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소일거리

소일거리 2020. 10. 2. 20:48 Posted by 바나나피쉬

9월에도 만화는 못 끊고. 이제 네네에서 연재작 보고 있다. 막 캐쉬 충전하고... 미쳤구먼. 리디랑 네네를 왔다 갔다 하면서 보는 중인데 그래도 웹소설은 거의 끊었고... 한참 미쳤을 때 너무 많이 읽었나 별로 땡기는 게 없다. 거기다 요즘은 시각적 자극을 더 추구하는 건가 웹툰 및 만화로... 무료로 볼 수 있는 회차가 많아서 심심할 때 무료로 보기 시작하면 몇 시간은 순삭.

코니시 아스카의 봄의 저주 괜춘. 그림체로만 따지면 그냥 그런데 대범한 화풍에서 섬세함이 느껴진다 ㅎㅎ. 내세에는 남남이 좋겠어 프리퀄 격인 두 사람은 밑바닥도 괜찮았다. 진짜 할리우드에서나 그릴 야쿠자의 세계로다. 내세에는 남남이 좋겠어 다음 권은 언제 나오려나.

요새 찾아 보는 꾸금 작가는 하루미야 판다와 몬덴 아키코. 둘 다 그림 좋다. 몬덴 아키코는 연재보다 단행본이 많은 편인데 (네네 포인트를 마구 쓰며 대여로 봤다...), 연재작으로는 에로스의 종자 재밌다. 보통, 연재되는 에피소드 2편이 하나의 내용으로, 배경이 2차 세계 대전 후인 게 많아서 뭔가 씁쓸한 기분이 들지만 나쁘지는 않다. 무궁무진 쏟아지는 에피소드라니.

브링 더 러브 계속해서 챙겨보고 있고. 역시나 이런 건 한방에 몰아보는 재미가 있는데, 매주 챙겨보려니 약간 감질난다. 그래도 내용은 여전히 잘 나가가고 있다. 노아랑 슐츠 더 나오게 해주세요 ㅠ_ㅠ

리디에서 추석맞이 세일하길래 CTK의 롭플롭(완결)을 다 보고. 작가님 뉴욕에서 사셨나? 배경 제대로던데. 얼핏 보이는 영어도 직접 쓰진 않으셨겠다만 다 내용에 적절하게 맞는 거라 신경 많이 쓴 느낌이 팍팍. 그나저나 나 KJK 작가랑 헷갈렸네... 같은 작가님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구나. 역시 내 눈은 장식 ㅠ_ㅠ 다른 것도 더 챙겨보고 싶은데 할 일이 있지... 엉엉.

아지, 정현의 웹툰 오피움도 굉장하다. 세상엔 능력자가 이리도 많구나. 잘은 모르지만 시대 배경 좋고, 배경 고증 매우 잘 된 느낌이고, 캐릭터도 탄탄하고, 사건 자체도 과장없이 있을 법한 이야기라 앉은 자리에서 훌훌 다 끝냈다. 그러느라 새벽 3, 4시에 자서 늦게 일어나고, 또 낮잠자고 날밤 새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오더블은 얼마 전까지 구독자에게 audible original 을 2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지난 몇 달 동안은 제한 없이 한 달에 6~8편 정도였나)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게 해줬는데 이제는 플러스인지 뭐시기인지를 새로 만들어 included라고 써 있는 오더블은 스트리밍할 수 있게 (라이브러리에 추가하면 다운도 받을 수 있다) 해 줬다. 이걸로 무라타 사야카의 편의점 인간(convenience store woman이라고 번역)을 들었다. 왜 굳이 woman이라고 번역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뭐, 인간을 영어로 적절하게 번역하기가 어렵긴 하지... human 이라고 할 수도 없고, mankind 의 느낌도 아니고. 번역을 일단 거치면 내용이 좀 쉬워지는 느낌인데 이것도 약간 비슷했다. 처음 편의점 인간 책 나왔을 때 서평 기사를 꽤 봤다만 이런 내용인 줄은 몰랐네. 진짜 편의점 인간이다. 주인공이 약간 (사실은 많이) 특이한 성격으로 설정되어 있다는 걸 몰라서, 그냥 극히 평범한 사람이 편의점에서 일하는 내용이라고 생각하다 허를 찔렸다. 뒷부분은 너무 대충 들어서 다시 들어볼 생각. 이거 말고도 꽤 많이 있던데 굳이 찾아 듣기가 귀찮아서 과연... 9월의 오더블은 말콤 글래드웰의 다윗과 골리앗이었는데, 글래드웰은 다 잘 맞는 거 같으면서도 뭔가 삐끗하는 부분이 좀 있다.

이거 말고는 뭐 했지? 이제 듣기도 보기도 귀찮아서 넷플릭스 등한시 하고 있는데 슬슬 손을 대야 하나... 연휴라도 할 일은 없어지지 않으니 엉엉.

