이것저것 사들이며 코지 판 투테 듣고 있었다. 토피 레흐티푸가 무릎으로 슬라이딩하는 장면이 언제나 머릿속에 있지. 그때 반했나 +_+

요즘엔 또 열심히 로맨스 소설을 읽고 있고 ㅠ_ㅠ 신작 위주로 챙겨보는데 전만큼 재미있는 게 없다. 너무 많이 봐서 그런가 보다. 최근에 읽은 것 중엔 박하람의 <전장의 론도>가 괜찮았고, 미홍의 <지금, 원수를 사랑할 때>도 나쁘지 않았네. 심약섬의 <광대 공주>도 꽤 재미있게 읽었다. 어제는 그동안 권수가 많아서, 그리고 평이 갈려서 보지 않았던 <디어 에데르트>에 도전했는데 중간중간 빼놓고 읽긴 했지만 생각보다 괜찮았다. 오히려 읽고 난 뒤에 더 괜찮게 생각되는 소설이었다. 아, 그나저나 시리즈물 쌓아놓고 왜 안 읽고 있나. 꾸금이 아니라서 그런가... 오더블 플러스에 YA 소설이 꽤 있어서 도전할까 싶기도 한데 오디오북은 길고도 긴 설명 부분을 스킵하기가 애매하니 시도하기 두렵다. 거기다 요새 나오는 YA 소설은 무조건 3부작에 내용도 많아서 오더블로 하면 한 권에 막 12시간 이래... 몇 달 전부터 저녁잠에 취미를 붙여 7시에 잤다가 11시에 일어나서 잠 안 온다고 방황하는 패턴을 반복하는데 이제는 정신을 차려야 해... 그런데 정신 차리면 일을 해야 하고, 일을 하기 싫기 때문에 멍하니 핸폰 끌어안고 방황하는 삶이 계속되고 있다. 

넷플릭스도 보고 있고. 퀸스 갬빗 재밌었슈... 오더블 플러스에도 원작 소설 있더라. 원작은 좀 다른데 (앞부분이 굉장히 빠르게 지나간다) 드라마가 더 짜임새 있게 잘 만든 것 같다. 

에일리어니스트 2는 뭐여. 이건 원작 소설도 첫 권보다 별로였는데 드라마도 마찬가지구먼. 그나마 원작은 훨씬 담백하다. 법정 다툼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드라마와는 다르고. 다코타 패닝 불쌍해 ㅠ_ㅠ 아저씨랑 뭐야 흑. 

노는 언니도 매주 챙겨보고 있다. 별 거 없는데 그래도 재밌네. 역시 난 여자 예능이 취향인 듯. 예전에 청춘불패도 날이면 날마다 욕먹으면서 보고 있었는데 ㅎㅎ

화이트라인도 띄엄띄엄 보고 있고. 로렌스 폭스 나와서 본 건데 너무 망가졌어 ㅠ_ㅠ

오더블 플러스로는 You Can Thank Me Later 를 끝냈다. 3년 동안 추수감사절에 벌어진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짧은 소설인데 3시간 반 정도? 나레이터는 로렌 포트갱이다. 캐릭터 다 다르게 엄청 잘 읽어준다. 뻔한 내용이긴 하지만 나름 감동도 있고 반전도 있고 그렇다. 아무래도 짧은 게 부담은 없는데 마땅한 걸 고르기가 너무 힘들다. 넷플릭스 시작 화면만 보다가 끝나는 것처럼 오더블 플러스도 타이틀 고르다가 끝나서... 

로맨스 아닌 일반 소설은 손도 안 대고 있고 (그나마 로버트 갤브레이스(a.k.a J. K. 롤링)의 <Troubled Blood> 끝냈다. 양이 어마어마해서 엄청 오랫동안 붙잡고 있었는데 점점 내용이 별로여... 로빈이랑 코모란이 가까워지는 건 원치 않았는데 아마도 둘이 잘 되면서 시리즈 끝날 듯. 나는 은근 샬롯이 재등장하길 바라고 있었...), 논픽션 책도 쌓아두고 안 읽고... <스완> 읽어보고 싶은데 종이책을 살지 전자책을 살지 고민만 한 달째 하고 있다. 도서관이 문을 열어야 빌려보든 말든 할 텐데. 다른 도서관에는 4월 이후로 반납을 안 한 책이 있어서 -_-; 벌금 한 10만 원 내야 할 듯... 근데 도서관에 갈 일이 없어... 큰 맘먹고 가려고 했더니 마침 휴관이라 대출, 반납 다 안 된다고 하고 엉엉. 어쩌면 좋은가. 아.. 쓰면서도 귀찮다. 귀찮아...   

9월의 소일거리

소일거리 2020. 10. 2. 20:48 Posted by 바나나피쉬

9월에도 만화는 못 끊고. 이제 네네에서 연재작 보고 있다. 막 캐쉬 충전하고... 미쳤구먼. 리디랑 네네를 왔다 갔다 하면서 보는 중인데 그래도 웹소설은 거의 끊었고... 한참 미쳤을 때 너무 많이 읽었나 별로 땡기는 게 없다. 거기다 요즘은 시각적 자극을 더 추구하는 건가 웹툰 및 만화로... 무료로 볼 수 있는 회차가 많아서 심심할 때 무료로 보기 시작하면 몇 시간은 순삭.

코니시 아스카의 봄의 저주 괜춘. 그림체로만 따지면 그냥 그런데 대범한 화풍에서 섬세함이 느껴진다 ㅎㅎ. 내세에는 남남이 좋겠어 프리퀄 격인 두 사람은 밑바닥도 괜찮았다. 진짜 할리우드에서나 그릴 야쿠자의 세계로다. 내세에는 남남이 좋겠어 다음 권은 언제 나오려나.

요새 찾아 보는 꾸금 작가는 하루미야 판다와 몬덴 아키코. 둘 다 그림 좋다. 몬덴 아키코는 연재보다 단행본이 많은 편인데 (네네 포인트를 마구 쓰며 대여로 봤다...), 연재작으로는 에로스의 종자 재밌다. 보통, 연재되는 에피소드 2편이 하나의 내용으로, 배경이 2차 세계 대전 후인 게 많아서 뭔가 씁쓸한 기분이 들지만 나쁘지는 않다. 무궁무진 쏟아지는 에피소드라니.

