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소일거리 2020. 5. 19. 01:24 Posted by 바나나피쉬

5월도 벌써 중반을 넘어서서 후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왜 이렇게 시간이 빠르게 가는 것이냐. 분명 2주 전에 시간 많으니까! 했더니 오늘일세... 처리할 일이 이것 저것 있어서 귀찮아!를 입이 마르도록 외치며 지내고 있다. 그렇다고 뭔가를 하는 것도 안 하는 것도 아니여... 나는 집순이라 며칠이고 집에서 안 나가도 괜찮은 인간인데 나마저도 우울해지다니 이건 정말 새로운 세계로구나.

5월에는 뭘 했나... 아직도 리디의 노예로 살고 있다. 거기다 네네까지 진출해서 포인트 모으는 중. 미쳤나봐. 거기다 BL 만화도 본다 -_-;; 미쳤어. 이렇게 놀고 있으니 내가 그동안 얼마나 놀았는지가 확 와 닿으면서, 남들처럼 열심히는 못 살겠다 싶은 것이... 일을 바꿔야하나. 글도 하도 안 써지고 못 써서 필사를 한 번 해볼까 했는데 그마저도 귀찮아서 한 장 하고 끝이다. 앤 패디먼의 훌륭한 영어 실력을 모방하고자 했는데 책을 잘못 골랐나.

아, 요즘 읽고 있는 책은 Smoke Gets in Your Eyes다. 한국어로도 번역되었다길래 일단은 킨들을 지르고 번역된 건 도서관에서 대출을... 쿨럭. 괜찮은 책이다. 20대 여자 장의사로 이목을 끌긴 했지만 워낙 기본기가 있는 분이라 그런지 (학벌에 약하다. 그리고 중세사 전공이라잖아) 일상과 학문을 적절히 섞은 좋은 글이 많다. 물론 뜬금없이 인용되는 부분도 없다고는 못하겠다. 몇 년 전에 죽음 관련 책을 사 두고 아직도 안 읽고 있는데 (벽돌 수준의 두께라 감히 손을 못 댔다. 방 구석 어딘가에 깔려 있을 듯) 이 책은 접근성이 높아서 좀 더 본격적인 책으로 가기 전 워밍업으로 읽으면 되겠다 싶다. 물론 몰랐던 사실을 너무나 많이 알려줘서 약간 충격이기도 하다. 영어 공부 한답시고 원서는 그대로 보는 편인데 요즘은 번역도 궁금해져서 둘 다 같이 보고 있다. 그러나! 번역에 오류가 좀 있더라고요. 제일 벙찐 건 Medieval Times를 언론사로 번역하셨... 이거 중세시대처럼 꾸며놓은 테마 파크 아닌가. mead wench면 차 심부름하는 아가씨가 아니라 중세시대 옷 입고 테마 파크에서 서빙하는 여자 직원 아녀? 중세사 전공은 일자리가 워낙 없어서 이런 테마 파크 직원 아니면 갈 데 없다는 거 아니었나!!! (여기 말고도 갈 데는 물론 있다.) 피넛 버터 에피소드에서도 Jif는 접착제가 아니라 피넛 버터 브랜드자녀! 그리고 책을 언급하면서 "내가 복사한" 이라는 말이 나와서, 헐... 책 복사는 불법아닌가, 절판도 아닌데, 했더니 my copy, 내가 갖고 있는 책이라는 걸 이렇게 ㅠ_ㅠ 이거 말고도 꽤 있더라고. 역시 번역은 문법이 아니라 배경 지식의 문제인가. 접한 적이 없으면 모르는 게 당연할 수도 있고... 그러나 좀 충격. 물론 가장 큰 충격은 10년도 더 전에 YA 소설 읽다가 배에 식스팩 있다는 걸 음료수캔 여섯개짜리(이것도 식스팩이긴 하지)를 한 번에 들 수 있을 정도라고 번역한 걸 발견했을 때였다만. 나는 한 손가락으로도 식스팩 들 수 있지만 배에 왕 자는 없다고. 으흐흑.

