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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3.23 둠즈데이 북
  2. 2020.03.16 Angels in America
  3. 2020.03.03 3월
  4. 2020.02.18 2월 중순
  5. 2020.01.31 1월 결산
  6. 2020.01.05 1월의 유흥
  7. 2019.12.30 12월
  8. 2019.12.08 리디 정리?
  9. 2019.10.09 9월의 유흥
  10. 2019.08.27 8월 중순의 드라마

둠즈데이 북

연극+책 2020. 3. 23. 09:51 Posted by 바나나피쉬

코니 윌리스의 1992년 작이었던가? 네네에 소개 글 뜬 거 읽고 꽂혀서 킨들 질렀다. 예전 킨들 기계가 잘 돌아가서 편하게 잘 읽었네. 이건 나를 위한 -_-; 책인데 왜 지금에서야 발견했을까? 그러고 보면 옥타비아 버틀러의 Kindred와도 일맥상통하는군. 다만 둠즈데이 북은 개인적 특이성보다는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시스템 자체가 마련된 2050년대가 배경이라는 게 차이랄까. 왜 지금 다시 소개되는지 알 수 있는 책이다. 시기적절하고, 1990년대나, 2050년대나 (작가의 상상력 속 세계이지만), 2020년대나 다를 건 하나도 없다는 게 절실히 느껴진다.

2050년대가 되면 역사학자가 연구하는 시대로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네트가 구성되고 각각의 시기는 1-10까지 등급이 매겨져 시간여행 가부를 결정하게 된다 (전쟁, 역병의 시대는 10이라 원칙적으로 못 간다). 시간여행의 패러독스로 인해 과거나 현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가 생기면 네트가 열리지 않아 이동이 불가능하게 되는 합리적인 시스템이다. 시간여행을 가게 된 사람의 경우 미리 랑데뷰 날짜를 정해 떨어진 장소(같은 수식을 사용해서 연 네트는 같은 장소에만 다시 열린다)에서 기다리면 네트가 픽업한다. 그러니 랑데뷰 날에 무조건 도착한 장소와 같은 곳에 있어야 하는데, 문제는 과거의 모습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워 도착 장소가 매우 뜬금없을 수 있다는 것 (숲 한가운데랄까, 폐쇄지역이랄까). 주인공인 키브린은 중세를 연구하는 역사학도로 새내기 때부터 시간여행만을 위해 살아온다. 그리고 마침내 크리스마스 무렵에 1320년으로 가게 되는데! 대학 내의 답답~함이 느껴지는 교수 간의 알력 다툼과 준비 부족과 근거 없는 통계자료 오용 등 복장 터지게 만드는 일이 벌어지던 와중에 네트가 열리고 키브린의 시간여행이 시작된다. 그러나 통계적으로 볼 때 제 때, 제대로 이루어질 것이라 믿었던 모든 것이 틀어지고, 키브린의 중세 여행과 맞물려 현대에서는 갑자기 전염병이 돌아 대학의 모든 시스템이 마비되고 만다. 현대에서 키브린을 지도했던 교수들이 전염병과 싸우며 키브린을 구하기 위해 애쓰고, 과거로 간 키브린은 자신이 떨어진 세상이 1320년이 아니라 무려 28년이나 차이나는 1348년, 즉 흑사병이 창궐하는 시기임을 알게 된다 (이것까지도 책 소개에 나왔던 기억).

지루하다는 평이 많았는데 그 이유는 아마도 앞부분에 벌어지는 일 때문에 연속으로 복장이 터져서가 아닐까. 그런데 실제 현실이 그렇지 않나? 이건 오히려 하이퍼리얼리즘이여. 시간여행 네트를 열고 이를 관리하던 엔지니어가 병으로 쓰러져서 생사를 넘나 드느라 키브린이 어떻게 되었는지 정확하게 알려줄 수 없게 되고, 전염병에 뜬금없이 인도(India)가 붙는 바람에 병 옮기는 사람들 몰아내라고 (이주 반대) 밖에서는 데모하고, 시간여행의 네트를 통해 바이러스가 넘어왔을 것이라고 믿는 관리자와 일반인으로 인해 네트가 닫히기도 하고, 병원에서는 환자의 안정을 위한다며 정보를 완전 차단해서 오히려 해결이 안 되게 만들고. 거기다 뭔가 중요한 내용을 전달하려고만 하면 끊기는 바람에 읽는 사람이 짜증 난다. 그냥 말을 해! 붙잡고 물어보라고! 버티고 있어! 하면서. 중세로 간 키브린도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이라, 각종 예방 접종을 다 하고 갔는데도 뜬금없이 도착하자마자 아파, 거기다 아파서 거의 기절한 바람에 생각도 안 했던 마을로 끌려가서 도착 장소가 어딘지 몰라, 현대 영어를 중세 영어로 자동으로 번역해준다던 번역기는 비교 자료를 축적하는데 시간이 걸려 먹통되고, 준비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다 틀어져서 옷이며 신분까지 제대로 먹히는 게 없고! 그래도 끝까지 따라가면 보상을 얻게 될 것이다.

2050년대라고 해봐야 오늘날과 크게 차이가 없는데, 가장 큰 오류?라면... 휴대전화가 없어! 화상통화는 하는데 휴대전화는 아무도 들고 다니지 않는다. 이게 의사소통을 막아 독자의 답답 지수를 올리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하지. 전화를 안 하면 메시지라도 해야 하는데 그것도 없네... 작가가 생각을 못 했나, 아니면 2050년쯤 되면 오히려 사소한 연락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나? 이걸 제외하고는 그냥 오늘날이라고 생각해도 될 만큼 거리감 없는 글이다. 거기다 역사학자의 시간여행이라니! 안 갈 사람 아무도 없을 듯 ㅎㅎ. 책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다 요즘과 너무나도 유사해서 역시 인간사 별 다를 게 없구나 싶었다. 옥스포드 시간여행 시리즈가 두어 권 있다고 읽은 기억인데 한 번 찾아볼까나? 아니면 힐러리 만텔 책이나 살까? (BBC 라디오에서 읽어주긴 하더라만...)

Angels in America

연극+책 2020. 3. 16. 01:35 Posted by 바나나피쉬

오더블로 들었다. 2018년 브로드웨이 버전. 앤드류 가필드가 프라이어 역. 웨스트엔드에서는 조 피트를 러셀 토비가 했다고 들은 기억이고, 그러면 그 때 루이스는 누구였나? 브로드웨이에서는 제임스 맥아들(McArdle - 한글로 적으니 웃기구나)이 루이스였고 하퍼 역은 드니스 고프. 리 페이스가 조 피트 역. 몇 달 전에 심지어 프리-오더로 사 놓고는 띄엄띄엄 듣다 요 며칠 몰아 들어서 끝냈다. 이미 자면서는 한 번 이상 끝냈지만... HBO 드라마도 봤고, 2011년인가 퍼블릭에서 한 연극도 다 봤고 (브로드웨이 트랜스퍼는 안 됐던 듯). 그러나 책은 안 읽은... 그래서 그런가 내용이 하나도 기억 안 나더라. 가서 봤을 때는 딱히 이해하기 힘들지 않았던 것 같은데. 퍼블릭은 극장이 매우 작아서 한 줄에 20-30명 정도 앉았었나... 극장에 200명 정도 들어갔었나. 아무튼 나는 혼자 터덜터덜 갔었는데 나를 빼고 양 옆, 앞 뒤가 다 남남 커플 일색이어서 완전 충격이었... <남남 남남 남여 남남 나 남남 남남 남남 남여> 뭐 이런 분위기. 원래 재커리 퀸토와 크리스찬 볼이 주연이었는데, 이 둘 빠지고 나서 연장된 공연에는 아담 드라이버와 마이클 유리가 주연을 맡았었다. 넋 놓고 있다가 처음 라운드 놓치고 두 번째로 한 비싼 공연 (흑), 그것도 1, 2부 따로 봐야 하는! 연극이라 갈까 말까 망설이다 질렀었는데. 가길 잘 했지... 생각은 안 나도. 천사 등장하는 장면이 궁금해서 갔었는데 그냥 줄 묶어서 천장에서 내려 줬던 것 같다. 거기다 주연들이 다들 "진짜" 벗고 나오셔서 쩝. 극장 안이 고요~ 아직도 이건 생각난다 ㅎㅎ