브링 더 러브 계속해서 챙겨보고 있고. 역시나 이런 건 한방에 몰아보는 재미가 있는데, 매주 챙겨보려니 약간 감질난다. 그래도 내용은 여전히 잘 나가가고 있다. 노아랑 슐츠 더 나오게 해주세요 ㅠ_ㅠ

리디에서 추석맞이 세일하길래 CTK의 롭플롭(완결)을 다 보고. 작가님 뉴욕에서 사셨나? 배경 제대로던데. 얼핏 보이는 영어도 직접 쓰진 않으셨겠다만 다 내용에 적절하게 맞는 거라 신경 많이 쓴 느낌이 팍팍. 그나저나 나 KJK 작가랑 헷갈렸네... 같은 작가님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구나. 역시 내 눈은 장식 ㅠ_ㅠ 다른 것도 더 챙겨보고 싶은데 할 일이 있지... 엉엉.

아지, 정현의 웹툰 오피움도 굉장하다. 세상엔 능력자가 이리도 많구나. 잘은 모르지만 시대 배경 좋고, 배경 고증 매우 잘 된 느낌이고, 캐릭터도 탄탄하고, 사건 자체도 과장없이 있을 법한 이야기라 앉은 자리에서 훌훌 다 끝냈다. 그러느라 새벽 3, 4시에 자서 늦게 일어나고, 또 낮잠자고 날밤 새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오더블은 얼마 전까지 구독자에게 audible original 을 2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지난 몇 달 동안은 제한 없이 한 달에 6~8편 정도였나)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게 해줬는데 이제는 플러스인지 뭐시기인지를 새로 만들어 included라고 써 있는 오더블은 스트리밍할 수 있게 (라이브러리에 추가하면 다운도 받을 수 있다) 해 줬다. 이걸로 무라타 사야카의 편의점 인간(convenience store woman이라고 번역)을 들었다. 왜 굳이 woman이라고 번역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뭐, 인간을 영어로 적절하게 번역하기가 어렵긴 하지... human 이라고 할 수도 없고, mankind 의 느낌도 아니고. 번역을 일단 거치면 내용이 좀 쉬워지는 느낌인데 이것도 약간 비슷했다. 처음 편의점 인간 책 나왔을 때 서평 기사를 꽤 봤다만 이런 내용인 줄은 몰랐네. 진짜 편의점 인간이다. 주인공이 약간 (사실은 많이) 특이한 성격으로 설정되어 있다는 걸 몰라서, 그냥 극히 평범한 사람이 편의점에서 일하는 내용이라고 생각하다 허를 찔렸다. 뒷부분은 너무 대충 들어서 다시 들어볼 생각. 이거 말고도 꽤 많이 있던데 굳이 찾아 듣기가 귀찮아서 과연... 9월의 오더블은 말콤 글래드웰의 다윗과 골리앗이었는데, 글래드웰은 다 잘 맞는 거 같으면서도 뭔가 삐끗하는 부분이 좀 있다.

이거 말고는 뭐 했지? 이제 듣기도 보기도 귀찮아서 넷플릭스 등한시 하고 있는데 슬슬 손을 대야 하나... 연휴라도 할 일은 없어지지 않으니 엉엉.

7월의 BBC 라디오

소일거리 2020. 7. 12. 21:11 Posted by 바나나피쉬

한동안 BBC 라디오 끊었다가 다시 듣고 있다. 찰스 패리스 시리즈가 새로 나왔고, 예전에 열심히 들었던 럼폴 시리즈도 재방되고 있으며, 이것 저것 재미있는 추리물이 방송되고 있다.

일단 BBC Radio 3로 시작하자면, 코로나19로 영국도 극장 문을 닫았기 때문에 새로 시작했던 연극이 타격을 입은 모양. 버티 카벨이 주도하여 Lockdown Theatre Festival을 기획했다. 극장 공연 버전을 녹음해서 (이것도 각자 했다고 했나... 그건 다른 기획이었나) 라디오로 방송한 것. 그중 마이크 바틀렛의 Love, Love, Love를 들었다. 이 마이크 바틀렛이 Cock의 그 마이크 바틀렛인가 싶어서 검색했더니 희곡 엄청 쓰다가 TV로 진출하여 쀼의 세계 원작인 닥터 포스터를 썼다고. 헐. 깜놀. 79년 생인데 30대 초반부터 이미 성공해서 이름을 날렸고 이제는 완전 자리 잡은 듯. 마침 바로 전에 Lungs를 들어서 뭔가 비슷하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지만 그래도 재미있다는 결론을 내렸... 리처드 아미티지가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했었나... 요즘은 들어도 읽어도 생각이 안 난다. 베이비 부머 세대에 대한 지나치게 신랄한 비판이라고 했던가. 60년대부터 현재까지를 다 다뤄서인지 어떤 나잇대가 들어도 다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나온다. 레이첼 스털링 목소리 오랜만에 들어서 좋았슈. Lungs도 괜찮았는데 (김동완이 한국 버전 공연한다는 기사를 읽었는데 계속 렁스라고 나와서 이게 뭐여... 거기다 작가 이름도 안 나와서 이거 한국 오리지널이여 라이센스여 했던 기억이... 작가는 던컨 맥밀런이다) 교육을 잘못 받았나 자꾸 남자 주인공에 감정 이입하는 나를 이해할 수 없었다... 공감력을 더 키워야겠어. 하지만 작가가 남자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는지도. 이것도 마침 전에 퍼스트 리폼드를 봐서 뭔가 연결이 되더라는.

이거 외에는 DI Gwen Danbury 시리즈를 들었다. 시리즈 2만 올라와 있는데 재밌더라. 사람은 죽어 나가지만 코지 미스터리 스타일이다. 덩치좋은 여자 DI 댄버리와 그의 어머니, 그리고 이혼남 DS 헨리 제이콥스가 소소한 사건들을 소소하게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 몇 년 전에 들으면서 그냥 자버렸던 기억인데 정신 차리고 들으니 재밌네. 벌써 생각은 안 나지만.

