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오디오북

연극+책 2021. 8. 16. 13:55 Posted by 바나나피쉬

BL 드라마를 보고 잠시 충격을 받았다가 오디오북으로 넘어갔다. 오더블을 구독하고 있어서 한 달에 한 편은 골라야 하는데 그것도 쉽지 않더라는... 일단 오디오북의 최고봉인 미스터리와 스릴러를 열심히 들었다.

- 앤서니 호로위츠의 Magpie Murders (한국어로도 번역된 듯?), 그리고 시리즈의 두 번째 편인 Moonflower Murders 들었다. 출판사 편집장이 문제를 해결하는 탐정 역할로, 담당을 맡은 소설이 액자 형식으로 들어가 있다. 그런데 그 담당 소설이 또 푸아로같은 외국인 사립탐정(애티커스 푼트)을 주인공으로 하는 추리 소설이지. 한 권을 읽으면 두 편을 읽은 듯한! 효과를 볼 수 있으나 문제는... 들은 지 얼마 안 되었는데 내용이 생각나지 않는구나. 범인 누구였지? 일단 Magpie Murders 에는 책 속의 책에 다운증후군이 나오는데 배경이 50년대다. 구글해보니까 도대체 이 책 누가 편집했냐며, Down syndrome이 아니라 Down's syndrome이라고 쓰여 있다고 극대노한 독자의 코멘트가 돌아다니고 있더라. 근데... 영국에서는 Down's syndrome이여... 그나마 50년대는 mongolism 이었고. 60년대 이후에나 나름 PC하게 쓰게 된 거라 둘 다 틀려요 ㅠ_ㅠ 이거 지적한 사람 아무도 없었나? 더 찾아보기 귀찮아서 그만 뒀지만. 첫 번째 권은 사만사 본드, 두 번째 권은 레슬리 맨빌이 읽었는데 내 취향은 첫 번째. 아, 드라마로도 나온다고.

- 같은 작가의 다른 시리즈도 찾아봤다. 로리 키니어가 읽어준다고 하여 The Word Is Murder 시작했는데 이것도 괜춘. 홈즈와 왓슨을 모티브로 삼아서 현대로 옮겼다. 작가인 앤서니 호로위츠 본인이 주인공이다. 본인의 이야기를 죽~ 나열하다가 (스필버그의 <틴틴> 시나리오 쓴 이야기 포함 - 근데 틴틴은 왠지 어색... 땡땡 아녔나) , TV 드라마 작업 중 자문을 구했던 사립탐정으로부터 사건을 책으로 써 달라고 의뢰를 받은 후 둘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그려낸다. 이것도 두 번째 권이 나왔는데 로리 키니어의 여자 목소리가 너무 별로라는 리뷰가 있어서 포기.

- 알렉스 마이클리디스의 신작 The Maidens 들었다. 루이즈 브릴리가 읽어주더라는... The Silent Patient 도 읽었더라. 다 들었는데 생각도 못 했네... The Maidens도 재미있었다. 밤마다 동네를 배회하며 들었다. 심리 스릴러 뭐 이런 류로, The Silent Patient를 다시 듣고 싶게 만드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아무래도 첫 번째 책이 더 나았던 거 같긴 하다. 그건 상상도 못한 결말이었는데, The Maidens는 뭔가 흠... 뜬금없다고 해야 하나.

- 중간에 잠시 넷플릭스로 외도했다가 컴백하여 이것 저것 찾아봤는데 Anne Frasier의 시리즈가 있더라. The Body Reader, The Body Counter, The Body Keeper 이 순서인 듯. 캐릭터는 꽤 잘 잡았다. 배경은 미니애폴리스. 주인공 주드 폰테인은 강력계 형사였는데 어느 날 모종의 이유로 납치되어 3년 간 상자같은 독방에 갇혀 있다가 도망친다. 그 와중에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을 경험했지만 꿋꿋하게 극복(?)하고 다시 강력계로 돌아가 10대 여성들의 살인 사건을 수사한다. 파트너는 유라이아 애쉬비. 아직까지 부인이 자살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주드가 과연 강력계에서 일할만한 정신상태인지 의문을 품고 거리를 둔다. 제목인 Body Reader는 주드를 말하는데, 주드는 3년 간 납치범 외에는 그 누구와도 접촉이 없던 터라 납치범의 얼굴 모양, 표정 하나 하나를 관찰하다보니 다른 사람들, 심지어는 시신의 표정까지 읽을 수 있게 된다. 그런데 그다지 부각은 되지 않더라는. 별로 쓸모가 없어... 듣다보니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시리즈와 은근 비슷하더라. 거기서 영감을 받은 모양? 배후도 뭔가 비슷한 느낌이고. 미국이 배경인 소설이 나오면 뭔가 익숙한 느낌이라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만 캐릭터가 어떻게 성장할 지 궁금해서 계속 듣기로.

