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소일거리 2021. 1. 8. 00:03 Posted by 바나나피쉬

벌써 1월이 이렇게 지나다니 ㅠ_ㅠ 새해를 맞이하여 왓챠까지 질렀다. <킬링 이브> 시즌 3(보는 중. 지루), <베리 잉글리시 스캔들>(그냥 그랬다... 휴 그랜트 주름이 많네 흑), <나이브스 아웃> 봤다. 나이브스 아웃 재밌다.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다. 원작 소설이 있는 줄 알고 찾아봤는데 없다고. 시리즈 물로 나오려나? 이제 <빅토리아> 시즌 3 기대 중. 

넷플릭스에서는 <브리저튼> 봤다. 줄리 앤드류스가 목소리 출연하길래, 거기다 리전시 복장의 흑인 배우까지 섞어놔서 이거 코미딘가? 했더니 줄리아 퀸의 로맨스 소설 원작이었구나. 읽은 적은 없는데 줄리아 퀸은 알고 있지. 줄리 앤드류스가 혹시 실제로 출연도 하나? 해서 보기 시작했는데 재미있다. 하루에 세네 편 거뜬히 끝낼 수 있었다. PC의 정점을 찍었지만 묘하게 잘 어울린다. 처음에는 리전시 드라마에 흑인? 동양인 배우도 제법 많이 썼다! 하면서 화들짝 놀랬다가 안될 것도 없지... 에서 제법 괜찮네... 로 옮겨갔다. 역사 고증도 아니고 어차피 드라마인데 내용에만 맞으면 인종이 무슨 상관이랴. 성별 바꾸는 것도 상관없겠고. 안 그래도 오래전부터 시대극 붐이 일면서 다 백인 일색이라 유색인 배우는 설 자리가 없다는 불만이 많았는데 이렇게 찍으면 일자리도 창출하고 시야도 넓히고 재미도 있고 일석 삼조는 되겠다. 넷플릭스라 가능한겨! 거기다 묘하게 맞아떨어지는 부분도 있다. 사이먼의 아버지가 그리도 집착하던 대를 잇는 것이 흑인으로 차별받다가 가까스로 주류 사회에 편입되면서 겪은 고난 때문이었다거나(딱히 그런 건 아니지만), 여전히 계급의 차이가 인종의 차이로 치환되고 있다거나(컬러리즘도 좀 있지). 물론 '사랑'으로 인종갈등을 넘어섰다는 건 too lame.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던졌지만 사실 드라마 자체는 그저 미인들의 연기를 즐기라고 있는 것이다! 주인공 다들 미인이고 +_+ 어째 사이먼 역 배우 눈에 익다 했더니 (연기는 흠...) <루츠>의 치킨 조지였다. 그때도 완전 미인 +_+ 했는데 여전히 잘 생겼구먼. 중반을 넘어서면 로맨스 소설의 전형적인 공식이 나오는데 눈이 편해서 좋네 ㅎㅎ 아직도 로판을 못 끊었는데 이거 한국 로판에 대입하면 마차 한 대 부서졌지... 아무렴. 그래도 못지않더라. 내용 자체는 구식이다만 방법이 그동안 미디어에서 별로 안 나온(?) 거라 왜 꾸금인지 알겠다는... 어쨌든 이거 보고 엘로이즈에게 꽂혀서 엘로이즈가 등장하는 소설을 질렀는데 상대역이 Sir Philip이라고. 두장 째 읽는데 부인 이름이 나와서 헉!!! 그게 걔였어??? 급 읽기 싫어짐. 평은 엄청 좋더라만... 