아, 그리고 Don't Look Now. 대프니 듀 모리에의 단편을 라디오 드라마로 바꾼 거라고. 산책하면서 들었는데 소름 쫙, 등골이 서늘한 부분이 몇 번 있었다. 간단 내용을 적자면. 이탈리아 베니스로 여행 간 부부가 식사를 하다 나이가 지긋한 자매 여행객을 만난다. 자매 중 언니는 눈이 안 보이지만, 영적 능력이 있어 이 부부에게서 병으로 죽은 딸의 존재를 감지한다. 부인은 딸을 잃어 너무도 상심하던 차에 위로의 말을 듣고 기운을 차리나, 남편은 뭔가 석연치 않은 느낌을 받고 자매 여행객을 의심한다. 특히 자매 중 언니가 남편에게도 영적 능력이 있으며, 가능한 한 빨리 이탈리아를 떠나야 한다고 부인에게 귀띔해 준 상태라 더욱. 거기다 부부가 가는 곳마다 자매 여행객이 등장하고, 남편의 눈에 이상한 장면이 계속 들어오자 (살인 장면) 남편은 자매 여행객이 자신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치거나 사기를 계획하고 있는 게 아닌지 점점 더 의심하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호텔에 돌아오니 학교에 다니고 있던 아들이 갑자기 아프다는 전화가 걸려오고, 부인은 자매의 예언이 맞았다며 허겁지겁 짐을 싸서 비행기로 영국에 돌아간다. 짐도 많고, 차를 타고 한 여행이라 어차피 운전을 해서 영국으로 돌아가야 했던 남편은 부인보다 나중에 출발하기로 한다. 그런데 뒷정리를 하고 돌아가려는 남편의 눈에 보트에 올라 탄 부인과 두 자매가 들어온 것. 비행기를 타고 있어야 하는 부인이 다시 호텔 근처에 나타나자, 남편은 비행기가 취소되었던지 다른 문제가 있던지 해서 부인이 돌아온 줄 알고 호텔에서 기다린다. 그러나 부인은 오지 않고, 결국 경찰을 동원해 두 자매까지 찾아내어 부인에 대해 묻지만 부인의 행방은 묘연하다. 더 큰 문제는 그 지역에서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있던 것. 부인에 대한 걱정으로 어쩔 줄 모르던 남편에게 전화가 걸려오는데, 그게 바로 부인. 무사히 도착해서 아들 상태도 잘 확인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렇다면 남편이 본 사람은 누구였지? 왜 두 자매와 같이 있었던 거지? 왜 슬픈 표정이었지? 도무지 영문을 모르는 와중에 길을 걷다 예전에 봤던 살인 사건과 비슷한 장면을 마주하게 된 남편. 그의 운명은! 이게 내용의 거의 전부다. 결론만 한 줄 남은 상태. 오랜만에 조마조마 재미있게 들었다.  

오더블도 열심히 듣고 있는데 완전히 빠질만한 책은 아직 못 찾았다. 괜찮은 책 찾기가 쉽지 않아...

5월

소일거리 2020. 5. 19. 01:24 Posted by 바나나피쉬

5월도 벌써 중반을 넘어서서 후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왜 이렇게 시간이 빠르게 가는 것이냐. 분명 2주 전에 시간 많으니까! 했더니 오늘일세... 처리할 일이 이것 저것 있어서 귀찮아!를 입이 마르도록 외치며 지내고 있다. 그렇다고 뭔가를 하는 것도 안 하는 것도 아니여... 나는 집순이라 며칠이고 집에서 안 나가도 괜찮은 인간인데 나마저도 우울해지다니 이건 정말 새로운 세계로구나.

5월에는 뭘 했나... 아직도 리디의 노예로 살고 있다. 거기다 네네까지 진출해서 포인트 모으는 중. 미쳤나봐. 거기다 BL 만화도 본다 -_-;; 미쳤어. 이렇게 놀고 있으니 내가 그동안 얼마나 놀았는지가 확 와 닿으면서, 남들처럼 열심히는 못 살겠다 싶은 것이... 일을 바꿔야하나. 글도 하도 안 써지고 못 써서 필사를 한 번 해볼까 했는데 그마저도 귀찮아서 한 장 하고 끝이다. 앤 패디먼의 훌륭한 영어 실력을 모방하고자 했는데 책을 잘못 골랐나.

아, 요즘 읽고 있는 책은 Smoke Gets in Your Eyes다. 한국어로도 번역되었다길래 일단은 킨들을 지르고 번역된 건 도서관에서 대출을... 쿨럭. 괜찮은 책이다. 20대 여자 장의사로 이목을 끌긴 했지만 워낙 기본기가 있는 분이라 그런지 (학벌에 약하다. 그리고 중세사 전공이라잖아) 일상과 학문을 적절히 섞은 좋은 글이 많다. 물론 뜬금없이 인용되는 부분도 없다고는 못하겠다. 몇 년 전에 죽음 관련 책을 사 두고 아직도 안 읽고 있는데 (벽돌 수준의 두께라 감히 손을 못 댔다. 방 구석 어딘가에 깔려 있을 듯) 이 책은 접근성이 높아서 좀 더 본격적인 책으로 가기 전 워밍업으로 읽으면 되겠다 싶다. 물론 몰랐던 사실을 너무나 많이 알려줘서 약간 충격이기도 하다. 영어 공부 한답시고 원서는 그대로 보는 편인데 요즘은 번역도 궁금해져서 둘 다 같이 보고 있다. 그러나! 번역에 오류가 좀 있더라고요. 제일 벙찐 건 Medieval Times를 언론사로 번역하셨... 이거 중세시대처럼 꾸며놓은 테마 파크 아닌가. mead wench면 차 심부름하는 아가씨가 아니라 중세시대 옷 입고 테마 파크에서 서빙하는 여자 직원 아녀? 중세사 전공은 일자리가 워낙 없어서 이런 테마 파크 직원 아니면 갈 데 없다는 거 아니었나!!! (여기 말고도 갈 데는 물론 있다.) 피넛 버터 에피소드에서도 Jif는 접착제가 아니라 피넛 버터 브랜드자녀! 그리고 책을 언급하면서 "내가 복사한" 이라는 말이 나와서, 헐... 책 복사는 불법아닌가, 절판도 아닌데, 했더니 my copy, 내가 갖고 있는 책이라는 걸 이렇게 ㅠ_ㅠ 이거 말고도 꽤 있더라고. 역시 번역은 문법이 아니라 배경 지식의 문제인가. 접한 적이 없으면 모르는 게 당연할 수도 있고... 그러나 좀 충격. 물론 가장 큰 충격은 10년도 더 전에 YA 소설 읽다가 배에 식스팩 있다는 걸 음료수캔 여섯개짜리(이것도 식스팩이긴 하지)를 한 번에 들 수 있을 정도라고 번역한 걸 발견했을 때였다만. 나는 한 손가락으로도 식스팩 들 수 있지만 배에 왕 자는 없다고. 으흐흑.

아무튼 이러고 있다. 인터넷 뒤지면서 리뷰도 읽고 있는데 번역이 별로라는 리뷰에 번역하신 분 본인이 댓글을 달아서 허거걱. 그래 비난하기는 쉽지만 직접 하라면 나는 더 못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록은 해 두겠다.