아무튼 이 장광설은 오더블을 다 끝낸 기념으로 푸는 것이고. 들으면서도 내내 아이고 잘 한다, 발음 좋다, 액센트 훌륭하다 했는데 배우들 거의 다 영국 사람. 헐. 앤드류 가필드야 어릴 때 미국에서 살았다쳐도 (부모가 다 미국인이고 본인도 미국 태생이었나?), 제임스 맥아들은 완전 깜놀. 다 듣고 나서야 검색해 봤는데 Mary, Queen of Scots에서 메리 오빠였어? 그런데 미국 액센트 이렇게 잘 한다고? 전혀 몰랐다 +_+ 이것 말고도 루이스 버벅거리는게 원래 극에 써 있었던 건지가 급 궁금해져서 책 사야 하나 생각 중. 루이스가 젤 잘하더만! 리 페이스의 조 피트는 목소리 엄청 좋은데 너무 천천히 말해서 의도가 무엇인지 좀 궁금했으나, 중간에 프라이어 선조로 나와 영국식 액센트 하는게 맘에 들어 궁금한 걸 잊었슈. 드니스 고프도 목소리 진짜 좋다. 하퍼는 HBO의 메리 루이즈 파커 이미지가 강해서 계속 이 비주얼과 목소리를 연결지었는데 실물과는 차이가 좀 있더라. 그러나 또 미국 액센트 너무 잘해서 깜놀. 아일랜드 출신이라며! 이렇게 잘 하냐... 하나도 안 거슬렸다 (좀 막귀이긴 하다). 벨리즈 역도 영국 배우더라고 헐. 영국 사는 흑인도 그런 액센트 쓰나? 그렇진 않을테고. HBO 버전의 벨리즈가 연상되는 연기인데 그래도 괜찮았다. 네이선 레인은 뭐 말할 필요도 없는 거고.

다 듣고 궁금해서 배우 인터뷰 찾아봤는데, 1, 2부 다 3시간 넘고, 일주일에 한 두번은 두 편 연속으로 공연해서 스트레스가 상당했던 것 같다. 드니스 고프가 1부만 계속 공연하다보면 끝이 안 나서 정신적으로 힘들었다고, 2부의 night flight 대사를 해야 끝이 난 것 같았다는 식으로 인터뷰 했고. 진짜 그럴 듯. 사실 보는 사람도 벼르고 가야만 할 정도라 공연하는 배우들은 오죽했을고. 런던 공연 끝나고 브로드웨이 제안 받았을 때도 이거 또 6개월 어떻게 하냐고, 못 한다고 했는데, 그래도 브로드웨이! 하면서 갔다고 한다. 그렇지 브로드웨이잖아. 뉴욕이잖아. 베데스다 분수가 있잖아. 으흐흑. 베데스다 분수 찍어 놓은 사진이 어디인가 있을 텐데 찾을 수는 있으려나 모르겠네. 2018년 공연은 어차피 가지도 못했고 갈 생각도 없었지만, 오더블로라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HBO 드라마를 다시 볼까. 근데 이상하게 손이 안 간다. 밀려 있던 오더블을 하나씩 해치우는 중인데, 아무래도 오더블로 듣기에는 스릴러가 최고고 그 다음은 연극이나 라디오 드라마, 그 다음이 인기 소설이나 자서전 류이고, 마지막이 역사서인 듯. 지른 역사서가 몇 권이냐... 끝낸 건 한 권도 없... 아 Code Girls 하나 다 끝냈나... 생각이 안 나.

3월

소일거리 2020. 3. 3. 16:41 Posted by 바나나피쉬

할 일은 많은데 하기가 싫어서 계속 딴 짓 중이다. 조만간 내가 '소위' 문화비에 얼마나 많은 금액을 쳐박았는지 점검해봐야겠다. 그냥 소소하게 긁은 것 같은데 다 따져보면 액수가 기십만원이더라는... 아마존 기프트 카드를 너무 긁었나, 원서가 비쌌나 싶다가도 알고보면 다 이북이더라. 한 번에 몇 만원씩 아무 생각없이 긁더라고 -_-; 요새는 공연도 전무한데. 그러나 이 정도도 못 쓰면 돈을 벌어 무엇하나.

책도 안 읽히고 눈도 침침하고 해서 아이패드 집어 던지고 킨들을 충전했다. 이거 거의 10년 됐는데 아직도 쓸만 하더라. 페이퍼 화이트 전이라 매우 오래 된 전자사전 삘이 나지만 낮에 밝은 곳에서 보기엔 좋을 듯. 이 킨들로 마지막에 읽었던 소설이 아마 힐러리 만텔의 Bring up the Bodies 였던 기억이다. 그나마 뒷부분은 못 끝냈다. 한 번 열심히 읽기 시작하면 손을 놓을 수가 없는데 그 시기가 지나면 아예 안 읽게 되더라는. 역사 소설이라 결말이 안 궁금한 것도 있고. 다음 주인가 울프홀 삼부작 마지막 권이 출시된다니 그거나 사야지.

Alias Grace도 사 놓고 안 읽다가 이번에 킨들 꺼내면서 다시 시작했다. 아이패드로 볼 때는 절대 안 넘어가던데 나름 새로운 기기라 내 눈이 새로운지 세뇌를 당한 건지 읽을만 하더라. 1/3 정도 읽었는데 괜찮다. 19세기 중반 정신의학이며, 범죄학, 강령회, 퀼트 등등 새로운 지식을 얻을 수 있다. 그레이스가 하녀로 일을 한지라 세탁, 목욕 등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그거 생각하면 예전에는 도대체 어떻게 살았는지 모르겠다. 계급 낮은 사람들의 노동력을 착취해가면서 살았겠지. 위생의 기준도 다르고. 거기다 여자의 경우 여차하면 매춘으로 끌려들어가고 여기서 벗어날 길도 없으니, 그 당시에 정도(?의 기준도 다르지만)를 지키며 산 사람도 많지 않았겠다만 그런 사람들은 다 병 걸려서 죽던지 곯아서 죽었을 듯. 일단 계속 읽자. 그리고 넥플릭스 시리즈를 다시 봐야... 딴 짓하면서 봤더니 기억이 가물 가물.

The Song of Achilles는 Circe를 듣고 감동받아 질렀다만 앞부분 3시간 정도 듣고 그만뒀었다. 왜냐면... 파트로클로스랑 아킬레우스가 서로의 감정을 인정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갔기 때문. 꺄~ 하면서 듣다가, 아껴 들어야지 하고 꺼버리고 한 1년 넘게 안 들은 듯. 하도 자면서 들어서 뭔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가 없었는데 어쩌다 그 부분 딱 걸렸었다. 어제부터 다시 듣기 시작했다만 이거 BL이네. 대신 순한 맛. 작가님이 필력 좋고 (당연한가) 아는 게 많으셔서 (아마 고전 전공에 가르치기도 하시는 듯) 흥미진진하다. 그리고 자면서 들어도 알 수 있었던 나레이터의 엄청난 실력. 프레이저 더글라스가 읽는데 이 분이 읽은 것만 찾아 들을 의향 99% 있다. 1% 빠진 건, 예전에 검색한 결과 별 거 없었던지 뭔가 내 취향이 아니었던 게 있었던 기억이라. 내용은 뭐.... 아킬레우스 이야기이지만 화자는 파트로클로스고 이들의 러브 스토리 및 영웅담인데 어제 마지막으로 들었던 건 아킬레우스가 전쟁 안 나가려고 여장했다가 오디세우스의 꾐에 빠져 정체를 드러낸 부분. 프레이저 더글라스는 등장인물 목소리를 엄청 잘 분리한다. 여자 목소리가 좀 약하긴 하지만 그건 뭐. 특히나 오디세우스 목소리 완전 좋음. 내 취향. 액센트가 딱히 다른 건 아닌데 톤 조절을 잘 한다 +_+ 아, 그러고 보니 한글 번역본도 도서관에서 대출했다가 앞부분 읽으면서 꺄~ 하고 아껴뒀던 듯. 그래서 결국 못 읽고 반납. 요즘 책읽기의 가장 큰 문제는, 여러 권을 동시에 읽으면서 내가 원하는 정보가 나오면 꺄~ 하고 덮어버리고 다른 책 꺼내서 또 꺄~ 하고 덮는 것. 왜 그러지? 아마 아껴보려고 그러는 것 같긴 한데... 내 마음 내가 몰라. 그래서 두근두근 부분이 나오면 억지로 계속 읽으려고 한다. 과연.