<브리저튼> 보기 전에는 BBC 라디오 Drama on 3에서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천 마리 학>을 들었다. 내 그동안 라디오 드라마를 그리 많이 들은 것은 아니지만 <필로우 북>만 봐도 일본인 캐릭터 전부 다 백인 배우가 (흑인은 없었던 기억) 했거든? 그런데 이 드라마에서는 전부 다! 일본인 혹은 일본계 영국인 배우가 맡았다. 이것이 시대의 진전인가! 엄청 놀랬다. 거기다 발음 완벽 +_+ (발음에 약한 속물이다). 주인공은 후루하타 니노가 맡았는데 예전에 LG아트센터에서 <해변의 카프카> 공연했을 때 주연했던 배우였다! 요즘은 영국에서 많이 활동하는 모양? 다른 배우들도 대부분 일본 이름 그대로인데 영국에 베이스를 두고 있는 듯. 이런 거 보면 미국보다 영국이 더 잘하는 거 같다. <프렌즈>에서 유색인 배우 비중이 1퍼센트 정도였을 때, 영국에서는 이미 드라마에 토큰으로라도 유색인 배우(주로 인도나 파키스탄계) 제법 심어놨었지.. 일자리 창출이라는 점에서도 엄청난 발전이지만, 일본어 액센트를 많이 살린 걸로 봐서는 (배우 풀이 부족했나?) 뭔가 이국적인 느낌을 주려고 그런 것인가 싶기도 하다. 중간중간 일본어도 나오고. 어차피 영어로 다 바꿨는데 굳이? 물론 라디오극에서 '분위기'를 살리려면 여러 장치가 필요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타자라는 느낌이 가시지 않는다. 양날의 검이네. 드라마는 꽤 재미있었다. <인간실격> 분위기도 나고. 

아무 생각 없이 샀다가 어린이 책 치고 무시무시하게 길어서 던져놓은 <어린 여우를 위한 무서운 이야기>도 끝냈다. 어린이 책 아니잖아! 저자가 여우를 직접 관찰했던지 공부를 어마 했던지 문외한인 나도 여우의 습성을 이해할 수 있을만큼 디테일이 엄청나다. 내용 자체도 재미있어서 책 좋아하는 아이들은 하루 종일이라도 붙잡고 있겠더라. 부럽네 어린이들. 그리고 이 전에는 살까 말까 갈등하다 마침내 질러버린 오승호의 <스완>도 끝냈다. 이거 진짜 재밌다. 처음에는 집중이 안 돼서 딴짓하며 읽었는데 중반부터 휘몰아치더니 끝까지 완벽. 오랜만에 흥미진진했다. 이제는 <Sir Philip, With Love>를 시도라도 해 봐야 하나... 

12월

소일거리 2020. 12. 25. 21:13 Posted by 바나나피쉬

12월이다 벌써. 올 한 해는 도대체 무엇을 한 것인가... 일은 점점 귀찮아지고 그렇다고 다른 생산적인 활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그렇다. 12월 하면 홍차와 케이크 (혹은 맛있는 빵) 벌려 놓고 코지 판 투테를 넋 놓고 보던 기억이 지배적이다. 특히 크리스마스 무렵에. 그래서 오늘은 오랜만에 밖에 나가서 이것저것 사들이며 코지 판 투테 듣고 있었다. 토피 레흐티푸가 무릎으로 슬라이딩하는 장면이 언제나 머릿속에 있지. 그때 반했나 +_+

요즘엔 또 열심히 로맨스 소설을 읽고 있고 ㅠ_ㅠ 신작 위주로 챙겨보는데 전만큼 재미있는 게 없다. 너무 많이 봐서 그런가 보다. 최근에 읽은 것 중엔 박하람의 <전장의 론도>가 괜찮았고, 미홍의 <지금, 원수를 사랑할 때>도 나쁘지 않았네. 심약섬의 <광대 공주>도 꽤 재미있게 읽었다. 어제는 그동안 권수가 많아서, 그리고 평이 갈려서 보지 않았던 <디어 에데르트>에 도전했는데 중간중간 빼놓고 읽긴 했지만 생각보다 괜찮았다. 오히려 읽고 난 뒤에 더 괜찮게 생각되는 소설이었다. 아, 그나저나 시리즈물 쌓아놓고 왜 안 읽고 있나. 꾸금이 아니라서 그런가... 오더블 플러스에 YA 소설이 꽤 있어서 도전할까 싶기도 한데 오디오북은 길고도 긴 설명 부분을 스킵하기가 애매하니 시도하기 두렵다. 거기다 요새 나오는 YA 소설은 무조건 3부작에 내용도 많아서 오더블로 하면 한 권에 막 12시간 이래... 몇 달 전부터 저녁잠에 취미를 붙여 7시에 잤다가 11시에 일어나서 잠 안 온다고 방황하는 패턴을 반복하는데 이제는 정신을 차려야 해... 그런데 정신 차리면 일을 해야 하고, 일을 하기 싫기 때문에 멍하니 핸폰 끌어안고 방황하는 삶이 계속되고 있다. 