4월

소일거리 2020. 4. 18. 23:25 Posted by 바나나피쉬

4월의 유흥도 계속된다. 그러나 지난달에 비하면 책에선 약간 손을 뗐고 (눈이 침침해서.. 노안이 오나), 그렇다고 딴짓을 엄청나게 하는 건 아니지만 안 하는 것도 아닌 애매함이 계속되고 있다.

요즘 넷플릭스를 좀 보는데 새로운 건 손이 안 가서 예전에 보던 걸 계속 반복.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일본어와 영어로 보며 약간 우울해졌고, <이웃집 토토로>까지 손을 뻗쳤으나 이것도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늙었네. 이제 다음 세대에게 물려줘야 하는가.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기무라 타쿠야와 크리스찬 베일의 더빙을 번갈아 들었다. 둘 다 잘하는구먼. +_+ 기무라 타쿠야 목소리가 특히나 어리게 들리던데 따지고 보면 그땐 젊었었네. 예전에 DVD도 질렀다만 정품이 아닌가 잘 안 나오고 버벅거려서 띄엄띄엄 봤다가 이제 넷플릭스에서 돌리고 있다. 다음에는 얼마 전에 시즌 2가 나온 어글리, 딜리셔스를 봤지. 이런 프로그램은 거의 보질 않아서 새로운 시도인지 뭔지는 모르겠다만, 일단 데이비드 창이 너무 귀엽고 (말도 잘하시지. 근데 10여 년 전에 갔던 모모후쿠는 솔직히 별로였...), 내용도 제법 알차며 (프라이드 치킨이랑 프라이드 라이스 편이 굉장하다), 감동 포인트(시즌 2 첫 번째 에피소드 대박. 지나치게 개인적인 내용이긴 하지만 울면서 봤다)가 넘쳐난다. 다 보는 게 아까워서 시즌 1의 마지막 에피소드 2개 남겨놨었는데 이번에 끝. 프라이드 라이스 편에는 안 그래도 요즘 읽고 있는 책의 저자 제니퍼 8 리가 나와 정말 똑소리 나는 발음으로 설명 잘해준다. 난 목소리와 발음에 언제나 약해... 프라이드 치킨 편은 역사 수업에 써도 될 정도. 그러나 한 번 보고 안 봤나... 아, 킹덤 2도 보긴 했지. 재밌었슈. 전지현 언제 나오나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다 김이 좀 새긴 했다만.

아, <머니 게임>도 봤다. 유태오가 맡은 유진 한 역할이 포털에 종종 뜨길래 궁금해서 티빙 월정액권까지 질러가면서 봤다!!! 괜찮네. 연기 다들 잘하고. 고수가 급 늙게 나와서 조금 슬펐지만 여전히 잘생겼고, 연기 잘 하고, 멋있어요. 심은경이 나온 드라마는 본 기억이 없는데 괜찮네. 전반적으로 연기 잘한다만 가끔 딱딱한 느낌이 있었는데 <머니 게임>에서는 전혀 없었던 듯. 그리고 대망의 유태오. 완전 귀요미 ㅠ_ㅠ 한국어 거의 못했다고 들은 기억이다만 많이 늘었나 보다. 그러나 여전히 좀 어색. 물론 발음을 엄청 정확하게 해서 듣기는 나쁘지 않았는데 정확도를 높이려니 속도가 느려져서 어눌하게 들렸다는 것이 단점. 그러나 이 정도만 해도 워디여. 영어도 엄청 잘한다만... 미국인으로 패스는 못 하겠... 뭐 이 모든 것이 상쇄될 만큼 연기 괜찮고, 얼굴 괜찮고, 몸 괜찮... 옷도... 심은경이랑도 잘 어울렸고. 요 며칠 행복했다 흑. 근데 <머니 게임> 보면서 <시동>을 같이 봤더니 (이것도 재밌었다. 어쩜 연기가 다들 이렇게 자연스러운지. 정해인은 그닥 좋아하지 않았는데 연기 잘하는구먼) 머니 게임에 나오는 인간들은 별세계 인간이라 이런 애들이 진짜 있는가 싶고, 내 세계는 오히려 시동 쪽인가 싶어서 약간 우울(?)해졌다.

로설은... 리디와 네네에 함께 발을 담구어 이제 파멸의 길로... 정말 심난할 때 읽으려고 이것저것 사놨는데 문제는 쟁인 걸 안 읽고 자꾸 사이트를 또! 기웃거리며 미리보기를 한다는 것. 얼마 전에도 <성스러운 그대 이르시길> 사놓고는 (평이 하도 좋아서 1권 무료인데도 다 사버렸고 지금은...) 안 읽고 다른 책에 눈을 돌리고 있었다고. 그래서 오늘 읽어버렸다. 흠. 기대가 너무 컸는가. 재미는 있는데 생각보다는... 재탕을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1권 무료는 나 같은 사람을 위한 것인지, 무료로 읽고 나서 그 자리에서 다음 권 질러 버린 것도 꽤 있다. 이번에는 <어느 왕국의 서사시>. 이거 재미있었슈. 꾸금이 아닌데도 열심히 한 자리에서 다 끝내버렸다. 아무 생각 없이 봐도 돼서 좋다. 물론 내용이 없다는 게 아니고 내가 평소 읽는 이상한 책에 비해서 그렇다는... 그래서 복잡한 책을 못 읽겠다. 로설도 정독하려면 할 수 있는데 다른 책만큼 내용이 촘촘하게 박혀있는 게 아니니까... 어차피 기웃거릴 거면 그냥 읽던 거나 끝내자 싶어서 <폐하의 밤>도 다 끝냈고. 이건 진짜 명작이 될 줄 알았는데 뒷부분에서 약~간 힘이 빠져서 아쉬비. 그러나 어차피 결말은 정해진 것. 이렇게 쓰니 다 까는 것 같지만 그래도 재미있어서 끊을 수가 없다. 아 이를 어째. 네네에서는 네네마트 때마다 나담을 지르고 있는데 이것도 다 사면 6권이고, 읽기 시작하면 끝을 봐야니까 당분간은 멀리 해야겠구나. 읽을 책이 산더미인데 왜 눈이 안 가는가. 노안이 와서?