아무튼 이러고 있다. 인터넷 뒤지면서 리뷰도 읽고 있는데 번역이 별로라는 리뷰에 번역하신 분 본인이 댓글을 달아서 허거걱. 그래 비난하기는 쉽지만 직접 하라면 나는 더 못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록은 해 두겠다.

4월

소일거리 2020. 4. 18. 23:25 Posted by 바나나피쉬

4월의 유흥도 계속된다. 그러나 지난달에 비하면 책에선 약간 손을 뗐고 (눈이 침침해서.. 노안이 오나), 그렇다고 딴짓을 엄청나게 하는 건 아니지만 안 하는 것도 아닌 애매함이 계속되고 있다.

요즘 넷플릭스를 좀 보는데 새로운 건 손이 안 가서 예전에 보던 걸 계속 반복.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일본어와 영어로 보며 약간 우울해졌고, <이웃집 토토로>까지 손을 뻗쳤으나 이것도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늙었네. 이제 다음 세대에게 물려줘야 하는가.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기무라 타쿠야와 크리스찬 베일의 더빙을 번갈아 들었다. 둘 다 잘하는구먼. +_+ 기무라 타쿠야 목소리가 특히나 어리게 들리던데 따지고 보면 그땐 젊었었네. 예전에 DVD도 질렀다만 정품이 아닌가 잘 안 나오고 버벅거려서 띄엄띄엄 봤다가 이제 넷플릭스에서 돌리고 있다. 다음에는 얼마 전에 시즌 2가 나온 어글리, 딜리셔스를 봤지. 이런 프로그램은 거의 보질 않아서 새로운 시도인지 뭔지는 모르겠다만, 일단 데이비드 창이 너무 귀엽고 (말도 잘하시지. 근데 10여 년 전에 갔던 모모후쿠는 솔직히 별로였...), 내용도 제법 알차며 (프라이드 치킨이랑 프라이드 라이스 편이 굉장하다), 감동 포인트(시즌 2 첫 번째 에피소드 대박. 지나치게 개인적인 내용이긴 하지만 울면서 봤다)가 넘쳐난다. 다 보는 게 아까워서 시즌 1의 마지막 에피소드 2개 남겨놨었는데 이번에 끝. 프라이드 라이스 편에는 안 그래도 요즘 읽고 있는 책의 저자 제니퍼 8 리가 나와 정말 똑소리 나는 발음으로 설명 잘해준다. 난 목소리와 발음에 언제나 약해... 프라이드 치킨 편은 역사 수업에 써도 될 정도. 그러나 한 번 보고 안 봤나... 아, 킹덤 2도 보긴 했지. 재밌었슈. 전지현 언제 나오나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다 김이 좀 새긴 했다만.

아, <머니 게임>도 봤다. 유태오가 맡은 유진 한 역할이 포털에 종종 뜨길래 궁금해서 티빙 월정액권까지 질러가면서 봤다!!! 괜찮네. 연기 다들 잘하고. 고수가 급 늙게 나와서 조금 슬펐지만 여전히 잘생겼고, 연기 잘 하고, 멋있어요. 심은경이 나온 드라마는 본 기억이 없는데 괜찮네. 전반적으로 연기 잘한다만 가끔 딱딱한 느낌이 있었는데 <머니 게임>에서는 전혀 없었던 듯. 그리고 대망의 유태오. 완전 귀요미 ㅠ_ㅠ 한국어 거의 못했다고 들은 기억이다만 많이 늘었나 보다. 그러나 여전히 좀 어색. 물론 발음을 엄청 정확하게 해서 듣기는 나쁘지 않았는데 정확도를 높이려니 속도가 느려져서 어눌하게 들렸다는 것이 단점. 그러나 이 정도만 해도 워디여. 영어도 엄청 잘한다만... 미국인으로 패스는 못 하겠... 뭐 이 모든 것이 상쇄될 만큼 연기 괜찮고, 얼굴 괜찮고, 몸 괜찮... 옷도... 심은경이랑도 잘 어울렸고. 요 며칠 행복했다 흑. 근데 <머니 게임> 보면서 <시동>을 같이 봤더니 (이것도 재밌었다. 어쩜 연기가 다들 이렇게 자연스러운지. 정해인은 그닥 좋아하지 않았는데 연기 잘하는구먼) 머니 게임에 나오는 인간들은 별세계 인간이라 이런 애들이 진짜 있는가 싶고, 내 세계는 오히려 시동 쪽인가 싶어서 약간 우울(?)해졌다.