그리고 어제 또 인터넷 서핑하다 얻어 걸린 일드, 나기의 휴식. 원작이 만화여서 그런지 어쩐지, 완전 로맨스 소설의 정석을 달리는 드라마다. 남자 주인공이 진짜 쓰레기인데 정은 가고요, 다른 남자 주인공도 유사 쓰레기인데 또 보다보니 괜찮고요. 여자 주인공은 쿠로키 하루고, 이치카와 미카코도 나오고 완전 좋다. 그래서 어제 하루를 몽땅 날렸다는 슬픈 이야기. 왜 나는 중간이 없는 것이냐... 9화까지 보고 끊으려고 했지만 한 화 남겨놓고 그만 두면 안 볼 게 뻔하니까 그냥 달렸다. 결론은... 내가 원했던 건 아니지만 제일 이상적인 결말. 이 나이가 되서는 별로 배울 것도 없다만 귀여워, 귀여워를 외치면서 보기엔 딱 좋은 드라마였다.

이제 일하러 가야지 흑.

2월 중순

소일거리 2020. 2. 18. 00:16 Posted by 바나나피쉬

이 되었으나, 나는 여전히 놀고 있...

<전쟁과 평화> 2권까지 끝냈다. 2권 중반부터 끝까지의 내용이 Natasha, Pierre & the Great Comet of 1812와 똑같더라. 심지어 대사까지도 똑같아서 재미있게 읽었네. 계속 말하는 거지만 뮤지컬 작가 천재여. 어쩌면 저렇게 잘 맞췄을까나. 그냥 무대로 옮겼다. 심지어 화씨 10도도 (섭씨로 바꾸면 -12도쯤 되는데 책에서는 영하 10도로 썼더라. 영하 12도라고 하면 좀 그렇지. 반대도 마찬가지고). 가슴 활짝 펴고 눈길 달리는 부분이며 피에르와 나타샤 대사, 안드레이 대사도 그대로 옮겼다. 근데 이게 2권에서 끝나버리면 3, 4권에서는 무슨 내용 나오는거지? 전쟁 나서 대피하는 내용인가? 마리아와 니콜라이가 어떻게 될지도 궁금하긴 하다만, 도서관이 2주 동안 쉬어버려서 당분간은 내용 알기 힘들겠군. 그렇다고 굳이 사서 읽고 싶지는 않다... 그나저나 책에서 이탤릭으로 표시하는 대사는 프랑스어나 다른 언어 구별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는데, 원문에서는 진짜 프랑스어로 썼나 (톨스토이 교육 잘 받았다니 가능은 했겠지), 아니면 원문에서도 이탤릭이나 다른 도구 사용해서 별도로 표시했나? 궁금하네. 영어로 번역은 어떻게 했나? 프랑스어 그대로 옮겨 놓고 각주 다는 식으로 번역했나? 한국어로 번역하신 분은 한 명이던데 그 분이 프랑스어까지 하시지는 않았을 테고. 궁금하나 끝까지 찾아보지도 않고 버티는 중이다 흐흐흐.

리디를 보지 않기 위해 넷플릭스를 봤는데, 오히려 둘 다 보느라 현생을 살지 못한다는 단점이...

리처드 아미티지 주연의 <스트레인저>를 매우 재미있게 보았다. 뒷부분 보느라 날 샜네... 복잡한 생각할 것 없이 시간 떼우기 좋은 드라마다. 물론 내용은 가볍지 않지만. 소설이 원작인 모양인데 그런 것 치고는 결말이 너무 뻔하다고 해야 하나 창의성이 부족하다고 해야 하나. 여러 가지 사건이 맞물려서 동시에 진행되며 결말 부분에서 깔끔하게 해결은 된다. 아들 둘 낳고 부인이랑 잘 살고 있는 변호사 주인공에게 갑자기 젊은 여자가 접근해 부인의 비밀을 알려주면서 모든 일이 벌어진다. 결국 주제는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다, 인 동시에 이 비밀을 각자가 어떻게 다루는지(묻어버리는지, 솔직하게 털어놓는지, 아니면 감추기 위해 남을 해하는지), 그리고 이 비밀이 어떤 책임을 요구하는지이다. 리처드 아미티지가 주인공 변호사인데, 아이고 나이 꽤 드셨는데도 몸매 여전하시고요, 연기도 잘 하십니다요. <North and South>에서 콜린 퍼스의 뒤를 이을 재목으로 발굴되신 후, 생각보다 엄청난 유명세는 얻지 못하신 모양이지만 (뭐 호빗이랑 마블 시리즈에 나오긴 했지) 그래도 여전히 연기 잘 하고 계신다.

그리고 뭔가 또 보긴 했는데 생각 안 나고... 아 <왓/이프> 봤다. 이거 리벤지 제작진이 한 드라마라고? 어쩐지 초막장이더라. 이런 막장은 오랜만이여... 르네 젤웨거 너무 좋은데 여기서는 그냥 인형이 연기하는 듯. 이 연기가 대단하다고? 전혀 모르겠다. 주인공들이 하나같이 정이 안 가서 좋은 점은 감정이입 안 되는거, 그래서 아무 생각없이 막 달릴 수 있는 거. 이것도 <스트레인저>랑 비슷하게 비밀이 모티브인 듯. 그러나 이보다 돈 더 썼고, 더 막장이다. 그만 보고 싶었지만 뒷 이야기가 궁금해서 끊을 수 없는 드라마. IMDB 리뷰보면 '다시는 되찾을 수 없는 내 10시간' 하면서 울부짖는 글이 많은데, 10시간이 진짜 아깝긴 하지만 짜증내가면서 머리를 비울 수 있다는 점에서는 괜춘하다. 딴짓하면서 봐도 되고.

리디는 다시 발을 들여... 1권 무료 다운받았다가 완전 꽂혀서 새벽 5시까지 막 달리고 재탕에 삼탕까지 하고 있다. 바로 <나의 아름다운 그대에게> 전 8권. 으흐흑. 남주가 누군지 너무 궁금해서 목차 봤다가 스포당했지만 그래도 (그래서) 마음 편하게 끝까지 달렸다. 이거 대단하다. 로맨스 소설의 정석을 다 깨부수는 놀라운 글이여... 어릴 때 교육을 잘못 받은 여파로 이상하게 남주에 감정이입을 하는데, 이 소설은 여주가 다른 데의 남주 격이라 그런지, 아니면 1인칭 시점이라 그런지 (1인칭 별로 안 좋아한다만) 여주한테 이입 잘 되더라. 날림으로 미친듯이 넘겨가며 봤지만 일단 세계관 탄탄, 흡입력 대단, 캐릭터 매력있고, 반전 쏟아지며 난리. 으흐흐흑. 거기다 19금. 수위 꽤 세다. 완성도로 따지면 2부에서 끝나는게 맞았다. 3부는 피폐해진 독자의 마음을 달래주는 훌륭한 외전(?)격이었지만 캐붕에 시대 설정 붕괴 (로판이라 딱히 시대 따를 필요는 없지만, 1-2부에서는 차가 도입되기 시작하는 19세기 말 경 쯤으로 해놓고, 3부는 그냥 현대입니다... 거기다 남주 너무 좋지만! 1-2부에 비해 여주 활약이 줄어들면서 매력이 떨어지네 그려. 이래 저래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되도록 설정은 되어있다만). 남주가 다른 놈이었으면 집어치우려고 했는데 생각하던 놈이 맞아서 기뻤다. 이런 소설 더 보고싶은데 못 찾겠슈. 현대 로설도 보긴 하지만, 아예 거리두고 읽기에는 로판이 제대로지 암. 그렇다고 이 나이에 BL에까지 발 들이면 인생 망하는 거고, 다른 플랫폼으로 가자니 이미 1년 이상 리디에 길들여진 몸이라 새로운 데는 적응이 안 된다. 그래서 <나의 아름다운 그대에게>를 13-14일에 달리고 나서 계속 리디 들락날락하는 중. 모락모락님 신작 내신것도 오늘에서야 봤는데... 흠. 이건 좀.