3월

소일거리 2020. 3. 3. 16:41 Posted by 바나나피쉬

할 일은 많은데 하기가 싫어서 계속 딴 짓 중이다. 조만간 내가 '소위' 문화비에 얼마나 많은 금액을 쳐박았는지 점검해봐야겠다. 그냥 소소하게 긁은 것 같은데 다 따져보면 액수가 기십만원이더라는... 아마존 기프트 카드를 너무 긁었나, 원서가 비쌌나 싶다가도 알고보면 다 이북이더라. 한 번에 몇 만원씩 아무 생각없이 긁더라고 -_-; 요새는 공연도 전무한데. 그러나 이 정도도 못 쓰면 돈을 벌어 무엇하나.

책도 안 읽히고 눈도 침침하고 해서 아이패드 집어 던지고 킨들을 충전했다. 이거 거의 10년 됐는데 아직도 쓸만 하더라. 페이퍼 화이트 전이라 매우 오래 된 전자사전 삘이 나지만 낮에 밝은 곳에서 보기엔 좋을 듯. 이 킨들로 마지막에 읽었던 소설이 아마 힐러리 만텔의 Bring up the Bodies 였던 기억이다. 그나마 뒷부분은 못 끝냈다. 한 번 열심히 읽기 시작하면 손을 놓을 수가 없는데 그 시기가 지나면 아예 안 읽게 되더라는. 역사 소설이라 결말이 안 궁금한 것도 있고. 다음 주인가 울프홀 삼부작 마지막 권이 출시된다니 그거나 사야지.

Alias Grace도 사 놓고 안 읽다가 이번에 킨들 꺼내면서 다시 시작했다. 아이패드로 볼 때는 절대 안 넘어가던데 나름 새로운 기기라 내 눈이 새로운지 세뇌를 당한 건지 읽을만 하더라. 1/3 정도 읽었는데 괜찮다. 19세기 중반 정신의학이며, 범죄학, 강령회, 퀼트 등등 새로운 지식을 얻을 수 있다. 그레이스가 하녀로 일을 한지라 세탁, 목욕 등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그거 생각하면 예전에는 도대체 어떻게 살았는지 모르겠다. 계급 낮은 사람들의 노동력을 착취해가면서 살았겠지. 위생의 기준도 다르고. 거기다 여자의 경우 여차하면 매춘으로 끌려들어가고 여기서 벗어날 길도 없으니, 그 당시에 정도(?의 기준도 다르지만)를 지키며 산 사람도 많지 않았겠다만 그런 사람들은 다 병 걸려서 죽던지 곯아서 죽었을 듯. 일단 계속 읽자. 그리고 넥플릭스 시리즈를 다시 봐야... 딴 짓하면서 봤더니 기억이 가물 가물.

The Song of Achilles는 Circe를 듣고 감동받아 질렀다만 앞부분 3시간 정도 듣고 그만뒀었다. 왜냐면... 파트로클로스랑 아킬레우스가 서로의 감정을 인정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갔기 때문. 꺄~ 하면서 듣다가, 아껴 들어야지 하고 꺼버리고 한 1년 넘게 안 들은 듯. 하도 자면서 들어서 뭔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가 없었는데 어쩌다 그 부분 딱 걸렸었다. 어제부터 다시 듣기 시작했다만 이거 BL이네. 대신 순한 맛. 작가님이 필력 좋고 (당연한가) 아는 게 많으셔서 (아마 고전 전공에 가르치기도 하시는 듯) 흥미진진하다. 그리고 자면서 들어도 알 수 있었던 나레이터의 엄청난 실력. 프레이저 더글라스가 읽는데 이 분이 읽은 것만 찾아 들을 의향 99% 있다. 1% 빠진 건, 예전에 검색한 결과 별 거 없었던지 뭔가 내 취향이 아니었던 게 있었던 기억이라. 내용은 뭐.... 아킬레우스 이야기이지만 화자는 파트로클로스고 이들의 러브 스토리 및 영웅담인데 어제 마지막으로 들었던 건 아킬레우스가 전쟁 안 나가려고 여장했다가 오디세우스의 꾐에 빠져 정체를 드러낸 부분. 프레이저 더글라스는 등장인물 목소리를 엄청 잘 분리한다. 여자 목소리가 좀 약하긴 하지만 그건 뭐. 특히나 오디세우스 목소리 완전 좋음. 내 취향. 액센트가 딱히 다른 건 아닌데 톤 조절을 잘 한다 +_+ 아, 그러고 보니 한글 번역본도 도서관에서 대출했다가 앞부분 읽으면서 꺄~ 하고 아껴뒀던 듯. 그래서 결국 못 읽고 반납. 요즘 책읽기의 가장 큰 문제는, 여러 권을 동시에 읽으면서 내가 원하는 정보가 나오면 꺄~ 하고 덮어버리고 다른 책 꺼내서 또 꺄~ 하고 덮는 것. 왜 그러지? 아마 아껴보려고 그러는 것 같긴 한데... 내 마음 내가 몰라. 그래서 두근두근 부분이 나오면 억지로 계속 읽으려고 한다. 과연.

그리고 어제 또 인터넷 서핑하다 얻어 걸린 일드, 나기의 휴식. 원작이 만화여서 그런지 어쩐지, 완전 로맨스 소설의 정석을 달리는 드라마다. 남자 주인공이 진짜 쓰레기인데 정은 가고요, 다른 남자 주인공도 유사 쓰레기인데 또 보다보니 괜찮고요. 여자 주인공은 쿠로키 하루고, 이치카와 미카코도 나오고 완전 좋다. 그래서 어제 하루를 몽땅 날렸다는 슬픈 이야기. 왜 나는 중간이 없는 것이냐... 9화까지 보고 끊으려고 했지만 한 화 남겨놓고 그만 두면 안 볼 게 뻔하니까 그냥 달렸다. 결론은... 내가 원했던 건 아니지만 제일 이상적인 결말. 이 나이가 되서는 별로 배울 것도 없다만 귀여워, 귀여워를 외치면서 보기엔 딱 좋은 드라마였다.

이제 일하러 가야지 흑.

2월 중순

소일거리 2020. 2. 18. 00:16 Posted by 바나나피쉬

이 되었으나, 나는 여전히 놀고 있...