- 아, 오디오북은 아니지만 왓챠에 Flack 끝냈다. 애나 파퀸은 점점 클레어 데인즈와 비슷한 느낌이 되어 간다. 유명인 뒤치다꺼리를 해 주는 PR 회사 사람들 이야기인데 하나같이 미쳤다. 캐릭터는 괜찮다만 하나같이 정이 안 가고... 그나마 리디아 윌슨이 젤 나은데, 개중 정신은 멀쩡해서인듯. 이제 핸드메이즈 테일로...

- 왓챠 쓴 김에, 넷플릭스 섀도우 앤 본도 굉장하다. 이것도 소설 삼부작 읽고 싶긴 했는데 귀찮... 이미 세 권 말고 다른 시리즈에서도 차용했다고 한 기억이라 안 읽고 안 듣기로. 드라마는 잘 만들었다. 주인공 완전 신인인 거 같던데 꽤 잘 어울리고, 특히 벤 반스 캐릭터는 뭐. 나이 많고 멀끔한 남자한테 어린 여자가 넘어가는 게 다 저런 거 때문 아니겠나. 포착 진짜 잘함. 그래도 멋있더라... 얼빠의 운명이지. 다음 시즌도 계약한 거 같던데 기대 중.

BL 드라마

소일거리 2021. 4. 27. 01:23 Posted by 바나나피쉬

아이고야 BL 드라마도 있다니 ㅠ_ㅠ 왓챠에서 얼마 전에 <지저귀는 새는 날지 않는다> 보고 성우 극한 직업! 했는데 BL 만화를 실사 드라마로 만든 것도 있더라. 우울하던 차에 보기 시작했는데 앉은자리에서 1부 다 끝내고 2부도 막 시작해 버렸다는. 배우 극한 직업이다. 나는 보기만 하면서 소리 지르고 있었는데, 연기도 다들 잘하고 무엇보다 미인이네. 제목은 <포르노그래퍼>와 <인디고의 기분>. 둘이 연작 형식이다. 왓챠에서는 첫 번째 제목을 계속 써서 1, 2로 되어있다. 뭐 전형적인 BL 만화가 원작인 듯하고, 만화가 언제 나왔는지는 모르지만 약간 시대를 탄 느낌이기도 한데, 그러니까 드라마로도 만들었겠지. 

주연은 타케자이 테루노스케(키지마), 이즈카 켄타(쿠즈미), 요시다 무네히로(키도). 세 명이 두 편에서 다 등장한다. A-B가 예전에 사귀었는데, B가 다른 사람 찾아 떠나고, 혼자 남게 된 A가 새로운 등장인물 C와 사랑에 빠지며, C는 A 곁을 아직도 맴도는 B에게 질투를 느끼는 그런 식? 일드 꽤나 봤다고 생각했는데 셋 다 처음 보는 배우였다. 타케자이 테루노스케는 연기가 좀... 뭔가 자연스럽지는 않은데 얼굴이 다 했고 (이미지와 딱 맞는 역인 듯), 이즈카 켄타는 역할보다 실제 나이는 좀 더 있는 것 같지만 풋풋한 대학생 잘 어울리고... 요시다 무네히로는 지인(?)과 비슷해서 정(?)이 가는 얼굴. 키가 꽤 큰 편인데 얼굴도 같이 큰 편이고... 일본 드라마는 메이크업 진하게 안 하나 아니면 커버가 안 되나 잡티가 눈에 띄는데 그래도 괜찮더라고. 직업을 바꾸면 비슷한 스토리로 여러 편 나올 것 같은 내용이지만, 나름 작가의 정신을 잘 살려서 분위기 있는 드라마가 되었다. 중간중간 19금 BL 장면이 나오면 화들짝 하면서도 (사실 흐뭇하게 봤지만), 연기 잘하는 배우들 보면서 감동했다. 극한 직업 극한 직업. 많이 버소서. 

어중간한 드라마보다 훨씬 재미있고 짜임새도 좋다. 불만이었던 점이라면 대필하는 쿠즈미가 망상이 잦다는 것이고 (저렇게 빨리 불러주는데 어떻게 다 받아쓰냐... 거기다 넋 놓고 '안 쓰고' 있어서 내가 다 불안), 키도가 키지마를 너무 세게 밀친다는 것 (자기도 전에 뼈 나가겠소...). 좀 제대로 쓰라고!!! 그만 밀어!!!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였다. 

이렇게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는 군. BL이 이제 주류인가. 리뷰에 누가 판타지라고 적었던데 진짜 판타지이긴 하다. 그런데 이런 드라마가 자꾸 나오면 안 그래도 설 자리 없는 여배우들은 더 자리 잃는 거 아닌지 살짝 걱정이 되기도 한다. 잘은 모르지만 압도적으로 BL 파이가 큰 것 같아서. <어제 뭐 먹었어?>도 드라마 나왔던데 봐야 하나... 몇 년 관심을 끊었더니 세상은 발전하고 있구나. 