아냐, 안 돼! 이러면 안 돼! 할 일이 많다고!!! 하지만 너무 하기 싫다...

1월 결산

소일거리 2020. 1. 31. 23:38 Posted by 바나나피쉬

이라고 하기에는 한 게 별로 없고. 리디를 끊겠다는 다짐이 무색하게도 다시 돌아갔다. 연재에는 아직 손 안 대고 있다만 단행본 막 사고 (<편안한 밤> 재밌었슈), 만화 막 지르고 했다 ㅠ_ㅠ 왜 이러는 거야... . <브링 더 러브> 아직도 잘 본다. 노아랑 슐츠 너무 좋아 ㅠ_ㅠ 얘네 비중 더 많았으면 좋겠다.

<전쟁과 평화>를 드디어 시작했다. 대작은 대작일세. 4권짜리로 도서관에서 대출했는데, interlibrary loan은 한 번에 두 권까지라 일단 1, 2권만 빌렸다. 이제 2권 붙잡고 있다. 읽으면서 든 생각은 1) BBC 드라마 각색 잘했네, 2) Natasha, Pierre & the Great Comet of 1812 작가 천재구먼. BBC 드라마의 피에르는 덩치가 큰 것도 뚱뚱한 것도 아니지만 티 없이 맑고 순진해 보이긴 해서 합격이고, 이미 1권부터 incestuous relationship이 암시도 아니고 대놓고! (아나톨이 옐렌 쫓아다녀서 난리 났다는 내용이 딱!) 나오며, 중요한 내용 이것저것 잘 섞어 넣었더라. 그러나 전쟁 나오는 부분은 멍... 전술을 잘 알았다면 재미가 있었을까. 톨스토이 소설을 제대로 읽는 건 중학생 때 이후 처음인데 (그때 내가 뭘 알았겠냐) 인물의 심리 묘사가 너무 잘 되어 있어서 공감 백배다. 아주 사소한 것까지 놓치지 않는다. 치기 어린 군인이 전쟁에 처음 나가면서 느끼는 자부심이 어떻게 금방 무너져내리는지, 사생아에다 몸도 둔하고 주워들은 것만 있어서 제대로 된 어른 취급을 못 받던 남자가 갑자기 사교계의 중심이 되면서 변하는 모습이라든지. 2권 읽으면서 제일 흥미로웠던 것은, 피에르가 프리메이슨 입단하러 갈 때 눈을 가렸는데 눈가리개 매듭에 머리카락 끼어서 아파하는 모습. 이거 대박. 어떻게 이런 걸 소설에 넣을 수 있는가 말이다 ㅎㅎㅎ 디킨스처럼 글자 당 돈 받아서 내용 늘리느라 급급했던 것도 아닐 텐데. 그러고 보니 Natasha, Pierre & the Great Comet of 1812의 지문도 이해가 간다. 이게 실제로 책에 들어있었던 것이다!!! 책날개에 톨스토이의 생애에 관한 내용이 나오는데 82세에 부인과 의견 충돌이 있어 집 나갔다 폐렴으로 사망했다고. 물론 이 의견 충돌은 종교에 귀의한 톨스토이의 숭고한 이상이 세속적인 부인의 욕심을 견딜 수 없어서였지만, 결론은... 아내 버리고 집 나가면 죽는다로 -_-; 책 잘 읽어가면서 이런 결론을 내리고 있다.

<The Angel of Darkness>도 끝냈다! 케일럽 카의 <The Alienist> 속편이고 드라마 시즌 2도 제작되고 있다고 알고 있는데. 첫권보다 별로다. 스페인-미국 전쟁 (미서전쟁이었냐) 일어나기 1년 전 이야기라 역사적 배경 좋고, 등장인물 임팩트 있고, 화자도 괜춘한데 별로 재미는 없슈... 뭔가 끼워 맞추려고 노력하다 망한 듯. 이번에는 영아를 유괴한 전직 간호사의 과거를 파헤치는 이야기로 법정 드라마까지 나와서 (거기다 클라란스 대로우 끼워 넣어 엄청난 대사빨을 보여주었다) 스케일이 커졌다만 그냥저냥 재미가... 시작한 지 1년 반 만에 끝냈다는데 의의를 두도록 한다. 드라마는 오히려 괜찮을 듯. 존 무어와 새라 하워드가 연결되길 내심 바랐는데, 케일럽 카는 냉정한 작가라 그런 거 없슈. 앞부분에 이미 존 무어 난봉꾼으로 만들어 놨고, 새라 하워드는 같이 일하는 다소 찌질한 남정네들 따위는 쳐다도 안 보는 듯. 뼛속부터 철저히 멜로드라마화된 나만 아쉽다.

<한자와 나오키> 3권도 끝냈다. 붙잡으니 도저히 놓을 수 없었다만, 내용은 기억 안 나고, 2권인가에서처럼 허거거걱 하는 요소가 부족했다. 그나저나 나는 왜 드라마를 끝낼 수 없을까나. 이거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대박이었다며. 내 기준에는 드라마보다 소설이 훨씬 재밌다.

<Educated>는 몇 달 전에 오더블로 다운 받아두고 앞부분이 너무 기막혀서 안 듣고 있다가 다시 시작했다. 산책하며 멍 때리고 듣는 게 전부지만 귀에는 아주 잘 들어온다. 믿어지지 않는 이야기이나, 한편으로는 그럴 듯하기도 하고. Memoir라는 게 작가의 입장에서 과장, 생략, 내용 가감이 없을 수 없으니, 진짜인가 싶기도 하고. 그러나저러나 필력 대단하고 사건 풍부하고, 배움에 대한 갈망이 잔뜩 들어서 재미있다. 다만 배운다고 다 저렇게 될 수 있는 게 아니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문제. 그냥 작가가 천재였는데 그걸 깨닫지 못했을 뿐인가. 애초에 정규 교육과는 아무 상관이 없었던 건가. 뭔가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책이다. 검색 잠깐 해 보니 내용을 두고 가족과 약간 논란이 있기도 했고, 칭찬 일색 속에 리버럴 엘리트 운운하며 까는 글도 있었고. 여러 모로 흥미롭다.

2월에는 리디 로맨스를... 끊어야... 어차피 별로 땡기는 게 없어서 재탕 삼탕하고 미리 보기나 하는 처지지만 그래도... 재미라도 있고 취향이라도 재발견하면 다행일 텐데 요즘은 너무 읽어 재꼈나 그런 게 없어서 슬프다.

1월의 유흥

소일거리 2020. 1. 5. 18:29 Posted by 바나나피쉬

1월에도 여전히 열심히 읽고 있다. 아, 이제 그만 ㅠ_ㅠ

그러나 1월 초(정확히는 1월 1일)의 대박작은!  

안그람 <연애 소설 읽는 교수> (만화). 정신없이 다 읽었네. 한 자리에서 클리어. 끝을 향해 달려가는데 난 이미 진이 빠져버려서 아마 완결이 되어도 한참이나 후에 읽을 듯 싶다. 앞부분 내용은 제목에 충실했지만 클라이막스를 지나면서는 제목의 의미가 약간 퇴색된 느낌도 있다. 그리고 2부부터 그림 스타일이 좀 바뀌어서 (앞에는 올컬러, 뒤는 모노톤이 되어버림) 한꺼번에 다 읽은 사람으로써는 거슬리는 면이 없지 않았다만, 작가님 기본기가 좋으셔서 술술 읽혔다.

