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월이 이렇게 지나다니 ㅠ_ㅠ 새해를 맞이하여 왓챠까지 질렀다. <킬링 이브> 시즌 3(보는 중. 지루), <베리 잉글리시 스캔들>(그냥 그랬다... 휴 그랜트 주름이 많네 흑), <나이브스 아웃> 봤다. 나이브스 아웃 재밌다.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다. 원작 소설이 있는 줄 알고 찾아봤는데 없다고. 시리즈 물로 나오려나? 이제 <빅토리아> 시즌 3 기대 중.
넷플릭스에서는 <브리저튼> 봤다. 줄리 앤드류스가 목소리 출연하길래, 거기다 리전시 복장의 흑인 배우까지 섞어놔서 이거 코미딘가? 했더니 줄리아 퀸의 로맨스 소설 원작이었구나. 읽은 적은 없는데 줄리아 퀸은 알고 있지. 줄리 앤드류스가 혹시 실제로 출연도 하나? 해서 보기 시작했는데 재미있다. 하루에 세네 편 거뜬히 끝낼 수 있었다. PC의 정점을 찍었지만 묘하게 잘 어울린다. 처음에는 리전시 드라마에 흑인? 동양인 배우도 제법 많이 썼다! 하면서 화들짝 놀랬다가 안될 것도 없지... 에서 제법 괜찮네... 로 옮겨갔다. 역사 고증도 아니고 어차피 드라마인데 내용에만 맞으면 인종이 무슨 상관이랴. 성별 바꾸는 것도 상관없겠고. 안 그래도 오래전부터 시대극 붐이 일면서 다 백인 일색이라 유색인 배우는 설 자리가 없다는 불만이 많았는데 이렇게 찍으면 일자리도 창출하고 시야도 넓히고 재미도 있고 일석 삼조는 되겠다. 넷플릭스라 가능한겨! 거기다 묘하게 맞아떨어지는 부분도 있다. 사이먼의 아버지가 그리도 집착하던 대를 잇는 것이 흑인으로 차별받다가 가까스로 주류 사회에 편입되면서 겪은 고난 때문이었다거나(딱히 그런 건 아니지만), 여전히 계급의 차이가 인종의 차이로 치환되고 있다거나(컬러리즘도 좀 있지). 물론 '사랑'으로 인종갈등을 넘어섰다는 건 too lame.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던졌지만 사실 드라마 자체는 그저 미인들의 연기를 즐기라고 있는 것이다! 주인공 다들 미인이고 +_+ 어째 사이먼 역 배우 눈에 익다 했더니 (연기는 흠...) <루츠>의 치킨 조지였다. 그때도 완전 미인 +_+ 했는데 여전히 잘 생겼구먼. 중반을 넘어서면 로맨스 소설의 전형적인 공식이 나오는데 눈이 편해서 좋네 ㅎㅎ 아직도 로판을 못 끊었는데 이거 한국 로판에 대입하면 마차 한 대 부서졌지... 아무렴. 그래도 못지않더라. 내용 자체는 구식이다만 방법이 그동안 미디어에서 별로 안 나온(?) 거라 왜 꾸금인지 알겠다는... 어쨌든 이거 보고 엘로이즈에게 꽂혀서 엘로이즈가 등장하는 소설을 질렀는데 상대역이 Sir Philip이라고. 두장 째 읽는데 부인 이름이 나와서 헉!!! 그게 걔였어??? 급 읽기 싫어짐. 평은 엄청 좋더라만...
<브리저튼> 보기 전에는 BBC 라디오 Drama on 3에서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천 마리 학>을 들었다. 내 그동안 라디오 드라마를 그리 많이 들은 것은 아니지만 <필로우 북>만 봐도 일본인 캐릭터 전부 다 백인 배우가 (흑인은 없었던 기억) 했거든? 그런데 이 드라마에서는 전부 다! 일본인 혹은 일본계 영국인 배우가 맡았다. 이것이 시대의 진전인가! 엄청 놀랬다. 거기다 발음 완벽 +_+ (발음에 약한 속물이다). 주인공은 후루하타 니노가 맡았는데 예전에 LG아트센터에서 <해변의 카프카> 공연했을 때 주연했던 배우였다! 요즘은 영국에서 많이 활동하는 모양? 다른 배우들도 대부분 일본 이름 그대로인데 영국에 베이스를 두고 있는 듯. 이런 거 보면 미국보다 영국이 더 잘하는 거 같다. <프렌즈>에서 유색인 배우 비중이 1퍼센트 정도였을 때, 영국에서는 이미 드라마에 토큰으로라도 유색인 배우(주로 인도나 파키스탄계) 제법 심어놨었지.. 일자리 창출이라는 점에서도 엄청난 발전이지만, 일본어 액센트를 많이 살린 걸로 봐서는 (배우 풀이 부족했나?) 뭔가 이국적인 느낌을 주려고 그런 것인가 싶기도 하다. 중간중간 일본어도 나오고. 어차피 영어로 다 바꿨는데 굳이? 물론 라디오극에서 '분위기'를 살리려면 여러 장치가 필요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타자라는 느낌이 가시지 않는다. 양날의 검이네. 드라마는 꽤 재미있었다. <인간실격> 분위기도 나고.
아무 생각 없이 샀다가 어린이 책 치고 무시무시하게 길어서 던져놓은 <어린 여우를 위한 무서운 이야기>도 끝냈다. 어린이 책 아니잖아! 저자가 여우를 직접 관찰했던지 공부를 어마 했던지 문외한인 나도 여우의 습성을 이해할 수 있을만큼 디테일이 엄청나다. 내용 자체도 재미있어서 책 좋아하는 아이들은 하루 종일이라도 붙잡고 있겠더라. 부럽네 어린이들. 그리고 이 전에는 살까 말까 갈등하다 마침내 질러버린 오승호의 <스완>도 끝냈다. 이거 진짜 재밌다. 처음에는 집중이 안 돼서 딴짓하며 읽었는데 중반부터 휘몰아치더니 끝까지 완벽. 오랜만에 흥미진진했다. 이제는 <Sir Philip, With Love>를 시도라도 해 봐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