로설은... 리디와 네네에 함께 발을 담구어 이제 파멸의 길로... 정말 심난할 때 읽으려고 이것저것 사놨는데 문제는 쟁인 걸 안 읽고 자꾸 사이트를 또! 기웃거리며 미리보기를 한다는 것. 얼마 전에도 <성스러운 그대 이르시길> 사놓고는 (평이 하도 좋아서 1권 무료인데도 다 사버렸고 지금은...) 안 읽고 다른 책에 눈을 돌리고 있었다고. 그래서 오늘 읽어버렸다. 흠. 기대가 너무 컸는가. 재미는 있는데 생각보다는... 재탕을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1권 무료는 나 같은 사람을 위한 것인지, 무료로 읽고 나서 그 자리에서 다음 권 질러 버린 것도 꽤 있다. 이번에는 <어느 왕국의 서사시>. 이거 재미있었슈. 꾸금이 아닌데도 열심히 한 자리에서 다 끝내버렸다. 아무 생각 없이 봐도 돼서 좋다. 물론 내용이 없다는 게 아니고 내가 평소 읽는 이상한 책에 비해서 그렇다는... 그래서 복잡한 책을 못 읽겠다. 로설도 정독하려면 할 수 있는데 다른 책만큼 내용이 촘촘하게 박혀있는 게 아니니까... 어차피 기웃거릴 거면 그냥 읽던 거나 끝내자 싶어서 <폐하의 밤>도 다 끝냈고. 이건 진짜 명작이 될 줄 알았는데 뒷부분에서 약~간 힘이 빠져서 아쉬비. 그러나 어차피 결말은 정해진 것. 이렇게 쓰니 다 까는 것 같지만 그래도 재미있어서 끊을 수가 없다. 아 이를 어째. 네네에서는 네네마트 때마다 나담을 지르고 있는데 이것도 다 사면 6권이고, 읽기 시작하면 끝을 봐야니까 당분간은 멀리 해야겠구나. 읽을 책이 산더미인데 왜 눈이 안 가는가. 노안이 와서?

둠즈데이 북

연극+책 2020. 3. 23. 09:51 Posted by 바나나피쉬

코니 윌리스의 1992년 작이었던가? 네네에 소개 글 뜬 거 읽고 꽂혀서 킨들 질렀다. 예전 킨들 기계가 잘 돌아가서 편하게 잘 읽었네. 이건 나를 위한 -_-; 책인데 왜 지금에서야 발견했을까? 그러고 보면 옥타비아 버틀러의 Kindred와도 일맥상통하는군. 다만 둠즈데이 북은 개인적 특이성보다는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시스템 자체가 마련된 2050년대가 배경이라는 게 차이랄까. 왜 지금 다시 소개되는지 알 수 있는 책이다. 시기적절하고, 1990년대나, 2050년대나 (작가의 상상력 속 세계이지만), 2020년대나 다를 건 하나도 없다는 게 절실히 느껴진다.