7월의 BBC 라디오

소일거리 2020. 7. 12. 21:11 Posted by 바나나피쉬

한동안 BBC 라디오 끊었다가 다시 듣고 있다. 찰스 패리스 시리즈가 새로 나왔고, 예전에 열심히 들었던 럼폴 시리즈도 재방되고 있으며, 이것 저것 재미있는 추리물이 방송되고 있다.

일단 BBC Radio 3로 시작하자면, 코로나19로 영국도 극장 문을 닫았기 때문에 새로 시작했던 연극이 타격을 입은 모양. 버티 카벨이 주도하여 Lockdown Theatre Festival을 기획했다. 극장 공연 버전을 녹음해서 (이것도 각자 했다고 했나... 그건 다른 기획이었나) 라디오로 방송한 것. 그중 마이크 바틀렛의 Love, Love, Love를 들었다. 이 마이크 바틀렛이 Cock의 그 마이크 바틀렛인가 싶어서 검색했더니 희곡 엄청 쓰다가 TV로 진출하여 쀼의 세계 원작인 닥터 포스터를 썼다고. 헐. 깜놀. 79년 생인데 30대 초반부터 이미 성공해서 이름을 날렸고 이제는 완전 자리 잡은 듯. 마침 바로 전에 Lungs를 들어서 뭔가 비슷하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지만 그래도 재미있다는 결론을 내렸... 리처드 아미티지가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했었나... 요즘은 들어도 읽어도 생각이 안 난다. 베이비 부머 세대에 대한 지나치게 신랄한 비판이라고 했던가. 60년대부터 현재까지를 다 다뤄서인지 어떤 나잇대가 들어도 다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나온다. 레이첼 스털링 목소리 오랜만에 들어서 좋았슈. Lungs도 괜찮았는데 (김동완이 한국 버전 공연한다는 기사를 읽었는데 계속 렁스라고 나와서 이게 뭐여... 거기다 작가 이름도 안 나와서 이거 한국 오리지널이여 라이센스여 했던 기억이... 작가는 던컨 맥밀런이다) 교육을 잘못 받았나 자꾸 남자 주인공에 감정 이입하는 나를 이해할 수 없었다... 공감력을 더 키워야겠어. 하지만 작가가 남자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는지도. 이것도 마침 전에 퍼스트 리폼드를 봐서 뭔가 연결이 되더라는.

이거 외에는 DI Gwen Danbury 시리즈를 들었다. 시리즈 2만 올라와 있는데 재밌더라. 사람은 죽어 나가지만 코지 미스터리 스타일이다. 덩치좋은 여자 DI 댄버리와 그의 어머니, 그리고 이혼남 DS 헨리 제이콥스가 소소한 사건들을 소소하게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 몇 년 전에 들으면서 그냥 자버렸던 기억인데 정신 차리고 들으니 재밌네. 벌써 생각은 안 나지만.

아, 그리고 Don't Look Now. 대프니 듀 모리에의 단편을 라디오 드라마로 바꾼 거라고. 산책하면서 들었는데 소름 쫙, 등골이 서늘한 부분이 몇 번 있었다. 간단 내용을 적자면. 이탈리아 베니스로 여행 간 부부가 식사를 하다 나이가 지긋한 자매 여행객을 만난다. 자매 중 언니는 눈이 안 보이지만, 영적 능력이 있어 이 부부에게서 병으로 죽은 딸의 존재를 감지한다. 부인은 딸을 잃어 너무도 상심하던 차에 위로의 말을 듣고 기운을 차리나, 남편은 뭔가 석연치 않은 느낌을 받고 자매 여행객을 의심한다. 특히 자매 중 언니가 남편에게도 영적 능력이 있으며, 가능한 한 빨리 이탈리아를 떠나야 한다고 부인에게 귀띔해 준 상태라 더욱. 거기다 부부가 가는 곳마다 자매 여행객이 등장하고, 남편의 눈에 이상한 장면이 계속 들어오자 (살인 장면) 남편은 자매 여행객이 자신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치거나 사기를 계획하고 있는 게 아닌지 점점 더 의심하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호텔에 돌아오니 학교에 다니고 있던 아들이 갑자기 아프다는 전화가 걸려오고, 부인은 자매의 예언이 맞았다며 허겁지겁 짐을 싸서 비행기로 영국에 돌아간다. 짐도 많고, 차를 타고 한 여행이라 어차피 운전을 해서 영국으로 돌아가야 했던 남편은 부인보다 나중에 출발하기로 한다. 그런데 뒷정리를 하고 돌아가려는 남편의 눈에 보트에 올라 탄 부인과 두 자매가 들어온 것. 비행기를 타고 있어야 하는 부인이 다시 호텔 근처에 나타나자, 남편은 비행기가 취소되었던지 다른 문제가 있던지 해서 부인이 돌아온 줄 알고 호텔에서 기다린다. 그러나 부인은 오지 않고, 결국 경찰을 동원해 두 자매까지 찾아내어 부인에 대해 묻지만 부인의 행방은 묘연하다. 더 큰 문제는 그 지역에서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있던 것. 부인에 대한 걱정으로 어쩔 줄 모르던 남편에게 전화가 걸려오는데, 그게 바로 부인. 무사히 도착해서 아들 상태도 잘 확인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렇다면 남편이 본 사람은 누구였지? 왜 두 자매와 같이 있었던 거지? 왜 슬픈 표정이었지? 도무지 영문을 모르는 와중에 길을 걷다 예전에 봤던 살인 사건과 비슷한 장면을 마주하게 된 남편. 그의 운명은! 이게 내용의 거의 전부다. 결론만 한 줄 남은 상태. 오랜만에 조마조마 재미있게 들었다.  