넷플릭스도 보고 있고. 퀸스 갬빗 재밌었슈... 오더블 플러스에도 원작 소설 있더라. 원작은 좀 다른데 (앞부분이 굉장히 빠르게 지나간다) 드라마가 더 짜임새 있게 잘 만든 것 같다. 

에일리어니스트 2는 뭐여. 이건 원작 소설도 첫 권보다 별로였는데 드라마도 마찬가지구먼. 그나마 원작은 훨씬 담백하다. 법정 다툼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드라마와는 다르고. 다코타 패닝 불쌍해 ㅠ_ㅠ 아저씨랑 뭐야 흑. 

노는 언니도 매주 챙겨보고 있다. 별 거 없는데 그래도 재밌네. 역시 난 여자 예능이 취향인 듯. 예전에 청춘불패도 날이면 날마다 욕먹으면서 보고 있었는데 ㅎㅎ

화이트라인도 띄엄띄엄 보고 있고. 로렌스 폭스 나와서 본 건데 너무 망가졌어 ㅠ_ㅠ

오더블 플러스로는 You Can Thank Me Later 를 끝냈다. 3년 동안 추수감사절에 벌어진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짧은 소설인데 3시간 반 정도? 나레이터는 로렌 포트갱이다. 캐릭터 다 다르게 엄청 잘 읽어준다. 뻔한 내용이긴 하지만 나름 감동도 있고 반전도 있고 그렇다. 아무래도 짧은 게 부담은 없는데 마땅한 걸 고르기가 너무 힘들다. 넷플릭스 시작 화면만 보다가 끝나는 것처럼 오더블 플러스도 타이틀 고르다가 끝나서... 

로맨스 아닌 일반 소설은 손도 안 대고 있고 (그나마 로버트 갤브레이스(a.k.a J. K. 롤링)의 <Troubled Blood> 끝냈다. 양이 어마어마해서 엄청 오랫동안 붙잡고 있었는데 점점 내용이 별로여... 로빈이랑 코모란이 가까워지는 건 원치 않았는데 아마도 둘이 잘 되면서 시리즈 끝날 듯. 나는 은근 샬롯이 재등장하길 바라고 있었...), 논픽션 책도 쌓아두고 안 읽고... <스완> 읽어보고 싶은데 종이책을 살지 전자책을 살지 고민만 한 달째 하고 있다. 도서관이 문을 열어야 빌려보든 말든 할 텐데. 다른 도서관에는 4월 이후로 반납을 안 한 책이 있어서 -_-; 벌금 한 10만 원 내야 할 듯... 근데 도서관에 갈 일이 없어... 큰 맘먹고 가려고 했더니 마침 휴관이라 대출, 반납 다 안 된다고 하고 엉엉. 어쩌면 좋은가. 아.. 쓰면서도 귀찮다. 귀찮아...   

Distress Signals

연극+책 2020. 10. 11. 12:46 Posted by 바나나피쉬

오더블 플러스를 찝쩍거리고 있는데, 생각보다 들을만한 게 많지는 않다. 내 계정이 미국 거랑 섞여서 그런지 어쩐지는 모르겠지만 included라고 해서 들어가 보면 위시리스트에 넣으라는 것만 달랑 뜨는 게 많고 (리처드 아미티지가 읽어주는 여러 가지가 그런 식이다...) 스릴러나 추리물도 마찬가지고. 그래도 나름 대박을 건졌으니, 캐서린 라이언 하워드의 데뷔 소설 Distress Signals다. 이거 말고 같은 작가의 The Liar’s Girl이 더 인기가 많은 듯한데 스트리밍이 안 된다는...