<전쟁과 평화> 2권까지 끝냈다. 2권 중반부터 끝까지의 내용이 Natasha, Pierre & the Great Comet of 1812와 똑같더라. 심지어 대사까지도 똑같아서 재미있게 읽었네. 계속 말하는 거지만 뮤지컬 작가 천재여. 어쩌면 저렇게 잘 맞췄을까나. 그냥 무대로 옮겼다. 심지어 화씨 10도도 (섭씨로 바꾸면 -12도쯤 되는데 책에서는 영하 10도로 썼더라. 영하 12도라고 하면 좀 그렇지. 반대도 마찬가지고). 가슴 활짝 펴고 눈길 달리는 부분이며 피에르와 나타샤 대사, 안드레이 대사도 그대로 옮겼다. 근데 이게 2권에서 끝나버리면 3, 4권에서는 무슨 내용 나오는거지? 전쟁 나서 대피하는 내용인가? 마리아와 니콜라이가 어떻게 될지도 궁금하긴 하다만, 도서관이 2주 동안 쉬어버려서 당분간은 내용 알기 힘들겠군. 그렇다고 굳이 사서 읽고 싶지는 않다... 그나저나 책에서 이탤릭으로 표시하는 대사는 프랑스어나 다른 언어 구별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는데, 원문에서는 진짜 프랑스어로 썼나 (톨스토이 교육 잘 받았다니 가능은 했겠지), 아니면 원문에서도 이탤릭이나 다른 도구 사용해서 별도로 표시했나? 궁금하네. 영어로 번역은 어떻게 했나? 프랑스어 그대로 옮겨 놓고 각주 다는 식으로 번역했나? 한국어로 번역하신 분은 한 명이던데 그 분이 프랑스어까지 하시지는 않았을 테고. 궁금하나 끝까지 찾아보지도 않고 버티는 중이다 흐흐흐.

리디를 보지 않기 위해 넷플릭스를 봤는데, 오히려 둘 다 보느라 현생을 살지 못한다는 단점이...

리처드 아미티지 주연의 <스트레인저>를 매우 재미있게 보았다. 뒷부분 보느라 날 샜네... 복잡한 생각할 것 없이 시간 떼우기 좋은 드라마다. 물론 내용은 가볍지 않지만. 소설이 원작인 모양인데 그런 것 치고는 결말이 너무 뻔하다고 해야 하나 창의성이 부족하다고 해야 하나. 여러 가지 사건이 맞물려서 동시에 진행되며 결말 부분에서 깔끔하게 해결은 된다. 아들 둘 낳고 부인이랑 잘 살고 있는 변호사 주인공에게 갑자기 젊은 여자가 접근해 부인의 비밀을 알려주면서 모든 일이 벌어진다. 결국 주제는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다, 인 동시에 이 비밀을 각자가 어떻게 다루는지(묻어버리는지, 솔직하게 털어놓는지, 아니면 감추기 위해 남을 해하는지), 그리고 이 비밀이 어떤 책임을 요구하는지이다. 리처드 아미티지가 주인공 변호사인데, 아이고 나이 꽤 드셨는데도 몸매 여전하시고요, 연기도 잘 하십니다요. <North and South>에서 콜린 퍼스의 뒤를 이을 재목으로 발굴되신 후, 생각보다 엄청난 유명세는 얻지 못하신 모양이지만 (뭐 호빗이랑 마블 시리즈에 나오긴 했지) 그래도 여전히 연기 잘 하고 계신다.

그리고 뭔가 또 보긴 했는데 생각 안 나고... 아 <왓/이프> 봤다. 이거 리벤지 제작진이 한 드라마라고? 어쩐지 초막장이더라. 이런 막장은 오랜만이여... 르네 젤웨거 너무 좋은데 여기서는 그냥 인형이 연기하는 듯. 이 연기가 대단하다고? 전혀 모르겠다. 주인공들이 하나같이 정이 안 가서 좋은 점은 감정이입 안 되는거, 그래서 아무 생각없이 막 달릴 수 있는 거. 이것도 <스트레인저>랑 비슷하게 비밀이 모티브인 듯. 그러나 이보다 돈 더 썼고, 더 막장이다. 그만 보고 싶었지만 뒷 이야기가 궁금해서 끊을 수 없는 드라마. IMDB 리뷰보면 '다시는 되찾을 수 없는 내 10시간' 하면서 울부짖는 글이 많은데, 10시간이 진짜 아깝긴 하지만 짜증내가면서 머리를 비울 수 있다는 점에서는 괜춘하다. 딴짓하면서 봐도 되고.

리디는 다시 발을 들여... 1권 무료 다운받았다가 완전 꽂혀서 새벽 5시까지 막 달리고 재탕에 삼탕까지 하고 있다. 바로 <나의 아름다운 그대에게> 전 8권. 으흐흑. 남주가 누군지 너무 궁금해서 목차 봤다가 스포당했지만 그래도 (그래서) 마음 편하게 끝까지 달렸다. 이거 대단하다. 로맨스 소설의 정석을 다 깨부수는 놀라운 글이여... 어릴 때 교육을 잘못 받은 여파로 이상하게 남주에 감정이입을 하는데, 이 소설은 여주가 다른 데의 남주 격이라 그런지, 아니면 1인칭 시점이라 그런지 (1인칭 별로 안 좋아한다만) 여주한테 이입 잘 되더라. 날림으로 미친듯이 넘겨가며 봤지만 일단 세계관 탄탄, 흡입력 대단, 캐릭터 매력있고, 반전 쏟아지며 난리. 으흐흐흑. 거기다 19금. 수위 꽤 세다. 완성도로 따지면 2부에서 끝나는게 맞았다. 3부는 피폐해진 독자의 마음을 달래주는 훌륭한 외전(?)격이었지만 캐붕에 시대 설정 붕괴 (로판이라 딱히 시대 따를 필요는 없지만, 1-2부에서는 차가 도입되기 시작하는 19세기 말 경 쯤으로 해놓고, 3부는 그냥 현대입니다... 거기다 남주 너무 좋지만! 1-2부에 비해 여주 활약이 줄어들면서 매력이 떨어지네 그려. 이래 저래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되도록 설정은 되어있다만). 남주가 다른 놈이었으면 집어치우려고 했는데 생각하던 놈이 맞아서 기뻤다. 이런 소설 더 보고싶은데 못 찾겠슈. 현대 로설도 보긴 하지만, 아예 거리두고 읽기에는 로판이 제대로지 암. 그렇다고 이 나이에 BL에까지 발 들이면 인생 망하는 거고, 다른 플랫폼으로 가자니 이미 1년 이상 리디에 길들여진 몸이라 새로운 데는 적응이 안 된다. 그래서 <나의 아름다운 그대에게>를 13-14일에 달리고 나서 계속 리디 들락날락하는 중. 모락모락님 신작 내신것도 오늘에서야 봤는데... 흠. 이건 좀.

아냐, 안 돼! 이러면 안 돼! 할 일이 많다고!!! 하지만 너무 하기 싫다...