내용은 제목에 나온 것처럼 연애 소설 읽는 교수 이야기. 그러나 이 교수가 50대 남자로, 상처하고 두 딸을 키우느라 정신없이 살다 삶에 좀 여유가 생기니까 연애 소설에 빠지게 되었다는 게 특이점. 처음에는 연애 소설에 대한 편견을 없애자는 내용인가, 로맨스 그레이인가 했더니 교수가 빠져든 소설 작가의 슬럼프, 부인의 과거, 딸의 연애 및 회사 생활, 새로운 만남, 친구 및 가족과의 관계 등등, 판이 점점 커져서 흥미진진. 다 좋은데 오류가 좀 있다. 특히 이름 오류는 수정해야 할 듯. 주인공이신 연애 소설 읽는 교수님 큰 딸 이름이 제경, 재경으로 왔다 갔다 한다. 동생 이름이 재은이니까 (이건 끝까지 재은으로 나온 듯?) 돌림자 생각하면 당연히 재경 같은데... 그리고 뜬금없는 단어 사용 몇 차례. 문맥에 전혀 안 맞지만 그래도 읽는 데 크게 거슬리진 않았던 단어가 몇 개 있었다. 하지만 뭐였는지 생각도 안 나는 걸 보면 그럭 저럭 괜찮았는지도. 그나 저나 작가님 대학교에 계시나? 업데이트 엄청 잘 된 느낌이었다. 탈코?한 대학원생, 교수 간의 알력 (BK21), 수업 분위기도 비슷. 주인공한테 딸이 둘인데 하나는 레즈비언이고 하나는 유학생. 그것도 독일 유학. 같은 과  나이 있고 자식 없는 여자 교수 남편은 당연히도 외국인 (아 물론 흔치 않지만). 앞 세대 이야기도 잘 풀어가셔서 작가님 나이가 좀 있으신가 싶었는데 그건 또 아닌 듯. 매우 현실적이나 현실에 주인공 같은 남자 교수는 극히 드물겠지요. 유니콘이네. 부인 있으면서 저런 사람은 있겠다만 부인이 없는데도!!! 물론 나의 편견이 반영된 언급이다만.

<메리 포핀스 리턴즈> 그 누가 줄리 앤드류스를 넘어설 수 있으랴. 에밀리 블런트는 예쁘고 연기 잘 하고 심지어 노래도 잘 하지만! 줄리 앤드류스는 아닌 것이지. 노래와 일체된 자연스러움은 줄리 앤드류스가 아니면 안 된다! 영화 보면서 IMDB 뒤졌는데 딕 반 다이크도 출연했다고 해서 끝까지 열심히 봤다. 딕 반 다이크는 90세가 넘었는데 어제 그리 정정할 수가! 얼굴은 60대여. 춤도 잘 추고. 안젤라 랜즈베리도 마찬가지지만 ㅠ_ㅠ 만수무강하소서.

줄리 앤드류스의 메리 포핀스는 "stern"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까 엄청 많이 웃더라. 그래도 에밀리 블런트와는 다른 뭔가 딱딱한 느낌이 있었다고. 요즘 영화에 비하면 때깔이 별로 좋지 않지만 (그래서 더 딱딱하다고 생각한 건가?) 기술로는 넘어설 수 없는 게 있는 것이라. 아니면 추억 보정이 너무 심하게 된 건가? 난 사실 메리 포핀스를 별로 좋아하진 않았을 수도. 그저 supercalifragilistcexpialidocious가 좋았던 건지도 모른다 (어릴 때부터 허세가 좀 있었다). 하지만 메리 포핀스가 연 붙잡고 돌아올 때는 울컥해서 울 뻔 했다고 ㅠ_ㅠ 아 지나가 버린 세월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나 저나 1X년 전에 사 놓고 아직도 끝을 못 낸 메리 포핀스 원작은 어쩔? 시리즈 다 샀었나? Saving Mr. Banks 나 봐야겠다.

엔도 슈사쿠 <Silence> 이것도 지난 여름부터 읽는다고 해 놓고 이제 겨우 끝냈다. 아이고... 뒤로 갈수록 읽기가 힘들어지더라. 왜? 단어가 어려운 것도 아니고 내용을 아예 모르는 것도 아닌데 왜? Appendix는 졸면서 읽었다. 침묵의 의미는 무엇인가? 옆에서 같이 고통을 나누는 것 자체가 침묵의 괴로움을 넘어 믿음에 확신을 줄 수 있는가? 진정한 믿음이란 무엇인가? 종교의 의미는 무엇인가? 기치지로가 유다에 비유되는데, 유다의 존재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가? 영화로 볼 때는 기치지로 (쿠보즈카 요스케가 맡았음에도!) 역할에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책에서는 확실히 비중이 크다. 오히려 가르페 역할이 미미하더만. Appendix에 나오는 기치지로의 행보는 뭘 뜻하는 거지? 해답보다는 궁금증만 얻었다. 그래도 뭔가 알고 읽으니까 보이는 게 많더라. 역시 사람은 배워야 하는 것이지.

갑자기 옥타비아 버틀러의 <킨>(영어 원작은 Kindred)에 다시 꽂혀서 도서관에서 대출도 했다. 오더블로 듣기만 한 거라 기억이 가물 가물해서 또 읽어보려고. 40년 전에 나온 책이라 그런가 이렇게 훌륭한 책을 왜 이전에는 몰랐는지 이해가 안 되네. 거의 <시녀이야기> 급 아녀? 이거 말고도 쌓아 둔 책이 잔뜩인데 언제 읽나. 거기다 킨들로도 막 질러서... 흑.

뭐든 읽고 보는대로 정리나 좀 해야겠다. 그만 읽고 이제 써야지. 아 귀찮.

12월

소일거리 2019. 12. 30. 00:19 Posted by 바나나피쉬

올해도 다 갔구나. 일도 끝났고. 왜 그런지 이번은 항의가 많을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 지난 번이랑 다를 것도 없었는데 왜 그럴까. 왜 시간이 지날 수록 나의 자신감만 없어지는가. 하지만 항의도 받아줘야 하는 거고. 지난 번이 최악이라고 엄청 욕했는데 또 지나고 보니 그렇지도 않은 거 같기도 하고 -_-;; (돈에 팔렸다). 역시 정확하게 수치화할 수 없는 건 마음가짐에 따라 바뀌기 마련인가.

마일리지 날아간다고 해서 편도 일등석 신공을 발휘해볼까 했는데 돈은 둘째치고 가기가 싫다. 제대로 뽕을 뽑으려면 미국이나 유럽 가야는데 너무 귀찮다고 엉엉. 이번에 안 가면 마일리지 날아가서 언제 일등석 타볼 지 모르는데! 하지만 마일리지 공제를 위해 나가기는 싫고... 여행 계획을 미리 세우는 것도 아니라 상황이 어찌될 지 모르는데 모험을 할 수는 없지. 그래서 로고 상품 사들이는데 너무 허접해서 더 짜증난다. 그마저도 품절이고 난리.

요즘도 리디를 못 끊고 엉엉. <브링 더 러브>랑 <폐하의 밤> 너무 재밌어. 그런데 <폐하의 밤>은 이제 좀 끊을 수 있을 거 같다. 모아두고 봐야지 감질나서 원. <브링 더 러브>는 주연 커플보다 노아랑 슐츠가 더 좋아서 매우 기대 중... 이지만 이제 할 일이 끝나니까 관심이 놀랍게도 뚝 떨어졌다. 역시 스트레스 해소였던 것이다. 이렇게 사람의 마음이 간사하다. 로맨스 장르는 쓰는 사람보다 읽는 사람의 마음가짐이 문제라 정독해도 못 따라갈 것을 대충 읽어제끼니 ('로맨스'라 그래도 될 줄 알고 - 하지만 댓글 읽다보면 내가 뭘 읽었나 싶을 때가 많지) 더 끊을 수가 없나보다.