대충 내용은:

영화 극작가가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다 10여년 만에 드디어 할리우드에 각본을 팔게 된 아일랜드의 작가 아담은 오랫동안 사귄 새라와 함께 살고 있다. 아담은 이제 자리를 잡았으니 새라와 결혼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고, 그동안 묵묵히 뒷바라지해 준 새라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라가 바르셀로나로 출장을 떠나게 되면서 일이 시작되는데... 바르셀로나에 도착하자마자 연락이 두절된 새라, 거기다 새라가 바람을 피웠다는 친구의 말이 전해지고 (출장이 아니라 새로 생긴 연인과 여행), 돌아오기로 한 날 공항으로 마중을 나갔더니 예정된 시간이 훨씬 지나도 새라가 도착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그렇게 믿었던 여친이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에 분노했던 아담도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하고, 자기한테만 연락을 안 하면 다행인데 부모님과도 연락을 하지 않으니 이게 무슨 일? 경찰서에도 찾아가 보지만 성인 여성이 연락을 끊었다고 해서 바로 실종자로 간주하지는 않는다고 하여 아담은 미칠 노릇이다. 게다가 집으로는 프랑스 니스에서 새라의 여권과 미안하다는 쪽지가 도착하니, 다들 이기적인 아담에게 지친 나머지 새라가 떠나 버렸고, 안전 이별을 위해 연락을 끊은 것이라고 한다. 그래도 믿을 수 없던 아담은 우여곡절 끝에 온라인 상에도 새라에 대한 내용을 실어 추가 정보를 얻어보려 하고, 마침 새라와 똑같은 사람을 크루즈에서 보았다는 제보가 들어온다. 크루즈라니? 해당 크루즈에 대해 알아보던 아담은 크루즈 선에서 연간 실종되는 사람이 꽤 있으며, 범죄도 상당히 자주 일어나지만 쉬쉬하며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거기다 새라가 탔다는 크루즈 선에서 이미 과거에 실종된 여성이 몇 있었지만, 본격적인 수사는 없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아담은 검색을 통해 새라가 실종되기 1년 전 같은 크루즈에서 부인을 잃은(실종) 영국인 피터와 연락이 닿고, 이 둘은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크루즈에 몸을 싣는다.                             

이렇게 쓰니 무슨 어드벤쳐 같다만 그렇지는 않고... 이 외에도 두 명이 더 화자로 등장하는데 하나는 60대 정도 되는 나이가 지긋한 프랑스 여성으로 해당 크루즈의 직원, 다른 하나는 뜬금없이 프랑스 어느 지역에서 자란, 어릴 적부터 사이코패스로 이름을 날린 소년 살인마(?)이다. 화자에 맞춰 세 명이 읽어준다.                                                            

사실 짜임새는 그다지... 허를 찌르기 위한 구조인가 싶기도 하고, 이런 걸로? 싶기도 하고. 그런데 나름 재밌다. 거기다 뒷부분으로 가면 막 휘몰아쳐서 몇 번을 다시 들었는지 모르겠다 (누워서 듣다가 자 버려서...) 자기 전에 30분씩 맞춰두고 듣다 보니 보통 10-15분 들으면 자고, 다음 날 다시 돌려서 듣고 해서 듣던 데 또 듣고 또 듣고, 진도는 안 나가고, 했다만 모처럼 흥미진진한 스릴러였다. 지난 밤에 자는 시간 놓쳐서 Dawn Eastman의 Unnatural Causes도 시작. 이것도 괜찮은 거 같긴 하다만 앞에 한 시간 정도만 듣고 잠이 들어서... 제대로 들어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