1월 결산

소일거리 2020. 1. 31. 23:38 Posted by 바나나피쉬

이라고 하기에는 한 게 별로 없고. 리디를 끊겠다는 다짐이 무색하게도 다시 돌아갔다. 연재에는 아직 손 안 대고 있다만 단행본 막 사고 (<편안한 밤> 재밌었슈), 만화 막 지르고 했다 ㅠ_ㅠ 왜 이러는 거야... . <브링 더 러브> 아직도 잘 본다. 노아랑 슐츠 너무 좋아 ㅠ_ㅠ 얘네 비중 더 많았으면 좋겠다.

<전쟁과 평화>를 드디어 시작했다. 대작은 대작일세. 4권짜리로 도서관에서 대출했는데, interlibrary loan은 한 번에 두 권까지라 일단 1, 2권만 빌렸다. 이제 2권 붙잡고 있다. 읽으면서 든 생각은 1) BBC 드라마 각색 잘했네, 2) Natasha, Pierre & the Great Comet of 1812 작가 천재구먼. BBC 드라마의 피에르는 덩치가 큰 것도 뚱뚱한 것도 아니지만 티 없이 맑고 순진해 보이긴 해서 합격이고, 이미 1권부터 incestuous relationship이 암시도 아니고 대놓고! (아나톨이 옐렌 쫓아다녀서 난리 났다는 내용이 딱!) 나오며, 중요한 내용 이것저것 잘 섞어 넣었더라. 그러나 전쟁 나오는 부분은 멍... 전술을 잘 알았다면 재미가 있었을까. 톨스토이 소설을 제대로 읽는 건 중학생 때 이후 처음인데 (그때 내가 뭘 알았겠냐) 인물의 심리 묘사가 너무 잘 되어 있어서 공감 백배다. 아주 사소한 것까지 놓치지 않는다. 치기 어린 군인이 전쟁에 처음 나가면서 느끼는 자부심이 어떻게 금방 무너져내리는지, 사생아에다 몸도 둔하고 주워들은 것만 있어서 제대로 된 어른 취급을 못 받던 남자가 갑자기 사교계의 중심이 되면서 변하는 모습이라든지. 2권 읽으면서 제일 흥미로웠던 것은, 피에르가 프리메이슨 입단하러 갈 때 눈을 가렸는데 눈가리개 매듭에 머리카락 끼어서 아파하는 모습. 이거 대박. 어떻게 이런 걸 소설에 넣을 수 있는가 말이다 ㅎㅎㅎ 디킨스처럼 글자 당 돈 받아서 내용 늘리느라 급급했던 것도 아닐 텐데. 그러고 보니 Natasha, Pierre & the Great Comet of 1812의 지문도 이해가 간다. 이게 실제로 책에 들어있었던 것이다!!! 책날개에 톨스토이의 생애에 관한 내용이 나오는데 82세에 부인과 의견 충돌이 있어 집 나갔다 폐렴으로 사망했다고. 물론 이 의견 충돌은 종교에 귀의한 톨스토이의 숭고한 이상이 세속적인 부인의 욕심을 견딜 수 없어서였지만, 결론은... 아내 버리고 집 나가면 죽는다로 -_-; 책 잘 읽어가면서 이런 결론을 내리고 있다.

<The Angel of Darkness>도 끝냈다! 케일럽 카의 <The Alienist> 속편이고 드라마 시즌 2도 제작되고 있다고 알고 있는데. 첫권보다 별로다. 스페인-미국 전쟁 (미서전쟁이었냐) 일어나기 1년 전 이야기라 역사적 배경 좋고, 등장인물 임팩트 있고, 화자도 괜춘한데 별로 재미는 없슈... 뭔가 끼워 맞추려고 노력하다 망한 듯. 이번에는 영아를 유괴한 전직 간호사의 과거를 파헤치는 이야기로 법정 드라마까지 나와서 (거기다 클라란스 대로우 끼워 넣어 엄청난 대사빨을 보여주었다) 스케일이 커졌다만 그냥저냥 재미가... 시작한 지 1년 반 만에 끝냈다는데 의의를 두도록 한다. 드라마는 오히려 괜찮을 듯. 존 무어와 새라 하워드가 연결되길 내심 바랐는데, 케일럽 카는 냉정한 작가라 그런 거 없슈. 앞부분에 이미 존 무어 난봉꾼으로 만들어 놨고, 새라 하워드는 같이 일하는 다소 찌질한 남정네들 따위는 쳐다도 안 보는 듯. 뼛속부터 철저히 멜로드라마화된 나만 아쉽다.

<한자와 나오키> 3권도 끝냈다. 붙잡으니 도저히 놓을 수 없었다만, 내용은 기억 안 나고, 2권인가에서처럼 허거거걱 하는 요소가 부족했다. 그나저나 나는 왜 드라마를 끝낼 수 없을까나. 이거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대박이었다며. 내 기준에는 드라마보다 소설이 훨씬 재밌다.

<Educated>는 몇 달 전에 오더블로 다운 받아두고 앞부분이 너무 기막혀서 안 듣고 있다가 다시 시작했다. 산책하며 멍 때리고 듣는 게 전부지만 귀에는 아주 잘 들어온다. 믿어지지 않는 이야기이나, 한편으로는 그럴 듯하기도 하고. Memoir라는 게 작가의 입장에서 과장, 생략, 내용 가감이 없을 수 없으니, 진짜인가 싶기도 하고. 그러나저러나 필력 대단하고 사건 풍부하고, 배움에 대한 갈망이 잔뜩 들어서 재미있다. 다만 배운다고 다 저렇게 될 수 있는 게 아니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문제. 그냥 작가가 천재였는데 그걸 깨닫지 못했을 뿐인가. 애초에 정규 교육과는 아무 상관이 없었던 건가. 뭔가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책이다. 검색 잠깐 해 보니 내용을 두고 가족과 약간 논란이 있기도 했고, 칭찬 일색 속에 리버럴 엘리트 운운하며 까는 글도 있었고. 여러 모로 흥미롭다.

2월에는 리디 로맨스를... 끊어야... 어차피 별로 땡기는 게 없어서 재탕 삼탕하고 미리 보기나 하는 처지지만 그래도... 재미라도 있고 취향이라도 재발견하면 다행일 텐데 요즘은 너무 읽어 재꼈나 그런 게 없어서 슬프다.

1월의 유흥

소일거리 2020. 1. 5. 18:29 Posted by 바나나피쉬

1월에도 여전히 열심히 읽고 있다. 아, 이제 그만 ㅠ_ㅠ

그러나 1월 초(정확히는 1월 1일)의 대박작은!  