오더블도 열심히 듣고 있는데 완전히 빠질만한 책은 아직 못 찾았다. 괜찮은 책 찾기가 쉽지 않아...

5월의 오더블

연극+책 2020. 5. 28. 00:23 Posted by 바나나피쉬

매달 구독은 하고 있지만 집중해서 듣지도 않고 몇 달에 걸쳐 하나씩 간신히 끝내고 있는 중이었는데 이번 달은 벌써! 끝장을 보았다. 제목은 Pretty Things. Jannelle Brown의 소설이다. 신간 중에서 고른 거였나, 스릴러에서 골랐나, 아무튼 별생각 없이 골랐는데 생각보다 금방 끝냈다. 일단 나레이터가 두 명으로 여자 주인공 둘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를 각각 맡아 엄~청 잘 읽어준다. 주인공 중 하나가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라 시기상으로도 업데이트 잘 되었고, 내용 자체도 뻔한 듯하면서 흥미롭다. 처음 들으면서는 계속 헨리 제임스의 The Wings of the Dove (안 읽고 영화만 봤다. 헬레나 본햄-카터에 빠져 있을 때)가 생각났는데 다른 독자들도 궁금해했던 듯.

사기꾼 엄마 밑에서 영재교육(?)을 받고 자란 니나가 일생일대의 사기를 꿈꾸며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이자 미국 "귀족" 집안 출신(가족 성이 잘나가는 "그룹"의 이름이고 백여 년 이상 대를 이어 부유하게 살아온 집안)인 바네사에게 접근하는 것으로 사건이 시작된다. 니나는 부잣집 아이들의 인스타그램을 뒤지며 사기를 칠 상대를 고르고, 이들에게 접근해 물건을 훔쳐내는 식으로 엄마의 암 치료비를 충당하고 있다. 남자 친구 역시 사기꾼으로 아일랜드 출신에 배우 지망생이었던 터라 온갖 종류의 연기에 능하다. 그러나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훔쳐낸 앤티크 가구를 팔아주던 장물아비와 연락이 끊기고, 엄마의 암이 재발하고, 급기야 경찰까지 집 앞을 기웃거리자 니나는 평생 걱정 없이 살 수 있도록 한 탕 크게 하고 이 세계를 뜨기로 한다. 마지막 제물이 된 상대는 바네사 리블링. 인스타그램에서 패션 스타일로 인플루언서가 되었지만, 원래부터 대대손손 부잣집 자손으로 유명했고 니나와는 과거에 스쳐 지나가듯 만난 적이 있다. 바네사의 남동생 베니가 니나의 10대 시절 남친이었던 것. 바네사는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파혼까지 당하자 어린 시절 지냈던 레이크 타호의 성으로 돌아가고, 그 성의 금고에 100만 달러가 들어있다는 사실을 베니에게 들은 적이 있는 니나는 돈을 훔치기 위해 이름을 바꾸고 사기꾼 남자 친구와 함께 바네사에게 접근한다. 여기까지도 니나와 바네사가 왔다 갔다 이야기를 들려주고, 이후에도 같은 사건을 다른 시점으로 전달해서 재미있었다. 이것만 보면 딱 The Wings of the Dove. 헨리 제임스 소설도 미국 졸부집 딸에게 영국인 커플이 접근하는 내용이었던 기억인데, 소설에서는 남자가 너무도 순수하고 병약한 미국인 졸부 딸에게 빠져버리고 말았던 듯. 그래서 헐... 혹시 같은 내용? 했는데... 사건이 팡팡 터지지요.

내용이 참신하진 않지만 (거기다 이게 그렇게 오랫동안 마음에 담을 일인가... 싶은 부분이 많았다) 구성이 잘 되어있고, 무엇보다 끝까지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가 진행된다. 비밀도 생각보다 빨리 밝혀지는 등, 고구마 구간 없고. 그리고 나레이터의 퍼포먼스가 좋다. 물론 남친의 아일랜드 액센트는 흠... 했지만, 미국에서 오래 살아서 액센트가 거의 안 남아 있다는 설정이니 그러려니 싶기도. 니콜 키드먼이 아마존 프라임 드라마로 제작도 한다는 듯? 한국에는 아직 출간이 안 된 것 같던데 이것도 나오면 꽤나 인기 끌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