읽을 책 쌓아두고 사재기를 하고 있는데, 요즘은 솔직히 읽어야 할 책도 안 읽히고 머리도 안 돌아가고 그렇다고 티비를 보는 것도 아니고 뭐가 뭔지 모르겠다. 아이패드 미니5를 야심차게 지르고 애플 펜슬도 샀지만 결국 하는 건 리디북스 보는 거랑, 킨들 좀 끄적거리고, 노트에 낙서(완전 악필)하고, 굿노트 좀 쓰고 (아직 잘 쓸 줄 모름). 이게 다네. 아, 넷플릭스도 가끔 본다. 거기다 커버까지 큰 맘 먹고 씌웠더니 전에 쓰던 갤탭에 비해 너무 무거워서 손가락이 휘는 느낌. 빼고 그냥 쌩으로 가지고 다녀야 하나. 킨들로는 톰 스토파드의 <Rock'n'Roll>을 드디어! 들으면서 읽고 있다. 문학에 정치 개입 안 시킨다는 비판(?)을 많이 들었다고 하던데 이건 완전히 정치네. 무슨 소린지 모르겠슈. 거기다 <The Invention of Love>에서 시작했던 (아마도 <Arcadia>에서 손을 댔던 거겠지만) 그리스 문학과 대중 음악(<The Real Thing>!)을 섞어서 따라갈 수가 없다. <Arcadia>도 안 읽고 보면 못 따라간다고 평을 내서, 연극 보는 중에 책 읽던 분도 계셨는데 이거야 말로... 루퍼스 시웰이 얀이던데 얼마나 잘 했을고. 난 왜 때문에 그 때 넋을 놨던거냐.

아, <히스테리아> 드디어 봤다! 루퍼트 에버렛 눈 올라간 건 그대로네. 왜 손을 대서 ㅠ_ㅠ 그 예쁜 얼굴을 엉엉. 영화 보고 IMDB 트리비아 읽었는데 Rachel Maines 책이 debunked 라고 해서 깜놀. 내가 읽은 것과는 다른 기억인데, 관심은 가지만 찾아보지 않고 있다. 이거 완전 정설 아니었나. 본인 스스로도 증거 자료 가져다 내밀면 다들 입다물었다고 썼던 거 같은데, 나중에는 또 이론일 뿐이라고 밝혔다니 뭔 일이여. 그리고 또 뭘 봤더라. <Mary, Queen of Scots> 끝냈고 (시얼샤 로넌 멋짐, 마고 로비도 괜찮은데 엘리자베스가 그런 성격이었을까는 잘 모르겠....). 토비 스티븐스 출연작 찾다 나온 <Summer of Rockets>도 vimeo 인가에서 구해봤다. 1, 2편은 없고 3-6편은 그대로 다 올려져 있더라는. 그것도 4-5편은 시각장애인 용이라 화면에 나오는 글자나 등장 인물 표정 설명해줘서 재미있었다. 봐도 모르는 나로서는 인물이 긴장했는지 두려워하는지 어떤 감정인지 설명이 되어서 이해가 쉬웠다 -_-; 대충 내용은, (1, 2편 안 봐서 모르지만) Russian Jew(토비 스티븐스가 유대인 역이라니! 거기다 러시아인이여! 러시아 어도 한다. 내 막귀로도 못함이 느껴진다...)인 주인공이 사업을 도와줄 테니 영국 상류사회 사람들과 어울려서 정보를 빼내라는 비밀정보국의 지령을 받게 되고 이로 인해 복잡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는 것. 친분을 쌓게 된 이들에게도 비밀이 있어 한 집안은 연락 끊고 사라진 아들을 찾고 있고, 다른 집은 정치에 깊이 개입해 있고, 주인공네 집은 흑백 인종 갈등에 사춘기 애들 돌보느라, 거기다 발명품(삐삐-bleeper)을 시장에 내놓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한 자리에서 끝내기는 했지만 뭔가 엄청 허술했다. 각본, 감독이 다 스티븐 폴리아코프던데, 이 사람은 뭘로 이렇게 유명한 거지? 그래도 토비 스티븐스는 괜춘. 몸이 좀 불고 턱수염 엄청 길러서 어색했지만 여전히 차밍하시고요, 목소리 좋고요, 그리고 이번엔 완전 원탑 주연이셨습니다. 아, 또 하나 재미있었던 건 당시 냉전 시대고 원폭에 대한 공포가 너무나 커서 등장 인물들이 여기에 완전히 매몰되어 있다는 것. 역사 반영을 잘 했네 그려.

12월의 유흥은 이걸로 끝.  

리디 정리?

연극+책 2019. 12. 8. 13:41 Posted by 바나나피쉬

리디 로맨스 끊으려고 했는데 아직도 못 끊는 중. 이것이야말로 중독이구나. 게임 중독은 일도 아녀!

읽은 거 정리나 해보려고 했는데 이미 내 서재에는 4000권이 넘어가고요 (만화는 한 회가 짧으니께... 그것도 다 권으로 치는 거 같더라. 무료 회차 엄청 봤는데)... 마음은 썩어가고요. My mind is in the gutter (이거 최근에 어디서 들었는데 어디었더라...). 돈은 뭐. 이 정도 캐쉬도 못 지르면 일은 뭐하러 하나(라기 보단, 그래 식비를 줄이는 계기로 삼아야지). 거기다 BL은 2x년 전 야오이 시절에 보고 손도 안 댔었는데 어제는... 망가졌. 이런 거 그리고 쓰시는 분들은 일상생활 가능하신가? 어차피 그리고 쓰느라 바쁘셔서 일상생활 못 하시겠다만.

지난 겨울에는 연재에 빠져 날마다 손꼽아 기다리던 게 있었는데 그 후에 단행본으로 눈을 돌렸고 곧 만화를 집적거리다가 이제 국내 순정으로 넘어와서... 또르륵. 이번 생은 망했네. 스트레스 받는 걸 해소하는 부분도 적잖게 있지만. <상수리 나무 아래> 2부 보다가 현생을 살려고 그만 뒀고 <까마귀는 반짝이는 것을 좋아해>도 엄청 열심히 챙겨보다 마지막은 그냥... 중간에 한 번 끊으면 궁금하지도 않아서 안 보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제목도 미묘한 <폐하의 밤>에 꽂혀서. 이것은 사회화의 문제... PC한 인생은 힘들고나. 진짜 썩었는데 재밌어... 길티 플레져다. 그러나 연재 중이고, 그나마 월-금이라 다행이지만 연재 따라가다 보면 왠지 재미가 없어진다고나 할까. 쌓아두고 봐야는데 언제? 이번 달 말이나? 하지만 난 또 열심히 캐쉬 충전하여 날마다 보고 있겠지... 다른 연재는 <그림자 없는 밤> 이것도 거의 밤새워 달렸다. 연재는 손 대면 안 되는데 으흐흑. 끝을 향해 가는 것 같기는 하다만 계속 따라갈 수 있을까 싶다. 나 일해야 하는데. 아무튼 이 두 편 추천.

최근 진짜 재미있게 본 건 서사희의 <숨자취를 더듬은 적 없다>. 이왕 볼 거면 19금인데 이건 평이 너무 좋아서 19금 아니라도 달렸네. 글 잘 쓰시고요 내용 알차고요, 철학 전공자이신가 사유가 깊으십니다... 내용은 진짜 너무나 피폐. 하지만 주인공이 다들 입체적이라 좋았다. 넷플릭스의 더 크라운이 생각나더라는. 왕관이란 이렇게 한 없이 무거운 것이라오. 소설이든 영화든 한 작품 좋으면 같은 작가, 감독으로 죽 달리는지라 <일어나지 않은 것들에 관하여>도 봤지. 작가님 상상력이 대단하셔서 회귀는 회귀인데 말도 안 되는 방향으로 치닿는다. 이 전에 한 동안 리디에 안 들어갔었는데 물꼬를 텃어요 아주...