2050년대가 되면 역사학자가 연구하는 시대로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네트가 구성되고 각각의 시기는 1-10까지 등급이 매겨져 시간여행 가부를 결정하게 된다 (전쟁, 역병의 시대는 10이라 원칙적으로 못 간다). 시간여행의 패러독스로 인해 과거나 현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가 생기면 네트가 열리지 않아 이동이 불가능하게 되는 합리적인 시스템이다. 시간여행을 가게 된 사람의 경우 미리 랑데뷰 날짜를 정해 떨어진 장소(같은 수식을 사용해서 연 네트는 같은 장소에만 다시 열린다)에서 기다리면 네트가 픽업한다. 그러니 랑데뷰 날에 무조건 도착한 장소와 같은 곳에 있어야 하는데, 문제는 과거의 모습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워 도착 장소가 매우 뜬금없을 수 있다는 것 (숲 한가운데랄까, 폐쇄지역이랄까). 주인공인 키브린은 중세를 연구하는 역사학도로 새내기 때부터 시간여행만을 위해 살아온다. 그리고 마침내 크리스마스 무렵에 1320년으로 가게 되는데! 대학 내의 답답~함이 느껴지는 교수 간의 알력 다툼과 준비 부족과 근거 없는 통계자료 오용 등 복장 터지게 만드는 일이 벌어지던 와중에 네트가 열리고 키브린의 시간여행이 시작된다. 그러나 통계적으로 볼 때 제 때, 제대로 이루어질 것이라 믿었던 모든 것이 틀어지고, 키브린의 중세 여행과 맞물려 현대에서는 갑자기 전염병이 돌아 대학의 모든 시스템이 마비되고 만다. 현대에서 키브린을 지도했던 교수들이 전염병과 싸우며 키브린을 구하기 위해 애쓰고, 과거로 간 키브린은 자신이 떨어진 세상이 1320년이 아니라 무려 28년이나 차이나는 1348년, 즉 흑사병이 창궐하는 시기임을 알게 된다 (이것까지도 책 소개에 나왔던 기억).

지루하다는 평이 많았는데 그 이유는 아마도 앞부분에 벌어지는 일 때문에 연속으로 복장이 터져서가 아닐까. 그런데 실제 현실이 그렇지 않나? 이건 오히려 하이퍼리얼리즘이여. 시간여행 네트를 열고 이를 관리하던 엔지니어가 병으로 쓰러져서 생사를 넘나 드느라 키브린이 어떻게 되었는지 정확하게 알려줄 수 없게 되고, 전염병에 뜬금없이 인도(India)가 붙는 바람에 병 옮기는 사람들 몰아내라고 (이주 반대) 밖에서는 데모하고, 시간여행의 네트를 통해 바이러스가 넘어왔을 것이라고 믿는 관리자와 일반인으로 인해 네트가 닫히기도 하고, 병원에서는 환자의 안정을 위한다며 정보를 완전 차단해서 오히려 해결이 안 되게 만들고. 거기다 뭔가 중요한 내용을 전달하려고만 하면 끊기는 바람에 읽는 사람이 짜증 난다. 그냥 말을 해! 붙잡고 물어보라고! 버티고 있어! 하면서. 중세로 간 키브린도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이라, 각종 예방 접종을 다 하고 갔는데도 뜬금없이 도착하자마자 아파, 거기다 아파서 거의 기절한 바람에 생각도 안 했던 마을로 끌려가서 도착 장소가 어딘지 몰라, 현대 영어를 중세 영어로 자동으로 번역해준다던 번역기는 비교 자료를 축적하는데 시간이 걸려 먹통되고, 준비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다 틀어져서 옷이며 신분까지 제대로 먹히는 게 없고! 그래도 끝까지 따라가면 보상을 얻게 될 것이다.

2050년대라고 해봐야 오늘날과 크게 차이가 없는데, 가장 큰 오류?라면... 휴대전화가 없어! 화상통화는 하는데 휴대전화는 아무도 들고 다니지 않는다. 이게 의사소통을 막아 독자의 답답 지수를 올리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하지. 전화를 안 하면 메시지라도 해야 하는데 그것도 없네... 작가가 생각을 못 했나, 아니면 2050년쯤 되면 오히려 사소한 연락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나? 이걸 제외하고는 그냥 오늘날이라고 생각해도 될 만큼 거리감 없는 글이다. 거기다 역사학자의 시간여행이라니! 안 갈 사람 아무도 없을 듯 ㅎㅎ. 책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다 요즘과 너무나도 유사해서 역시 인간사 별 다를 게 없구나 싶었다. 옥스포드 시간여행 시리즈가 두어 권 있다고 읽은 기억인데 한 번 찾아볼까나? 아니면 힐러리 만텔 책이나 살까? (BBC 라디오에서 읽어주긴 하더라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