안그람 <연애 소설 읽는 교수> (만화). 정신없이 다 읽었네. 한 자리에서 클리어. 끝을 향해 달려가는데 난 이미 진이 빠져버려서 아마 완결이 되어도 한참이나 후에 읽을 듯 싶다. 앞부분 내용은 제목에 충실했지만 클라이막스를 지나면서는 제목의 의미가 약간 퇴색된 느낌도 있다. 그리고 2부부터 그림 스타일이 좀 바뀌어서 (앞에는 올컬러, 뒤는 모노톤이 되어버림) 한꺼번에 다 읽은 사람으로써는 거슬리는 면이 없지 않았다만, 작가님 기본기가 좋으셔서 술술 읽혔다.

내용은 제목에 나온 것처럼 연애 소설 읽는 교수 이야기. 그러나 이 교수가 50대 남자로, 상처하고 두 딸을 키우느라 정신없이 살다 삶에 좀 여유가 생기니까 연애 소설에 빠지게 되었다는 게 특이점. 처음에는 연애 소설에 대한 편견을 없애자는 내용인가, 로맨스 그레이인가 했더니 교수가 빠져든 소설 작가의 슬럼프, 부인의 과거, 딸의 연애 및 회사 생활, 새로운 만남, 친구 및 가족과의 관계 등등, 판이 점점 커져서 흥미진진. 다 좋은데 오류가 좀 있다. 특히 이름 오류는 수정해야 할 듯. 주인공이신 연애 소설 읽는 교수님 큰 딸 이름이 제경, 재경으로 왔다 갔다 한다. 동생 이름이 재은이니까 (이건 끝까지 재은으로 나온 듯?) 돌림자 생각하면 당연히 재경 같은데... 그리고 뜬금없는 단어 사용 몇 차례. 문맥에 전혀 안 맞지만 그래도 읽는 데 크게 거슬리진 않았던 단어가 몇 개 있었다. 하지만 뭐였는지 생각도 안 나는 걸 보면 그럭 저럭 괜찮았는지도. 그나 저나 작가님 대학교에 계시나? 업데이트 엄청 잘 된 느낌이었다. 탈코?한 대학원생, 교수 간의 알력 (BK21), 수업 분위기도 비슷. 주인공한테 딸이 둘인데 하나는 레즈비언이고 하나는 유학생. 그것도 독일 유학. 같은 과  나이 있고 자식 없는 여자 교수 남편은 당연히도 외국인 (아 물론 흔치 않지만). 앞 세대 이야기도 잘 풀어가셔서 작가님 나이가 좀 있으신가 싶었는데 그건 또 아닌 듯. 매우 현실적이나 현실에 주인공 같은 남자 교수는 극히 드물겠지요. 유니콘이네. 부인 있으면서 저런 사람은 있겠다만 부인이 없는데도!!! 물론 나의 편견이 반영된 언급이다만.

<메리 포핀스 리턴즈> 그 누가 줄리 앤드류스를 넘어설 수 있으랴. 에밀리 블런트는 예쁘고 연기 잘 하고 심지어 노래도 잘 하지만! 줄리 앤드류스는 아닌 것이지. 노래와 일체된 자연스러움은 줄리 앤드류스가 아니면 안 된다! 영화 보면서 IMDB 뒤졌는데 딕 반 다이크도 출연했다고 해서 끝까지 열심히 봤다. 딕 반 다이크는 90세가 넘었는데 어제 그리 정정할 수가! 얼굴은 60대여. 춤도 잘 추고. 안젤라 랜즈베리도 마찬가지지만 ㅠ_ㅠ 만수무강하소서.

줄리 앤드류스의 메리 포핀스는 "stern"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까 엄청 많이 웃더라. 그래도 에밀리 블런트와는 다른 뭔가 딱딱한 느낌이 있었다고. 요즘 영화에 비하면 때깔이 별로 좋지 않지만 (그래서 더 딱딱하다고 생각한 건가?) 기술로는 넘어설 수 없는 게 있는 것이라. 아니면 추억 보정이 너무 심하게 된 건가? 난 사실 메리 포핀스를 별로 좋아하진 않았을 수도. 그저 supercalifragilistcexpialidocious가 좋았던 건지도 모른다 (어릴 때부터 허세가 좀 있었다). 하지만 메리 포핀스가 연 붙잡고 돌아올 때는 울컥해서 울 뻔 했다고 ㅠ_ㅠ 아 지나가 버린 세월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나 저나 1X년 전에 사 놓고 아직도 끝을 못 낸 메리 포핀스 원작은 어쩔? 시리즈 다 샀었나? Saving Mr. Banks 나 봐야겠다.

엔도 슈사쿠 <Silence> 이것도 지난 여름부터 읽는다고 해 놓고 이제 겨우 끝냈다. 아이고... 뒤로 갈수록 읽기가 힘들어지더라. 왜? 단어가 어려운 것도 아니고 내용을 아예 모르는 것도 아닌데 왜? Appendix는 졸면서 읽었다. 침묵의 의미는 무엇인가? 옆에서 같이 고통을 나누는 것 자체가 침묵의 괴로움을 넘어 믿음에 확신을 줄 수 있는가? 진정한 믿음이란 무엇인가? 종교의 의미는 무엇인가? 기치지로가 유다에 비유되는데, 유다의 존재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가? 영화로 볼 때는 기치지로 (쿠보즈카 요스케가 맡았음에도!) 역할에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책에서는 확실히 비중이 크다. 오히려 가르페 역할이 미미하더만. Appendix에 나오는 기치지로의 행보는 뭘 뜻하는 거지? 해답보다는 궁금증만 얻었다. 그래도 뭔가 알고 읽으니까 보이는 게 많더라. 역시 사람은 배워야 하는 것이지.

갑자기 옥타비아 버틀러의 <킨>(영어 원작은 Kindred)에 다시 꽂혀서 도서관에서 대출도 했다. 오더블로 듣기만 한 거라 기억이 가물 가물해서 또 읽어보려고. 40년 전에 나온 책이라 그런가 이렇게 훌륭한 책을 왜 이전에는 몰랐는지 이해가 안 되네. 거의 <시녀이야기> 급 아녀? 이거 말고도 쌓아 둔 책이 잔뜩인데 언제 읽나. 거기다 킨들로도 막 질러서... 흑.

뭐든 읽고 보는대로 정리나 좀 해야겠다. 그만 읽고 이제 써야지. 아 귀찮.