그리고 만화... 1x년 전에는 온라인으로 만화 볼 수 있는 데가 미스터 블루인가 밖에 없었지만 그때도 정액 충전해서 달리곤 했지. 특히 방학 때. 요즘은 많아져서 좋구나. 19금은 일본 순정만 있는 줄 알았는데 국내 작가님들도 많이 그리시더라는. 몇 년 전인가 통근버스에서 어떤 분이 (같은 데서 일하시므로 누군지 몰라도 배경은 짐작 - 품위 유지가 어느 정도는 요구되는 쪽이라) 스마트 폰으로 뭔가를 보시는데 그게 성인만화라 벙찐 적이 있었다. 내가 대각선으로 뒤쪽에 앉아 있던 차에, 그분이 기지개를 켜시는지 스마트 폰 쥔 손을 올리는데 마침 화면이 딱 보였거든. 완전 허거걱했다. 그 후로도 그분 마주치면 그때 스마트 폰 화면이 생각나면서 헐. 굳이 그걸 밖에서, 그것도 통근버스에서 볼 일이냐! 왠지 성인물에 대한 편견이 생겼었다만, 집에서 혼자 보는 거야 뭐. 요즘 작가님들은 참 잘 그리시네... 수위도 엄청나고. 2x년 전 야오이도 그랬었나. 그때 제일 유명했던 게 브론즈였나 절 뭐시기였나. 난 약한 것만 봤던 터라. 리디에서 본 건 <배덕의 밤> 쿨럭. 너무 빨리 끝나서 좀 벙 쪘고, 그 다음에는 <바보개와 아가씨>, 그리고 <하지점>... 하지만 19금도 아닌 <브링 더 러브>를 보고 완전 꽂혔고, 제스트쿄의 다른 책 찾다가 BL임에도 연작(?) 비스무리한 <흑견의 노예왕자>를 읽으며 대충격을 받았다는 맥락 없는 전개이다. 흠흠. 근데 수위가... 수위가... 좀 괴로웠다. 아무튼 다 추천. BL까지 손을 대면 이번 생은 그만 살아야 하므로 멀리하고 있었는데! 거기다 요즘엔 GL까지 나와서 (몇 년 전까진 그냥 백합 아니었더냐? 용어도 못 따라간다 이제)... 이런 거 다 챙겨보시는 분들은 일상생활이 가능하신가? 일상과 취미의 구분이 확실이 되는가? 난 한 번 꽂히면 그냥 주야장천 몇 시간이든 보는 쪽이라 조절이 안 되는데. 아무튼 GL로는 <여고생과 편의점> (19금 아님)을 보았으며 이것이 매우 재미있었다는 것. 아이고 귀여워라 ㅠ_ㅠ 그리고 또 괜찮았던 만화는 일본 순정, 니시카타 마이의 <Game~슈트의 틈새~> 아이고 이건 그림도 너무 예쁘고, 캐릭터도 좋고. 하다 하다 내가 구글까지 해서 뒷부분 찾아봤다는 거 아니냐. 페이스북에 누군가가 영어로 번역해서 올려놨더라는. 내용 진전은 전혀 없지만.

이것은 새발의 피. 거기다 댓글까지 읽어가며 시간을 버리고 있는데 하다 하다 댓글도 재밌으면 어쩌라고. 리디도 다른 포털처럼 아이디 누르면 댓글 쓴 거 다 나오는 기능이 있었으면 좋겠다. 추천해 주는 거 다 찾아 읽게 ㅎㅎㅎ. 세상에는 어찌 이렇게 능력자들이 많은 것이냐 으흐흐흑. 하지만 난 비루한 현생을 살아야 하지... 사실 로맨스 소설이나 만화는 읽으면서도 학습된 죄책감을 완전히 떨쳐버리기가 힘든데 뭐 어떠냐, 재미있으면 됐지. 그런데 내 삶은... 현생은... 워쪄 ㅠ_ㅠ 그래도 틈틈이 정리나 해봐야지. 이번 정리 대충 끝. 이제 19금 단행본으로... 과연...

9월의 유흥

연극+책 2019. 10. 9. 22:03 Posted by 바나나피쉬

아직 10월이지만.. 올해의 음악(특히 9월의) Natasha, Pierre, and the Great Comet of 1812 이다. 으흐흑. 2017년에 가서 봤어야 했다!!! 당일 티켓도 있었던 기억인데 왜 나는 선셋 블루바드 같은, 글렌 클로즈가 노래도 못하는!! 그런 뮤지컬을 봤던 걸까... 그러나 후회해봐야 아무 소용 없는 것. 아마존 뮤직에서 지른 후, 매주 4번 정도 전곡을 다 듣고 있다. 통근에 시간이 많이 걸려서 어쩔 수 없기도 하지만. 그래서 중간에 뭉텅이로 기억이 없는 부분이 있다. 항상 자거든... 특히 나타샤가 아나톨이랑 사랑의 도피를 계획하다 소냐한테 들켜서 싸우는 부분. 조쉬 그로반은 언제나 그렇듯 노래 잘 하고, 뮤지컬이라 노래를 다르게 해야 했다는데 별로 차이는 모르겠다. 피에르가 극 중에서도 몸 거대하고 살이 점점 붙어가는 (와인을 하도 마셔서) 인물이라 (퍼레이즈 엔드의 크리스토퍼가 연상되는) 살을 일부러 찌웠는지 아니면 배에 뭘 넣었는지 거구로 나온다. 하지만 얼굴은 여전하고. 나타샤 역의 드네 벤튼은 목소리가 어찌나 예쁜지 흑. 듣는 것만도 좋다. 그리고 주인공 중 하나인 아나톨난 루카스 스틸 목소리가 별로라 (거기다 캐릭터도 그닥) 그냥 저냥인데 인기는 엄청났던 모양이다. 음악도 음악이지만 (작곡가 천재임) 다들 전달력이 좋아서 가사가 너무나 잘 들린다. 물론 들린다고 알아듣는 건 아니지만. 거기다 가사가 주인공의 대사나 생각을 전달하는 것 외에도 나레이션 역할을 해서 엄청 웃기다. 예를 들면, 피에르가 아나톨한테 화나서 자신의 big, big hands로 때리려고 하는 거랑, 나타샤와 대화한 후, 긴장해서 (설레어서?) 모피 코트 입으려다 소매 못 찾고 (넓은 가슴 언급은 덤), 화씨 10도의 눈 속에서 썰매 타고 가는 거, 이게 다 본인이 부르는 노래 가사다. 어서 <전쟁과 평화>를 읽어야 하는데, 할 게 너무 많아 손을 못 대겠다. 거기다 도서관에서 대출하면 2주 안에 읽어야 하는데 과연 내가? 그렇다고 끝내지도 못할 거 책 사기도 싫고, 사려면 이북인데 눈은 침침하고.. 딜레마네.

이것만 듣기는 좀 그렇고, 오더블 구독할 것도 골라야 해서 올해의 북 이벤트, 마가렛 앳우드의 신작 The Testaments를 질렀다. 그런데 사고 나니 BBC 라디오에서 15부작으로 읽어주더라. 둘을 동시에 들었는데 이해하는 데는 BBC 라디오가 낫고, 원작의 묘미를 감상하려면 역시 축약 안된 게 훨씬 낫고. 라디오에서 워낙 축약을 잘했는지 (배우도 다 괜찮다) 듣다 보면 엄청 헷갈리는 부분이 있었다. 이번 화 안 들었는데 왜 내용이 다 생각나지? 했더니 오더블로 들은 거더라고. 드라마를 못 봐서 몰랐는데 오더블 읽어주는 배우들은 실제 드라마에 같은 역으로 출연했던 것 같더라. 이번 책은 재미있었으나 아무래도 <시녀이야기>만큼의 충격은 없었다. 주인공 나잇대가 어려서인가 YA 소설 느낌이 많았고. <시녀이야기>도 라디오 드라마로만 듣다가 얼마 전에 드디어 책 뒷부분 읽었는데 문체가 매우 훌륭. 신작은 이 정도는 아닌 거 같다. 내용을 마무리 지으려다 보니 깊이가 다소 부족했던 느낌이다. , <시녀이야기>도 오더블 들어야는데 졸려서 못 듣고 있다   

여전히 로설 보고 있지만 수는 대폭 줄였고, 이제 패디먼의 신작이 도착했으니 그걸 읽어야지. 천재야 천재.

8월 중순의 드라마

소일거리 2019. 8. 27. 23:48 Posted by 바나나피쉬

,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서 계속 딴짓을 한다. 그나마 뭐라도 보거나 읽으면 다행인데, 이제는 그 상태에서도 벗어나 하염없이 집안을 왔다 갔다 한다는... 진짜 밖에 나가기라도 해야 하나. 아무튼 여전히 뭔가를 보긴 한다. 왓챠 플레이 구독료가 아깝기도 하고. 넷플릭스는 거의 안 보니 다음 달에 끊어야지 흑.