4월이다

소일거리 2021. 4. 3. 22:53 Posted by 바나나피쉬

벌써 4월이 ㅠ_ㅠ 

그동안 보고 들은 게 많다. 정리할 겸 간단하게만 써야지. 

오더블 플러스를 열심히 듣고 있고 크레딧도 잘 쓰는 중이다. 스릴러에 빠져있다.

1. 캐서린 라이언 하워드, The Liar's Girl: The Distress Signals 듣고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 도전하고 싶었는데 지역이 달라서 다운을 받을 수 없었다. 그러다가 뭔 일인지 어느 날 갑자기 다운받아져서... (지금은 다시 안 되는 듯?). 이것도 여러 사람들이 읽어준다. 어느 날 대학가에서 여학생을 대상으로 연쇄살인이 일어나고, 주인공의 남자 친구가 범인으로 몰린다. 10년도 더 지나 남자 친구의 존재도 가물가물해진 주인공에게 다시 비슷한 연쇄살인이 일어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그리고 이제 정신병원으로 전원된 전 남자 친구가 무죄를 호소한다. 엄청 대충 들었지만 반전이 훌륭했다. 

2. 케이트 홀러핸, Lies She Told: 이거 재미있었다. 굉장히 참신한 내용. 지금은 가물가물하지만. 주인공은 작가인데, 본인의 이야기와 소설 주인공의 이야기가 교차되어 흘러가다가 어느 순간 소설과 현실이 하나가 되어 버린다. 나름 설득력 있게 이야기가 진행된다. 내레이터도 두 명인데 매우 훌륭.  

3. 킴벌리 맥크레이트, A Good Marriage: 드라마화 되는 듯? 이것도 고르고 골라 듣기 시작한 건데 꽤 재미있었다. 주인공은 변호사로 로스쿨 같이 다녔다가 꽤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던 동창에게 어느 날 연락을 받는다. 누군가 아내를 죽였는데 자신이 범인으로 의심받고 있다는 것이다. 사업에 성공하여 어마어마한 부자가 된 동창이 계속해서 변호를 부탁하자 거절을 하지 못한 주인공은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 나간다. 주인공의 남편은 알코올 중독자이고, 동창의 부인에게는 아무도 모르는 비밀이 있다. 그리고 이들이 사는 브룩클린의 부촌에도 더러운 비밀이 가득하다. 

다 여자 작가에 여자 주인공이고, 가지가지 사건이 등장한다. 책으로 읽는 거에 비하면 확실히 집중도가 떨어지긴 하는데 그래도 시간 날 때마다 산책하면서 들었다. 역시 오더블은 스릴러가 최고다. 다른 거 찾아 헤매는 중. 

리디에서는 이제 웹툰에 손을 댔... 그것도 BL. 

1. 모히토, 엔네아드: 완전 훌륭. 우리나라의 미래가 밝다. 이렇게 훌륭한 웹툰 작가가 있다니. 계약 조건이 엄청 열악하다는 글을 어디선가 봤는데 꽃길만 걸으시길. 이집트 신화를 다시 읽어볼까 하다가 귀찮아서 그만뒀지만 웹툰은 소장하고 있으니 천천히 재탕해야지. 그림체 너무너무 예쁘고 내용 훌륭하고 관계 설정 좋다. 

2. 아서, 가면무: 오늘 넋놓고 있다가 하루를 다 날렸네... 처음 그림은 엄청 산만해서 이해가 잘 안 갔는데 결국은 소설도 지르고 웹툰도 다 봤다. 아이고 작화 멋지다. 소설은 약간 시간을 탄 것 같긴 하지만 재미있고요, 여장 남자가 주인공이라 그런지 BL 느낌 덜하고 (덜해서 더 낫다는 건 아니지만), 웹툰은 지금까지 나온 게 2권 중반 정도인 기억인데 계속 챙겨 보겠다. 으흐흑. 

3. 아지/정현, 오피움: 끝났네. 이거 자료 조사 어떻게 했는지 작가님께 물어보고 싶은 심정이다. 

넷플릭스도 열심히 보고 있다. <비하인드 허 아이즈> 괜찮다길래 시작했다가 뭐 이런 이상한 게 다 있나... 남자 주인공 너모 별로... 이러고 있었는데 마지막 회에서 완전 뒤통수를 후려 치는 반전이. 이걸 위해서 앞부분이 있었구나. 딱딱 잘 맞아떨어지네. 오더블 지를까 하다가 어차피 내용은 비슷할 거 같아서 그냥 말았다. 다른 거 또 뭐 없나... 

* 아, 웹툰 작가님 이름 검색했다가 BL 추천을 부탁하는 포스트를 봤는데 댓글에 '세계 제일의 첫사랑, 순장 로맨티카"라고 나와서,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 순장까지 할 정도면 세계 제일이지 했는데, 알고 보니 순'정' 로맨티카라고... 썩었네... 썩었어... 의심도 안 하고 수긍해 버린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