8월 셋째 주의 유흥거리는!

체르노빌. 솔직히 그다지 재미가 있지는 않았는데 (아무래도 끔찍한 사건이라) 많이 배웠다. 당시에 상황을 접했다면 이해가 더 잘 되었을지도. 어릴 적 외국에 살았던 친구가 체르노빌 사건 있을 때 노르웨이에 있었다고, 아마 다 영향권 안에 들어갔을 거라고 해서 놀랐던 기억이 있는데 (밖에서 못 놀게 했었다고), 이건 진짜 상상도 못할, 어떤 상상도 뛰어넘는 일이었구나. 드라마는 과하지 않으면서도 비극을 잘 보여줘서 좋았다.

다음은 HBOBig Little Lies. 이 전에 The Little Drummer Girl도 끝내긴 했으나, 박찬욱의 미학은 잘 모르겠고... 70년대는 할 말이 없으며, 스파이 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다시 깨달았다. 아, 책을 읽어보고 싶긴 했다. 도대체 얜 무슨 생각인거야! 싶어서. 이것이 원작있는 드라마 및 영화의 미덕 아니겠나. 플로렌스 퓨 연기는 좋았네. 특히 목소리. 전형적인 여자 주인공 스타일은 아니지만, 거기에 대해 뭔가 딱히 변화를 주려고도 하지 않으면서도 계속 캐스팅 잘 돼서 좋다. 작은 아씨들에서 기대한다 (그러나 노안인 편이라 에이미라니... 그 중 제일 나이 들어 보이는데...).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서. The Little Drummer Girl에 나왔던 알렉산더 스카스가드가 또 나온다. 트루 블러드 시절만 해도 전혀 몰랐는데 나이가 들기 시작하니 아버지 얼굴이 나와서 신기. 계속 아이고 닮았네, 아버지랑 똑같네, 했다는. Big Little Lies는 리즈 위더스푼과 니콜 키드먼이 나온다고 들어서, 아니 이런 배우가 TV 드라마에! 하고 시작했다. 첫 화 초반은 좀 지루해서 볼까 말까 했는데 조금 지나니 확 사로잡더라. 연기는 물론 좋았다. 원작은 안 읽어 봤지만 리안 모리아티의 다른 작품에서 등장했던 스타일이 유지되는 듯했고, 나름 소소한(?) 상황을 잘 붙잡아서 끝까지 끌고 갔다. 리즈 위더스푼은 평소 연기를 답습하는 게 아닌가 싶었는데, 생각해 보면 본인이 가장 잘하는 역할 더 잘한 거고. 니콜 키드먼이 약간 의외였지만 어쩌면 나이 드는 걸 받아들이고 변화를 추구한 건지도. 뭐 그동안 딱히 고정된 역할만 했던 것도 아니었고. 다른 여배우 연기도 다 좋았다. 남자 배역은 비중이 별로 없다만, 그 중에서도 알렉산더 스카스가드 너무 깨서 역할 맡는 데 큰 용기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 그래도 없으면 안 되는 역이니. 두 번째 시즌에는 무려 메릴 스트립이 나온다! 두 번째도 좋았지만 아무래도 첫 시즌이 흡입력은 더 있었다. 하지만 다시 보라면 못 보겠지.

말로만 듣던 Victoria도 시작했다. 아이고 귀여워라. 이걸 왜 진작 보지 않았을까. 제나 콜먼 너무 너무 귀엽고, 톰 휴즈도 잘 어울린다. 둘이 알콩달콩(?이라기엔 어깨에 얹은 짐이 무겁다만) 사는 거 귀여워!!! 뭐 왓챠 플레이 댓글에 나오듯 로드 엠과의 관계가 더 흥미진진하긴 했다만 그래도 둘 귀엽다고! 현실에서도 사귄다니 망붕 안 해도 되고! 루퍼스 시웰은 꽤 오랫동안 시대극 악역을 도맡다가 이제는 이런 역할도 하는구나. 여주의 love interest라니. 실제로는 전혀 아니었겠지만. 시즌 1 끝내고 시즌 2 시작했는데, 시즌 3에 로렌스 폭스가 출연했다고 해서 시즌 3도 기다린다. 소소하게 알고 있던 역사적 사실을 잘 끼워 넣어서 (실존 인물 시대극이니 안 할래야 안 할 수 없지) 더 흥미롭다. 시즌 1의 노예제 폐지 에피소드(아, 로드 엠 부인이 캐롤라인 램이라는 건 덤. 아니 그 카로라니!)와 시즌 2의 배비지, 러브레이스, 아이라 올드리지 등장도 재미있었슈. 빅토리아랑 넥플릭스의 The Crown 같이 보면 이놈의 왕실이 왜 이렇게 돌아가는지 더 잘 알 수 있을 듯. 근데 자막 너무 심하더라. 에피소드 하나당 서너 개 이상 오역이 나온다. 문장 좀 길어지면 번역이 안 되시는 듯. 영상 안 보고 스크립트 번역만 한 건지 등장인물 이름 발음 틀린 건 기본이요 숫자도 오류나고... 왓챠 플레이 자막 번역가한테 돈 안 주나?

그리고 전쟁과 평화도 봤다... 많이 봤군. 딴짓 안 하고 그냥 줄창 본 거네... 릴리 제임스가 주연이라길래, 거기다 평도 나쁘지 않아서 방영 당시부터 기억은 하고 있었는데 볼 방법이 없었지. 그러다가 왓챠에서 찾았다. 나폴레옹 전쟁이 배경이라는 것만 알고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전혀 몰랐는데 이런 내용이었구나... 파격적이네. 이거야말로 요즘 틀어도 막장 소리 나올 내용이잖아! 거기다 첫 편부터 쿠라닌 남매가 수상쩍다 싶어 검색했더니 톨스토이 원래 책에도 incestuous relationship이 암시되어 있다고! . 요즘 나오는 드라마에 비하면 전쟁이 배경임에도 불구하고 느리게 진행돼서 중간에 딴짓도 좀 했다 ㅠ_ㅠ 그래도 전체적으로 짜임새 있게 잘 만든 듯. 주인공 중에는 폴 데이노가 유일한 미국인인데 액센트를 잘한 건지, 아니면 본인 액센트에 약간만 더한 건지 알 수가 없더라. 분명 영국식 발음이 나오긴 하는데 뭔가 달라! 릴리 제임스는 여전히 귀엽고 예쁘고. 금사빠라 화들짝 했으나 뭐 원작이 그렇다면야. 드라마 봤더니 갑자기 Natasha, Pierre, and the Great Comet of 1812 뮤지컬이 생각났다. 2012년 오프-브로드웨이에서 공연했을 때 엄청난 찬사를 받은 뮤지컬인데 이게 몇 년 전에 브로드웨이로 트랜스퍼해서 무려 조쉬 그로반을 주인공 시켰었지. 그 때 표 사려고 보니까 다 매진이라 조쉬 그로반의 인기를 새삼 실감했었는데. 돈 좀 써서라도 보고 올걸. 하지만 그때 못 본 것이 이 뮤지컬만은 아니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전쟁과 평화의 뮤지컬 버전이다. 여기선 아나톨이 주인공급이야. 거기다 나타샤 역에 흑인 배우 캐스팅해서 논란이 일었다고 알고만 있었는데 (오리지널에서도 필리파 수가 주연이라 백인 아닌 건 마찬가지였다만), 유튜브 찾아서 노래하는 거 들으니까 주인공 맞네. 논란의 여지가 없어. 완전 꾀꼬리. 그래서 앨범 샀다는... 이것도 해밀턴처럼 전체 극을 다 녹음해서 듣기만 해도 공연 내용 알 수 있게 해줬다. 근데 다운로드도 아직 안 했... 언제 듣지? 가사 보면서 들어야 들리는데... 드라마 보니까 책 읽고 싶더라. 하지만 안 읽겠지...

이거 말고 영화도 봤는데... 나 이래도 되는 건가. 현생을 살아야 하는 거 아닌가... 웨스트월드도 시작했는데 ㅠ_ㅠ